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117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0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117화
117. 확 들이받아
두 번째 적을 물리치고 나서 한동안 물러나지 않고 세 번째를 기다렸다. 그러나 한 시진이나 흘렀으나 재침입은 없었다.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고 판단해 대표들을 모아놓고 의견을 밝혔다.
“오늘 더는 공격해오지 않을 듯합니다. 오늘 물리친 적이 정확히 이백 명. 그만큼의 피해를 보고서도 즉시 재공격이 가능하다면 우리로선 무척 어려운 적을 맞이한 셈입니다. 따라서 오늘은 이만 돌아가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전장을 정리하겠습니다. 내일부터는 다시 함정과 진을 설치해야 하니까 말입니다.”
당 명환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황 방주, 적의 재침략은 기정사실이라고 봐야 하겠지?”
“그렇습니다. 물론 다음에 오는 적은 더 강할 것이고 말입니다.”
검후가 손을 들고 질문했다.
“황 방주님, 이번에도 재침공은 대략 한 달 후가 될까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오늘 알아낸 정보를 바탕으로 날벼락과 더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모용 철이 손을 들고 발언했다.
“황 방주님, 전리품은 어떻게 처리하실 생각입니까?”
장비 개발에 가장 열을 올리고 있는 모용세가 다운 질문이었다.
이제부터 확인해 봐야 정확한 사실을 알 수 있으나 이번 전투로 얻은 전리품은 거의 무장 武裝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를 끌고 있는 물품, 전신 갑옷은 모두가 탐을 내고 있었다.
여러 세력이 모여 전투를 벌였을 경우, 전리품의 배분 문제는 매우 중요했다.
더구나 이번처럼 특수한 경우는 선례로 남게 되기에 더욱 공정하게 처리해야 했다.
대표들을 향해 내가 생각한 바를 말했다.
“적을 처치한 사람이 모든 권리를 갖는 것은 당연한 무림의 법도입니다. 당연히 이번에도 무림의 법도대로 처리하고, 협공으로 인해 불분명한 경우는 당사자들이 가장 잘 알 터이니 상의하에 결정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으음…….”
“알겠소이다.”
구파일방과 모용 철은 불만을 표시하듯이 답답한 신음성을 흘렸다. 법도나 규칙에 대해서도 항상 예외를 인정받던 그들로서는 받아들이기 당황스러웠던 거다.
그러나 구파일방의 경우 적극적으로 참가하지도 않았다. 무림의 명숙이 마치 벼슬이라도 되는 양 뒷짐 지고 구경만 했다.
그래놓고 뻔뻔하게 전리품의 배분을 원하고 있었다. 특별한 취급을 바라는 거다.
아마 규칙대로 하면 우리 사황련이 가장 많은 전리품을 얻게 되어 더 그런 듯했다. 그들은 조력자라는 명분이 있었으니까.
너희를 도우러 왔으니 대가를 내놓으라는 거였다.
하지만 같은 조력자인 기타 명문 대파 연합과 마교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의 뜻을 표했다.
그들은 적극적으로 참가해 적으나마 자격을 얻었고 당연하다고 받아들인 거다.
나도 이 문제는 조금도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당장 곤란하다고 타협해서는 나쁜 선례를 만들 뿐이었다.
그래서 다시 확실히 말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전리품의 배분은 규칙대로 공정하게 처리하겠습니다. 예외는 없습니다.”
내가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자 소림사의 일각 장로가 불쾌하다는 듯이 말했다.
“황 방주, 일 처리를 그런 식으로 한다면 무림의 동도들은 우리를 우습게 볼 것이오. 우리 구파일방은 그런 취급을 당하면서까지 사황련을 도울 수는 없소이다. 아미타불.”
“무량수불!”
무당의 말코 도사 놈도 동의한다는 의미로 도호를 외웠다.
내가 이래서 종교를 싫어한다. 적의 전력이 강한 만큼 약점을 잡았다고 생각하는 거다.
지금 상황에서 구파일방이 빠지면 우리 전력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믿고 있는 거다.
실제 이곳에 있는 구파일방의 전력은 열일곱 명. 채 스물도 되지 않았다.
더구나 모두 내 아내보다 약한 놈들이었고. 아내 중에서 대여섯 명은 장로들을 일 초에 쳐죽일 수도 있을 정도였다.
‘수란이, 승연 누이, 혜 누이, 설매, 화연이, 빙매. 어쩌면 소소도 가능할걸?’
어처구니가 없어 잠시 할 말을 잊고 있는데 당 명환이 버럭 소릴 질렀다.
“갈! 네놈들의 뜻이 정녕 구파일방의 뜻이더냐? 아니, 네놈들이 그럴 자격이 있다면 잘 판단하고 주둥이를 놀려야 할 것이다. 사문의 존폐가 결정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허! 시원하긴 한데 내가 할 말을 전부 해 버리면 난 어떻게 하라고.’
당 명환은 태상 가주로 구파일방의 장로들과는 한 배분 이상의 차이가 났다. 따라서 꾸짖을 자격은 충분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구파일방의 장로들에게 반말이나 욕지거리를 해서는 안 되었다. 특히 지금처럼 문파를 대표하는 위치에 있을 때는 문파 간의 전쟁으로 비화할 수도 있었다.
‘그런 사실을 당 명환이 모를 리는 없을 테니 분명히 일부러 한 건데…….’
그런데도 험한 말을 한 것은 다분히 의도가 있어 보였다. 아무래도 당 명환이 남궁 벽에 자극받아 정치에 눈을 뜬 것 같았다.
‘지금이 확실히 편 가르기를 할 때라고 생각한 건가?’
비록 절대 고수가 부족하고 분열이 일상화된 사황련이었으나 강호 삼대 세력의 하나였다.
그런 사황련이 지금은 나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있었다. 더구나 다른 삼대 세력인 마교도 내게 무척 호의적이었다.
만일 일이 완전히 틀어져 구파일방과 사황련이 붙는다면 마교는 무조건 사황련 편이 될 거다.
‘정파와 마교는 불과 물 같은 관계니까.’
더욱이 남궁 세가가 은근슬쩍 내게 붙었다. 거기에 다른 명문 세가나 일반 무인들도 내게 잘 보이려고 하고 있었다.
‘당 명환은 자칫 지금까지의 관계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나 보군.’
그동안 당가는 나를 통해 알게 모르게 얻은 것이 상당했다. 그 이유는 정파에서는 혼인으로 연결된 독점적인 위치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남궁 세가가 끼어들면서 독점이 깨졌다. 당연히 혜택도 줄어들 것이라 몸이 달았던 거다.
그래서 무리를 해야 했던 것이고. 그것도 당 명환이 태상 가주라는 신분이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 증거로 남궁 벽이 당했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남궁 벽은 하고 싶어도 가문의 결정권자가 아니라서 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어쨌든 당 명환에게 선수를 뺏긴 난 쓴웃음을 지으며 구파일방의 대표를 쳐다봤다.
청빈해야 할 중놈의 기름기 낀 얼굴이 영 못마땅했다. 더구나 오늘 뒷짐 지고 있는 모습도 눈에 거슬렸고.
그런 놈들이 제 딴에는 약점을 잡았다고 협박까지 하고 있으니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이었다.
‘하! 이걸 어떻게 한다? 이번 기회에 확 들이받아?’
사황련 혼자라면 어려워도 마교가 돕고 당문이 돕는다면 승산이 컸다.
‘마교주가 분명히 한 번은 내 편이 된다고 약속했으니까. 약속을 떠나서 구파일방을 친다고 하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테지.’
하지만 썩 좋은 생각은 아니었다. 구파일방이 사라지면 마교를 견제할 수가 없었다. 마교가 영원히 친구로 남는다는 보장도 없었고.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법이니까.’
잠시 고민하는 사이에 모용 철이 던진 한마디가 장내의 분위기를 바꿨다.
“모용 세가는 황 방주의 처리 방법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모용 철도 정치 감각이 있는 놈이었다. 처음에 어떻게 나오나 하고 간을 봤는데 당 명환이 설치자 아차 한 거다.
정마 대전이 벌어지면 구파일방뿐이 아니라 오대 세가는 물론 사황련에 일반 무인까지 합세했다. 그래야 무게추가 맞았다.
근데 지금 보니까 사황련에 마교가 붙고 당가와 남궁 세가까지 붙었다. 일반 군웅들도 사황련에 호의적이었고.
자칫하면 오대 세가 중에서 모용 세가만 달랑 구파일방에 붙을 판이다. 어느 쪽이 우세한가는 명약관화했다.
따라서 모용 철은 퍼뜩 이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거다. 그래서 늦기 전에 구파일방과 선을 긋는 거였다.
이렇게 되자 당황한 건 구파일방의 대표들이었다. 사이가 좋지 않아도 같은 정파였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사황련이나 마교 문제에서는 언제나 한편이었다.
그런데 오늘 당가에 이어 모용 세가에서까지 손절 당한 거다. 살면서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치욕으로 느꼈을 거다.
만일 두 장로의 수양이 깊었다면 화가 나도 여기서는 꼬리를 내렸어야 했다. 한데 두 장로의 수양은 생각만큼 깊지 않은 듯했다.
“이런 대접을 받으면서 사황련을 도울 수는 없소이다. 무량수불.”
“소림 역시 마찬가지요. 아미타불!”
이렇게 된 이상 나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여기서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인다면 우릴 지지하고 나선 두 세가에게도 실례되는 일이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즉시 철 단주에게 지시했다.
“그렇습니까? 그럼 이곳 사정이 있어 멀리 배웅하지는 못합니다. 안녕히 가시기 바랍니다. 철 단주.”
“충!”
“즉시 두 분과 구파일방에서 오신 분들을 주둔지 밖까지 배웅해 드리도록. 가시는 길 불편하지 않게 식량도 넉넉히 챙겨 드리고.”
“충! 명을 받습니다.”
철 단주가 두 장로의 뒤로 가서 빨리 일어서라는 듯이 시위하듯이 서서 재촉했다.
“황 방주, 정말 후회하지 않겠소이까?”
“도움을 청할 때는 언제고 이런 식의 대접이라니. 사황련주에게 엄중히 항의할 것이오!”
두 사람은 얼굴이 시뻘게져 불호와 도호마저 생략한 채 장내를 떠났다. 장내에 남은 대표 중에서 그들을 배웅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세상인심이 바뀌는 건 순식간이었다. 세상에 영원한 영광은 없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구파일방이 배척 받음으로써 무림 판도에 변화가 일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 하루였다.
가능한 공평무사 하게 처리하려고 노력해 나머지 안건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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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날벼락의 심문을 시작했다. 오늘 벌어진 전투 결과를 간략하게 알려주자 놀라면서도 기뻐했다. 확실히 적은 맞는 듯했다.
그래서 부담 없이 언덕이와 메밀꽃에 관해 물었다.
-바람 부는 언덕과 메밀꽃 필 무렵에 대해 알고 있나?
끄덕끄덕.
날벼락이 깜짝 놀라며 고개를 끄덕이며 그림과 기호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대륙 백강 大陸百强에 속하는 강자라고? 두 사람의 순위는?
다시 기호를 그렸다.
-언덕이가 49위, 메밀꽃이 78위라고? 미묘한 순위군. 혹시 당신도 대륙 백강에 속하는가?
날벼락은 97로 간신히 이름을 걸쳤다고 했다. 또 언덕이와 메밀꽃은 천은 길드의 길드장과 부 길드장이라고 했다.
날벼락은 천은 길드는 이젠 멸망한 것과 다름없다며 기분 좋게 웃었다. 날벼락을 쫓던 세력이 천은 길드였나 보다.
-나는 대륙 백강에서 어느 정도 될 것 같은가?
메밀꽃이 잠시 날 응시하더니 기호를 적었다.
-10강 안에는 힘들어도 20위 안에는 들 거라고?
메밀꽃과의 대결에 전력을 다하진 않았으나 직접 검을 맞댄 사이라 대략적인 무공 수위는 짐작했을 터였다.
따라서 날벼락의 예상이 크게 틀리지는 않다고 보아야 했다.
‘쩝! 나보다 강한 놈이 최소한 열 명은 있다고 보아야 하는 건가?’
어쨌든 이것으로 개인의 무력은 가늠할 기준이 생겼다. 무림과 큰 차이는 없는 듯했다. 무림에도 나와 비슷한 강자가 열 명은 넘었으니까.
[연재]던전 in 무림 1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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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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