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148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986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148화
148. 콜럼버스의 달걀
식사를 마치고 나자 무스가 안색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성주님, 지금 우리가 얼마 정도를 온 것입니까?”
“글쎄요. 정확하진 않지만 오백 리 五百里는 더 왔을 겁니다. 왜 그러십니까?”
오백 리는 대략 200㎞ 정도였다. 반나절 동안 서울에서 대전을 지났다는 뜻이었다.
무스도 미안했는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저……. 죄송하지만, 반나절만 더 가볼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인가가 나타나지 않으면 일단 돌아가기로 하죠?”
“좋습니다. 저도 어차피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무스 씨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유적도 오래 비울 수는 없습니다. 어떤 위험이 있을지 아직 모르니까 말입니다.”
“예,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저 때문에 성주님 일에 지장을 줄 수는 없습니다. 이미 충분한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만일 찾지 못하면, 일단 돌아가서 다시 방법을 찾아봅시다.”
“예, 성주님. 그래서 말씀인데, 다음에는 비공정을 가져오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무스가 식사 중에 고심한 문제였나 보다.
“비공정이요? 아시다시피 비공정은 크기 때문에 마력장을 통과할 수 없지 않습니까?”
“크기 때문이라면 분해해서 들고 와 조립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아……!”
무스의 말을 듣고 나자 정말 기가 막혔다. 콜럼버스의 달걀이 생각났다.
‘아니! 난 왜 이런 간단한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무스의 말대로 분해해서 아공간 주머니에 넣어 오면 되는 일이었다.
마침 산산과 미령도 있었고, 무스도 도울 수 있을 터였다.
내가 한참 멍청하게 있자 무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렵겠습니까?”
“아! 아닙니다. 그런 간단한 생각을 하지 못한 날 자책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렇게 합시다. 무스 씨 덕분에 미궁 공략에도 탄력이 붙을 것 같습니다.”
“성주님께 도움이 됐다니 다행입니다.”
미궁 공략의 난점 중의 하나가 너무 넓어, 이동에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는 점이었다. 앞으로 비공정을 운행하게 되면 비약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하하하! 어서 출발합시다. 또 부지런히 달려봐야죠.”
“예, 성주님. 신세 좀 지겠습니다.”
다시 무스를 안아 들고 몸을 날렸다.
한 시진을 더 이동했으나, 수해는 끝을 모르고 계속되었다.
“정말 징글징글 하군요. 대체 얼마나 계속될까요?”
“글쎄 말입니다.”
하지만 약간의 변화는 있었다.
기온이 내려가며 나무들이 잎사귀가 좁아지고 있었다. 활엽수가 줄어들고 침엽수가 하나둘 늘어났다.
극지방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나무들마저 하얗게 변해, 눈앞이 온통 백색으로 변하기까지는 순간이었다.
“음……! 변화가 있긴 한데 썩 바람직한 변화는 아닌 듯합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처음에 방향을 잘못 잡은 듯합니다. 성주님, 이만 돌아가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이런 상태라면 수해가 끝난다고 해도, 인간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을 듯합니다.”
사실이었다. 수해가 끝나도 남극이나 북극이 기다릴 터였다. 극한 지방에 인간이 살기를 기대하기에는 무리였다.
무스의 기분을 헤아려 물어봤다.
“음……! 무스 씨는 정말 이대로 돌아가도 괜찮겠습니까?”
“예, 성주님. 역시 비공정으로 다시 시도하는 편이 빠를 듯합니다. 안전하기도 하고.”
“좋습니다. 일단 돌아갑시다.”
“예, 성주님.”
왕복 이틀간 헛수고를 한 셈이지만, 비공정의 미궁 운영이라는 나름의 성과는 있어 다행이었다.
태극선궁으로 돌아와 즉시 산산에게 무스의 얘기를 전했다.
“아……! 정말 그러네요. 왜 그런 생각을 못 했을까요.”
허탈해 하는 산산을 달랬다.
“나도 마찬가지야. 아니 우리 전부 마찬가지였지. 아무튼, 가능하겠어?”
“예, 독고호라면 어렵지 않아요. 제작 과정에서 몇 번이나 분해 조립했으니까 말이에요.”
“그래, 그럼 서둘러 필요한 인원을 데리고 빙궁에서 독고호를 가져와. 아! 무스도 데려가고.”
“예, 가가.”
산산이 무스와 빙궁으로 떠나고, 나는 다시 태극선궁의 발굴에 참여했다.
인원이 많은 만큼 진척도 빨랐다.
폐허는 발굴단에 맡기고, 난 뒤편의 산을 탐험해 보기로 했다.
휙휙!
나무를 타고 정상을 향해 달렸다. 드문드문 몬스터를 발견했으나 무시하고 이동했다.
‘잔챙이를 상대해서 괜한 분란을 일으킬 필요는 없겠지.’
계곡을 발견해 물길을 따라 거슬러 올라갔다.
콸콸콸!
비라도 내렸는지 계곡 물줄기가 성난 파도 같았다. 물길의 폭도 20m 정도는 되어 계곡이 아닌 강이라고 해도 좋을 듯했다.
“대체 이 많은 물이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수원이 시작되는 곳을 확인할 생각으로 계속 거슬러 올라갔다.
한참을 가다 보니 거대한 절벽이 보였다. 절벽을 향해 다가가자 폭포가 나왔다.
콰르릉. 쏴아아!
만장절벽 위에서 굉음과 함께 폭포수가 쏟아지고 있었다. 절벽이 하도 높아 물줄기가 중간쯤에 포말 泡沫로 변하고 있었다.
“우와! 넓이는 작아도 높이는 나이아가라 폭포보다 높을 것 같은데?”
나이아가라 폭포를 직접 본 적이 없어, 비교할 수 없는 점이 무척 아쉬웠다.
“폭포 하면 동굴이지!”
예전 같으면 만장절벽 앞에선 눈물을 머금고 뒤돌아서야 했다. 하지만 이젠 가뿐히 오를 수 있었다.
“차핫!”
지면을 박차고 허공으로 솟구쳤다.
허공답보는 너무 느려 올라가려면 얼마나 세월이 걸릴지 몰랐다. 따라서 벽을 차며 오르는 편이 빨랐다.
한번 도약으로 이십여 장을 오르며 물줄기 뒤를 살폈다. 보통 물줄기 뒤에 동굴이 있기 마련이었다.
“이상하네.......”
절벽 끝이 시야에 들어오는데도 동굴을 발견하지 못했다.
매의 눈으로 살폈기에, 보지 못하고 지나쳤을 리는 없었다.
휘리릭. 척.
결국, 동굴은 발견하지 못하고 절벽 끝에 도착했다.
“이럴수가......!”
눈앞에 벌어진 신비한 광경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세차게 떨어지는 폭포수를 생각하면, 당연히 거대한 물줄기가 있어야 할 자리였다.
“이건 뭐, 조금 큰 옹달샘이잖아!”
지름 30미터쯤이나 될까 싶은 연못에서 세찬 물줄기가 끊임없이 샘솟고 있었다.
퐁퐁 솟아나는 것이 아니라, 콸콸 뿜어지고 있었다.
“초당 얼마나 분출하면 폭포수가 될 수 있는 걸까? 모터 펌프 수십 대를 동원해도 가능할지 모르겠네.”
의문과 함께 끓어오르는 탐구욕을 느끼며 연못으로 다가갔다.
“우와! 깊어!”
샘물은 1급 청정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무척 맑았다. 그런데도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물 멍을 때리며, 속을 알 수 없는 무저갱 無底坑같은 심연 深淵을 한참 들여다봤다.
“음......!”
심연의 깊은 곳에서, 날 부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물 멍의 탓일 수도 있었다. 넋 놓고 멍 때리다 보면 환청이나 환상이 보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왠지 감 感이 좋아!’
무려 등봉조극의 경지에 오른 나였다. 오감에 이어 육감이 통하는 경지였다.
그런 내가 육감 六感의 하나를 무시할 순 없었다.
감을 믿고 그대로 끝이 보이지 않는 연못으로 뛰어들었다.
풍덩!
어차피 바닥을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크레바스에도 뛰어들었는데, 한낱 연못을 겁낼까.
‘으윽!’
앞으로 나가기는커녕 허공으로 날아갈 듯했다.
마치 물대포가 온몸을 가격하는 듯이, 부딪혀 오는 수압이 장난이 아니었다.
츠츠츠!
호신강기를 두르고 나서야 조금씩 전진할 수 있었다.
‘이대로는 바닥에 닿기 전에 호흡이 끊기겠어.’
아무리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마냥 숨을 쉬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귀식 대법을 펼친다고 해도 한 시진, 두 시간이 리미트였다.
검을 뽑아 일검파천황을 펼쳤다.
‘신검합일!’
촤르륵!
검속에 의지해 수압을 뚫고, 바닥을 향해 직선으로 헤엄쳤다.
‘한 시간. 한 시간이 지나면 바닥에 닿지 않아도 올라와야 해.’
타임리미트가 걸린 도전이었다.
팡팡! 촤르륵.
얼마나 내려왔는지 주변이 깜깜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덜컥 겁도 났지만 ‘조금만 더!’라는 생각에 멈출 수가 없었다.
거의 한 시간이 다 되어 갈 때쯤이었다.
‘빛이다!’
멀리 희미한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발에 내공을 더 불어넣었다.
파바밧! 촤륵촤르륵.
빛은 수면 위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수중 동굴?’
일단 빛이 나오는 곳으로 헤엄쳤다. 수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불쑥!
“파아! 후웁. 후웁.”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동굴은 동굴이나 인공 동굴이었다.
“이런 곳에 사람의 흔적이……. 어쩌면 이곳도……?”
지각변동으로 뒤섞인 태극선궁의 일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에서 나와 천천히 동굴을 살폈다.
터널 형태의 동굴은 안으로 길게 이어져 있었다. 지름이 약 10m 정도 되는 원형이라 천정이 높았다.
철벅철벅.
일단 젖은 몸을 삼매진화로 말리며 터널을 따라 걸었다.
천정과 벽면에 붙어 있는 구슬에서 빛이 나와 어둡지는 않았다.
“설마 이게 전부 야광주라고?”
야광주는 스스로 빛을 발하는 돌로 보석처럼 비싸게 거래되는 물건이었다.
대략 전후좌우 1m 정도의 간격을 두고 촘촘히 박혀있었다.
양쪽 벽면과 천장으로 이어진 야광주의 띠가 터널 안을 훤히 밝히고 있었다.
언뜻 눈에 보이는 야광주의 수만 해도 수십 개.
100m 정도 앞에 있는 터널 끝까지 이어져 있어, 과연 얼마나 될지 계산조차 어려웠다.
야광주로 전등을 대신할 재력이라면, 터널 안에는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지 궁금했다.
마침내 터널의 끝에 도착했다. 두꺼운 철제문이 가로막고 있었다.
철문의 크기도 동굴의 크기와 비슷했다. 지름 10m의 철문이라는 말.
퉁-!
둔탁한 울림으로 보아 두께도 1미터 이상은 될 듯했다.
문을 부수기 전에 주위를 살폈다. 보통 문은 개폐 장치가 필수였으니까.
“어!”
문과 터널을 연결한 부분에 미세한 균열이 있었다. 지각변동에 의한 영향일 수도 있었다.
균열을 이용하면 쉽게 들어갈 수 있을 듯했다.
“설마 여길 좀 부순다고 터널이 무너지지는 않겠지?”
이곳은 연못 속이었다. 못해도 지하로 1킬로는 내려왔다. 따라서 이 위는 산이라는 뜻이었다.
지반의 무게를 받치고 있을 터널이 무너지면 나도 살아남기 힘들 터였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돌아갈 순 없지. 일단 이건 킵해 놓고.”
다시 개폐 장치를 찾아보았다.
“이 정도 크기의 터널이 필요했다면, 최소한 독고호 만한 크기를 옮기는 통로라는 뜻인데……?”
비공정의 격납고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격납고는 여러모로 생각해도 지상에 지어야 했다.
“이 정도 공사를 해야 할 정도로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중요한 물건이라는 것은 확실한데. 전략무기?”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추측이었다. 문제는 개폐 장치가 보이지 않는 다는 점이었고.
“개폐 장치를 꼭꼭 숨길 리는 없고……. 뭔가 특별한 방법으로 열어야 하는 건가?”
[연재]던전 in 무림 14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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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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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480-3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