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89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982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89화
89. 다 죽었어
쿠광. 쾅!
“큭! 이번 건 조금 아프네. 갈수록 압박이 거세지네. 그렇게 날 잡고 싶은거야?”
놈들이 슬슬 나에 익숙해진 듯 퇴로를 봉쇄하며 파상공세를 펴고 있었다. 놈들이 아군인 지상의 해골 병사를 무시하고 공격해 오는 바람에 완전히 고립된 상황이었다. 나 또한 숫자의 미학에 감탄하며 한계를 느껴가는 중이었고.
“세상에 독불장군 없다더니만. 쯧! 이제 빠져야 할 땐가보다.”
진지하게 후퇴를 생각하고 있을 때 멀리서 커다란 함성이 들려왔다.
-와아! 교주 현신. 만마 앙복!
흐흐! 드디어 뒷방 늙은이들이 도착했다! 한 시진 동안 수고했다. 대정아.
마교도의 환호를 듣는 순간 없던 힘이 솟아나며 나도 몰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이제 정말 빠져도 될 때였다. 그동안의 노력도 헛수고가 아니었고.
“이 시발새끼들! 이제 니들 다 죽었어! 천마군림무!”
롱소드를 검강을 두르고 신검합일身劍合一의 수법으로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일직선으로 강행 돌파했다.
신검합일이 어검비행술과 다른 점은 공방일체攻防一體라는 점이었다. 커다란 롱소드는 적을 베는 칼인 동시에 나를 보호하는 방패였다.
그래도 보통은 공격을 위한 수단인데 난 도주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다.
번쩍. 고오오.
이런 나를 보내주기 싫다고 정면에서 일곱 줄기의 강기 다발이 짓쳐 오고 있었다.
파밧! 팟팟팟!
또 반탄력을 이용해 도주할까 봐 일찌감치 퇴로를 봉쇄하는 중첩 보호막이 가로막았다. 동시에 화망火網을 구성한 각종 마법 공격이 이어졌다.
마치 2차 대전에서 폭격기를 잡기 위한 항모와 구축함의 대공포화망 같았다.
가미카제 특공대는 몸 빵을 했다지만 난 그렇게 어리석지 않았고 맹목적이지도 않았다.
내 몸이 최고인데 몸 빵은 무슨……. 후후!
‘운룡대구식!’
경신술의 아버지라고 하는 곤륜의 최고 절학이 아닌, “흐아압!” 기합이 튀어나왔다. 그리곤 천근추千斤鎚의 수법으로 지상으로 뚝 떨어져 내렸다.
흐흐! 이제 조금만 버티면 마교를 구한 영웅이 되는데 내가 튀긴 왜 튀겠어. 이런 포위 속에서도 마교를 구하겠다는 불굴의 신념으로 당당하게 버티는 영웅의 모습을 보여줘야지!
그렇다. 나는 자기선전의 시대에 살았다. 그래서 남이 알아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나를 알리기를 선택했다. 당연히 조작과 날조도 서슴지 않았고.
“십방연환장!”
펑! 퍼벙! 펑! 펑! 펑!
이건 내 무공이 맞다. 사방으로 장력을 쏟아내며 최후의 발악을 하는 연출을 위한 무공이었다. 아니면 아직 내력도 멀쩡한데 좋은 강기 놔두고 손바닥으로 지랄을 할까.
그리고 또 하나.
놈들의 시선을 내게 집중시키려는 의도였다. 그래야 허겁지겁 달려오는 교주 일행이 쉽게 뒤치기 할 수 있으니까.
퍼벙! 쾅! 쾅!
놈들의 일제 공격이 내 한 몸에 쏟아졌다. 칠성둔형으로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연신 소리만 요란한 십방연환장을 사방팔방으로 뿌렸다.
“갈!”
마침내 기다리던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미증유의 거력이 나를 둘러싼 데스나이트와 리치를 덮쳐갔다.
하늘이 반으로 갈라지며 일순 세상이 멈추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을 때는 데스나이트와 리치들의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허공에는 오직 교주와 성녀, 다섯 명의 미중년美中年이 존재할 뿐이었다. 그들이 서서히 내게 떨어져 내렸다.
“황 방주, 그동안 수고했네. 나머지는 우리에게 맡기게. 이분들이 본교의 수호오위守護五位시라네. 자네가 말한 뒷방 늙은이들이지. 일단 급한 일부터 처리하고 인사는 나중에 나누도록 하지.”
“아! 예, 예.”
수호오위중의 하나가 윙크하며 말했다.
“하하하! 그럼 늦게 온 죄로 뒷방 늙은이들은 먼저 가보겠네.”
“아, 예. 그러시죠.”
보통은 수호오위라면 위사라는 말이다. 근데 이자들은 위사의 위衛가 아니 자리라는 위位를 썼다.
한마디로 만만치 않은 놈들이라는 뜻이다. 실력으로 보나 서열로 보나.
역시, 마교!
확실히 교주나 성녀를 보고 나선 뭔가 10% 정도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무림 최강의 세력치고는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런데 알고 봤더니 이런 깜찍한 수를 숨겨두고 있었던 거다.
정보를 확인한 결과 수호오위 한 사람, 한 사람이 교주보다 강했다. 나이도 여든도 안 돼 아직은 외모처럼 팔팔한 청춘이었고. 앞으로도 4, 50년은 멀쩡할 듯 보였다. 마교의 성세 또한 그럴 것이고.
쩝! 왠지 씁쓸하네.
사촌이 땅을 사서 그렇다. 그것도 강남 한가운데에 5만 평을 산 것 같았다. 뒷방 늙은이들에 대해 짐작은 하고 있었으나 설마 이 정도였을 줄은 몰랐다.
한편으로는 과연 역사와 전통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힘이 빠졌다. 태화방과 사황련으론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니까.
마교 뿐이 아닐 테지. 다른 곳을 몰라도 최소한 소림과 무당은…….
그동안 내가 얻은 것들이 얼마나 알량하며 사상누각 沙上樓閣에 불과했는지 깨달았다.
물론 내가 가진 것들을 잘 이용하면 이들을 추월할 가능성은 충분했다. 하지만 그 역시 단시일 안에는 불가능한 일. 최소 몇십 년은 걸려야 할 일이었다.
교주 일행이 전장에 투입되자 일방적인 학살이 벌어졌다. 화경 고수 7인이 힘을 합치면 수십 명의 데스나이트 따위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리치 역시 뼈다귀와 함께 라이프베슬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순서가 바뀌어도 될만큼 압도적이라는 뜻이었다.
그런 광경을 지켜보며 쓴웃음을 짓고 있는 내게 환하게 웃는 얼굴로 설빙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 뒤로 빙궁의 무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가가!”
그래! 내겐 아직 빙궁이 남아 있어!
절망 속에 피어난 한 송이 희망의 꽃이었다. 빙설로 이루어진 차갑기 그지없는 꽃이 내 가슴을 웅장하게 만들었다.
빙궁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내 80여 알의 각성단환이 시간의 간극을 메워주길 기대하면서. 빙궁의 가치가 더 크게 다가왔다.
자연스럽게 안으며 자상한 어조로 말을 건넸다. 그래서 그런지 갑자기 빙궁 무인들에 대한 애정이 샘 솟았다.
“빙매, 고생했소! 궁도들은? 모두 무사하오?”
설빙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본궁은 순서에 밀려 전투에 참여하지 못했어요. 덕분에 전사자는커녕 부상자도 한 명 나오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하하, 그랬소? 정말 다행이구려.”
갑자기 설빙의 목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호호호! 그보다, 가가. 말씀하신 비밀은 언제쯤 알려 주실 건가요?”
“빙궁에 도착해 부군이 되어 당당하게 빙매를 안고 나서 알려 주겠소. 멀지 않았으니 너무 조바심내지 마시오.”
“아이, 제가 언제 보챘다고…….”
얼굴을 붉히며 말끝을 줄이는 설빙이 너무 예뻐서 와락 껴안았다.
와락.
“가가, 보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러면서도 마주 잡은 허리는 풀지 않았다.
@
휘잉! 휘이잉!
“가가,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세요.”
설빙의 말에 생각에서 빠져나왔다. 마교를 떠나 온 지 어언 두 달째로 접어들고 있었다.
마교는 죽음의 군단과의 전쟁으로 3천이 넘는 사상자를 내었다. 비록 승리는 했으나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처음 예상보다 피해가 커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였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는 아무리 구교救敎의 영웅이라도 오래 머물기 어려웠다.
마교에 대해 궁금한 것도 많았으나 철없이 이것저것 물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성실히 대답해준다는 보장도 없었지만. 그 점은 마교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교주와 성녀, 수신오위의 간곡하지 않은 만류를 뿌리치고 사흘 만에 마교를 떠났다. 그렇다고 마교 방문이 전혀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온 세상이 자네에게 등을 돌린다고 해도 본교는 자네의 편에 설 것이네. 한 번은.
한 번에 국한된 점은 아쉬웠으나 마교라는 든든한 뒷배를 얻었다. 솔직히 말해 세상으로부터 왕따 당하는 경우가 그리 흔한 일은 아니잖은가.
그냥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둔 거다. 어차피 난 목숨까지 걸지는 않았으니까.
잠시 마교에서의 일을 떠올린 뒤 설빙의 질문에 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오. 근데 아까부터 금방이라더니 아직도 대설산大雪山은 멀리 보이는구려. 아직도 도착하려면 먼 거요?”
시골 노인네에게 물어보면 ‘다 왔어. 이제 조금만 가면 돼.’하고 10리를 더 간다고 했다. 짜장면 배달은 항상 떠났는데 도착하지 않았고.
설빙은 아직 어린데도 어디서 그런 스킬을 배워 구사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설빙은 하루 전부터 빙궁의 영역에 들어왔다고 했다. 지금도 거센 눈보라가 몰아쳐 한 치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빙궁 무인들은 누구 하나 뒤처지지 않고 능숙하게 헤쳐 나갔다. 나 역시 한서불침이라 크게 지장 받지 않았지만.
퉁명스러운 질문에 설빙이 재밌다는 듯이 깔깔거리며 말했다.
“호호! 눈보라 때문에 멀게 보이는 것뿐이에요. 정말 다 왔어요. 곧 본 궁의 아름다운 광경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한 시진을 더 걸었다. 알다시피 한 시진이면 두 시간이고, 일행 모두는 눈보라에 지장 받지 않는 정예 고수들이다.
썩을 년. 예쁘니까 봐 줬다.
그리고 마침내 설빙이 자랑스러워하는 빙궁을 눈앞에 둘 수 있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진심에서 나오는 감탄성을 터뜨렸다.
“오! 과연! 빙매가 자랑할 만했군. 정말 놀랍고 아름다운 곳이오.”
솔직히 빙궁은 이글루가 옹기종기 모여 있거나 얼음으로 만들어진 궁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심 바람은 막겠지만 난방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하고 궁금해 했다.
한데 지금 보이는 눈앞의 광경은 상상을 초월했다. 온 세상이 하얀 가운데 형형색색의 대자연이 펼쳐져 있었다. 마치 이곳만 계절이 비켜 간 듯 녹음이 우거졌고 기화이초가 만발했다.
내가 남국南國에 가본 적은 없었으나 사진 속에 본 남국의 모습이 이럴 듯싶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겪은 한파와 지형 때문이기도 했고, 빙궁이라는 이름과 대설산이라는 지명 때문에 오해한 듯했다.
현대에는 사막 한가운데에 도시도 만들지만 이렇다 할 과학기술이 없는 무림이다. 그런데도 이런 지상낙원을 만들 수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찐으로 감탄하는 내 모습을 보며 설빙이 볼록한 가슴을 활짝 펴면서 으스대며 말했다.
“호호! 제가 그랬잖아요. 직접 보면 절대 실망하지 않을 거라고.”
“빙매, 정말 놀라운 일이요. 직접 보면서도 도대체 믿겨 지지가 않는군! 대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거요?”
“결계結界예요. 저도 궁주가 되기 전이어서 자세한 것은 몰라요.”
“결계? 진법이랑은 다른 건가? 아무튼, 대단하군. 완전히 여기만 별천지야.”
“호호! 궁주님께 여쭤보세요. 아! 마침 저기 나와계시네요.”
과연 멀리 일단의 무리가 우릴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난 모르고 있었는데 언제 연락드렸소?”
“여긴 빙궁이잖아요. 다 방법이 있어요.”
[연재]던전 in 무림 8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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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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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480-3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