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85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99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85화
85. 무서운 놈
고개를 끄덕인 교주 군천악은 더는 미련 없다는 듯이 설빙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화제를 돌렸다.
“자, 그럼 죽음의 군단에 관해 설명해 보게.”
“죽음의 군단은……. 귀교는 방심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야 할 겁니다.”
내가 아는 정보를 풀어놨다. 도움이 되도록 자세하게. 긴장하라는 의미로 약간의 과장도 섞었다.
그래선지 교주도 조금은 후달린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네 말대로라면 쉽지 않은 싸움이 되겠군. 결국, 부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본교의 절대 고수들이 나서야 한다는 말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교주님과 성녀님은 물론이고 가능하면 뒷방에 계신 분들도 모두 나서야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자네들이 부르는 십마十魔 중에 일곱이 이곳에 있네. 그래도 부족하다는 말인가?”
“그분들의 무공 수위는 모르겠으나 상대는 수십 명의 최소 초절정 이상의 고숩니다. 놈들은 화경이 아니더라도 검강을 사용할 수 있어 같은 초절정이라면 상대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놈들은 이미 죽은 자들입니다. 고통도 느끼지 못하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데스나이트는 일반 몬스터와는 성격이 다르다. 검술을 익혀 회피 및 방어 능력이 있다. 무림의 장점이랄 수 있는 경신술도 큰 도움이 못 되고.
내가 답답해 죽겠다는 얼굴로 쳐다보자 교주는 성녀에게 의견을 구했다.
“성녀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교주님, 괴물에 대해서는 본녀보다 황 방주께서 더 잘 아십니다.”
와아! 놀랬다.
성녀가 나를 지지해서가 아니라 세상에 마교주를 앞에 놓고 본녀라고 할 수 있는 년이 무림에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해서다. 나이 때문일 수도 있으나 그래도 놀라운 거다.
세상 신기한 눈으로 성녀와 교주를 번갈아 봤다. 둘 사이의 관계도 무림에 알려진 것과는 상당히 다른 듯했고.
교주는 성녀의 말까지 무시하기 어려운지 잠시 고민하다 부하에게 지시를 내렸다.
“총 군사에게 전하라. 지금 움직일 수 있는 원로들은 모두 이곳으로 보내라고. 지금이다!”
“충!”
부하에게 지시를 내린 교주는 내게 시선을 돌려 물었다.
“들었나? 이렇게 됐으니 자네와 빙궁의 손도 빌려야겠네. 괜찮겠지?”
“하하, 본련과 신교는 친구 아닙니까? 누구는 교주님과 달리 따라오지도 못하게 하던데 교주님은 화끈하십니다.”
“그야 이 정도로 심각할 줄 몰랐을 테니 그랬을 테지. 우리 신교의 교리는 허례허식보다는 실리를 추구하고 있네. 도와주겠다고 여기까지 찾아온 사람을 놀려둘 이유가 없네.”
취소다. 아까 교주보고 힘만 센 바보라고 한 거. 어쩌면 사공 천이나 성녀보다 무서운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천하제일의 마교주가 서슴없이 내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데는 소름이 쫙 올라왔다. 진짜 무서운 놈.
“알겠습니다, 교주. 빙궁과 저는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설빙이는 즉시 빙궁도를 불러들였다. 멀지 않은 곳에 있어 바로 도착할 수 있었다.
“놈들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습니까?”
마교주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게 아무래도 본교가 목표인 듯싶네.”
“예? 정말입니까? 초 소저, 궁도들에게 확인해 주시겠소?”
어이가 없어 실례를 무릅쓰고 설빙이에게 확인시켰다.
“예, 황 방주님.”
잠시 후에 설빙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섰다. 사실이란 뜻이다. 마치 부부사기단에게 눈 뜨고 사기당한 느낌이었다.
“와아! 이 사람들 정말……. 어휴! 속은 놈이 병신이지. 인제 와서 따져봐야 더 병신 되는 거고.”
“우리도 이제 알았네. 조금 전까지는 확실치 않았지.”
“뭐, 됐습니다. 애들 달래는 것도 아니고. 나가시죠? 애꿎은 놈들에게 화풀이나 해야겠습니다.”
“호호, 그래요. 두부는 삭힐수록 맛있으나 화를 삭이면 화병이 될 뿐이에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도 유분수지. 아무튼, 여자는 입이 두 개라서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성녀를 향해 씩 웃어주며 말했다.
“죽음의 군단을 상대하는 데는 성녀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성녀님의 활약을 기대 하겠습니다.”
“예? 제가 말인가요?”
영문을 몰라 되묻는 성녀에게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죽음의 군단은 전부 망자들입니다. 성물聖物이나 성수聖水 또는 성녀의 전유물인 신성력은 놈들에겐 쥐약입니다. 설마 성녀께서 성물이나 성수가 없으신 건 아니겠죠?”
없다. 내가 상태창으로 확인했다.
‘성’자가 들어가는 아이템도 없었고 신성력도 없었다. 천신의 가호라는 버프가 있긴 한데 비활성 상태였다. 결론은 무늬만 성녀라는 말.
“........”
성녀는 시선을 회피하며 대답하지 않았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날 째려보고 앞장서 나갔다.
“허험! 그럼 나가볼까?”
“그러시죠. 초 소저 갑시다.”
설빙이 옆구리를 꼬집으며 귀에 대고 속삭였다.
“어쩌자고 그러세요.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했어요. 어서 사과하세요.”
“흐흐, 그렇지 않아도 오뉴월엔 빙궁에 가 있을 생각이었소. 신경 쓰지 말고 우리도 갑시다.”
빙궁은 오뉴월뿐만 아니라 사시사철 서리가 내린다.
“후우!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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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주님, 죽음의 군단이 마교로 오는 이유에 대해 짐작 가시는 것은 없습니까?”
“글쎄……. 딱히 기억나는 것은 없는 것 같군.”
“잘 생각해 보십시오. 쟤들도 뭔가 주워 먹을 게 있으니까 죽자고 저렇게 달려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혹시 특별한 괴마동이나 보물이 있는 것은 아닙니까?”
꼭 대답을 듣고자 질문한 건 아니었다. 말마따나 뭔가 있으니까 몰려오는 것이고 알고 있어도 말해주지 않을 거다. 그냥 자꾸 미안해하라고 던지는 말이다.
십만대산은 마교의 안마당이다. 그리고 첩첩산중이라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다. 마교에서는 불편해도 일부러 이렇게 놔둔다.
길을 닦아 놓으면 황군이 득달같이 달려들 테니까. 마교는 중원 무림이 아닌 황군이 원수였다.
어쨌든 대군을 상대하기에는 지리적으로 무척 유리한 지형이었다. 데스나이트가 타고 다니는 유령마는 하늘을 날아도 해골 병사는 뚜벅이다. 지형지물을 적절히 이용하면 수의 불리도 커버할 수 있었다.
데스나이트만 적절히 막아내면 낙승을 기대할 수 있었다.
데스나이트만 막으면.
일일이 수를 세어보니 전부 75명이나 되었다.
교주와 성녀 내가 각각 10명씩 상대한다고 해도 45명이나 남았다. 그 45명이 자유롭게 움직이며 깽판을 칠 거다.
어느 문파든 문주가 최고수는 아니다. 그런데 마교주가 화경이다. 힘을 숭상하는 마교라면 화경이 더 많이 있을 수도 있다는 기대가 생겼다.
따라서 은근한 기대를 품고 물었다.
“십마 중에 화경이 있습니까?”
“본교를 어떻게 보는 건가? 당연히 있지. 그것도 다섯이나.”
“다행입니다. 그럼 어찌어찌 상대할 수 있을 겁니다.”
내 말을 들은 교주는 기뻐하기는커녕 겸연쩍은 얼굴로 말했다.
“아, 그분들은 모두 전대 전주들이네. 화경씩이나 돼서 현직에 남아있는 분이 계시겠나? 또 그 정도는 대접해야 하고. 나나 성녀야 직책이 직책이니만큼 현역이지만 말이네.”
기가막혀 더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악담은 퍼부어 주고 싶어 지나가는 말처럼 한마디 했다.
“제발 뒷방 늙은이들 올 때까진 죽진 마십시오. 나 혼자 개고생하기는 싫으니까. 분명히 말하는데 여의치 않으면 전 튑니다. 신교와 함께 무덤 쓸 생각은 조금도 없으니까.”
“참나! 사람도……. 금방 온다니까 그러네.”
그러는 사이 죽음의 군단은 1㎞ 밖에까지 진군해 왔다. 이젠 노닥거릴 시간도 없었다. 곧 놈들이 매복 지점에 도달할 것이고 전투가 벌어질 거다.
“초 소저, 난 교주와 함께 가볼 테니 소저께서는 빙궁 무인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시오.”
“알겠어요, 황 방주님의 무운을 빌게요.”
“초 소저도 조심하시오.”
무림이 좋은 것은 쌈박질하러 간다고 해도 말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 같았으면 1차로 바짓가랑이 잡고 늘어진다. 간신히 떼어 놓고 돌아서려면 2차로 눈물 콧물 다 짜내며 융단폭격을 퍼붓는다.
그걸 진정시키고 돌아서면 싸움은 이미 끝나있었다. 영화 보면 그런다는 말이다.
덜컥덜컥. 척척척.
죽음의 군단 선두가 계곡을 빠져나가자 위에서 굉음과 함께 집채만 한 바위들이 굴러 떨어졌다. 드디어 전투가 시작된 거다.
두둑. 두두둑. 터엉. 텅.
바위는 해골 병사를 상대하는 데는 확실히 좋은 공격수단이다. 특히 만장 절벽에서 떨어뜨리면 더욱 효과가 좋았다.
휘익. 부웅. 부웅.
곧이어 기름 항아리가 날아갔다. 그 뒤를 이어 불화살이 쏘아질 거다. 아주 정석적인 공격이지만 지금 상황에선 가장 효과적일 거다.
흐뭇하게 지켜보던 교주와 난 결과를 상상했다. 떡이 되고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해골 병사를.
파앗! 팟! 팟! 팟!
놈들에게도 다 계획이 있었던 거다. 군데군데서 푸른 방어막이 생겨나 지붕처럼 펼쳐졌고 바위와 기름 항아리는 그 위를 튕겨 나갔다.
텅. 터엉. 터엉. 퍽. 퍽.
피융! 핑! 핑! 쌔애액.
화르륵. 화르륵.
뒤늦게 날아온 불화살은 보호막이 존재하는 것을 알려 주는 것으로 그쳤다. 불은 보호막을 태우지 못했고 해골 병사는 유유히 그 밑으로 지나갔다.
성녀와 교주 그리고 나는 각자의 감정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표현했다.
“헛!”
“제길!”
“시발!”
선두는 이미 여유롭게 빠져나왔고 그 뒤를 이어 듀라한과 해골 병사들이 태연하게 따랐다.
매복 작전은 처참하게 실패했다. 보호막의 존재를 확인한 순간 원거리 공격의 가능성도 사라졌다.
이제는 직접 칼과 칼을 맞대야 하는 상황. 사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두 사람의 표정이 처음으로 딱딱하게 굳었다.
“교주님!”
“갑시다!”
심상치 않은 상황에 성녀와 교주는 무거운 눈으로 서로 쳐다보곤 전장을 향해 몸을 날렸다.
휘릭. 휘리릭.
나도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 그러나 앞장서 나설 생각은 없었다. 나 외의 화경 고수들의 실전을 직접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어차피 내 전장도 아니었고.
교주와 성녀가 나란히 허공에 모습을 나타내자 삼만 마교가 일제히 발을 구르면서 두 사람을 연호했다.
쿵! 쿵! 쿵!
“일월신교 교주 만세!”
“일월신교 성녀 천세!”
“천마 강림. 신교 무적!”
동등한 관계 같아도 확실히 차이는 있었다. 만세와 천세를 외치는 연호 소리가 내공을 싣고 사자후처럼 전장에 퍼졌다.
휙! 휙! 휙! 휘리릭!
교주와 성녀 뒤로 일곱 명의 인형이 떨어져 내렸다. 십마 중의 칠마였다.
교주가 교주 신물인 천마 신검을 뽑아 들고 소리쳤다.
“신교는 무적이다! 적을 섬멸하라! 공격!”
교주가 천마 행공의 신법으로 적의 선두를 향해 돌진했다.
“공격하라!”
“적을 섬멸하라!”
성녀와 칠마가 그들의 절기를 펼치며 교주의 뒤를 따랐다.
[연재]던전 in 무림 8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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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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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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