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152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44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152화
152회. 저를요?
혼세 미궁 7층 무림 어벤저스 사무실.
대정이 자리를 비워 구양혜와 한승연이 직무대리를 맡고 있었다. 그래 봐야 한가한 나날에 노인네들의 말동무에 불과했다.
처음에는 어벤저스들도 신이 나서 몬스터 사냥에 열을 올렸다. 영물도 아닌 것이 영물인척하니 신기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화무십일홍 花無十日紅이였다. 최소 화경급 고수 앞에 7층의 몬스터도 사냥감에 불과했을 뿐이었다.
따라서 얼마 가지 않아 싫증 내는 노인들로 사무실이 붐볐다. 징그러운 몬스터 보다는 예쁘고 싹싹한 구양 혜와 한 승연과 어울리는 것이 더 좋았으니까.
특히 두 여인은 실력도 노인들에 비교해 부족하지 않았다. 그저 황송해하며 대꾸도 하지 못하는 자파의 문도들과는 느낌이 다를 수밖에.
덕분에 구양 혜와 한 승연은 어벤저스 노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서로 잘 보이려고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씩 던져주는 조언으로 인해 두 여인의 무공은 나날이 발전하는 중이었다.
이런 경향은 속가보다는 도가와 불가의 문파가 심했다.
그중에서도 신선 취급받아 일반인에게 조차 경외시 되던 곤륜 삼성은 아예 홀딱 빠져 버렸다.
그래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와 두 여인과 노닥거렸다.
그렇게 하루하루 늘어난 노인들로 인해 최근에는 아예 노인정이 된 상황이었다.
이제 사무실은 매일 최소한 십여 명의 화경 고수들이 머무는 사랑방이었다.
이런 상황이라 다른 문파의 사람들은 어렵고 불편해 찾지 않는 곳이 어벤저스 사무실이었다.
오늘도 곤륜 삼성을 비롯한 십여 명의 어벤저스 노인들이 모여 있었다.
최근 이들은 불가 佛家와 도가 道家로 나뉘어 묘한 기류를 보였다.
노인네들이 소환술사인 구양 혜는 도가의 딸로, 신성력을 사용하는 한 승연은 불가의 딸이라고 우기며, 도불 道佛 양가의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중이었다.
사실 구양 혜의 소환술은 도술보다는 사술에 가까웠지만 노인들에게는 상관없었다.
도가 노인들은 원래 죽은 자를 불러내는 술법은 모두 도가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우겼으니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였다.
이런 점은 불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소림 삼신승과 아미성녀 뿐이라 쪽수에서 밀렸으나 소림과 아미의 이름값으로 충분히 만회가 되었다.
이들 역시 한 승연의 신성력이 탕마멸사 蕩魔滅邪의 불력과 마찬가지라고 우겼으니까.
물론 두 여인은 어떻게 되어가나 궁금해 가만히 미소만 지었다. 선뜻 아니라고 대답할 수도 없었으니까.
따라서 두 여인이 각 종교의 대리인이 되어 비무 아닌 비무를 벌이게 되었다.
내공을 사용하지 않고 노인들이 불러주는 초식만으로 대결하는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장난이었으나 사람 일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 법이었다. 더욱이 이들은 모두 문파는 물론 한 세대를 대표하는 고수들이었다.
하나같이 문파에 대한 자긍심과 자존심이 장난이 아닌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장난으로 시작한 비무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자존심 대결로 바뀌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벌어지는 비무가 평범할 리가 없었다.
무려 화경 고수들의 평생에 걸친 실전 경험과 정수가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비무였다.
무림인들이라면 평생 바라마지 않는 기회를 두 여인은 대리인의 자격으로 만끽하게 된 것이다.
당연히 두 여인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양측 무학의 정수를 쪽쪽 빨아 먹는 중이었다.
오는 게 있으면 주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
따라서 두 여인의 태도도 확연히 달라졌다. 당연히 노인들에 대한 대접도 한층 더 정성스러워졌고 사근사근해졌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대접하던 두 여인도 이젠 매일이 즐거웠다.
내일은 또 어떤 새로운 무학을 접하게 될지 흥분과 기대로 잠을 설칠 정도였으니 진심으로 대할 수밖에.
결국, 어벤저스 노인들과 두 여인 모두가 윈윈하는 상황이 됐다.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이 구양 혜의 집무실에는 도가 노인들이, 한 승연의 집무실에는 불가 노인들이 모여 있었다.
이곳에서 1차 적으로 작전을 구상하고 비무를 치르게 되는 거였다.
오늘도 구양 혜의 전술을 구상하며 초식을 전수하던 곤륜 삼성이었다.
구양 혜의 어색한 움직임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대형 검성이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하! 저게 안 되네.”
“글쎄 말입니다, 사형. 아니 그게 왜 안 될까요?”
천재가 범인의 마음을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체술에 특화된 한 승연에 비하면 소환술사인 구양 혜는 몸놀림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점이 계속 거슬렸던 대형 검성이 사제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에잉! 그냥 눈딱 감고 저질러버려?”
“뭘요?”
“운룡대팔식 말이야.”
“운룡대팔식이요?”
“........음!”
검성의 말에 두 사제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입을 다물었다.
운룡대팔식은 곤륜을 대표하는 아니, 무림을 대표하는 곤륜이 자랑하는 신법이었다.
그걸 외부인인 구양 혜에게 전수하자는 말이었다.
평소라면 펄쩍 뛰었을 도성 刀聖과 비성飛聖이었다. 아니 애초에 검성이 그런 말을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자존심 대결이 한창인 지금 잠시 정신 줄을 놔버린 모양이었다. 물론 진심은 아닐 테지만.
마침 구양 혜가 나서 진화에 나섰다.
“어머! 검성 할아버지. 그건 안돼요. 저야 좋지만 곤륜 문도들의 공적이 되고 싶진 않아요. 할아버지들은 제 남편이나 사황성과 싸울 자신 있으세요?”
곤륜 삼성의 자존심을 건드릴 만한 발언이었으나 농담으로 건넬 만큼 친해졌다는 뜻이었다.
그래도 바로 꼬리 내리긴 싫었던지 성격 급한 비성이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뱉었다.
“........싸우긴 뭘 싸워? 네가 직전 제자가 되면 되지.”
황당한 비성의 발언에 검성과 도성이 뜨악한 얼굴로 소리쳤다.
“직전제자?”
“네?”
“저를요?”
사태 수습에 나선 구양 혜마저 놀라 되물었다.
갑자기 일이 커져 버리자 비성이 버벅거리며 말한 것이 또 실수였다. 실수는 실수를 부르는 법이니까.
“유명무실한 태화방이 네 사문이랄 수는 없는 일이 아니냐. 그렇게 따지고 보면 사실 넌 마땅한 사문이 없지 않으니 내 제자가 되어도 상관없지 않으냐?”
“예? 그건…….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진심이세요?”
구양 혜가 덜컥 물어버리자 비성은 이제와 아니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더 세게 나갔다.
“당연하지! 넌 비성의 이름이 가볍다고 생각하는 게냐?”
“아, 아니에요. 하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말씀이시라…….”
비성은 말을 하며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별로 믿지는 장사가 아니었다.
구양 혜는 당대 무림의 최고 실력자의 부인이며 화경에 근접한 무인이었다. 더구나 사황성이라는 든든한 배경까지 가지고 있었다.
결코, 곤륜의 이름에 조금도 꿀리지 않은 스펙이었다.
거꾸로 구양 혜를 직전 제자로 받아들인다면 자신이나 곤륜에게도 이익이 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성은 잠시 외면했던 사형들의 눈치를 살폈다. 사형들도 같은 생각에 도달했는지 아까처럼 뜨악한 표정이 아니었다.
사형들의 표정을 보고 자신감이 생긴 비성이 구양 혜에게 말했다. 이번에는 아까보다는 어조에 실린 힘이 달랐다.
“물론 네가 싫다면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운룡팔대식은 강호 일절이다. 또 노부의 별호가 비성인 것은 잘 알고 있을 테고 말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운룡팔대식이라면 땡중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물론 구양 혜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져버릴 만큼 미련하지 않았다. 아니 첫눈에 대정을 알아보고 물을 정도로 영악하고 결단력있는 여자였다.
따라서 사실로 확정하기 위해 수순을 밟았다.
“저야 좋은 일이지만 검성과 도성 할아버지도 괜찮으세요?”
“물론이다!”
“너만 좋다면야. 우리도 환영이다!”
당연히 두 노인도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이렇게 뜻하지 않게 구양 혜가 구파일방의 하나이며, 신선들이 사는 전설의 문파인 곤륜파와 사제의 인연을 맺게 되었다.
대정에게는 발판이 되는 태화방을 선물하고 모자라 이젠 곤륜까지 물어다 주는 결과였고.
구양 혜는 이런 일에는 시간을 끌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여자였다.
“사부님, 제자의 절을 받으세요.”
바로 일어나 비성을 향해 사제 관계를 맺기 위한 구배지례를 올리기 시작했다.
비성을 비롯한 두 노인도 흐믓한 시선으로 구양 혜의 절을 받았다.
문파로 돌아가 큰 소리 칠 일이 하나 더 늘었다고 생각하면서.
1배, 2배, 3배.......9배.
구양 혜가 아홉 번의 절을 마쳤다. 이제 비성과 두 노인이 차례로 덕담을 건넬 차례였다.
먼저 사부가 된 비성이 입을 열었다.
“내가 이 나이가 되도록 제자의 연이 없었는데 너와 인연이 되려고 그랬구나. 내가 아는 모든 것을 전해 줄테니 무림과 곤륜을 위해 사용하여라.”
“예, 사부님. 소녀 각골명심하겠습니다.”
다음은 대형인 검성의 차례였다.
검성은 인자한 표정으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허허! 막내에게 이런 경사가 생길 줄은. 늘그막이 분에 어린 제자를 받았으니…….”
그때였다.
댕댕댕댕!
삐이이이-
느닷없이 날카로운 경계경보가 울려 퍼졌다.
“아니! 이 경보는!”
“사부님!”
경보의 뜻을 파악한 곤륜 삼성은 더는 사부제자 놀이를 이어갈 수 없었다.
무림 어벤저스가 머무는 사황성 기지 전체에 울려 퍼진 경보의 정체는 외계인의 침략을 의미하고 있었다.
다다다다.
분주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고 곧바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탕탕탕.
“사모님, 적의 침입입니다. 들어가겠습니다.”
목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리며 긴장한 표정의 철 단주가 들어왔다.
“철 단주, 어르신들을 소집해 주세요. 전 승연 동생과 여기 계신 어르신들을 모시고 먼저 현장으로 가보겠어요.”
“충! 사모님 명대로 하겠습니다.”
구양 혜가 급히 걸음을 돌리는 아주마단의 철단주를 불렀다.
“철 단주님!”
“예, 사모님.”
“빙궁에 전령을 보내 상공께도 알리세요.”
“예, 먼저 보냈습니다.”
“그래요? 잘하셨습니다. 다른 동생들과 아주마단도 소집해 주세요.”
“충!”
철 단주가 나가자 구양 혜는 곤륜 삼성에게 말했다.
“사부님, 어서 가보죠?”
“그래, 어서 가자꾸나.”
서둘러 밖으로 나서는 구양 혜와 곤륜 삼성은 저마다 생각했다.
‘빨리 구배지례를 맺기를 잘했네!’
‘예가 끝나길 정말 다행이다!
[연재]던전 in 무림 152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야우사,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480-3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