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166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89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166화
166. 그런데 이놈은 황자니까.
너무 맥없는 삼황자의 반응에 마장기에 관해 설명하던 날벼락의 말이 생각났다.
‘설마 그건가? 동조율 同調率?’
동조율은 마장기와 탑승자의 궁합을 뜻하는 수치였다.
동조율에 따라서 같은 마장기라도 능력이 두 배에서 네 배까지 차이가 난다는 말이었다.
즉, 동조율은 탑승자가 마장기와 얼마나 잘 어울리나를 나타내는 수치였다.
황제급 마장기라도 동조율이 높지 못한 탑승자라면 완전한 출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마장기 탑승자를 선발할 때는 동조율을 가장 중요시한다고 했다.
마장기는 모든 국가에서 전략 병기로 지정해 관리했다.
당연히 국가에서 모든 비용을 부담해 개발하고 제작했다.
그래서 마장기 탑승자 역시 국가 주도로 선발해 계약시키는 구조였다.
따라서 개인 소유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런데 이놈은 황자니까.’
모든 일엔 예외가 있고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지 않았다.
삼황자는 대륙 10강의 일원이면서 황자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었다.
‘체면상이라도 동조율이 낮다고 해서 군왕급을 두고 대장급이나 일반급을 탈 수는 없겠지.’
그런 이유로 삼황자가 제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었을 수도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면?’
첫 공방 攻防부터 전력을 다하는 싸움은 없었다.
먼저 상대의 간을 보고 실력의 고하를 판단해 전략을 세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만일 삼황자가 일반적인 방법으로 간을 보는 정도였다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흐흐! 니가 정말 그랬다면 큰 실수한 거야. 난 한 번 물면 절대 놔 주는 법이 없으니까.’
아무리 황자라고 해도 대륙 10강이라는 이름을 사지는 않았을 터였다.
삼황자 역시 이번에 일어난 상황을 파악했을 터.
번쩍 정신이 들어 강력한 대응책을 들고 나설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놔두지 않지!’
생각을 하면서도 몸은 이미 반응하고 있었다.
팟!
어느새 방패를 버리고 마장기의 등짝에 찰싹 달라붙었다.
방법은 전과 동.
삼황자가 한 수 늦었다.
팟!
정신이 번쩍 든 삼황자는 일단 거리를 벌리려 했다. 내가 달라붙은 방패를 내던지며 블링크를 사용했다.
일단 거리를 두고 대응책을 세우려는 뜻.
그러나 이미 난 마장기의 등짝에 달라붙어 있었다. 블링크를 사용해도 나 역시 같이 이동하니까 소용없었다.
보이지는 않으나 삼황자의 당황한 모습이 눈에 선했다.
‘흐흐! 이제 어떻게 할래? 난 조금씩 후벼팔 건데?’
먼저 지금의 상황을 에벤져스 노인들과 아내들에게 단체전음으로 알렸다.
-방법은 흡자결입니다. 상대가 대항하면 배자결로 응수하면 됩니다. 이제 대충 대응 방법을 찾은 것 같으니까 마지막으로 마법 장갑의 강도나 살펴보고 슬슬 끝내시죠? 시간이 꽤 지났습니다.
-끌끌! 별로 보기에 좋지는 않은데 정말 다른 방법은 없겠는가?
-맞아! 고목나무에 붙은 매미같잖아?
-에잉! 우리보고 저 짓을 하라고?
-벌써? 우린 이제 붙었는데?
어벤져스 노인들의 불평불만이 전음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내가 다른 전장을 살펴보듯이 어벤져스 노인들도 날 살펴보고 있었다.
‘어쨌든 대장전이니까.’
그럴 수 있는 이유도 모두 마장기를 상대하면서도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었고.
마장기에 피해를 주는 것은 둘째치고 최소한 맞지 않을 자신들은 있었던 거다.
-아니, 체면이 밥 먹여 준답니까? 왜 쉬운 길 놔두고 어려운 길로 가려고들 하십니까? 뭐, 마음대로 하십시오. 어쨌든 가장 늦은 어르신은 그만큼 불이익을 각오하셔야 할 겁니다.
-엥!
-아니, 자네 정말 치사하게 그러긴가?
-쳇! 별 수 없지. 그만 끝내자고.
불이익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나도 모르고 노인들도 몰랐다.
하지만 내가 어떤 식이든 보복할 놈이라는 점은 어르신들 모두가 인지하고 있었다. 나도 틀림없이 할 터였고.
찰싹찰싹. 척척.
다른 마장기를 상대하던 어르신들도 나처럼 등판에 달라붙었다.
노인들은 똥은 더러워서 피한다는 심정으로 못 이기는 척 내 협박에 져주었다.
마장기 탑승자들은 이런 경우를 처음 당하는 듯했다.
‘하긴! 대 마장기 전이나 경험했을 테니까.’
당황한 탑승자들이 노인들을 떼어내려 별짓을 다 했으나 어림없었다. 화경이란 경지는 홀짝으로 딴 것이 아니니까.
어느새 내 곁에도 혜 누이와 승연 누이가 달라붙었다.
워낙 덩치가 좋은 군왕급 마장기의 등판은 세 명이 붙었어도 여유 있었다.
“가가, 검기는 통하지 않는다고 했지요?”
“응, 그래도 이것저것 다 해봐. 어르신들보다 늦지만 않으면 되니까.”
“호호! 우리가 제일 늦어야지요. 그래야 이쁨받아요.”
“근데 걱정했던 것보다 별 것 아니네요. 날벼락님 말씀을 듣고 나서는 걱정 많이 했는데……. 안 그래요?”
혜 누이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그건 상대가 방심했고 우리가 전부 화경급이라 그래. 그렇지 못하면 방법을 알아도 상대하기 어려울 거야. 만일 놈들이 처음부터 전력을 다 했으면 꽤나 고생했을 거야.”
“그런가요? 역시 아무리 약한 상대라도 최선을 다하라는 말이 맞는군요. 가가께서도 방심한 탓에 우스운 꼴을 보였잖아요.”
“쩝! 맞아. 방심이 문제였지. 나나 삼황자나.”
서걱서걱.
검강을 사용해 조용히 마장기의 등판을 썰고 있던 승연 누이가 끼어들었다.
“근데 정말 아깝다! 가가, 이거 어떻게 우리가 갖는 방법은 없어요? 삼황자를 생포해도 안 되는 거예요?”
“쩝! 나도 그게 제일 아까워. 근데 생포해도 소용없대. 삼황자가 마장기에서 나오는 순간 마장기는 아공간 격납고로 이동되니까.”
“나도 이런 거 하나 있으면 어떤 던전이라도 걱정 없을 텐데……. 어휴! 아까워라!”
“하긴 체술을 하는 승연 동생에겐 딱이네. 나야 보르도가 있으니까 별 상관없지만 말이야.”
두 여자의 말대로였다.
나도 그래서 날벼락에게 이런저런 방법을 생각해 다 물어봤다.
그러나 날벼락의 대답은 한결같이 불가능이었다.
마장기는 처음 제작할 때부터 개인이 아닌 국가에 귀속시켜 특정한 공간에 보관했다.
탑승자는 소유권자가 아니어서 언제든지 국가가 탑승자를 바꿀 수 있었다.
비록 삼황자가 탄 군왕급 마장기라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하였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마장기를 탈취하는 방법은 없었다.
‘현재로서는 말이지. 세상에 절대는 없으니까.’
그래도 당장 삼황자의 마장기를 탈취할 방법은 없었다.
당장 계약은 못 해도 일단 뺏어만 놓으면 얼마든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러나 뺏는 것조차 불가능해서 피눈물을 삼키며 파괴할 생각이었다.
‘그전에 삼황자가 튀어나올지가 궁금하지만.’
그 후로는 싱거운 수순이었다. 마장기가 파괴되자 삼황자는 튀어나왔다.
삼황자는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뭔가 길게 말했다.
그리고 장렬하게 내 검에 의해 최후를 맞이했다.
그러나 아무도 알아듣지 못했다.
우리 중에 유일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은 설 나나뿐이었다. 한데 그녀는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멀리 떨어져 구경하고 있었으니까.
아마 ‘네놈들이 그러고도 무사할 줄 아냐? 두고 보자!’라는 식의 식상한 말이었을 터였다.
어쨌든 이번 침공에도 생환자는 제로였다. 삼황자를 비롯한 패국 7강은 물론 황실 전사단 역시 미궁에 뼈를 묻었다.
전투에 참여한 군웅들은 전리품을 챙기느라 한창이었다.
처음에는 전리품에는 전혀 관심 없는 척하던 어벤져스 노인들이었다.
그러나 막상 전투가 끝나자 제자들을 지휘해 솔선해 챙기고 있었다.
특히 지난번 손해가 막심한 구파의 어르신들은 눈에 불을 켜고 찾았다. 서로 자기 것이라고 삿대질까지 해대며 말이다.
더구나 이번 상대는 황실 소속의 전사단과 패국 7강이었다. 민간단체인 길드원들의 무장과는 급이 달랐다.
그러니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수밖에.
어쨌든 예상외로 손쉬운 전투였다. 그래도 전투가 끝났으면 반성회를 열어야 했다.
이번 전투에서 느낀 점과 앞으로의 대책을 준비해야 하니까.
‘과연 이제 과연 패국이 어떻게 나올 건가?’
전리품 수거를 마친 어르신들이 속속 자리했다.
왜 모이냐고 불평을 늘어놓을 줄 알았는데 뜻밖으로 한 명도 빠지지 않았다. 외계인과의 조우는 이들에게도 흥분되는 일이었다는 뜻이었다.
더구나 만족할 만한 전리품을 얻었는지 한결같이 밝은 표정이었다.
“자자, 모두 모이셨으니까 반성회를 시작하겠습니다. 그 전에 앞으로 놈들이 어떻게 나올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어르신들의 고견을 먼저 듣고 싶습니다.”
“오긴 또 올거야. 쉽게 포기할 성질의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최고의 병기라는 철탑거인에 대한 공략법을 찾았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곤륜 검선의 말에 모두 동감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쉽게 포기하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공략법이 다음에도 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어째서? 한 놈도 살아 돌아가지 못했지 않은가? 어떻게 당한 지를 모르는데 어떻게 대책을 만들어 오겠나?”
이들로서는 당연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비록 생존자는 없으나 이번 전투에 관한 정보는 패국에 알려졌을 터였다.
‘생존자는 없으나 마장기가 돌아갔으니까.’
마장기까지 만들어 내는 놈들이었다. 그런 놈들이 마장기에 녹화장치 하나 달지 않을 리가 없었다.
따라서 이번 전투에 관한 정보는 물론이고 우리의 존재도 놈들에게 알려질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어벤져스 노인들은 영상은커녕 사진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녹화를 설명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럴 때 통하는 만병통치약이 있지.’
무림인의 상식에 어긋나는 일을 설명할 때는 마법이라는 말을 사용하면 됐다.
그러면 정말 마법에 걸린 것처럼 쉽게 인정했다.
그만큼 무림인들에게 마법이란 생소하면서도 무소불위 無所不爲의 재주였으니까.
“마장기에는 이번 전투를 생생히 알려줄 마법 장치가 달려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광경이 그대로 전달됩니다.”
“마법이란 말인가? 어허! 그것 참!”
“그러니까 마법이란 말이지?”
“예, 따라서 놈들은 누가 어떤 마장기와 싸웠는지, 또 누가 누굴 죽였는지 전부 알고 있을 겁니다. 당연히 우리가 어떤 방법으로 마장기를 상대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역시 마법이라고 하자 어벤져스 노인들도 바로 군소리 없이 수긍했다.
“쩝! 마법으로 안다면야 할 말이 없지.”
“그럼 다음에는 대책을 세워오겠구먼.”
“우리도 대책을 세우면 되잖나?”
노인네들이 중구난방으로 떠들기 시작했다. 이래서는 진척이 없어 내가 나섰다.
“예, 그래서 모이자고 했습니다. 모두 직접 상대해 보셨으니까 아실 겁니다. 어떠셨습니까?”
“어떻기는. 소문난 잔치가 먹을 게 없다는 말처럼 별 것 아니더구먼.”
“맞아. 그래도 일 대 일이라면 좀 버거울 수도 있겠어. 예상외로 빨랐으니까. 그렇다고 당할 리는 없지만 도망치면 쫓기는 어려울 것 같아.”
“버겁기는. 자신 없으면 앞으론 자넨 빠져.”
화산 둘째의 말에 누군가 비아냥거리자 발끈한 둘째의 목소리가 커졌다.
“무슨 소리! 내 말뜻은 그게 아니잖아!”
그대로 두면 싸움이 날 듯해 내가 나서야 했다.
그리고 사실 화산 둘째의 말이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기도 했다.
“화산 둘째 어르신의 말씀 대롭니다. 놈들이 대결을 피하면 정작 곤란해지는 건 우립니다. 우리야 철탑 거인을 상대해도 당하지 않겠지만 군웅들도 그럴까요? 놈들이 우릴 피해 여기저기서 난동을 피우면 누가 곤란해질까요? 집주인만 곤란해지는 겁니다. 우리가 집주인이고 말입니다. 아닙니까?”
“.........”
노인들이 조용해졌다.
[연재]던전 in 무림 166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야우사,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480-3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