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107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20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107화
107. 제안이라면
두 사람을 청한 이유를 설명하고 나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처음부터 나나를 쳐다보면 예의도 아닐뿐더러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신안 얘기를 꺼냈으니 이젠 대놓고 나나를 살펴도 괜찮았다.
나나는 비활성 각성자답게 매우 아름다웠으나 체구가 작은 편이었다.
오 척 五尺(150㎝) 정도의 키에 무엇보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흑발에 크고 흑백이 또렷한 눈이 매력적이었다.
한국의 열여덟이면 아직 소녀였으나 차분한 몸가짐이나 분위기가 성숙한 여인의 느낌이었다.
물론 이 동네 열여덟은 한국과는 달리 무척 성숙했다. 육체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조숙하다는 뜻이다.
‘일단 외향적으로는 별 이상 없는 것 같은데…….’
나와 같은 차원이동자라면 외적인 면에서도 무언가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특히 나나가 여자니까 머리 모양이나 화장, 액세서리나 의복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
만일 나와 같은 현대에서 이동했다면 이 동네의 촌스러운 화장술이나 의복에 무언가 포인트라도 주었을 테니까.
‘크게 다른 점은 없어 보이는데?’
아직 까지는 차원이동자로 의심할 단서는 찾지 못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었다. 차원이동을 했어도 다른 차원이나 시간이 다를 수도 있으니까.
반드시 나와 같은 차원이나 시대에서 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만일 그렇다면 내가 발견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었다.
‘곁에 두고 천천히 알아보는 수밖에.’
너무 빤히 쳐다본 것 같아 철웅 방주에게 시선을 주며 말을 이었다.
“설 방주님, 따님의 능력을 개화 開花시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개화라니요?”
“소녀에게 어떤 능력이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궁금하기는 부녀가 마찬가지. 각자 다른 질문을 던졌으나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비밀입니다. 두 분 역시 능력을 끌어내지 못할 바에는 모르는 편이 나을 겁니다.”
“그게 무슨…….”
“황 방주님, 능력을 개화하려면 소녀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래서 설 방주님과 소저께 제안할 것이 있어 이 자리에 모신 것입니다.”
“제안이라면……. 어떤?”
부녀가 불안한 표정으로 내 입만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내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로 철웅방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고 느낀 듯했다.
가능한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제안을 꺼냈다.
“철웅방은 정사지간의 문파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사황련에 가입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사황련에 말입니까?”
“설 방주님, 보물은 지킬 힘이 없는 자에겐 그저 화를 부르는 재앙일 뿐입니다.”
“우리 나나의 능력이 그 정도라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아주 귀한 능력을 지녔습니다.”
이럴 때는 자잘한 말은 필요 없었다. 그저 눈으로 진심을 표하는 수밖에.
“.......”
당연히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라 설 방주는 장고에 들어갔다. 그사이 나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소녀의 능력은 황 방주님만이 개화시킬 수 있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설 소저. 이 세상에 오직 저만이 할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다른 방법이 있어도 알려주지 않겠다고 못 박은 거였다.
나나는 희미하게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녀가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라 처한 현실을 잘 알고 있었다.
‘얘기가 빠르겠네.’
두 사람의 처지에서는 내가 악당처럼 보이겠으나 난 떳떳했다.
솔직히 철웅방이나 나나를 이용만 하고 버리려는 생각은 조금도 없었으니까.
철웅방도 사황련에 가입함으로 일류 문파로 도약할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더구나 사황련은 연합체이기 때문에 가입한다고 해서 종속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름난 사황련에 걸어두고 철웅방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독립된 운영을 보장했다.
나야 물론 나나를 얻은 것으로 만족할 터라 구태여 철웅방에 간섭할 이유가 없었다.
‘문제는 철웅 방주가 이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데…….’
이렇게 어디까지나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인데 내가 미안할 이유는 조금도 없었다.
단지 속사정을 알 리 없어 부녀가 고민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말해봐야 믿지 않을 것은 빤하고.
‘만일 거부한다면 매혹을 거는 수밖에. 위험한 적일수록 가까이 두라고 했으니까.’
장고 끝에 철웅 방주의 굳게 닫힌 입이 열렸다.
“황 방주님, 이 자리에서 가부를 결정해야 합니까?”
해주면 좋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문파의 운명을 결정하는 일인데 다만 며칠이라도 고민할 시간은 줘야 했다.
“아닙니다. 하지만 가능하면 개파대전이 끝나기 전에 가부를 결정해 주셨으면 합니다. 행사가 끝나면 다시 미궁에 들어갈 예정이고 한 번 들어가면 최소 몇 달은 걸리니까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개파대전이 끝나기 전에 가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쪼록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철웅방 부녀와는 그렇게 헤어졌다. 분위기로 봐선 곧 좋은 소식이 올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일은 뚜껑을 열기 전엔 단정할 수 없는 법.
기성에게 전음을 보냈다.
-정보 각주에 철웅방을 지켜보라고 전해라.
-충!
@
비무 대회는 남녀 결승전만을 남겨놓았다. 비무 대회의 결과만 놓고 보면 강호의 소문이 상당히 정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첫날의 이변을 제외하곤 소문의 그녀들이 전부 마지막 다섯 명까지는 올라갔으니까.
그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먼저 남궁 설을 꺾고 파란을 일으킨 해남 검문의 양소옥이었다.
또 마교의 제자들을 연파해 정파의 열광을 받은 화산의 매화신녀梅花神女 임소군도 남았다.
그리고 오대 세가의 자존심을 지킨 당문의 당소려 역시 한 자리를 차지했다.
처음부터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검각의 검후도 순조롭게 준준결승까지 올라와 무림 오봉 武林五鳳의 한자리를 차지했다.
마지막 남은 한 자리는 마교의 차지였다. 신녀의 대제자이며 소신녀 小神女로 불리는 매영영이 마교의 체면을 지켰다.
그런데 이들 다섯 명의 평균 연령이 서른넷이나 되어 무림 오봉으로 부르기에는 서로가 민망했다.
실제로 매화신녀와 당소려는 전대 무림 오봉으로 서른 중반이었고, 가장 나이가 어린 검후 초영영도 이십 대 후반이었다.
다섯 명 중에서 가장 연장자는 마교의 소신녀였다. 그녀가 평균 연령을 올리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으니까.
알고 보면 소신녀는 명칭뿐이었고 실제로는 완숙한 숙녀였다.
‘하긴 신녀가 백 살이 넘었으니…….’
아홉 살에 소신녀가 되어 소신녀로 불린지도 삼십 년이 넘는다고 했다. 이 동네선 여자 나이 마흔이면 할머니도 흔했다.
어쨌든 우리는 공정하게 선발했고 앞으로 어떻게 부르는 가는 무림 동도들이 정할 일이었다.
그래도 모두 미모는 여전했고 미혼이라 무림 오봉보다는 무림 오화 武林五花로 정착하는 듯했다.
그 무림 오화 중에서 가장 대진운이 빡쎈 사람은 안타깝게도 당소려였다.
그러나 주최 측과 모종의 관계가 있는 그녀였기에 나로서는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만일 당소려가 부전승으로 결승에 올라갔다면 주최 측의 농간이라고 싸잡아 욕먹었을 테니까.
하지만 당소려는 최악의 대진표를 받았다.
그녀는 준준결승 상대로 해남 검문의 양소옥을 맞이했다. 양소옥을 30여 초식 끝에 제압하고 준결승에 올랐다.
그런 당소려의 준결승 상대는 부전승으로 먼저 올라가 있던 화산의 매화신녀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잘 아는 만큼 오십 합이 넘는 불꽃 튀는 접전 끝에 당소려가 어렵게 승리해 결승에 진출했다.
다른 조의 준결승에서는 검각의 검후와 마교의 소신녀가 붙었다.
아마 결승전을 제외하면 이번 대회에서 가장 관중을 열광시킨 대전이었을 거다. 정과 마를 대표하는 여자 무인들의 대결이었으니까.
많은 관중의 성원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이들 역시 백합百合이 넘는 접전을 벌였다.
그러나 무엇이든 끝은 있는 법. 백팔 합째의 공방에서 소신녀가 간발의 우위를 지켜 결승에 진출했다.
이렇게 해서 결승전이 테마는 자연스럽게 정正과 마魔의 대결이 되었다. 당연히 대흥행은 떼어놓은 당상이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대망의 결승전이 벌어지는 중이었다.
먼저 치러진 남자부는 무당의 용이 우승했다. 하지만 관중들도 관심 밖이었으니 따로 언급할 필요도 없었다.
둥둥둥!
이미 비무대 위에는 당소려와 소신녀가 올라와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자랑스러운 이모의 모습을 지켜보며 혜 누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가가는 누가 우승할 것 같아요?”
“혜 누이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이모님을 응원하겠지만 쉽지는 않을 거야. 검후를 꺾고 올라온 소신녀도 보통은 아니니까.”
“그래도 이모님이 이겼으면 좋겠어요.”
“나도 그래.”
대화를 나누는 사이 비무가 시작되었다. 이번 비무 대회에선 살인을 제외하고는 다른 금기 사항은 없었다.
따라서 당소려는 독을 사용해도 되었다. 여태까지는 독을 쓰지 않고도 승리할 수 있었으나 이번에는 어떨지도 관심사의 하나였다.
정보를 살펴본 결과 두 사람 모두 마력 보유자였고 당소려의 레벨은 106, 소신녀는 98이었다.
8레벨의 차가 있으나 마교의 무공이 당문보다 우위에 있는 만큼 섣불리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소신녀의 왼손이 검게 물들자 관전하던 설빙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헉! 명옥수暝玉手!”
“막내야, 명옥수라니?”
혜 누이의 질문에 설빙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신녀에게 내려오는 비전 무공으로 수강手剛의 일종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경지가 높을수록 색이 짙어지며 그 앞에 부수지 못할 것이 없다고 해요.”
“그럼 지금 소신녀의 경지는 어느 정도야?”
“아직 칠흑 같은 검은색이 아닌 것으로 보아 대략 구, 십 성이 아닐까 싶네요.”
말했듯이 십 성을 대성이라고 한다. 십이 성의 극의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거의 완성단계라는 뜻이었다.
당소려도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는지 조심스럽게 상대했다.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무한 비도와 명옥수의 대결이 될 듯했다.
‘여자의 욕망이 승부를 좌우하겠군.’
아직은 서로 간을 보는 상황이었다. 두 사람 모두 우승 상품이 목적인지라 쉽사리 달려 들지 못했다.
한동안 대치하던 두 사람 중에 먼저 움직인 사람은 역시 당소려였다.
그녀의 서른여섯 자루의 무한 비도 중에 여섯 자루가 소신녀의 전신으로 쏘아져 나갔다.
쐐액. 슈슈슉.
소신녀는 피하지 않고 명옥수를 들어 무한 비도를 직접 공격했다. 비도를 부술 생각이 역력했다.
퍽! 퍼버버벅. 퍽퍽.
여섯 자루의 비도가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흠! 이번 승부는 당소려가 이기겠군.’
무한 비도는 가루가 된 것이 아니라 회수되었을 뿐이다. 명옥수에도 온전한 이상 아직 독을 사용하지 않은 당소려가 우세했다.
주위 사람은 물론 나와 혜 누이, 당명환까지 도시락 싸들고 말렸으나 출장한 당소려였다. 독이 아니라 더한 것도 충분히 사용할 여자였고.
그때였다.
-부군! 잠시 와주셔야겠습니다.
아주마단의 철 단주에게서 급한 목소리의 전음이 날아왔다. 웬만한 일이 아니면 지금 부를 리가 없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란매, 잠시 다녀와야겠어.”
대표로 정실인 수란에게 전하고 자리를 떴다.
[연재]던전 in 무림 107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야우사,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480-3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