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124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1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124화
124. 등봉조극
남궁 벽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무래도 더 강한 적이 올 테니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이곳에 모인 군웅들도 모두 그 정도의 각오는 되어있을 걸세.”
“물론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는 통로에서 나오는 적을 저와 수교 오위의 두 분, 당 어르신과 남궁 어르신이 선제공격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적의 선봉을 꺾든, 수를 줄이든 군웅들의 피해를 줄이고, 사기를 북돋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흠……!”
“음……!”
대표들은 썩 내키지는 않는다는 듯이 침음을 흘렸다. 선제공격을 기습이나 암습 暗襲으로 생각하는 거다.
“달리 동도의, 동문의 피를 덜 흘리는 방법이 있다면 제시해 주십시오. 여기 모인 군웅은 무림의 저력이며 미래라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야 계속되는 침공에도 대처할 수 있습니다.”
말을 하면서 당 명환을 지그시 바라봤다. 당 문은 정사지간의 문파였고, 사고방식도 가장 유연했다.
따라서 대표 중에 가장 만만한 사람이었다. 의기천추를 외치는 남궁 벽이나, 패도 일변도의 마교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느라 절대 먼저 나설 수가 없었다.
그러니 만만한 당 명환에게, 괜히 고집부리지 말고, 어서 나서서 물꼬를 터 달라는 뜻이었다.
당 명환이 내 눈빛 공격에 백기를 들고 입을 열었다.
“알겠네. 자네 계획에 따르지.”
당 명환이 나서자 검마에 이어 남궁 벽이 대세를 따른다며 찬성하고 나섰다.
“알겠네. 우리 호교 오 위는 자네 계획에 따르겠네.”
“나도 선제공격을 돕겠네.”
나머지야 대표는 찬성하든 반대하든, 대세와는 상관없었다. 공격할 당사자들이 전부 찬성했으니까.
결국, 선제공격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즉시 군웅들을 이끌고 통로 주변으로 이동했다.
군웅들과 진용을 갖추고 대기했다. 나와 수교 오 위, 당 명환과 남궁 벽은 선봉으로 통로 바로 앞에 와 있었다.
녹색의 마력장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이제나저제나 기다렸다.
한 시진이 지나자 좀이 쑤시는지 전대 검마가 중얼거렸다.
“늦는군!”
“그렇군. 전에는 얼마나 걸렸지?”
화마의 질문에 당 명환이 대답했다.
“한 시진 정도 걸렸다네.”
“한 시진은 벌써 지난 듯한데…….”
남궁 벽이 말꼬리를 흐리며 날 쳐다봤다. 나도 노인네들 투덜거리는 소리를 더는 듣기 싫었다.
“지루하더라도 한 시진 만 더 기다려 보시죠. 그런데도 나타나지 않으면 바로 철수하도록 하겠습니다.”
전대 검마가 반색한 얼굴로 물었다.
“철수라면?”
“마뇌 어르신의 말씀대로 완전 철숩니다. 7층 통로의 사황련 전진기지로 철수하겠습니다.”
“흠흠!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기다려 볼 수밖에.”
다른 사람들의 표정도 전대 검마와 다를 바 없었다. 벌써 석 달 가까이 미궁 생활을 하다 보니 모두 심신이 지쳐있었다.
혼세 미궁에는 밤과 낮, 해와 달, 바람도 불었다. 심지어 비와 눈도 내려, 지상과 다를 바 없는 환경이었다.
그러나 미궁은 미궁.
왠지 이름에서 주는 폐쇄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그래서 지상이 그리운 거다. 마치 오랜 외국 여행에 고국이 그리운 것처럼.
‘이 양반들아! 난 벌써 사 년째 타향살이라고.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도 없고.’
만일 아내들이 아니었다면 이미 진즉에 향수병에 걸렸을지도 몰랐다. 이젠 돌아갈 방법이 있다고 해도 돌아가기 어려울 거다. 아마도.
@
결국, 두 시진을 기다렸어도 재침공은 없었다. 따라서 사전에 결정한 대로 정찰대 1개 조만 요새에 남기고, 나머지 인원은 전원 철수했다.
웅성웅성. 와글와글.
7층에서 5층까지는 모두 함께 이동하기로 했다. 우리도 일단은 총단으로 돌아가 휴식과 정비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문제는 남겨진 포로였다. 돌려보낸다는 선택은 애초에 없었다. 그렇다고 미궁에 감금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었다.
자칫 재침공한 적에게 탈취당할 염려가 있었다. 포로에 대한 신뢰 여부를 떠나, 다른 차원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날벼락을 비롯한 포로도 총단으로 가야 했다. 날벼락에게 사실을 전하자, 그녀는 뜻밖에도 기뻐했다.
그녀 역시 새로운 세상에 대한 정보에 목말라 있었던 거다. 그렇게 이해관계가 맞아 순순히 따라나섰다.
5층 직통로를 가지고 있는 마교와는 5층에서 헤어졌다. 사실을 알지 못하는 군웅들은 잠시 의아해했으나, 상대가 마교라서 곧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무려 다섯 달 만에 총단에 도착했다. 구파도 돌아갔고 마교도 없어, 조촐한 파티를 열어 군웅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렇게 군웅들은 본래의 자리로 뿔뿔이 흩어졌다. 모두 돌아가고 나서도 우린 쉴 수가 없었다.
아내들과 모여 전리품과 포로에 대한 처리로 의견을 나눴다.
“혜 누이는 산산, 미령과 함께 총단에 남아.”
“예, 가가.”
구양 혜는 사령강시 제조를, 산산과 미령은 포션과 변신 갑옷 제작을 위해서였다.
“아! 설 소저도 총단에 남아야겠네. 포로와 새로 얻은 자료를 번역해야 하니까. 혜 누이, 번역되는 대로 내게도 전해줘.”
“알았어요.”
탁자에 올라와 있는 수정구를 집어 들고 말했다.
“그리고 문제는 이건데.......”
연금술사인 소소가 물었다.
“수정구가 통신 장치라고 하셨죠? 근데 왜요?”
“연구하고 제작하는 건 당연한 일인데 과연 공개해야만 하는 걸까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어.”
“전략적 가치 때문인가요?”
승연 누이의 말대로였다.
내가 무림에서 가장 불편하게 여기던 문제이기도 했으나, 실제로 통신과 교통은 현대 전략, 전술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비공정의 설계도를 얻어 교통을 손에 넣었는데, 이제 통신 마저 내 손에 들어왔다. 전략뿐이 아니라 전술도 남들보다 한 발 앞서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비공정 설계도와는 달리, 수정구는 우리만 얻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모두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자 저마다 생각에 잠겼다. 공개 여부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거다.
“다른 문파에서 수정구의 기능을 알아낼 확률이 얼마나 되나요?”
“글쎄, 아공간 주머니도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오래 걸리지는 않을걸?”
수란의 질문에 아무 생각 없이 대답하고 나서 깨달았다. 내가 요즘 영웅 놀이를 너무 오래 했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안 하고는 내 마음대로였다. 다른 문파도 나름의 노력과 연구를 할 테고, 시간이 지나면 다 알게 될 테니까.
그들이 다른 정보를 알았다고 무림에 공개할 리는 없었다.
‘아무렴! 던전만 해도 백 년이나 숨긴 놈들인데.’
마교뿐만 아니라, 정파의 대명사인 소림사와 무당도 숨겼다. 모용이나 검각은 말할 필요도 없었고.
아무래도 그동안 타 차원의 침략을 막네, 마네하며 구원자가 된 듯이 설친 것이 내겐 독이 된 듯했다.
정파에서나 하는 영웅 놀이에 심취해, 내 본분이 사파인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러면서 죄의식을 가지고 쓸데없이 고민했다.
난 무림의 구성원 중의 한 명일뿐인데,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
그냥 지금처럼, 나와 나를 믿고 따르는 이들의 이익을 위해 사는 것이 훨씬 나다운 일이었다.
생각이 정리되자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러자 내 몸에 예상치 못한 변화가 일어났다.
푸스스.
무언가 나를 가로막고 있던 벽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어?’
아내들이 당황한 모습으로 나를 둘러쌌다. 하지만 아무도 내 몸에 손을 대지 않고 돌아선 채, 심각한 표정으로 호법을 서고 있었다.
수란과 혜 누이는 문을 걸어 잠근 뒤,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지키고 섰다. 승연 누이와 나머지 아내들은 경계 태세로 나를 빙 둘러쌌다.
그러는 동안에도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오히려 숨소리조차 내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있었다.
‘아! 내가 새로운 경지에 들었구나!’
내가 처한 상황을 깨달았다. 화경 이후는 없는 것으로 알았는데, 또 하나의 벽이 있었다.
조용히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아도 뜬 것처럼 주변 전체가 또렷하게 보였다.
시야는 점점 확대되어 갔다.
굳게 잠긴 문밖으로, 내가 있는 전각 전체가 한눈에 보이더니, 총단 전체의 광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어떤 사람은 잠자리에 들었고, 어떤 사람은 술을 마시고 있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창 정사를 벌이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당 어르신......’
당 명환은 심각한 표정으로 당 소려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탁자에 놓인 서류 중에 독 강시 제작법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독강시 제조법에 관해 논의 중인가 보군.’
시야를 돌리자 막 잠자리에 들려는 남궁 벽이 보였다.
좀 더 먼 곳이 보고 싶다고 생각하자, 시야는 더욱 확장 되었다.
보고자 하는 의지가 생기면 구글 지도처럼 장소가 보였다. 자세히 보려면 얼마든지 확대되어 사람 얼굴까지 알아볼 수 있었다.
시야를 확장해 가까운 지역의 팽가도 보았고, 소림사에 무당파, 황궁도 보았다. 멀리 마교도 볼 수 있었고, 빙궁도 보였다.
마치 인공위성에서 지구를 살피는 듯했다.
‘한국은?’
안타깝게 한국은 없었다. 무림 자체가 하나의 행성인 듯, 미국도 없고 일본, 중국도 없었다.
나도 몰래 아쉬움이 담긴 신음이 새어 나왔다.
“아!”
전 무림으로 확장된 시야가 급격히 반전되며 줄어들었다.
그와 동시에 몸에서 광채가 뿜어지며, 오랜만에 들어보는 알림음이 연신 울렸다.
-띠링!
-고유능력 등봉조극 登峰造極을 얻었습니다.
-띠링!
-무림 최초로 등봉조극 의 경지에 올라, 보상으로 심검 心劍을 얻었습니다.
-띠링!
-이명 한계를 넘어선 자를 얻었습니다.
-띠링!
-이명 한계를 넘어선 자의 효과로 레벨 200을 달성했습니다.
-띠링!
-고유스킬 만상안이 심안 心眼으로 진화했습니다.
-띠링!
-띠링!
-띠링!
광채가 사라지고 나자 알림음도 더는 들리지 않았다.
감았던 눈을 뜨자 걱정하는 아내들의 얼굴이 보였다.
“가가, 축하드려요.”
“축하해요, 가가!”
“모두 고마워.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눈물이 글썽한 수란이 대표로 대답했다.
“아침이 밝았으니까 반나절 정도 지난 것 같아요.”
“그렇군!”
“어떻게 된 거예요?”
수란이 대표로 물었지만 모두 궁금한 표정이었다. 나중에 말해주겠다고 하면 동침을 거부당할 수도 있었다.
“등봉조극이란 경지에 올랐어. 덕분에 200레벨이 됐고.”
“등봉조극이요? 그런 경지도 있었어요?”
“나도 몰랐어. 시스템이 알려주니 그러려니 하는 거지.”
“그럼 화경이 끝이 아니란 말이네요.”
“그런 셈이지.”
아직 궁금증은 다 풀리지 않았다. 수란의 질문이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요? 새로 얻은 능력이나 기술은요?”
“심검과 심안을 얻었어. 원래 있던 능력이 진화한 거야. 그밖에는 스탯이 오른 정도야.”
“가가, 깨달음을 얻게 된 계기가 뭐였어요?”
가장 궁금한 부분일 거다. 하지만 깨달음을 얻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 달랐다. 알려줘서 깨달을 수는 없는 거다.
“흐흐흐! 다들 듣고 웃으면 안 돼.”
“예? 우리가 왜 웃겠어요.”
“어디 웃나 안 웃나, 듣고 나서 보자고.”
“아이! 안 웃을 테니 빨리 말해줘요. 궁금해서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이제 말할 테니까 절대 웃으면 안 돼.”
“예, 절대 안 웃어요.”
더 뜸들이단 삐칠 것 같아 사실대로 얘기했다.
“좋아. 내가 깨달음을 얻게 된 계기는 주제 파악을 했기 때문이야. 주제파악.”
“예? 그게 무슨.......”
약속대로 웃진 않았지만 믿지도 않아 한참 설명해야 했다.
[연재]던전 in 무림 124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야우사,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480-3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