던전 인 무림 171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5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171화
171. 지금 누가 그런 걸 써요?
이름도 모르는 남녀와 헤어지고 바로 고대 유적의 발굴 현장으로 이동했다.
30분 정도 이동하자 멀리 임시 건물과 천막 군의 행렬이 보이기 시작했다.
“괴, 굉장하군!”
“일반에 공개했다고 하더니 정말 많네요.”
날벼락의 말대로 임시 건물과 천막은 여의도광장만 한 넓이를 꽉 채우고 있었다. 마치 하나의 도시같이 보였다.
그러나 난 그녀와는 놀라는 포인트가 조금 달랐다.
‘시발! 완전히 거인국에 온 기분이네. 쩝!’
겨우 나보다 20㎝ 클 뿐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었다.
평균 신장이 20㎝가 크면 다른 것들은 전부 50㎝ 정도가 컸다. 크기만 아니라 부피도 커서 배는 큰 듯이 느껴졌다.
‘정말 사람들이 검만 한 볼펜을 들고 다니는 것 아냐? 가만 화장실이 걱정인걸…….’
이런 식이라면 좌변기에 앉았을 때 다리가 반짝 들리기 쉬웠다. 보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마음의 상처를 입을 듯했다.
이런 복잡한 내 심정은 모른 체 날벼락은 신이 난 표정으로 군락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무려 이세계를 경험하고 귀환하는 그녀였다. 물론 다시 돌아갈 예정이지만 무사히 귀환했다는 안도와 고향에 대한 반가움일 터였다.
‘쩝! 괜히 얄미운걸. 그냥 돌아가자고 할까?’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려 볼까 하는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
웅성웅성. 와글와글.
사람 사는 세상은 어디나 똑같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은 소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이곳은 일반에 공개된 고대 유적 발굴지.
탐험가를 대상으로 하는 상점들까지 벌써 즐비하게 들어서 있었다. 천막을 친 노점을 비롯해 임시 건물의 상점까지 마치 우리나라의 재래시장을 보는 듯했다.
‘역시! 존나 커! 새끼들이 밥만 먹고 발만 키웠나?’
나도 발이 큰 편이라 285를 신었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신발들은 모두 300이 훌쩍 넘는 것들뿐이었다.
‘옷은 전부 5엑스라지 이상이고. 가만! 설마 저게 모자야?’
여자들이 햇볕을 가리기 위해 쓰는 챙이 넓은 차양 모자가 눈에 띄었다. 내가 보기에는 모자가 아닌 고무보트 같았다.
‘시발! 이거 진짜 못해먹겠네.’
안되겠다 싶어 짜증나는 목소리로 전음을 보냈다.
-찾는 곳은 아직 멀었냐? 구경만 하지 말고 빨리 찾아봐.
-바쁘지 않잖아요? 무림에선 보지 못한 신기한 것들도 많은데 천천히 구경하면서 가요.
사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탐험을 나선 것도 아닌 순수한 정찰이었다.
더구나 이곳은 무림과는 달리 현대식 문물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것도 지구와는 전혀 다른 마법으로 만들어진 이세계의 문물을.
따라서 나도 웬만하면 차분하게 구경하고 싶었다.
솔직히 그런 점에서는 날벼락보다 내가 더 반가웠으니까.
‘그동안 당연한 것들이 없어서 얼마나 고생했는데........’
아침에 눈을 떠서 다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종일 고난의 연속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차츰 적응했으나 영원히 적응할 수 없을 듯한 것들도 있었다.
‘씻고, 먹고, 싸는 원초적인 것들은 아직도 영.......’
날벼락도 그것들 때문에 고생했다고 했다. 여자라서 나보다 심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이곳은 지구보다 발전한 곳이었다. 더는 그런 것들이 불편하지 않을 터였다.
이세계의 마법 문물 체험도 좋고 시장 구경도 좋은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시장통처럼 복잡한 거리를 지나는 중이었다. 당연히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그들 사이를 헤치며 다녀야 했다.
‘마치 인파 속의 어린 아이 심정이라고나할까?’
사람들로 가로막혀 제대로 볼 수도 없을뿐더러 가끔 어깨가 부딪치는 때도 있었다.
‘근데 난 어깨가 아니란 말이지.’
큰 사람의 어깨는 내 머리 위에 있었다. 대부분은 얼굴에 닿았고.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지만 아픔보다는 쪽팔림이 먼저였다.
지구에선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이 마음에 상처를 입혔다.
‘이런 경험은 절대 하고 싶지 않다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서 아무리 신기해도 인파를 헤치며 구경하고픈 생각이 싹 달아났다.
그렇다고 날벼락에게 사실대로 얘기할 수는 없는 일.
-피곤하니까 쉴 곳부터 잡아 놓고 찾아보자. 구경이야 천천히 해도 되니까.
-뭘 했다고 피곤해요?
얼굴에 부딪혀오는 어깨를 피하는 일도 꽤 피곤한 일이었다. 화경이나 되는 나도 살기를 품지 않은 ‘공격’에는 어쩔 수 없으니까.
더구나 날벼락은 고향에 돌아온 들뜬 마음에 이미 내가 안중에 없었다. 따라서 내가 그녀를 놓치지 말아야했다.
무림에선 아무리 복잡한 곳에 있어도 절대 놓치지 않을 그녀였다.
그러나 이곳은 또 달랐다. 그리고 외국인은 다 비슷하게 보이는 법.
전부 비슷한 덩치에 비슷하게 생겨 자칫 그녀를 잃어버릴 수 있었다. 그 또한 우스운 꼴이라 그녀의 행방에도 신경을 써야 했다.
사정을 모르고 황당해하는 그녀의 면상에 주먹이라도 날리고 싶었다.
차마 사부 된 처지에서 속 좁아 보일 수는 없어 좋은 말로 타일렀다.
-고향에 돌아왔다고 니가 사부가 된 거냐?
그렇다고 대범한 사부는 절대 되지 못했다.
짜증스러운 전음에 이제야 이상을 눈치챈 날벼락이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호호! 그럴까요? 그러고 보니 저도 제대로 목욕한 지가 꽤 되네요. 그럼 먼저 숙소부터 알아보도록 하죠.
-그래, 서둘러라.
숙소 또한 상점가에 있어 금방 찾을 수 있었다.
탐험가들의 대부분은 천막이나 텐트를 이용했으나 어디나 유별난 놈들은 있는 법. 상인과 그들을 위한 숙소가 준비되어있었다.
다행히 대륙의 화폐는 날벼락이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대륙 100강에 드는 그녀인 만큼 돈에 불편을 없었던 듯했다.
날벼락은 소인수 파티가 사용해도 좋을 만한 방 세 개에 욕실이 둘 딸린 풀빌라를 빌렸다.
제일 먼저 욕실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좌변기가 높긴 했으나 발이 들릴 만큼은 아니었으니까.
‘시장보다 여기가 더 볼만한데!’
2인실은 5인실 같았고 침대는 무조건 킹사이즈를 넘었다. 소파는 물론 의자나 테이블도 특대 사이즈였다.
‘확실히 단순하게 20㎝의 차이로 생각해서는 안 돼.’
여러 가지로 기가 죽었으나 날 기쁘게 하는 것들도 많았다.
냉온수가 자유자재로 나오는 수도에 전동 칫솔. 밝은 조명에 푹신하고 안락한 침대와 소파.
무엇보다 반가운 건 시원한 물과 처음 보는 음료로 가득 채워진 냉장고였다.
‘커피만 있으면 딱인데. 믹스라도. 쩝!’
입에 맞지 않는 차보다는 아직도 쓰고 달달한 커피가 좋았다.
나중에 식당에 가보면 비슷한 것이라도 발견할 수 있을지 몰라 기대가 컸다.
식사도 그랬다.
부족한 향신료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천연의 맛에 익숙해 져야 했던 미각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인공감미료의 맛을 잊을 수 있겠는가.
지구보다 발전한 대륙이라면 감미료 역시 발전했을 것은 당연한 일. 식사 시간이 기다려졌다.
‘가만! 내가 자동차를 봤던가?’
간단히 샤워한 후 시원한 물을 마시며 안락한 소파에 몸을 묻었다.
대륙에 관한 이런저런 상상을 하던 중에 문득 아직 자동차를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던 중에 만난 정체불명의 남녀도 사라진 다섯 명도 자동차를 타지 않았었다.
그뿐이 아니라 고대 유적까지 오는 길에 한 대도 보지 못했다. 물론 시장이야 인파가 많아 자동차가 다닐 수 없다고 쳐도 말이다.
‘어라! 그러고 보니까 포장도로도 보지 못했는데?’
자동차가 달리려면 필수적인 요소가 도로였다.
‘마장기나 비공정을 만드는데 설마 자동차를 만들지 못할 리는 없을 테고……. 공개되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도로는 만들지 못한 건가?’
작은 도시가 형성될 정도의 물자가 움직였다면 운송 수단이 있을 터였다.
‘설마 처음부터 비공정으로?’
생각해보니 날벼락과도 자동차에 관한 대화는 나눈 적이 없었다.
달각.
마침 샤워를 마치고 제 방에 들어간 날벼락이 거실로 나오고 있었다.
“사부, 피곤하면 한숨 자고 나가볼까요? 아니면 제가 먼저 알아보고 와도 되고요.”
“어, 그것 보다 물어볼 게 있으니까 여기 앉아봐.”
“뭔데요?”
출렁.
날벼락의 궁금한 얼굴로 옆 자리에 앉았다.
“여기 와서 자동차를 한 대도 보지 못했는데 너흰 자동차가 없냐?”
“자동차요? 그게 뭔데요?”
완전히 처음 듣는 표정이었다. 나도 막상 설명하려니 마땅치가 않았다.
“마력의 힘으로 사람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수레같은 물건.”
“아! 비공정이요? 그걸 자동차라고 해요?”
“아니, 하늘로 말고 땅으로 달리는 마차같은 것 없어?”
“마법 마차를 말하는 것 같은데. 그걸 요즘 누가 써요? 편한 하늘 두고 왜 땅으로 다니겠어요?”
이제야 같은 이야기를 하는 듯해 반가웠다.
“그럼 옛날에는 있었어?”
“고문헌 古文獻에 나오긴 해요. 그런 물건도 있었다고. 한데 금방 소용가치가 없어 사장된 물건이래요.”
“왜?”
“바퀴가 필요해서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고 부대 비용이 상당하다고 해요. 다닐 수 있는 길도 평탄하게 만들어야 하고 말이에요. 대륙은 사부님의 세상보다 서너 배는 크다고 하셨잖아요. 그 길을 다 누가 만들겠어요?”
“아! 그렇군.”
도로를 만드는 일은 간단하지가 않았다. 큰 비용과 인력이 필요한 대공사였다. 그래서 예로부터 도로는 국가사업이었다.
그래도 하는 이유는 국가 발전에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만일 다른 수단이 있다면?’
잘 정비된 도로는 외세의 침투로로도 이용됐다. 따라서 예전에는 국력이 약한 국가는 일부러 정비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대륙에 자동차보다 더 발달한 운송 수단이 있다면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자동차가 사장되는 일도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그럼 사람이나 화물은 전부 비공정으로?”
“사정에 따라 달라요. 포탈을 이용할 수도 있고 비공정을 쓸 수도 있어요.”
포탈을 잊고 있었다.
“아! 포탈! 화물이나 사람을 전송하는 마법 포탈?”
“예, 포탈이 편하고 빠르니까요. 하지만 사용 비용이 만만치 않고 설치된 곳도 한정되어 제한적이에요. 따라서 포탈로 전송하고 비공정으로 수송하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그러니까 대도시에 물류를 집결해서 소도시로는 비공정으로 운반한다?”
“예, 비슷해요. 그런데 사부는 다른 무림인과는 달리 이런 대화가 잘 통해요. 다른 사람들은 개념조차 모르던데?”
“그러니까 천하제일 사부지. 그런 사부를 둔 걸 자랑스럽게 여기며 모셔.”
“쳇! 자화자찬은. 그래도 반박할 수 없다는 점이 약오르네요.”
날벼락의 말에서 대륙에 자동차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긴! 나 같아도.’
전쟁이 빈번한 대륙이었다. 괜히 길 닦아놓고 남 좋은 일 시킬 필요는 없었을 듯했다.
‘더구나 봉건 귀족 사회란 말이지.’
도로를 만들 주체는 왕이나 봉건 귀족들. 그런데 자유로운 인적 왕래는 귀족들이 바라지 않는 일이었다.
‘아마 비공정이나 포탈도 그들이 독점하고 있을 테지.’
체제나 사상이 변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 그들이 도로를 만들 이유는 하나도 없었을 터였다.
따라서 불편함에 자연히 사장될 수밖에 없었고.
[연재]던전 in 무림 17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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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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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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