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159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6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159화
159. 다른 나라 사람인데요?
투덜거리는 노인들을 향해 정색하고 말했다.
“어르신들은 단순한 유희로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 아닙니다.”
어벤져스 노인들은 모두 내가 모은 사람들이고 전부 할아버지뻘이다.
그리고 아쉬운 놈이 우물 판다고 했다. 미궁의 이권을 떠나 솔직히 살아갈 날이 많은 내가 아쉬운 게 맞으니까.
더구나 급히 모아놨는데 패국 놈들은 올 때가 지났어도 오지 않았다.
다행히 새로운 것들에 관심을 가져 아직은 큰불만을 표시하진 않았다.
그러나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 모임은 언제 끝나도 이상하지 않은 법이었다. 변덕쟁이 노인들이 언제 싫증 내고 돌아갈지 모르는 일이었고.
따라서 웬만큼 억지를 써도 한 번도 싫은 소리를 한 적이 없었다. 나까지 불편하게 하면 무림 어벤져스는 바로 깨질 테니까.
그래서 항상 고객을 대하는 태도로 대해왔다. 속으로는 욕을 하면서도 언제나 방실방실 웃는 얼굴로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승부에 이겼을 때의 문제였다.
‘미궁까지야 양보할 수 있다고 해도 지상은 절대 안 되니까.’
내리는 비를 손바닥으로 막을 수 없듯이 영원히 이세계와의 교류를 막을 수는 없었다. 언젠가는 전반적인 교류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고.
‘그러나 전면적인 교류는 문제가 커.’
선진 문화에 후진 문화가 침식되는 것은 당연한 법칙. 무림은 순식간에 판타지 문화에 잠식될 터였다.
‘내가 걱정하는 건 그게 아니지만........’
내가 독점하고 있는 것들이 전부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것들을 독점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양보를 했는데…….’
던전 사업의 저변을 다지기 위해 많은 정보를 공짜로 풀고 시설 확보에도 투자했다. 아직 이익은커녕 돈만 잡아먹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런 상황에 전면적인 개방은 내가 가진 이권을 전부 잃게 되는 거였다. 한마디로 나보고 망하라는 소리였다.
‘본전도 뽑기 전에 망할 수는 없지. 암!’
아직은 더 누려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패국의 침략자들을 반드시 눌러야 했고.
‘솔직히 비무가 정상적으로 끝나기는 어려울 테지만.’
승부에서 졌다고 놈들이 ‘예, 우리가 실수했네요.’ 하고 순순히 물러날 것으로 생각하면 너무 순진한 거였다.
질 것 같으면 막판에 마장기를 꺼내 깽판을 치던가, 아니면 승복하는 척 조용히 물러가 다음에 대책을 마련해 다시 올거다.
그때 우리가 놈들에게 항의해봐야 소용없다.
‘전에 왔던 놈은 죽었는데요? 놈이 무슨 소리라도 했습니까?’
아니면,
‘전 다른 나라 사람인데요?’
하면 우리도 할 말 없었다.
협정서를 작성하고 도장을 찍어도 커다란 이익 앞에는 유명무실해지는 것이 사실이니까.
하지만 사람은 이겼을 때와 졌을 때의 마음가짐이 달랐다.
싸우기 전에 하는 말싸움에서 일단 먹고 들어가 당당하다. 반대로 상대는 억지를 써야 하니까 목소리만 키울 뿐이고.
그래서 일단 이기고 보는 게 중요했다. 특히 잃을 게 많은 나로서는.
노인네들의 불만에 웃어줄 수 없는 상황인 거다.
어쨌든 평소와 달리 정색한 내 표정에 노인네들이 찔끔했다.
장난으로 대했다간 공식 석상에서 공개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거다.
사실 노인들은 귀찮을 정도로 매일 내게 비무를 하자고 했다. 바쁜 척하고 대부분 거절했으나 삐쳐서 돌아갈까 봐 한두 번씩은 해줬다.
솔직히 하수와 무예를 겨뤄봐야 내겐 별 메리트가 없었다. 하지만 하수들은 얻는 것이 많았다.
따라서 일종의 고객 대 서비스였던 셈이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
만일 내가 어느 정도 거절하지 않았으면 하루에도 서너 번씩은 비무해야 했을 거다.
그런데 이 많은 비무 신청이 우습게도 전부 비공식적이었다. 단 한 명도 공개 석상에서 정식으로 비무 하자고 한 사람은 없었다.
한 마디로 공개 망신은 싫다는 뜻이었다. 따라서 내 얼굴색이 변하자 꼬리를 내리는 거였다.
둘러앉은 노인들을 한 차례 둘러보고 나서 말을 이었다.
“어르신들, 이번 승부는 단순한 비무가 아닙니다. 졌다고 놈들이 승복할 리도 없을 테고 말입니다.”
“아니, 그럼 뭐하러 비무를 하나?”
소림 삼신승이 애먼 소리를 했다. 깊은 산속에 틀어박혀 불경만 읽느라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모르는 거다.
“대표라는 놈은 대륙의 한 국가의 황자일 뿐입니다. 놈이 지고 가면 다른 놈이 또 올 겁니다. 막말로 저깟 놈이 무슨 대륙을 대표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어르신들은 어떻습니까?”
“.......”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했다기보다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서였다.
고개를 가로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어르신들, 우린 다릅니다. 어르신들은 실제로 무림을 대표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우린 다음이 없습니다. 더구나 명예를 목숨보다 중히 여기는 어르신들이 아닙니까? 지고 나면 우린 우길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비무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그럼 우리가 질 수도 있다는 뜻인가? 곤륜의 말은 다르던데?”
소림이 곤륜 삼선을 쳐다보며 물었다.
“맞네. 내가 나서면 여섯은 이길 수 있네. 하나는 해봐야 알 것 같았고. 그래도 진다는 말은 아닐세.”
곤륜 삼선도 확실하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노인들이 그렇다는데 하는 표정으로 다시 날 쳐다봤다.
답답하다는 듯이 다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건 놈들의 비밀 병기를 모르기 때문에 하신 말씀이십니다. 만만치 않은 실력에 비밀 병기를 더 하면 절대 방심할 수 없는 상댑니다. 아니, 좋지 않은 상성의 상대를 만나면 패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대진 순서를 다시 정하자는 겁니다.”
“비밀 병기? 변신 갑옷이라면 우리도 알고 있네만.”
소림의 말에 노인들이 다시 웅성거렸다. 자기들도 아는데 별 것 아니라는 뜻이었다.
“변신 갑옷 정도가 아닙니다. 실력을 서너 배는 뻥튀기해줄 수 있는 마장기라는 병기가 있습니다. 절정이 사용하면 화경이 되는 정돈데 화경이 사용하면 어떻겠습니까? 그래도 여섯 번 이길 수 있겠습니까?”
“서너 배를?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되묻는 곤륜 삼선이었다.
“예, 성능에 따라 조금씩 다르나 최소 두 배 이상의 능력을 보인다고 합니다.”
“정말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그럼 자네가 사용하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젓는 곤륜 삼선이었다.
노인들을 향해 씩 웃어주며 약장수처럼 말했다.
“확실히 지금의 저보다 강해지겠지요. 그러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누굽니까? 다 방법이 있으니까 이렇게 어르신들을 모신 것 아니겠습니까?”
“방법? 무슨 방법?”
“병법에도 적을 알고 나를 알면 큰 위험은 피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전 어르신들을 잘 알고 있고 상대에 대해서도 가장 많이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상성만 잘 맞추면 충분히 이길 수 있습니다.”
“그럼 자넨 적들의 순서를 안다는 뜻인가?”
“순서야 저도 모릅니다. 다만 비밀 병기를 꺼내 들었을 때 지지 않을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더불어 비무에서 최소한 4승을 거둘 방법도. 그런데도 정해진 순서대로 하겠습니까? 자칫 본인 망신은 물론이고 무림에도 1패를 안겨준 치욕으로 영원히 남고 싶습니까? 정말 그런 생각이라면 전 말리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 문파는 제가 죽는 날까지 고생 좀 해야 할 겁니다.”
내 이권이 달렸다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런 일은 나만 알고 있으면 되는 거다.
노인들에겐 프라이드와 문파에 관한 실질적인 협박으로 충분했으니까.
그렇게 해서 내 의사가 1000% 반영된 대진표가 짜졌다.
바뀐 점은 내가 1번이 아니라는 점 하나였다.
노인들의 말에 의하면 처음에 너무 기죽이면 바로 비밀 병기를 꺼내 들지 않겠냐는 거였다.
생각해보니 틀린 말도 아니어서 내 순서는 승리를 결정짓는 네 번째가 되었다. 솔직히 노인네들만 믿기에는 안심이 되진 않았다.
그러나 나도 생각한 바가 있어 그렇게 하기로 했다.
‘시발! 만일 우리가 불리하다 싶으면 내가 깽판 치는 거야.’
상대만 판을 엎으라는 법은 없었다. 여차 싶으면 내가 먼저 엎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두 시간이 흘렀다.
@
비무 시간이 되어 비무장을 사이에 두고 100명의 패국 황실 전사단과 마주했다.
무려 가로세로 30m의 넓은 정사각형의 비무대는 급조한 것 치고는 잘 만들어졌다. 축구장의 1/3보다 약간 작은 크기였다.
서른 명의 무림 어벤져스와 함께 비무대 앞으로 향했다.
반대편에는 절도 있게 늘어서 있는 전사단 앞으로 삼황자를 비롯한 패국 7강이 서 있었다.
전사들의 무표정한 얼굴과는 달리 패국 7강은 무척 여유로워 보였다. 아직은 여유로운 표정이나 곧 사색으로 변할 터였다.
‘흐흐! 자식들.’
흥미로운 시선으로 우릴 쳐다보던 놈들이 고개를 갸웃하며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들리지 않아도 무슨 소린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설마 오늘내일하는 노인들이 비무에 나올 줄은 몰랐겠지? 흐흐흐!’
그래도 아직은 긴가민가한 표정이었다.
뚜벅뚜벅.
구양 혜와 설 나나를 대동하고 비무대 중앙으로 걸어갔다. 놈들도 삼황자를 비롯한 패국 7강이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비무에 앞서 마지막으로 약속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어차피 지켜지지 않을 약속이지만 형식은 중요한 법이다.
삼황자는 새로 등장한 나를 흥미로운 시선으로 살폈다.
난 귀찮은 티를 팍팍 내며 먼저 말을 꺼냈다.
“내가 이곳을 책임지는 사황성주다. 내 손에서 살아서 돌아갈 생각이면 약속을 잘 지켜야 할 거다. 참고로 말하는데 내가 네 번째에 나선다. 가장 강한 놈이 나서지 않으면 너희에겐 기회가 없을 것이다.”
설 나나가 통역하지 못하고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설마 내가 이런 식으로 말할 줄은 몰랐던 거다.
“설 소저, 집 앞에선 똥개도 먹고 들어가는 법입니다. 자기 나라서나 황자지 여기선 내 손에 죽을 놈일 뿐입니다. 그대로 전하세요.”
놈들이 사절단에게 한 행동에 대한 보답이었다. 또 꼬리를 내린 놈들에게 가하는 응징이고.
제깟 놈들이 화를 내봐야 전쟁밖에 없었다. 우린 삼십 명의 무림 어벤져스 전원과 아주마단이 대기 중이었다.
대륙 전체가 아닌, 겨우 100명의 황실 전사단으로 비벼볼 상대가 아니었다.
놈들이 그 사실을 알진 못해도 그 전의 전과를 무시할 순 없을 터였다.
상대의 확실한 전력을 모르는 상태에서 쪽수도 밀리면 참는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내가 아무리 성질을 건드려도 비무가 무산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놈들은 비무를 통해 우리의 실력을 가늠해보려 할 테니까. 분노를 해도 이 자리가 아닌 비무가 끝난 후였다.
설 나나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조심스럽게 내 말을 통역했다.
아니나 다를까.
삼황자의 들러리인 여섯 명의 얼굴이 벌개졌다. 당장이라도 달려들고 싶으나 주인이 입 다물고 있어 먼저 발작하지 못하는 듯했다.
하지만 삼황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평온한 어조로 대답했다.
“성주님, 삼황자가 성주님께서는 사절단과는 달리 매우 무례하고 거침없는 자라고 하는군요.”
“설 소저, 난 말 많고 생각 많은 놈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전해주세요. 내가 말이 맘에 들지 않으면 네 번째에 나오라고도. 겨우 삼 황자인 놈이 건방지게 내 아내를 시험한 죄를 묻겠다고 하세요.”
또 주저하며 전했다. 사실 설 나나가 뭐라고 통역하는지는 나도 알 수는 없었다.
어쩌면 듣기 좋은 말로 바꿔서 하는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뜻이 이럴 때는 아무리 바꿔도 소용없을 거다.
통역을 듣고 난 삼황자는 구양 혜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리곤 이제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성주님, 그 점은 미안하다고 다시 사과한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설 나나가 통역에 양념을 친 듯했다.
‘새꺄, 니 양해를 구하려는 말이 아냐?’
그리고 사과를 한다고 반드시 받아줘야 하는 법도 없었다.
“사과는 받지 않겠다고 전하세요. 대신 검으로 응징하겠다고.”
[연재]던전 in 무림 15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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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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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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