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106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98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106화
106. 그랬는가.
남궁 설은 얼굴이 새빨갛게 변해 빽 소리쳤다.
“할아버지! 저를 어떻게 보시고! 그런 거 아니에요!”
“저, 저기 설아.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고…….”
“그럼 무슨 뜻이었어요?”
“그러니까 내 말은…….”
당황한 남궁 벽이 말을 더듬으며 난처해했다.
물론 내가 나서서 말려줄 수는 있었다. 그러나 이때 남궁 설을 말리는 것은 좋지 않았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했으니까.
모르는 척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고 지켜봤다.
원래 말리면 더하는 법이다. 내가 가만있자 아옹다옹하던 두 사람은 곧 머쓱해졌다.
이때다 싶어 남궁 설에게 말했다.
“설매, 어르신과 말씀 나누게 잠시 자리를 피해 주겠소?”
“지, 지금 설매라고 했느냐?”
남궁 벽이 다시 발작하려는 순간 남궁 설이 얌전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알겠어요, 가가. 할아버지, 다시 그런 말씀 하시면 정말 안 볼 거에요.”
남궁 벽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한마디를 남긴 채 남궁 설은 바람같이 사라졌다.
그 모든 분노가 나를 향하려는 순간.
“어르신, 무작정 화만 낼 것이 아니라 혼인으로 남궁 세가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을 생각해보십시오.”
말을 마치고 서서히 기세를 끌어 올렸다. 목표는 찻잔이었다.
핑!
둥실 허공으로 떠오른 찻잔이 남궁 벽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내 의도를 눈치챈 남궁 벽도 내공을 끌어 올려 찻잔을 멈추려 했다.
휙. 턱.
하나 찻잔은 조금의 저항도 받지 않은 것처럼 날아가 눈앞에서 멈췄다.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했고 너무나 확실한 승부였다.
남궁 벽이 내 기운을 전혀 막아내지 못했다는 사실은 경지가 훨씬 아래라는 뜻.
남궁 벽은 아직 화경(진) 이었고, 난 이미 진짜 화경이었다. (진)자 하나가 붙고 안 붙고의 차이는 삼류와 초절정의 차이보다 컸다.
남궁 벽에게는 기가 막힌 일이었으나 나로서는 당연한 결과였다.
그에게 실력을 드러낸 이유는 무림에서는 강한 놈이 정의正義라는 격언 때문이었다.
남궁 세가라고 이십 대 화경을 무시할 수는 없을 터였다. 같은 화경이라도 죽을 날 받아 놓은 노인네와는 질이 달랐으니까.
인간의 경지를 초월한 화경이라면 정파의 분류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고.
그래서 비무 대회에서 보인 신위를 미심쩍어하는 그에게 확실하게 확인시켜 줄 필요도 있었다.
나 진짜 화경이라고. 닥치고 혼인을 받아들이라고!
자신이 아직 이르지 못한 경지를 내가 먼저 밟았으니 부럽기도 했을 거다. 한편으로는 자존심도 상했을 거고.
남궁 벽이 침음성을 흘리며 허탈한 모습으로 말을 건넸다.
“으음……! 축하하네. 자네 이미 대성을 이루었군. 지난번 보았을 때만 해도 아니었는데 말이야.”
“오태산 미궁의 덕입니다. 강자와의 실전은 얻을 수 있는 점이 많으니까 말입니다.”
“그랬는가…….”
여러모로 아쉬워하는 남궁 벽이었다.
사실 남궁 세가도 나름 던전에 대처한다고 애를 썼으나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
던전에 대한 정보의 부재였다. 그로 인해 남궁 세가는 서서히 침체의 길을 걷게 되었다.
오대 세가의 맏형을 자처하던 남궁 세가였다.
그러나 이미 모용 세가에는 밀리고 있었고 최근에는 당가에도 밀렸다. 그러자 황보나 팽가도 남궁을 대하는 모습이 예전과는 달랐다.
이 모든 것은 균열 초기에 장로들과 한 개의 검대가 몰살당하면서부터였다. 전력 손실을 물론이고 명성도 땅에 떨어졌으니까.
남궁 벽이 날 똑바로 바라봤다. 현실을 직시한 그는 남궁 설의 할아버지가 아닌 남궁 세가 어른의 눈으로 보면서 입을 열었다.
“날이 밝는 대로 정식으로 매파를 보내시게.”
남궁 벽이 나를 대하는 말투도 달라졌다. 고수에 대한 예의였다. 이래서 무인들이 화경, 화경 하는 거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그리고……. 설아를 부탁하네.”
“행복하게 해주겠습니다. 잠시 만나고 돌아가도 되겠습니까?”
“불러주지. 기다리게.”
“예, 어르신.”
남궁 벽이 나가고 바로 남궁 설이 들어왔다. 아마 밖에서 듣고 있었을 거다.
“황 가가!”
마치 전쟁에 끌려나가 살아 돌아온 남편이라도 본 듯이 말 그대로 날아와 안겼다.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
S급 매혹이 정말 무서운 스킬이라고 느꼈다.
‘쩝! 앞으로 내 여자가 될 사람한텐 다신 사용하면 안 되겠어. 꼭두각시와 노는 취미는 없으니까.’
한 번 걸린 매혹은 죽기 전에는 풀리지 않는다. 다른 방법은 남궁 설이 마법 저항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었다.
‘빨리 각성시켜 마법 저항력을 갖게 해야겠어. 그래도 완전히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 쯧!’
마법 저항력에 의해 비례적으로 약화 될 뿐 완전히 해제되지는 않았다. 그나마 남궁 설은 S급 각성자라 기대해 보는 거다.
애처로운 생각이 들어 남궁 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설매, 어르신과는 얘기가 잘됐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 줘. 개파대전이 끝나는 대로 찾아올 테니까.”
“예, 가가.”
다시 꼭 안아주고 만사장을 나섰다.
@
서둘러 집무실로 돌아와 남은 업무를 끝냈다.
오늘 뜻밖에 남궁 설이 찾아와 영입하게 됐으나 사실은 오늘 따로 예정이 있었다.
오늘은 그동안 비무 대회를 통해 눈여겨보았던 비활성 각성자의 영입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었다.
그동안 찾아낸 비활성 각성자는 전부 여덟 명.
이번에도 여자의 수가 훨씬 많아 남자 한 명에 여자 일곱 명이었다.
이미 영입에 성공한 네 사람도 전부 여자였다. 아무래도 문파에서 차별받는 여자가 설득하기가 더 쉬웠다.
그렇다고 비활성 각성자만 쏙 빼 오는 짓은 하지 않았다. 나도 과거 독고 검문 시절 막내 사제 놈을 무당에 뺏긴 경험이 있었으니까.
그때의 더러웠던 기분을 떠올리고 네 명은 소속 문파째로 흡수했다.
남의 욕을 하려면 똑같은 놈이 되어서는 곤란하니까. 최소한 똥 묻은 개는 겨 묻은 개를 욕해서는 안 되는 거다.
유일했던 남자는 의리를 지킨다고 해서 선뜻 그러라고 했다.
사실 놈은 꽃밭에서 놀 기회를 걷어찬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 사실을 알았다면 이불을 걷어찰 것이고.
또 거절한 두 명의 여자는 꽤 이름 있는 명문 소속이었다. 좋자고 하는 일로 원수를 만들 수는 없는 일이라 나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오늘 마지막 남은 한 명을 만날 예정이었다.
산동성에 곡부라는 곳이 있다. 공자의 고향이기도 한 곡부에 정사지간의 철웅방鐵雄幇이라는 이류 문파가 있었다.
문제의 비활성 각성자는 철웅방의 큰 딸이었고.
그래서 더욱 애매했다.
삼류 문파라면 적극적으로 설득할 만했고 일류라면 포기하기 쉬웠는데 이도 저도 아니어서 어중간했다.
그녀의 이름은 설 나나薛娜娜.
나이는 방년 18세였다.
나나는 무척 특수한 고유능력을 두 가지나 가지고 있었다.
바로 통역과 해석이었다.
두 가지 모두 A급으로 아직 비활성 상태였다.
나야 차원 이동 특전으로 통역과 해석을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었다. 따라서 나한테는 크게 다가오는 능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난 한국에서 살다 온 놈이다. 통역 앱이 얼마나 편한 물건인지 잘 아는 놈이었다.
더구나 이곳 무림 대륙에는 수많은 언어와 문자가 존재하는 곳이다. 같은 문자를 쓴다고 해도 제주도 방언과 표준어 같은 차이를 보이는 곳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통역 앱이 있다는 것은 굉장한 장점이 틀림없었다.
‘해석은 또 어떻고!’
말했듯이 무공서는 철학책이다. 창안자의 심경을 담아놓아 과장과 은유는 물론 격앙된 감정까지 모두 담겨 있었다.
그런 문장을 올바로 해석한다는 일은 당사자라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걸 후대 사람이 해야 하는 것이 무공이지.’
따라서 한 글자 한 문장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위력은 천차만별이었다.
상승 절기가 삼류 무공보다 못할 수도 있고 반대의 경우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만일 무공서의 난해한 문장을 올바르게 해석할 수 있다면?
어쩌면 삼류 무공으로 알려진 무공서 중에 절학이 숨겨져 있을 수도 있었다. 상승 절기도 손실없이 본연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터였고.
따라서 그동안 알려진 무공 순위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주목한 점은 달리 있었다.
‘모든 현상에 원인 없는 결과가 있을 수는 없는 법.’
차원 이동자의 기본 스킬인 통역과 해석이 그녀에게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확신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었다. 내 경우를 보면 각성하기 전에도 통역 스킬은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확실하지 않아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었다.
‘어쩌면 그녀 역시 차원 이동자일 수도. 일단 확보를 우선으로…….’
솔직히 말해 나 외에 다른 차원 이동자가 있다는 것은 절대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마치 나와 같은 이름의 타인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더구나 좋은 건 혼자 가져야지 절대 나누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 나였다. 그녀가 가진 현대 지식이 도움이 되든 아니든 나로서는 달가울 리가 없었다.
‘그나마 그녀를 확보하면 다행이지만…….’
반대로 확보하지 못했을 경우가 진짜 문제였다. 어떤 식으로든 처리해야 하니까.
그렇지만 실패했다고 열여덟밖에 되지 않은 소녀를 죽일 수는 없는 일.
비록 사파인 행세를 하고 있으나 그 정도로 막 나갈 생각은 없었다. 아직은 여리고 순수한 현대인의 감성으로 살아가고 싶었다.
‘일단은 확인부터!’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먹고 원섭과 기성을 대동하고 총단을 나섰다.
총단에 숙소를 배정받지 못한 문파 대부분이 주변 객잔에서 머물렀다. 철웅방이 머무는 곳은 총단 앞의 풍운루라는 객잔이었다.
이젠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꽤 된다. 그래서 얼굴을 가리고 조용히 예약한 객실로 올라갔다.
남궁 설 문제로 조금 늦어 철웅방주와 나나가 미리 기다리고 있었다. 객실로 들어가자 앉아있던 두 사람이 일어났다.
두 사람에게 정중하게 포권하며 인사했다.
“먼저 만나자고 해놓고 늦어서 죄송합니다. 태화방주 황대정입니다.”
“아닙니다. 저희도 금방 왔습니다. 철웅방주 설충이라합니다.”
“반갑습니다, 설나나라고 합니다.”
인사를 하는 두 사람의 표정이 밝지는 않았다.
이류 문파인 철웅방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곳이 사황련이다. 그중에서도 실세가 보자고 하니 당연한 일이었다. 더구나 딸과 함께 보자고 했으니 걱정될 수밖에.
그래서인지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자마자 설충이 경계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딸 아이와 함께 만나자고 하셔서 나오기는 했는데 무슨 일입니까?”
“설 방주님도 제가 신안을 가졌다는 소문을 들어보셨습니까?”
“그렇기는 한데 그것과 제 딸이 무슨.......아! 혹시?”
“예, 그렇습니다. 비무 대회에 참가한 설 소저를 보고 잠재력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실례라는 것을 알면서도 두 분을 뵙자고 했습니다.”
최소한 불미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나자 설 방주의 얼굴이 한결 밝아졌다.
[연재]던전 in 무림 1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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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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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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