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81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98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81화
81. 지금이닷
새외로 나가는 관문인 옥문관을 지나자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이국적인 정취가 느껴졌다. 만나는 사람도 중원인 보다는 서역인이 더 많았고 개중에는 흑인도 보였다.
한국에서는 외국 여행 한번 가보지 못한 나였다. 그런 내가 무림에 와서는 광활한 중원대륙에 이어 초원, 사막까지 발로 밟았다.
더구나 엘사와 함께 밭 가는 김태희의 고향으로 여행하고 있어 복잡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나와 설빙 일행은 난주에서 삼 일을 더 머물고 길을 나섰다. 종소홍과 광동파 사제들은 물론 성민들의 열열한 환송을 받았음은 물론이었고.
그리고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알다시피 남녀가 함께 여행하면 관계는 급발진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어쨌든 그렇게 되면 둘 중 하나로 변한다. 서로 호감을 지닌 상대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둘이 박 터지게 싸우고 원수가 되거나 아니면 섹스파트너 또는 연인으로 발전한다.
쯧! 하지만 이렇게 개떼로 하는 여행은 전혀 상관없지.
더구나 설빙이는 빙궁의 소궁주였다. 호위무사 전원의 시선을 늘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애먼 짓을 하고 싶어도 보는 눈이 많아 할 수가 없었다.
우리 일행은 옥문관을 지나 마교가 있는 신강 땅을 밟았다. 마교는 천산에 본거지를 두었는데, 근처를 지나는 천산 북로를 따라가면 빙궁이 나왔다.
마교를 지나 천산 북로에 접어들어 설빙이와 나란히 말을 달리며 물었다.
“초 소저, 마교와 관계는 괜찮은 거요? 빙궁이 지난다는 것을 알았을 텐데 별다른 시비가 없으니 말이오.”
“특별히 다툴 일은 없으니까요. 그쪽이나 본궁이나 중원의 일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기는 마찬가지예요.”
“호오! 그런 것 치고는 초 소저는 중원 무림에 꽤 밝은 것 같은데 말이오.”
“빙궁 소궁주로서의 당연한 소양이지요.”
설빙이는 나랑 동갑이다. 무림에서 여자 나이 스물셋이면 아줌마였다. 물론 설빙이는 전혀 아니지만.
여기서 말하는 아줌마의 의미는 닳고 닳은 노련한 여자라는 뜻이다. 설빙이도 질문에 대답하는 말에 전혀 빈틈이 없었다.
“그럼 마교와는 교류가 전혀 없는 거요?”
“현재 본궁과 교류가 있는 문파는 만사방 정도라고 할 수 있어요. 최근 100년간은 전혀 외부활동을 하지 않았으니까 말이에요.”
“흐음! 그렇구려. 뭔가 특별한 이유라도 있소이까?”
“호호! 그건 본궁의 정체성이 정파에 가깝기 때문이 아닐까요? 아니면 본궁과 마교는 서로 아쉬운 게 없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초 소저?”
정색하고 부르자 설빙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예, 황 방주님.”
“만일 말이오. 내가 빙궁의 부군이 되면 빙궁은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오. 초 소저는 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오?”
“그 문제는 소녀뿐만이 아니라 본궁의 3만 문도 모두가 부군의 색깔로 물들 각오를 이미 하고 있답니다. 어떤 분이 부군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대단하군. 마치 종교집단 같지 않소? 마교처럼.”
“본궁은 종교가 아닌 도시국가라고 보면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문도들은 모두 본궁의 땅에서 태어나 자라고 율법을 지키며 살아간답니다. 본궁을 떠나서는 살아갈 수 없는 척박한 환경이 더욱 결속을 다져주지요.”
“초 소저, 나는 말이오. 내가 빙궁의 부군이 된다면 중원에 진출할 생각이오. 그렇다고 빙궁을 전부 옮겨오겠다는 것은 아니니까 미리 겁먹지는 마시오. 그저 물산이 풍부한 중원의 부를 빙궁과도 나눌 생각이오.”
“소녀 역시 황 방주님이 부군이 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꼭 부군이 되셔서 저와 본궁을 중원으로 이끌어 주시길 기원하겠어요.”
표정을 보니 거짓은 아니었다. 일단 설빙이는 중원진출에 찬성하는 듯했다. 다른 문도들도 같은 생각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만반의 준비 덕으로 이동은 순조로웠다. 아무리 사막이고 척박한 곳이지만 물과 식량이 충분해 끄떡없었다.
실크로드에는 크고 작은 도적 떼가 많다고 들었다. 그래도 백여 명의 무인들의 행렬을 습격할 만한 간 큰 세력은 없는 듯했다.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을 자주 했다. 내가 김전일도 아닌데 가는 곳마다 균열이며 던전이요, 무슨 말만 하면 씨가 되어 사건이 벌어졌다.
대략 5㎞ 밖이었다. 시력이 좋아졌고 탁 트인 사막이라 멀리까지 보였다. 신기루가 아니라면 말이다.
대략 인원은 300명 정도였고 전원 말을 탄 전형적인 마적 떼였다. 놈들은 숨는다고 숨은 것 같은데 나는 물론 설빙이도 눈치 챘다.
빙궁을 공격할만한 무리라면 떠오르는 세력은 하나 뿐이 없었다.
“초 소저, 혹시 저들이 광풍사라는 집단이오?”
“호호! 그들은 몽골의 고비사막에서 활동해요. 우릴 공격할 이유도 없고요. 그냥 정신 못 차린 도적 떼가 분명해요.”
민망함도 감출겸 아부도 떨어둘 생각으로 말했다.
“이유야 초 소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오.”
“어머? 그런 말씀도 하실 줄 아시네요. 호호호! 아무튼, 고마워요. 그래도 저들이 광풍사는 아닐 거예요.”
단조로운 여행의 지루함을 달래줄 이벤트가 아니어서 솔직히 조금 아쉬웠다. 최소한 광풍사 정도는 돼야 내가 활약할 기회도 있을 테니까.
한데 갑자기 놈들이 매복한 사구에서 뿌연 모래바람이 일어났다. 놈들이 황급히 말에 올라 일제히 달려오고 있었다.
“어라? 초 소저, 놈들이 매복을 발각당한 것을 아는 것 같소.”
“그런 것 같네요. 빙궁 무인들은 들어라! 당장 마적 떼를 쓸어버려라!”
-충!
설빙이의 명령에 백여 명의 호위대가 일제히 마적 떼를 향해 달려 나갔다.
오오! 수성守城이 아닌 공성攻城이라. 최선의 수비가 공격이라던데 역시 화끈하군!
설빙의 화끈한 성격에 다시 반했다. 두 집단이 만나는 데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마적 떼의 모습이 보였는데 조금 이상했다.
어라? 저건 습격하는 놈들의 표정이 아닌데? 무언가에 놀라 도망치는 놈들의 얼굴이야.
아니나 다를까?
마적 떼는 빙궁 무사들과 가까워지자 무어라고 고래고래 소리치며 자신들의 뒤를 가리켰다.
과연 그들의 등 뒤로 또 다른 뿌연 흙먼지가 움직이고 있었다.
“초 소저, 놈들이 무언가에 쫓기는 것 같소. 가서 확인해 봅시다.”
“예, 황 방주님.”
“말을 부탁하오.”
나와 설빙이는 말을 남아있는 호위무사에게 맡기고 몸을 날렸다.
휘윅! 휙.
가까워지면서 모래바람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뭐야! 저들이 왜 여기서 나와!
선두에 수십 기의 데스나이트가 보였다. 그 뒤로는 수백 기의 듀라한과 수천 아니 수만은 되어 보이는 스켈레톤 군단이 따르고 있었다.
그 숫자가 얼마나 많은지 사막이 차츰 검은색으로 물들어가는 듯했다.
새끼들!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놈들의 정체를 확인한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놈들의 출처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자칫하면 그동안 수월하게 살아왔던 내 인생이 여기서 종말을 고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죽는 점은 조금도 억울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아홉 명의 꽃 같은 아내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제기랄! 내가 마누라가 아홉인데, 절대 죽을 수는 없지! 나 죽으면 어떤 놈 좋아지라고!
더구나 아직 설빙이는 손도 잡지 못했다. 억울해서라도 절대 죽을 수는 없었다.
문제는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데 있었다. 나 혼자였다면 상대가 얼마가 되든지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었다. 어검비행술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내 곁에는 설빙이와 백여 명의 무인들이 있었다. 그것도 거의 90%는 내 식구라고 생각하고 있는.
그래서 바로 포기하고 도망갈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들을 이끌고 정면 대결을 펼쳐 장렬히 전사할 생각도 전혀 없었다.
누울 자릴 보고 눕는다고 쪽수의 미학에는 어쩔 수 없는 거다. 더구나 역사상 배수의 진을 펼친 놈치고 살아남은 놈은 없었다.
초나라의 패왕 황우도 그렇고 황산벌의 계백도 그랬다. 부하들과 함께 다 뒈졌다.
그래서 난 전면전은 과감히 포기할 거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가능하면 전부, 아니 최대한, 그것도 안 되면 최소한 설빙이라도 살려 빠져나갈 생각이다.
컨셉을 과감히 버리고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
“초 소저, 저들은 죽음의 기사라는 괴물이오. 하나하나가 초절정 이상의 고수이기도 하며 수가 너무 많아 상대하기 어려우니 어서 빙궁의 문도들을 물리시오!”
“하지만...”
“초 소저! 지금은 나를 믿어야 하오! 빙궁의 무인들로는 선두의 죽음의 기사를 절대 막을 수 없소. 그 뒤의 머리를 들고 있는 무두無頭괴물도 절정 정도로 결코 만만찮은 상대라오. 그러니 정면 대결은 절대 무리요! 문도들을 살리고 싶다면 내 말에 따르시오!”
“빙궁의 무인들은 후퇴하라! 즉시 후퇴하라!”
설빙이 명령은 사자후獅子吼를 타고 빙궁 문도들에게 전달되었다. 문도들은 즉시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며 크게 선회하기 시작했다.
사람이라면 바로 뒤로 돌아 달리면 된다. 하지만 달리는 말은 그럴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멈춘 다음 돌아서는 것은 지금 상황에선 맞지 않았다. 달려오는 마적 떼의 말과 엉키기 때문이었다.
결국, 크게 선회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직 거리는 있으나 자칫 잘못하면 선두의 데스나이트와 부딪칠 수도 있었다.
빙궁의 무인이 아무리 정예라고 해도 검강을 뽑아내는 데스나이트의 상대는 아니었다.
따라서 잠시라도 막아서서 시간을 벌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이 자리에는 나밖에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고.
먼저 몸을 날리며 설빙이에게 말했다.
“내가 무인들이 후퇴할 수 있게 시간을 벌겠소. 일단 괴물들과 최대한 거리를 벌려 놓으시오!”
“황 방주님, 저도 가겠어요!”
“나 혼자는 빠져나올 수 있으나 당신까지는 보장하지 못하오. 무인들을 이끌고 기다려 주시오.”
영리한 설빙은 내 뜻을 바로 이해하고 억지를 부리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사랑스럽다.
“...꼭 돌아오셔야 해요!”
“약속하리라! 어검비행!”
슈웅! 슈슈슉!
내가 아무리 일인 군단인 화경이라고 해도 정면 대결을 펼쳐서는 승산이 없었다. 어쨌든 데스나이트도 나처럼 검강을 뽑아냈고, 검강 앞에는 화경의 몸뚱이도 금강불괴도 소용없었다.
더구나 데스나이트는 수십 기. 혜 누이가 소환하는 보르도와 같은 놈이 수십 명이었다. 놈들의 진군을 잠시라도 멈추려면 큰 거 한방이 필요했다.
“대단위 마법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없는 것을 찾아봐야 소용없다. 가진 무기 중에서 가장 위력적인 것을 사용해야 했다. 그렇다면 일검파천황의 마지막 초식이자 오의奧義인 파천황이다.
선두와 100m 정도를 남겨놓았을 때 놈들 앞에 내려서 클라크의 롱소드를 뽑아 들었다.
놈들은 무심한 눈으로 사막의 뜨거운 모래 위를 날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놈들이 타고 있는 유령마幽靈馬는 모래의 저항마저 무시하는 듯했다.
50m........40m........30m! 지금이닷!
[연재]던전 in 무림 81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야우사,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480-3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