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131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70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131화
131. 발사하라
실제로 오늘 이 자리에서, 칼부림이 일어날 확률은 반반이었다.
아무리 이들이 아무리 자애로운 모습이고, 삼신승이라는 별호를 가졌어도, 어디까지나 소림사의 중이었다.
소림사의 밥을 먹고 자랐으며, 소림사의 무공을 배웠으며, 커서는 소림사의 이익을 대변해 온, 뼛속까지 소림사의 제자들이었다.
삼신승은 함께 있는 날벼락이나, 설 나나가 궁금할 만도 한데 누구도 묻지 않았다.
이유는 하나다. 나를 그들과 대등한 절대 강자로 인정하지 않거나, 인정하기 싫어서였다.
삼신승은 나를 살피며, 묵묵히 따라준 차를 마시기만 했다.
따라서 나도 섣불리 말을 꺼내지 않고, 심안을 떠, 세 사람을 관찰하며 차를 마셨다.
삼신승은 겉으로는 평온한 듯 보였으나, 당황과 경악으로 진탕한 기를 다스리고 있을 뿐이었다.
경악한 이유는 자신들을 불러낸 내가 너무 어렸고, 정파가 아닌 사파였기 때문일 거다.
‘결국, 시기와 질투라는 말이지.’
무한 신승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굳게 닫혀있던 입을 열었다.
“그래 어쩐 일로 속세를 떠난 노구 老軀들을 불러낸 것인가? 아미타불.”
말 속에 은근한 노기가 섞여 있었다. 아무래도 좋게 끝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우선은 이들의 생각을 알아보고 싶었다. 깽판이야 언제든 칠 수 있고, 이미 준비하고 명령만 기다리는 상태였다.
“말씀드리기 전에 삼신승께 한 가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무엇이 궁금한 겐가?”
“삼신승께서는 소림내원과 미궁에 대해서 얼마나 아시고 계십니까?”
뜻밖의 질문이었는지 삼신승은 서로를 쳐다봤다. 표정으로 보아서는 많이 알지는 못하는 듯했다.
역시 대표로 무한 신승이 대답했다.
“소림 내원이야 알고 있네만, 미궁이라니? 혹시 미궁은 마굴을 뜻하는 건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릅니다. 그럼 세 분은 오태산의 혼세 미궁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보시는 것입니까?”
“혼세 미궁이라……? 자네에게 처음 듣네만. 아미타불!”
“삼신승께서는 속세를 등지신 탓에 모르는 듯하군요. 혼세 미궁은 오태산에…….”
미궁을 설명하며 다른 세상의 침략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무한 신승은 그제야 날벼락을 쳐다보았다.
날벼락은 여자다. 아름답고 강한 여자지만 키가 2m가 넘었다. 눈동자와 피부색도 다른 날벼락이 과연 삼신승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는 의문이었다.
지긋이 응시하던 무한 신승은 시선을 내게 돌리며 물었다.
“아미타불! 그럼 저 여시주가 자네가 말한 다른 세상의 인간이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소림 내원주도 1차 침공에는 참여했습니다.”
“아무타불! 다른 세상이라니……!”
바로 눈앞에 날벼락이라는 증거가 있음에도, 무한 신승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듯했다.
사실 다른 차원이라는 문제는 종교인으로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받아들이는 순간 신념의 많은 부분을 부정해야 하니까.
하지만 종교나 사상 문제로 발목을 잡힐 수는 없었다.
“무례를 무릅쓰고 삼신승을 이렇게 초대한 이유는 세 분의 힘을 빌리고자 함입니다. 세 분뿐만이 아니라, 전 무림이 함께하지 않는다면 더는 막아낼 수 없습니다.”
“적들이 그렇게 강한가? 막을 수 없을 만큼?”
“저들의 말로는 저와 비슷한 자가 최소한 열 명은 된다고 합니다. 저를 확실히 이길 수 있는 자도 네 명이나 되며, 군대까지 상대해야 합니다.”
“아미타불……!”
침중한 표정으로 불호를 외우지만, 반신반의하는 삼신승이었다.
사실 내 말만 듣고 바로 믿기는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알고는 있었다. 그래서 날벼락과 함께 온 거다.
“삼신승께서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여기 있는 날벼락에게 질문하시면 성실하게 대답해 줄 것입니다.”
“그보다 자네는 본사의 도움이 필요하면 방장을 찾아갈 것이지, 어째서 우릴 찾은 건가?”
삼신승은 날벼락에게서 진실을 들으려고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게 엉뚱한 질문을 해왔다.
삼신승이 아직 사안의 경중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거다.
가만히 삼신승을 쳐다보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기보다는 어린놈이 화경에 올랐다는 점이 신경 쓰이는 듯했다.
더욱이 내가 소림사나 구파일방이 아닌 사파의 인물이라는 점이 더욱 못마땅한 듯했고.
좁은 울타리 안에서 떠받들어지며 살아온 사람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편협하고 옹졸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좋게 대화로 끝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주먹을 앞세운 대화보다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당연히 어투에 날이 서기 시작했다. 곧 주먹질할 사이에 듣기 좋게 말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삼신승을 찾게 된 이유는, 소림사의 방장이 지금 잘못된 길을 걸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길이라? 대 소림사가?”
못마땅한 표정과 어투였다. 내 말의 옳고 그름보다는 감히 소림사에게 잘잘못을 따졌다는 점이 역린을 건드린 거다.
이미 주먹으로 대화할 생각을 굳힌 나는 피식 실소를 흘렸다.
무림의 정의는 곧 무력.
아무리 올바른 소리를 해도 힘이 없다면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삼신승처럼 나이가 많고, 사람들로부터 떠받들어지며 살아온 사람은 자기 생각과 신념을 맹목 하는 경향이 있었다.
한마디로 아집에 빠져 타인의 생각을 들을 귀를 갖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구파일방 꼰대들이 공통으로 가진 특징이었다.
‘미친개에게는 몽둥이 찜질이 약이라고 했지.’
이제는 일부러 도발하는 단어를 선택해 말했다.
“구파일방이 미궁에서 쫓겨난 이후, 소림과 무당을 주축으로 불온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소림이 쫓겨났다?”
“뭣이 불온?”
“아미타불!”
여태 입을 다물고 있던 무연과 무각이 발끈했다.
여기서 나온 아미타불은 감히! 라는 뜻이다. 이제 조금만 더 하면, 세 사람은 쾅! 하고 탁자를 치며 일어설 거다.
“소림 내원이니 무당 비원이니 하며 100여 년 동안 무림을 기만한 소림과 무당입니다. 그런데도 반성은커녕 암중에서 음모를 꾸미고, 무림에 불안을 조성하려고 합니다. 제가 세 분을 찾은 이유는 소림사를 대신해서, 속죄할 기회를 드리려는 것입니다.”
쾅!
“감히!”
“무엄한!”
“아미타불!”
예상대로 삼신승은 더는 참지 못하고 탁자를 쾅 치며 벌떡 일어났다. 이미 두 사람의 입에선 불호가 사라졌다.
이제 사문을 능욕한 어쩌고저쩌고하면서 나를 꾸짖을 거다. 그리곤 강호의 무너진 협과 의를 바로 세운다며 협공을 정당화할 터였다.
삼신승이네 뭐네 하며 떠받들었으나, 알고 보면 무공에 미친 늙은 꼰대에 불과했다.
내 예상대로 되어가는 꼴을 지켜보며, 처참하게 뭉개버릴 생각으로 선을 넘었다.
“세 분이 선택을 잘해야 할 겁니다. 잘못된 선택은 사문을 멸문으로 이르게 하는 길이니까.”
우리한테 부모 욕이 금기이듯이, 무림에선 사문을 욕하는 것이 금기였다. 나도 확실히 선을 넘은 거다.
“이놈!”
“이런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이!”
“천박한 사파 놈이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말하는구나!”
불호는 이미 사라졌고 어린 시주가 놈으로 바뀌었다. 이제 본색을 드러내고 막 가자는 거다.
막장드라마를 보고 자란 나다. 막장으로 밀린다면 방송작가들이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거다.
“늙은이들! 정말 훌륭한 선택이었다. 내부에서 분탕질하게 둘 바에는 오늘부로 무림에서 소림사의 이름을 지워버리는 것이 나을 테지.”
“뭐라! 이놈! 알량한 재주를 믿고 함부로 입을 놀리다니! 오늘 네 놈에게 하늘 위에 하늘이 있음을 알려주고, 무림의 정기를 바로 잡아, 천년 소림의 위엄을 세우리라!”
“흥! 천년 소림이라고? 땡중이라 역시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도 잘하는구나.”
“네 이놈!”
“죽어랏!”
우웅!
여태 가만히 있던 무연 신승의 장삼이 크게 부풀어 오르며, 벼락같은 일 권이 덮쳐왔다.
소림이 자랑하는 백보신권이었다. 하지만 심안을 펼치고 있는 나는, 공력이 일어나는 단계부터 알 수 있었다.
꽝!
슬쩍 뒤로 물러나며 가볍게 손을 뻗어 권풍을 해소했다.
너무도 쉽게 백보신권을 막아내는 내 모습에 삼신승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휘릭. 휙. 휙.
삼신승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재빨리 나를 가운데 두고 품 品자로 둘러쌌다.
“흥! 소림의 위엄이 고작 협공이더냐!”
“갈!”
삼신승은 흥분했으나 서둘지는 않았다. 백보신권을 가볍게 해소한 나였다. 흥분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삼신승은 단숨에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최고의 무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각자의 최고 절기를 펼칠 생각으로, 내공을 끌어올리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하지만 빤히 알면서 당할 내가 아니었다. 작전상 선방은 양보했어도 계속 두들겨 맞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새로 얻은 심검을 펼쳤다.
심검은 용언처럼 ‘죽어랏!’ 하고 의지로 죽이는 게 아니었다.
심검은 상대방의 전의를 꺾어, 감히 대항할 생각도 하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정신 무공이었다.
“헉!”
“으음......!”
“아미타불......!”
삼신승은 돌연 신형을 휘청거리며 진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지금 그들은 느닷없이 머릿속에 떠오른 한 자루의 검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거다.
삼신승은 진땀을 뻘뻘 흘리며,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떨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의 몸이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털썩.
망연한 얼굴로 멍하니 쳐다보는 삼신승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늙은이, 심검이라는 것이지.”
“.....시, 심검!”
“.......아미타불!”
“심검을 얻었음에도 늙은이들에게 손을 벌려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지. 네놈들의 오만과 편견이 초래한 일이니, 두 눈을 크게 뜨고 똑똑히 확인하라.”
말을 마치고 나서 품속의 통신구를 작동시켜 독고호의 원섭과 통신했다.
“대화는 결렬됐다. 마력탄을 발사하라. 목표는 조사동!”
-충! 목표 조사동. 발사 준비 완료!
“발사하라!”
번쩍!
허공에서 새하얀 빛이 번쩍였다. 곧 거대한 빛의 기둥이 소실봉의 조사동을 향했다.
콰쾅! 쿵!
산봉우리 절반이 흔적도 없이 날아갔다.
“아아......!”
“아미타불......!”
“보았는가? 저들 무기의 위력을. 앞으로는 저보다 더욱 강한 무기를 가지고 있는 군대가 밀려들어올 것이다. 그때 가서도 소림은 알량한 자존심만으로 상대할 생각인가?”
“........”
삼신승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한 눈으로 조사동이 있었던 곳을 쳐다보기만 했다.
“오늘부터 소림은 10년 봉문에 들어간다. 세 사람은 한 달 내로 오태산 총단으로 찾아오도록. 만일,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무림에서 소림사의 이름은 영원히 삭제될 것이다.”
“.......”
우리가 떠난 자리에는 넋을 잃은 삼신승만이 남아있었다.
[연재]던전 in 무림 1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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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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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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