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160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56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160화
160. 준비해 주십시오
이제 설 나나도 순화를 포기한 듯 통역이 짧아졌다. 하지만 내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 그리고 이 말도 전해요. 처음부터 필요 없는 절차였다고. 남의 집 담을 넘은 놈과 대화는 무슨 대화. 집주인에게 맞아 죽을 각오는 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지금 당장 칼을 뽑지 않는 것은 아내가 만든 자리라서 참는 거라고.”
통역을 전해 들은 삼황자의 평온한 표정에 금이 갔다. 너무 황당해서 당황스러운 모양이었다.
지금 이 자리는 비무를 앞둔 대화의 장이었다.
속내야 어떻든 서로의 선전을 기대하는 훈훈한 격려와 인사가 보통이었다.
한데 나는 속내를 그대로 날것으로 내보였다.
그러자 그동안 여유를 가장하고 있던 삼 황자는 처음으로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삼황자는 아마 살면서 나 같은 놈은 처음 보았을 거다.
놈이 비록 싸가지 없다고 소문났어도 나보다는 잘 배웠을 터였다.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도 모두 예의와 교양을 갖춘 사람들이었을 테고.
그런데 설마 자신에게 면전에서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놈이 있을 줄이야.
더구나 난 놈의 말을 조금도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게 얼마나 상대를 화나게 하는지 놈도 잘 알고 있을 터였다. 저도 여태 그랬을 테니까.
따라서 실력의 고하를 떠나 어떻게 상대해야 좋을지 판단할 수 없어 당황하는 거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중요한 비무를 시작하기 전에 기세부터 밀릴 수는 없으니까.
삼황자가 무어라 입을 열려는 순간 홱 돌아서며 일행에게 말했다.
“할 말 다 했으니 그만 돌아갑시다. 설 소저, 네 번째에 꼭 나오라고 전해주십시오.”
그리고 성큼성큼 앞장서 우리 진영으로 걸어갔다. 구양 혜와 설 나나도 어쩔 수 없이 내 뒤를 따랐고.
돌아서 걸어가는 바람에 비무장 한가운데 우두커니 남겨진 삼황자 일행의 표정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꼭 눈으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삼황자 일행의 표정도 그렇고.
우리 진영으로 돌아오자 어벤져스 노인들이 혀를 차며 한마디씩 했다. 화경 고수들이 십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벌어진 대화를 못 들었을 리 없었으니까.
“쯧쯧! 우리한텐 만만치 않은 놈들이라고 협박하더니 그렇게 말하면 우린 뭐가 되는가?”
“뭐가 되긴. 우리도 똑같은 놈들이 되는 거지.”
“쯧쯧! 황 성주, 성질 좀 죽이고 살아. 아무튼, 이래서 화경은 지긋이 나이 들어서 되어야 하는 거야. 젊어서 화경이 되고 보니 눈에 뵈는 게 없지?”
“맞아, 맞아!”
노인들의 투정을 깨끗이 무시하면서 말했다.
“밋밋한 비무가 될 것 같아 양념 좀 치고 왔습니다. 이제 놈들도 팔팔 뛸 테니까 기회가 있으면 끝장을 보세요. 결국 패싸움이 될 테니까 하나라도 줄여 놔야 편합니다.”
“이번에도 전부 죽이려고?”
처음에는 7층을 공유할 방침이라는 것은 어벤져스도 알고 있었다.
따라서 협상을 시도했던 것이고.
그런데 전부 죽인다고 방침을 변경하자 의문이 든 모양이었다.
나도 놈들의 전력을 보고 나서야 생각을 바꿨으니 알려줘야 했다.
“예, 이만한 전력을 모으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제 예상보다는 한참 밑입니다. 적어도 대륙 100강 중에 서른 명은 올 줄 알았으니까요. 따라서 전과 마찬가지로 전멸시킬 생각입니다. 이번에도 생환자가 없다면 다음은 더 오래 걸릴 겁니다.”
“대신 무진장 강해지겠지.”
“그래 봐야 한 번에 올 수 있는 인원은 백 명입니다. 그리고 설마 대륙 100강이 전부 모여서 오겠습니까? 또 오면 어떻습니까? 어르신들이 계신데.”
“이놈이 우리가 열 살 먹은 애들인 줄 아냐? 우리가 그런 사탕발림에 넘어갈 것 같아?”
솔직히 나이가 있어 노인네, 어르신들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사실 어벤져스 노인 2/3는 아직 외견상으로는 중년에 불과했다. 중년에서 노인으로 가는 과정쯤의.
보통 화경이 되면서 이루어지는 탈태환골의 효과로 이십 대의 신체를 얻었다.
물론 그때부터 신체는 다시 노화하기 시작한다. 다만 일반인의 경우보다는 노화 속도가 확연히 느렸다.
더구나 막대한 내공과 끊임없는 수련으로 노화는 더욱 더뎌져 대략 절반 정도로 보면 될 터였다.
그러면 어벤져스 노인 대부분은 5, 60대에 화경이 된 사람들이었다.
즉, 나이 5, 60에 다시 스무 살 청년이 되었다는 뜻이었다.
거기서 50년을 더 살아 100살이 되었다고 해도 육체는 25년을 더 산 것과 다름없었다.
그렇다면 육체상으로는 거의 40대 후반이나 오십 대 초반이라는 뜻이었다. 외견으론 절대 노인네로 부를 수 없는 나이였다.
‘하지만 최소 여든인데 어떻게.......’
실제 나이를 알고 있어 도저히 아저씨라고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또 노인들도 거기까지는 바라지도 않는 듯했고.
그래도 일반 노인과 다르지 않은 점이 있었다. 주변의 무관심으로 인해 다시 어린아이처럼 된다는 거다.
어벤져스 노인이라고 다르지는 않았다. 그래서 다루기가 어려우면서도 쉬웠다.
“에이, 사탕발림은 무슨. 저도 다 어르신들 믿고 까부는 것 아닙니까? 어쨌든 한 분도 다쳐서는 안 됩니다. 어르신들은 한분 한분이 소중한 무림의 보물이니까 말입니다.”
“저깟 놈들 상대로 다치긴 누가 다친다고 그래?”
“모두 조용히 해. 이제 시작할 시간이야.”
“........”
첫 번째 타자로 나갈 화산파 매화 이선의 말에 노인들의 입이 다물어졌다.
어느덧 비무 시간이었다. 매화 이선의 둘째는 굳은 표정으로 어벤져스 노인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어떠한 상대라도 방심하지 말아야 할 것이네. 나 또한 진심으로 상대하고 돌아오겠네.”
말을 마친 둘째는 땅을 박차고 비무대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가 떠난 자리에는 늘 그렇듯이 노인들이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쟤, 왜 저래?”
“관심 좀 가져달라는 거지 뭐.”
“쳇! 잘해서 선봉인줄 아나?”
그런 수군거림을 분명히 들었을 텐데도 비무대 위의 둘째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진중한 표정을 유지하며 상대편을 쳐다봤다.
상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대전표를 짜서 서로 주고 받은 것이 아니다. 그저 먼저 올라가면 상대방도 하나 올라오면 되었다.
서로가 잘 아는 사이라면 절대 사용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상대의 패를 보고 늦게 나오는 편이 유리하니까.
그러나 우리는 서로에 관해 전혀 모르기 때문에 상관없었다.
삼황자 측은 무대 위로 올라선 매화 둘째를 보고 상당히 다채로운 표정을 보였다.
대부분이 ‘설마!’ 하는 표정이었고 둘 정도는 심각했다.
그중 하나가 삼황자에게 말을 건네며 나섰다. 삼황자도 역시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패국 7강 중에서는 삼황자 다음으로 강한 놈일 터였다.
내게 선전포고까지 들은 놈들이라 절대 선제 1승을 포기할 리 없었으니까.
매화 둘째에게 전음을 보냈다.
-어르신, 아마 삼황자 다음으로 강한 놈일 겁니다. 어르신의 활약 기대하겠습니다.
-알겠네. 처리하지.
둘째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바로 알아들었다.
기회가 되면 강자는 줄이고 봐야 하는 법.
마장기를 꺼내기도 전에 두 번째 강자를 처리할 수 있으면 개이득이었다.
둘째와 전음을 주고 받은 후 노인들에게 말했다.
“어르신들도 준비해 두십시오. 이번 결과에 따라 바로 전투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처음 비무에서 패국 7강의 하나가 목숨을 잃는다면 내 말이 단순한 협박이 아니라는 것을 알 터였다.
그렇다면 나머지 비무는 의미가 없었다. 더는 결과에 상관없었으니까. 남은 것은 총력전밖에 없었다.
노인들도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준비하고 있었다.
“알겠네. 쩝! 그런데 배수의 진을 친 상대와의 싸움이라니……. 더구나 보통 놈들도 아니니 쉽지는 않겠군.”
“놈들의 종족 특성상 항복은 없으니까 별수가 없습니다. 특별히 조심해 주십시오.”
“알겠네. 그나저나 비무는 어떻게 되려는가…….”
비무대 밖의 사정과는 상관없이 비무대 위의 두 사람은 진지하게 승부에 임하고 있었다.
상대는 2m의 신장에 삼십 대 초반의 마초 같은 육체미를 풍기는 호남자.
매화 둘째는 1m 60㎝ 정도의 비쩍 마르고 꼬장꼬장한 오십 대의 동네 아저씨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들고 있는 검도 상대는 제 키에 맞먹는 양손 검을 들었다. 그에 비해 중년 아재는 1m가 조금 넘는 청강검.
더구나 상대는 무서운 기세를 풀풀 풍기고 있었다. 그런 상대를 앞에 두고도 평온해 보이는 아저씨가 대단해 보일 정도였다.
따라서 누가 봐도 헤비급과 플라이급의 말도 안 되는 대전이었다.
하지만 상대를 마주한 매화 둘째가 기세를 풀어 놓자 상황은 달라졌다.
“자하신공紫霞神功!”
화산의 일대 기공으로 알려진 자하신공이 둘째의 몸에서 재현되고 있었다.
노을빛 강기가 일렁이며 둘째의 몸을 싸이언처럼 감쌌다.
화산 제일 고수의 몸에서 화산 제일 신공이 펼쳐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노인들도 저마다 각파의 제일 신공을 익히고 있으면서 괜히 놀란 척하는 거다.
어쨌든 자하신공을 운용한 둘째는 잘 벼른 검날처럼 날카로운 검사로 변했다. 동네 아저씨가 일약 타이슨으로 변한 거다.
상대도 확실히 달라진 둘째의 변화에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촤르륵.
“변신갑옷!”
상대는 여태 입지 않았던 변신 갑옷을 착용했다.
화경 정도의 고수라면 호신 강기가 있어 굳이 갑옷에 의지하지 않아도 되었다.
노인들도 오히려 움직임에 방해된다고 줘도 입지 않았다.
상대도 마찬가지라 처음에는 변신 갑옷을 착용하지 않았을 터였다.
그런데 지금 착용했다는 뜻은 둘째가 절대 만만하지 않다는 방증이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관심의 마장기를 꺼내지는 않았다.
‘쯧! 그렇게 생각했으면 마장기를 꺼냈어야지. 그런 안이함이 네 목숨줄을 끊는 이유가 될 거다.’
상대를 인정했으면 둘째처럼 최선을 다해야 했다.
둘째는 처음부터 화산 제일 기공인 자하신공을 꺼내 들었으니까.
‘물론 자하신공이 둘째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하지만 비장의 한 수가 있다고 해도 자하신공을 기반으로 한 무공일 터였다.
따라서 둘째는 그만큼 진심으로 상대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상대는 아직도 가진 패를 꺼내지 않았다.
마장기가 순간적으로 탈 수 있는 물건이라면 몰라도 아니라면 탈 기회도 없을 테니까.
어쨌든 두 사람은 서로의 검을 들고 마주 섰다.
변신 갑옷까지 착용하고 검을 고쳐잡은 상대는 이채를 띤 시선으로 둘째를 살폈다.
마력은 절대 아니나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기운을 느꼈을 터였다.
더구나 이런 무시무시한 기세를 완벽히 감추고 있는 둘째에게 경의감도 들었을 터.
하지만 놀란 것은 상대뿐만이 아니었다. 둘째 역시 상대의 무시무시한 기세를 몸으로 받아내며 서 있었다.
그나마 둘째는 날벼락이나 구양 혜, 한 승연을 통해 마력을 접한 경험이 있었다.
따라서 상대보다는 이질적인 기운에 놀람과 신비함은 덜했다.
그렇다고 전혀 놀라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날벼락이나 구양 혜보다 훨씬 강한 기운이었으니까.
그래도 처음 느끼는 것이 아니기에 상대보다는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어쨌든 지금은 잠시 기세를 펼쳐 서로를 간 보는 타임이었다.
서로의 거리는 약 십여 미터.
두 사람의 실력이라면 일 검으로 상대를 베기 충분한 거리였다.
꿀꺽.
노인들 사이에서 마른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생사 대전은 실로 오랜만일 터였다.
막상 비무가 시작되자 마치 자신이 둘째인 듯이 몰입해 긴장하고 있었다.
서로의 강력한 기세가 충돌하며 비무대 위의 두 사람을 무겁게 짓누르기 시작했다.
‘선공은 상대방이겠지?’
무림 특히, 정파 무공의 특징은 방어 뒤의 반격이었다.
공격하는 사람은 허점도 많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상대의 공력을 방어하거나 피하고 카운터를 노리는 것이 정파 무학의 특징이었다.
[연재]던전 in 무림 16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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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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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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