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82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1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82화
82. 이 개새끼들아
데스나이트의 퀭한 동공 속에서 붉은 광채가 일렁이는 것을 마주 보며 씩 웃었다. 그리고 클라크의 롱소드를 휘두르며 내가 익힌 최고의 초식을 펼쳤다.
“일검파천황 3식, 파천황!”
번쩍! 고오오오!
일순 내공이 쭈욱 빠져나가며 검날이 푸른빛으로 번쩍였다. 초식의 영향으로 주변은 진공으로 변한 듯 소리마저 사라졌다. 놈들이 달려오는 전방의 허공이 좌우로 길게 갈라졌다.
데스나이트들의 검에서 묵광이 피어올랐다. 수십 개의 묵광이 한데 어우러지며 파천황의 초식과 부딪쳤다. 굉음이 터지며 지면의 모래가 허공을 가득 채웠다.
쩌억!
콰광! 콰과과광!
모래 먼지가 하늘 끝까지 퍼져 올라 천지를 분간할 수 없었다. 엄청난 충격파가 나를 덮쳐왔다. 거스르지 않고 반탄력을 이용해 몸을 날렸다.
뒤를 돌아보니 엄청난 광경에 선회하던 빙궁 문도들이 속도를 늦춰가며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 뭣이 중한데!
속에서부터 열불이 치밀어 올라 소리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개새끼들아! 뭐 하는 거야! 빨리 튀지 못해! 달려. 뒤도 돌아보지 말고 박차를 가해 달리라고!”
눈을 부릅뜨고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며 삿대질까지 해대며 욕을 하자 문도들도 정신이 번쩍 든 모양이다. 서둘러 채찍질을 하며 말을 돌려 튀었다.
철썩철썩!
끼럇! 끼럇!
히히힝! 히히힝!
모래가 가라앉기를 기다리지 않고 다시 검을 휘둘렀다. 한 번이면 될 걸 멍청한 애들 때문에 한 번 더 해야 했다.
“일검파천황 오의, 파천황!”
번쩍! 고오오오!
쩌억!
콰광! 콰과과광!
다시 폭음과 모래가 허공을 뒤덮었다. 하나 난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의 공격으로 죽은 놈은 실상 얼마 되지 않다는 것을.
놈들을 덮치기 전에 수십 줄기의 시커먼 검강이 뭉치며 파천황과 충돌했다. 그 여파로 폭음과 모래가 일어났을 뿐 정작 죽은 놈은 하나나 둘 정도일 거다.
어쩌면 한 놈도 죽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어쨌든 놈들의 발을 멈춰 세운다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그럼 나도 튀어야지!
충돌의 반탄력을 이용해 몸을 띄웠다.
“어검비행!”
쐐애액!
검과 일심동체가 되어 선회하는 빙궁 문도들의 선두를 따라잡았다. 모래 위로 내려서며 소리쳤다.
“계속 달려! 멈추지 말고 계속 달려!”
-충!
후미가 지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가 후미를 따라 달렸다. 달리며 과연 죽음의 군단이 어디를 향해 진군하고 있는가에 대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어디든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초토화가 될 텐데…….
사실 수만이 넘는 해골 병사는 별 것 아니었다. 정예병사가 아니라면 삼류 무사한테도 밥이니까.
그런데 문제는 쪽수가 수만이란 말이지.
숫자의 미학이 힘을 발휘하는 거다. 몰매에 장사 없다고 웬만한 문파에선 수만의 해골 병사를 상대할 수 없다.
더구나 수십의 데스나이트와 수백의 듀라한 까지 더한다면 난도는 끝없이 높아진다. 단일 세력으로 구파일방이라도 막지 못할 거다.
그들이라도 최소한 한두 개가 합심해야 간신히 막을 수 있을 거다. 그때는 뒷방 늙은이들까지 총동원하는 총력전을 펼쳐야 할 테고.
흐흐! 그러나 우리 사황련이나 마교라면 가능할 수도.
쪽수로 무림 1, 2위를 달리는 사황련과 마교라면 단일 세력으로도 가능할 것이다. 사황련의 경우 8천이 전부 모였다는 가정이었지만.
결국, 놈들이 지나는 곳은 메뚜기떼가 휩쓸고 지나간 논밭처럼 변할 것이다. 낱알이 아닌 사람 목이 떨어지는 것으로.
과연 떨어지는 머릿수가 몇 천이 될지 몇 만이 될지는 하늘만이 알 것이다.
시발! 몰랐으면 몰라도 알고도 가만있으면 금수보다 못한 놈이 되잖아!
나는 정파인도 아니고 협객도 아니었으나 사람은 맞았다. 따라서 나도 양심이라는 것도 있고 가책도 받을 거다.
만약 이번 일을 모른 척하고 빙궁으로 향한다면 틀림없이 매일 밤 꿈자리가 뒤숭숭할 거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그런 참사를 모르는 척, 할 만큼 얼굴이 두껍지는 못했다.
내 평안한 잠자리와 심신의 안녕을 위해서라도 죽음의 군단을 막아내는 일에 일익을 맡아야 했다. 하기 싫지만 밀려서 억지로 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었다.
그리고 사람은 이렇게 궁지에 몰리게 되면 잔머리도 잘 도는 법이다. 커다란 계획을 세우지는 못해도 잔꾀는 부릴 수 있다는 뜻이다.
가만! 마교, 마교가 있잖아!
순간 잔머리가 홱홱 돌아가며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아주 가까운 곳에 단일 세력으로 저지할 수 있는 마교가 있었다.
쩝! 문제는 마교를 어떻게 끌고 들어가냐는 건데…….
아무 친분 없는 내가 찾아가 ‘쟤들 좀 같이 처치합시다.’라고 해서 흔쾌히 들어준다면 걔들을 마교라고 부르지도 않았을 거다.
마교를 구렁텅이로 끌어들일 묘안을 궁리하며 빙궁 무인들에게 갔다. 이번에 출정한 호위대는 총 110명으로 100명의 여자와 10명의 남자로 구성되어있었다.
흐음! 열 명 다 있군.
그래서 남자 숫자만 세면 얼추 확인되었다. 다행히 내 노력이 헛되지 않게 모두 무사해 일단 안심했다.
빙궁의 남자 문도는 꽃밭에 사는 대신 혹독한 노동이라는 대가를 치른다고 한다. 이번 호위대의 사내들도 천막을 치는 등의 몸을 쓰는 일 외에도 취사 및 빨래 등의 잡다한 일까지 전부 맡아서 했다.
그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사내 문도들은 아침마다 만족한 표정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아무튼, 나를 발견한 설빙이가 버선발로 달려 나오며 날 불렀다.
“황 방주님!”
나비처럼 날아와 안길 줄 알았는데 바로 앞에서 멈춰 팔을 벌린 날 부끄럽게 만들었다.
“모두 무사하오?”
“덕분에요. 한데 이제 어찌해야 하나요?”
죽음의 군단은 원래 우리가 목표가 아니었는지 오로지 직진이었다. 덕분에 옆으로 빠진 우리는 이렇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나도 그 점이 고민이라오. 일단 우릴 쫓지는 않는 것 같으니 멀리서 지켜보며 궁리해 봅시다.”
“황 방주님, 역시 그대로 지나칠 수는 없으시겠죠?”
“그렇소. 그건 안될 말이오. 저들이 가는 곳에 촌락이나 도시가 있다면 폐허가 될 것이 분명하오. 최소한 먼저 알려 피신할 수 있게라도 해야 하오.”
“본궁이 황 방주님을 돕겠어요.”
“그럼 먼저 죽음의 군단의 진로에 있는 촌락과 도시에 궁도를 보내 경고를 해 주시오. 나머지는 놈들을 감시하며 진로를 예상해 알려주고.”
“예, 방주님.”
설빙이는 궁도들을 모아 내 말대로 지시했다. 절반의 궁도가 말을 달려 떠났고 나머지는 멀리 떨어져 경계에 들어갔다.
지시를 마치고 날 향해 다가오는 설빙이를 불렀다.
“초 소저, 잠깐 봅시다.”
“예, 방주님.”
“난 지금 마교로 갈 생각인데 초 소저도 함께 갔으면 하오. 괜찮겠소?”
“마교에요?”
“지금 죽음의 군단을 막을 세력은 마교외에는 없을 것이오. 그러니 어떻게든 그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지 않겠소?”
“하지만 과연 그들이 응할까요?”
설빙이도 상황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되묻는 설빙이의 목소리는 회의적이었다. 마교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그들이 응하든 거절하든 지금으로선 달리 방법이 없소. 일단 부딪쳐 보고 어떻게든 끌어들일 생각이오.”
“.......좋아요. 황 방주님과 함께 가겠어요.”
“그럼 궁도들에게 전하고 바로 출발합시다.”
“예,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설빙이를 데려가는 이유는 그녀가 천외일미였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사황련의 황 모가 교주를 만나겠다는 것보다 설빙이 이름을 파는 게 조금은 유리하니까 말이다.
만나게 됐을 때도 사내들끼리 보다는 분위기가 한결 나을 거다. 얼굴을 붉힐 일이 있어도 일단 설빙이 눈치를 보게 되고 막말은 삼가게 될 테니까.
그리고 교주도 사내라면 설빙이 앞에서 얼굴을 세우고 싶을 것이고. 그때 남자들은 분수에 맞지 않는 일도 벌이곤 한다. 난 옆에서 똥구멍만 살살 긁어주면 된다.
아니면 옆에서 슬쩍 자존심을 건들어주면 발끈해서 나설지도 모른다. 이기적인 내가 이런 말을 한다면 우습겠으나 솔직히 그렇게라도 해서 끌어들이고 싶었다.
정 안되면 정보를 좀 풀고.
내가 가진 던전과 몬스터에 대한 정보라면 마교도 혹할 것은 분명했다. 당장 미궁의 정보만 흘려도 매정하게 거절할 수는 없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것도 부족하면 마력 심법도 내놓지 뭐. 아깝긴 해도 어차피 새어 나갈 거 미리 선수 치고 점수 따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니까.
이 정도 준비가 있으니까 마교라는 호굴에 내 발로 걸어 들어가겠다는 거다. 아직 난 미치지 않고 멀쩡했다.
“황 방주님, 이제 가시죠.”
“초 소저, 알다시피 사안이 매우 급해 소저께 실례를 조금 해야 할 것 같소이다.”
“예? 무슨 실례를……?”
“이해해 주시오.”
덥석.
“어머나! 화, 황방주님......”
설빙이를 공주님 안기로 안아 들었다. 남녀 사이에는 기회가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신체접촉을 자주 해야 한다. 그래야 발전이 있는 법이다.
얼굴을 붉히며 어쩔 줄 모르는 설빙이의 귓가에 뜨거운 바람을 한 움큼 쏟아내며 몸을 날렸다.
“초 소저, 날 꽉 잡으시오! 어검비행!”
두둥실! 쐐애액!
“어맛!”
하늘로 둥실 떠오르며 쏜살같이 쏘아지자 설빙이는 뾰족한 교성을 지르며 가늘고 하얀 팔로 내 목을 감싸 안았다.
설빙이도 절정 고수다. 설마 진짜로 놀라 소리 지른 것은 아닐 거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나도 더 꼭 끌어안아 접촉면을 최대한으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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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권역을 지나온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다. 어검비행술로 날아가면 반 시진이면 도착할 거리였다. 단지 내력을 조절하느라 속도를 늦춰 한 시진이 걸렸다.
마교도를 만나기 전에 내공이 올인 나면 곤란하기 때문이지 절대 다른 이유는 없었다.
단지 마교권역에 내려설 때 설빙이가 소매로 내 입술을 닦아줬을 뿐이다. 아마 음속을 돌파하느라 침이 흘렀었나 보다.
마교에는 처음 와봤고 폐쇄적인 운영으로 정보도 거의 없었다. 산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여기서부터 마교라는 표시도 없었다. 그럴 때는 가장 좋은 건물을 찾아가면 되는 법.
목표를 정하고 다시 설빙이를 안고 몸을 날리려 할 때, 우릴 부르는 소리와 함께 십여 명의 신형이 앞으로 떨어져 내렸다.
“멈춰라!”
“........”
그래서 멈췄다. 그리고 빤히 쳐다봤더니 상대가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 마교에 온 사람치고는 우리가 너무 천진난만했나 보다.
“외, 외부인이 신교에는 무슨 일이냐?”
“빙궁의 소궁주인 천외일미와 사황련의 8천주이며 태화방의 방주 황대정이 신교의 교주를 만나러 왔다. 어서 교주에게 전하라.”
“천외일미라고!”
내 소개를 더 길게 했는데도 놈은 설빙이만 언급했다. 설빙이야 얼굴이 주민등록증이라 달리 증명이 필요 없었다.
아무래도 나를 걸고 넘어갈 것 같아 얼른 한마디 던졌다.
“귀교의 존망에 관련한 중요한 정보가 있으니 서둘러야 할 것이다. 만일 전달이 늦어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면 모두 귀하의 책임이니 서둘러 전하라.”
“귀하…….”
[연재]던전 in 무림 8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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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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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480-3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