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155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1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155화
155. 사실과 오해
구양 혜는 정말 돌아갈 생각이었다. 상대가 진지한 생각이 아니라면 농락당하는 것뿐이었다.
‘이래서 상공은 먼저 주먹으로 말하고 나중에 대화를 나눴나 보네.’
단지 사부들인 곤륜 삼선이 발작하지 않기를 바라며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폈다.
한데 곤륜 삼선은 마치 협상이 결렬되기를 바라기라도 했다는 듯이 싱글거리며 말했다.
“혜아야, 갈 때 가더라도 어떤 식으로 싸울지는 정하고 가야지? 개싸움 하지 말자고 한 사람은 너다.”
“휴! 사부님들도 들으셨잖아요. 도대체 이쪽 말을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을.”
“그럼 돌아가면 바로 싸우는 거냐?”
“그건 이자들이 어떻게 나오냐에 달려 있죠.”
그때였다. 가장 중앙에 앉아 있던 사내가 손을 들며 말했다.
[그만!]
그러자 저들끼리 농담을 나누던 여섯 명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중앙의 사내가 구양 혜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알다시피 난 패국의 삼황자로 전권을 가지고 이곳에 왔소. 그대 역시 그러한가?]
설 나나의 통역을 들은 구양 혜가 대답했다.
[이제야 대화를 나눌 생각이 있나 보군요. 물론이에요. 저 역시 전권을 가지고 찾아왔어요.]
삼황자는 이채를 띤 시선으로 구양 혜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삼황자 일행은 무림에 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최초 진입한 서른 명의 길드원들이 말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들은 무림인을 유사 인류로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날벼락을 호위하는 타국의 무력 집단으로 생각했던 것.
그들 역시 설마 혼세 미궁이 무림과 연결되어 있다고는 짐작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재차 진입한 이후 살아 돌아올 수 없었다. 그 이후에 혼세 미궁에 진입한 2백 명 중에 생존자는 한 명도 없었고.
혼세 미궁에 관해서는 백국 白國 황녀인 날벼락이 도주한 신비하고 위험한 고대 유적이라는 막연한 정보가 전부였다.
따라서 삼황자 일행은 혼세 미궁에 진입하기 전에는 설마 자신들과 유사한 인간들이 있을 줄이야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고대 유적 공략에 관한 많은 대책 회의에서도 유사 인류의 존재 가능성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으니까.
그 대신 위험한 만큼 철저한 수색과 정찰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그리고 그 말은 정답이었다.
탐험가나 군대 역시 낯선 장소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을 수색과 정찰이었다.
당연히 패국의 전사들 역시 기본을 잊지 않고 있었다.
더구나 혼세 미궁은 네 명의 대륙 백강을 포함한 2백 명의 강자를 집어삼킨 위험한 곳이었다.
따라서 수색과 정찰도 평상적으로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패국에서는 혼세 미궁의 몬스터를 최고 위험 수준으로 상정하고 수색 및 공략 대책을 세웠다.
그 결과 삼황자와 같은 절대 강자가 수색과 정찰을 맡기로 했다.
삼황자를 포함한 일곱 명은 달리 패국 7강으로 불리는 초인들이었다.
여섯 명 모두 대륙 100강이며 패국 황실과 군부에 관련된 인물들이었다.
이들이 전부 동원됐다는 것으로 고대 유적의 위험성을 인정했다는 뜻이었다.
이들이 이곳에 도착해 먼저 한 일은 역시 수색과 정찰이었다.
그동안 꼼짝 않고 있던 이틀 동안 패국 7강은 암중에 수색과 정찰을 벌였다.
그리고 당연히 감시조를 발견할 수 있었다.
[허걱!]
[헉!]
감시조를 발견한 패국 7강은 정말 깜짝 놀랐다.
절대자인 그들이 그 정도로 놀랄만한 일은 세상에 별로 없음에도 말이다.
설마 고대 유적 안에 자신들과 비슷한 유사 인류가 살고 있다고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던 것이다.
무림인이 처음 그들을 알게 되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놀라고 당황할 수밖에.
사실 놀란 것으로 치면 무림이 더 했다. 무림인은 유사 인종과의 접점이 전혀 없어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다행히 대정이 있어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으나 그가 없었으면 단순히 괴물로 취급되었을 터였다.
하지만 삼황자 측은 달랐다. 그들의 세계에는 엄연히 유사 인종이 존재했다.
유사 인종이 국가까지 이루고 있어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단지 고대 유적 안에 서식하는 새로운 종류의 유사 인종의 출현에 놀란 것뿐이었다.
그리고 삼황자 일행은 곧 깨달을 수 있었다.
고대 유적 안의 유사 인류가 2백 명의 실종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을.
[이렇게 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밖에서 세운 많은 공략 방법이 전부 의미가 없었다.
감시조를 생포해 다시 돌아가던지 새로운 상황에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수밖에.
자존심 강한 삼황자는 당연히 후자를 택했다. 별다른 성과 없는 후퇴는 자존심상 용납되지 않았던 것.
물론 처음에는 생포해 심문할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그들이 감시하는 곳이 자신들이라는 점에 생각을 달리했다.
상대는 2백 명을 몰살시킨 전력을 보유한 절대 만만하지 않은 강자였다.
그렇다면 상대도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을 보유한 것은 분명한 일.
감시조 한두 명을 포획하는 것은 바로 전쟁을 불러올 뿐인 무의미한 일이었다.
실제로 대화가 통하는 상대라면 전쟁은 피해야 했다. 이겨도 져도 남는 것이 없는 장사였다.
그리고 똥개도 제집에서는 먹고 들어간다고 했다.
이전의 2백 명도 섣부른 접근으로 화를 당했을 것이 분명한 일.
진입장벽이 있고 영원한 원정군인 패국은 백번 불리한 싸움이었다.
‘더구나 상대는 대화 의지가 있다!’
감시조가 있다는 것은 자신들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는 뜻.
당연히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전사들이 진입하고 상당히 시간이 지났음에도 공격해오지 않았다. 적들이 당장 공격할 생각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감시 뒤에는 반드시 행동이 따라오는 법.
그러나 그 행동이 즉각적인 공격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남은 행동은 대화였다.
그래서 삼황자는 감시조를 포획하는 대신 상대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건방지고 무례하다고 소문난 삼황자였으나 그 역시 황실의 일원이 황제 계승자였다. 당연히 정치를 알고 있었다.
문제는 대화를 통해 어떻게든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야 한다는 점.
[역시 실력행사는 배제할 수 없겠군. 하지만 본격적인 전쟁은 피해야 하니까…….]
양 측 모두 선제공격의 의사가 전혀 없었다.
따라서 애초에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질 상황은 아니었다.
다만 삼황자 역시 대정과 완전히 같은 대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처음 사절단의 방문 사실을 전해 들은 삼황자 일행은 급히 전략 회의를 가졌다.
자신들의 짐작대로 상대가 대화를 원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문제는 사절단의 구성원이 세 명의 젊은 여자와 오늘 내일하는 노인 세 명이라는 점이었다.
대표라는 여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보잘 것 없는 마력의 소유자들이었다.
[관리들인가?]
하지만 복장이나 행동은 그렇지도 않았다. 그 점이 삼황자 일행을 당황하게 했다.
과연 저들이 이곳을 대표하는 자들인가 하는 구성원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정말 저들이.......]
2백 명의 패국의 강자를 집어삼킨 고대 유적의 주인으로서는 너무나 약해 보였던 거다.
이 또한 삼황자 일행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대표라는 여자처럼 고강한 사람들로 구성된 사절단을 기대하고 있었으니까.
[일단 확인을 해 보자.]
삼황자 일행은 사절단을 시험해보기로 했다.
실제 연회를 벌이는 것처럼 가장한 것도 상대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였다. 일부러 깔보면서 무례하게 행동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진정한 강자가 보이는 태도와 강자인 척하는 사람의 반응은 완전히 다르니까.
[과연!]
일행들이 도발하는 가운데 사절단을 지켜보던 삼황자는 내심 감탄했다.
삼황자 일행은 대화를 나누면서 은근히 기도를 발산했다. 사절단에게 위압감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들이 기대했던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통역하는 여인이 조금 긴장했을 뿐 나머지는 태연했다. 비루하고 왜소해 보이는 세 명의 노인마저.
오히려 사절단은 분노를 절제하지 않고 전쟁을 선포하고 돌아가려 했다.
사절단은 믿는 구석이 있다는 뜻이었다.
사실 구양 혜나 곤륜 삼선은 그들이 미약하게 뿜어내는 기운 정도에는 조금도 영향을 받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들이 생활하는 전진기지에는 서른 명의 절대자들이 은연중에 기도를 흘리고 다녔으니까.
그 정도의 기운에는 익숙했던 터였다.
하지만 삼황자가 그런 사실까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막연히 짐작은 할 수 있었다. 이 정도의 기운에 익숙하다는 점을.
따라서 삼황자는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상대라고 확신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것처럼.
단지 곤륜 삼선이 그냥 왜소하고 비루한 노인이 아니라는 점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들이 보유한 마력은 겨우 10도 되지 않았으니까. 패국에서는 마력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취급되는 정도였다.
그런 곤륜 삼선과는 달리 구양 혜의 경우는 내력 보다는 마력이 많았다.
따라서 삼황자는 구양 혜의 경지를 대충은 알 수 있었다.
충분히 전권을 맡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 삼황자는 시험을 그만두기로 했다.
삼황자는 사절단을 다른 장소로 안내했다. 이번에는 음식도 없는 건조한 회의실 분위기였다.
사절단이 자리에 앉기를 기다린 삼황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먼저 사절단이 분명한지 확인해 보는 과정에서 저지른 실례를 사과하겠소.]
삼황자의 바뀐 분위기에 구양 혜도 조금은 놀랐다. 날벼락에게 들었던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다.
‘과연 소문은 믿을 게 못돼. 어쩌면 생각보다 고단수일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긴장을 풀지는 않고 냉랭한 어조도 대답했다.
[일단 사과는 받아들이겠어요. 만일 패국이 그 정도 수준이었다면 크게 실망했을 거예요. 당연히 대화도 필요 없을 테고. 그래 이젠 대화를 나눌 자격이 있다는 건가요?]
[하하하! 사과를 받아 주어 감사하오. 하지만 그 문제와는 별개로 긴 대화는 필요 없을 듯하오이다.]
[무슨 뜻인가요?]
구양 혜의 뾰족한 질문에 삼황자는 미소를 띤 채 대답했다.
[이곳에 오기 전에 사정을 들어보니 대화로 끝날 일은 이미 늦은 듯하오이다. 무려 2백에 이르는 목숨이 희생됐으니 말이오.]
말로는 끝내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구양 혜 역시 개싸움만 아니면 피할 이유가 없었다.
따라서 삼황자의 여유 있는 태도에 구양 혜도 밀리지 않았다. 지금 하는 말은 전부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다. 일단 주먹으로 대화하고 나서부터가 진짜였다.
따라서 할 말은 해야 했다.
구양 혜가 날선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희생이라고 하셨나요? 패국은 자국의 침략자에게도 너그러운가 보군요. 근데 어쩌죠? 저희는 침략자에게는 추호의 용서가 없답니다.]
[침략자라니요? 이곳은 고대 유적일 뿐. 누구의 소유도 아니오.]
삼황자는 아직 여유를 잃지 않았다.
서로 명분을 쌓아가는 과정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지금은 서로가 하고 싶은 말만 하면 되었다.
어차피 주먹의 대화가 끝나고 나면 진실이 되는 쪽은 한쪽뿐이었다.
[연재]던전 in 무림 15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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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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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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