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170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3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170화
170. 알아서 잘해라
이곳에선 특별해 보일 중원의 복장은 문제가 아니었다. 차원 통로가 생성되면 당연히 탐사할 예정이었다.
그때부터 패국의 복장과 문화에 관한 준비와 학습은 되어 있었다. 이미 통로에 진입하기 전에 갈아입고 있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당장 남녀 앞에 나타나도 상관없었다.
‘어떤 설정을 하던 내가 주가 될 순 없으니……. 쩝!’
가장 큰 문제는 신장이 아닌 언어였다. 차원 이동 보정도 만능은 아니었다.
‘언어 천재가 되는 건 아니니까. 아니지!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만……. 당장은 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네.’
패국의 언어 관련 진본 서적을 구할 수만 있다면 고유 능력으로 단숨에 습득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언어 학자가 아닌 이상 언어학 서적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없을 터. 당연히 날벼락 일행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이곳에서 진본 서적을 구하기 전에는 패국 말을 할 수 없었다.
“사부도 간단한 단어 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 그럼 제 수행 전사 정도는 어떨까요?”
가장 무난한 설정이었다. 수행 무사라면 특별히 말하지 않아도 되니까. 오히려 말이 없는 것이 미덕일 터였다.
하지만 역시 체구가 걸렸다.
“전사라고 하기엔 너무 체구가 왜소한 거 아니야?”
“그건 그렇지만……. 전사 중에 사부만한 사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에요. 마법사 중에는 꽤 있으나 사부는 마법은 할 줄 모르잖아요?”
“마법사?”
“예, 아시다시피 대륙의 검술은 힘 위주에요. 체구 역시 중요한 조건이 되니까 작은 사람들은 체격에 큰상관 없는 마법사를 선호해요. 그래서 마법사 중에는 적지 않게 볼 수 있어요.”
한국에서는 같은 이유로 여자가 마법 능력 각성을 선호했다. 이유를 듣고 나니까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는 아니었다.
‘가만! 마법이라면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잖아? 녹단의 반지.’
제일 처음 얻은 아이템인 탐험가의 반지가 생각났다. 탐험에 꼭 필요한 기초마법 몇 가지가 각인된 반지였다.’
물론 던전에서 다른 마법서와 아이템을 습득하긴 했다. 내 고유 능력으로 바로 익힐 수도 있었고.
‘이럴 줄 알았으면 그럴듯한 마법 한두 개는 내가 익히는 건데. 쩝!’
하지만 마법사에게 몰빵해서 특화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수란이나 산산에게 양보했다. 사실 난 무공만으로 충분했고 그녀들에게 더 필요했으니까.
그래서 녹단의 반지에 각인된 기초마법으로 비벼봐야 했다.
슬며시 날벼락에게 말해 봤다.
“기초마법이라면 가능한데 그걸로는 안 되겠지?”
“예? 사부가 마법도 가능해요?”
날벼락이 너무 놀라 어이가 없었다. 저도 하는 걸 왜 나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지 기가 막혔다.
“너도 내공을 익히잖아? 그리고 나도 마력이 있는데 왜 못하겠어? 아내 중에는 마법사도 있잖아. 하지만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기초마법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야. 물과 불을 만들거나 땅을 파고 하는 간단한 마법들이지만.”
“아! 아이템이요. 아이템을 사용하는 건 바로 알아차려요. 마력의 흐름이 다르거든요. 그리고 본인 실력도 아니고 아이템을 사용하는 마법사에게 누가 호위를 맡기겠어요?”
“꼭 호위일 필요는 없는 거잖아. 넌 왜 호위를 고집하는데?”
듣다 보니 이상했다. 날벼락의 대륙은 중세와 비슷한 귀족 문화의 사회였다.
띠라서 말이 수신 호위지 실제로는 귀족의 종복이나 다름없었다.
‘철저한 신분 사회니까.’
사실 파티원도 있고 그냥 친구라고 해도 됐다. 그밖에도 생각해 보면 상하 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관계는 더 있을 터였다.
그런데 날벼락은 꼭 상하 관계인 호위를 고집하는 듯했다.
‘이게 설마 날 엿 먹이려고?’
손님 비슷한 포로 시절과 제자가 된 이후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제일 먼저 바뀐 것은 호칭이었다. 손님일 때는 존대를 했으나 제자에게 존대할 수는 없는 법.
자연히 난 말을 놓고 날벼락은 존칭을 쓰게 됐다. 호칭이 변하면 사소한 것들은 자연스럽게 변하게 된다.
일단 서로를 대하는 마음가짐부터 달라졌다. 이세계의 손님과 제자를 대하는 마음이 같을 수는 없으니까.
따라서 그동안 손님으로 누리던 많은 혜택이 사라졌다. 그동안은 남이 해주던 많은 것들을 직접 해야 했다.
그만큼 얻는 것도 있으나 전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었다. 사황성주의 첫 번째 기명 제자는 아무나 될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니까 말이다.
제자가 되며 사라진 사소한 혜택에 비할 바가 아닌 거다.
‘덩치는 커도 여자는 여잔가?’
날벼락에게는 그런 명분보다는 사라진 사소한 혜택이 더 중요했나 보다.
그래서 소심한 복수를 하려는 듯했다. 이곳은 날벼락의 앞마당이니까.
‘그래, 처음이 중요하지.’
한번 끌려가면 계속 끌려가게 된다. 그래서 처음 설정이 중요한 것이고.
“됐으니까 수평적인 관계로 생각해 봐. 종이나 수신 호위 같은 것 말고. 너 계속 까불면 노인네들 데리고 백국으로 쳐들어갈 테니까 알아서 해.”
“그건 안돼요! 제가 언제 까불었다고…….”
정곡을 찔린 듯 뒷말을 삼키는 날벼락이었다.
“이 동네도 탐험가들 있잖아. 같은 파티 동료라고 해. 과묵한 동료라고 하면 말하지 않아도 되잖아.”
“.......예. 그럼 그냥 전사라고 하죠. 실력은 어느 정도로 하실래요? 전 상급 전사로 하고 사부는 중급이면 적당할 것 같은데.”
상급이면 무림의 절정, 중급이면 일류였다. 위장 신분으론 적절한 수준이었으나 또 내가 한끝 밑이었다.
“같이 등급으로 하면 되잖아.”
“마침 제가 위장한 신분 중에 상급 전사 신분이 있어요. 그런데 탐험가 중에는 상급 전사는 상당히 귀해요. 사부만 한 체격의 상급 전사는 몇 되지 않아요. 그러니까 중급으로 해야죠.”
신분을 감춰야 하는 날벼락은 패국에서 여러 가지 위장 신분으로 활동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신분이 대륙 100강의 날벼락이었다.
따라서 이유는 그럴듯했으나 속셈은 빤했다. 날벼락은 어떻게든 날 골탕 먹일 생각이었다.
‘그게 네 뜻대로 되겠냐고? 두고 봐라. 어떻게 되는지. 흐흐흐!’
다른 것도 마찬가지지만 잔머리라면 더더욱 날벼락에게 질 자신이 없었다.
괜히 사소한 문제로 실랑이하다 접근 시기를 놓칠 수 있어 일단 오케이했다.
“알았다. 이름은 ‘작은 고추가 맵다’라고 해라. 만일 니네 대륙에 고추가 없으면 ‘마른 장작이 잘 탄다’라고 하던지.”
“고추 있어요. ‘작은 고추가 맵다’라고 할게요. 근데 대륙에는 큰 게 더 매운데. 무림은 작은 게 맵나 보네요?”
“아무튼 그렇게 해.”
매운맛은 이제부터 질리게 보게 될 터이니 벌써 궁금해할 필요 없었다.
그렇게 일단의 설정과 이름까지 정한 후 남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휘리릭. 척.
날벼락이 빈손을 허공으로 들고 싸울 의사가 없음을 밝히며 말을 건넸다.
“간섭할 생각은 없어요. 지나가던 길에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온 것뿐이에요. 그런데 보아하니 이미 끝난 것 같군요.”
“사소한 오해였을 뿐이에요. 오해가 풀려 돌아간 것이고. 어쨌든 일부러 찾아와 줘서 고마워요.”
여자가 다시 남자의 앞을 가로막고 나서며 대답했다.
말과는 달리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남자 역시 다섯 사내와 싸울 때 보다 더 긴장하는 듯했다.
눈앞에 나타날 때까지 우리 두 사람의 기척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정보열람으로 알아낸 두 사람의 레벨은 모두 80대 후반. 예상대로 사내는 마법사였다.
두 사람의 레벨은 상급 전사로 무림의 절정 고수 수준이었다.
‘이런 황량한 벌판에 상급 전사급이 두 명이나 있다고?’
상급은 흔하지 않다고 한 날벼락의 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동안에도 두 여자의 대화는 계속되었다.
“그래요? 다행이군요. 끼어들 생각도 사연을 알고 싶지도 않으니 너무 경계하지 않아도 돼요.”
“그래요? 그럼 가던 길 가시는 것이 어떠신지요?”
“그래야죠. 그럼 한 가지만 물어보고 갈게요.”
“뭐죠?”
여자는 한층 더 경계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자신들보다 뛰어난 실력자의 질문은 내용이 무엇이든 무시할 수 없는 법이었다.
날벼락이 씩 웃으며 말했다.
“우린 의뢰받은 일로 이곳을 탐사하는 중인데 병사들이 보이더군요. 혹시 무슨 일인지 알고 있나요?”
“아! 고대 유적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자신들과 관계없는 질문에 여자가 한결 안심한 듯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예, 그런데 두 분은 어떻게 고대 유적을 알고 있나요?”
“호호! 언제 의뢰를 받았는데 아직 모르시나요? 공개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어요.”
예상치 못한 대답에 날벼락이 날 쳐다봤다. 황당하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생각이 복잡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공개되어서 유리한 일은 하나도 없었다. 나 같으면 꼭꼭 숨겨둘 일이었다. 실제로 수만 냥이냐 헛돈을 쓰면서까지 숨겼고.
날벼락이 여자에게 다시 물었다.
“고대 유적이 공개되었다고요?”
여자는 이제 확실히 자신들과 관계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한 듯 안심한 표정으로 자세히 설명했다.
“예, 삼대 길드의 정예들이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하네요. 부랴부랴 황실이 나서서 재앙급 던전으로 지정하고 관리하고 있어요.”
“그런데 공개했다고요?”
“예, 고대 유적의 규모가 너무 커서 한두 개의 길드로 발굴하는 것은 어렵다고 하네요. 그래서 황실 관리 지역을 제외하고 공개했다고 해요.”
통로가 만들어진 위치를 생각해 보면 확실히 규모는 컸다.
하지만 무려 다른 차원과 연결된 통로였다. 더구나 삼백 명의 정예를 삼킨 통로였고.
그런 중요한 장소를 단순한 이유로 공개했을 리는 없었다.
‘뭔가 더 있는데........’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이 내게는 나쁘지 않았다.
어쨌든 패국의 많은 탐험가들이 고대 유적에 몰렸다는 뜻이었다.
지금처럼 억지로 인연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 탐험가들 속에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패국인들 속으로 들어갈 기회였다.
날벼락과 여자의 대화는 거의 동시통역 수준으로 전음으로 내게 전해졌다. 백 프로 확실한 통역이라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사실이라면 걔들 말고도 쉽게 파고들 수 있으니까 대충 끊어라.
-그래도 되요? 근데 뭔가 사연있는 듯한 남년데 아깝지 않아요?
-남녀 사이에 사연이 있어봐야........남녀 관계에 끼어드는 것보다 미련한 일은 없다고 했어. 너도 그런 일엔 관심도 두지 마.
-호호호! 알았어요.
내 명령을 받은 날벼락은 남녀에게 미련없이 작별의 말을 전했다.
“좋은 정보 고마워요. 두 분도 더는 오해 거리를 만들지 말기 바랄게요. 그럼 이만.”
“예, 제발 그랬으면 좋겠네요. 안녕히 가세요.”
그렇게 남녀와는 헤어졌다. 남녀와 헤어진 우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고대 유적지를 향해 달렸다.
달리는 도중 날벼락이 물었다.
“사부, 고대 유적을 공개한 진실한 이유가 뭘까요?”
날벼락 역시 새 머리는 아니어서 나와 같은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그걸 지금부터 알아봐야지. 일단 황실구역은 피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찾아봐.”
“예, 일단 탐험가 길드부터 들려보죠. 공개했다면 길드도 들어와 있을 거예요.”
“그래? 내 문제는 알아서 잘해라.”
“호호호! 예, 사부. 이제 저만 믿으세요. 여긴 내 집 앞이니까요.”
어느새 우리 대화에는 조금 전의 남녀는 사라진 상태이었다. 사실 옷깃 한번 스치지 않은 사이었으니까.
하지만 인연이라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연재]던전 in 무림 170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야우사,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480-3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