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78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9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78화
78. 화가 많은 애였네
련주가 막내딸을 반갑게 맞이하며 나를 소개했다.
“오, 소빙이구나. 인사 올리거라. 태화방의 황대정 방주시다.”
기다렸다는 듯이 벌떡 일어나 포권했다. 조금 없어 보이겠지만 상관없었다. 바로 버터를 바른 혀를 놀렸으니까.
“태화방의 황대정이라고 하오. 초 소저의 옥용을 보니 개안開眼하는 것 같소이다. 반갑소이다.”
“안녕하세요, 황 방주님. 초설빙이라고 해요. 반갑습니다.”
약간 새는 발음이 더 귀여웠다. 새외는 한어를 쓰지 않는다. 한어를 하는 사람은 엘리트 계층뿐이다.
“앉으시지요, 초 소저.”
인사를 받고 얼른 의자를 빼주는 매너를 발휘했다. 무림에선 이 정도면 다 자빠지는데 얘는 출신이 서역이라 모르겠다.
그게 아니라도 워낙 예뻐 어디서든지 대접받고 살았을 터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호호! 고맙습니다, 황 방주님.”
풍만한 엉덩이를 내가 빼준 의자에 붙이기 전에 자연스럽게 밀어주었다. 설빙이가 마침내 궁둥이를 붙이고 보기 좋게 굴곡진 허리를 꼿꼿이 세워 등받이에 기댔다.
꿀꺽.
마른 침을 삼키며 자리도 돌아와 앉으며 슬쩍 그녀의 전신을 스캔했다.
흐음! 키는 170 정도에 34, 24, 37, 8 정도? 대박!
확실히 중원의 여인과는 육덕짐이 달랐다. 물론 실핏줄이 그대로 투영되는 빙기옥골의 피부도 달랐지만.
그럼 진짜를 살펴볼까?
음탕한 시선을 거두고 진리를 탐구하는 눈으로 설빙의 정보를 열람했다.
이름-초 설빙
이명-빙염氷炎의 마녀(비활성)
나이-23세
고유능력-천빙天氷(S, 비활성), 천화天火(S, 비활성)
에너지회로-빙백신공(S), 천빙염화로天氷炎火爐(S, 비활성)
레벨-81
스탯-힘41, 민첩57, 체력48, 감각46, 내공60, 마력 40
자유스탯-40
고유스킬-빙백신장(S), 빙옥수(S)
스킬-빙백신법(A), 천빙지(A), 한천수라검(B)
어우야! 설빙이, 얜 도대체 뭐야?
레벨이 무려 81에 비활성이지만 이명도 가졌다. 그뿐 아니라 고유능력, 특수 에너지 회로, 고유 스킬까지 골고루 다 가졌다.
하늘은 한 사람한테 올인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얜 예외였다. S급 능력에 스킬까지 줄줄이 사탕이었고, 마력은 무려 40이나 되었다. 비활성 상태에서는 가장 높은 수치였다.
근데 이상하네? 천빙은 당연한데 천화라니? 불과 얼음은 상극 아냐?
한 사람 몸에 서로 다른 두 가지 기운을 갖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더구나 설빙이처럼 상극의 기운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무당의 양의 심공이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고 태극의 원리도 음양에 있으니까.
더구나 설빙은 비활성이긴 해도 천빙염화로라는 특별한 에너지 회로를 가졌다. 이름만 보아도 음양을 다루는 회로였다.
내가 골든서큘레이터로 마력과 내공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듯이 설빙이도 그럴 것이다.
근데 알고 보니 설빙이가 속으로 화가 많은 애였네. 참고해 둬야지.
설빙이는 무공 또한 벌써 초절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빙궁의 무공 역시 S급 판정을 받았고.
아마 동년배 중에서는 설빙이가 탑이지 싶었다. 구파나 오대 세가의 사람이 아닌데도 말이다.
설마 무림에 남궁 설보다 더 화려한 상태창을 가진 애가 있을 줄이야!
그냥 입이 떡 벌어지는 상태창이었다. 그러니 자연히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고 부드러울 수밖에.
설빙은 뜨거운 내 시선이 불편하지 않은지 피하지 않았다. 그래서 얘도 나한테 마음이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엉뚱한 소리를 나불댔다.
“모친이신 본궁의 궁주님도 소녀와 황 방주님과의 혼인에 원칙적으론 반대하지 않으세요.”
원칙적이라니! 그게 무슨 개새끼가 풀 뜯어 먹는 소리야! 아니 혼인은 기정사실이 아니었어?
여태 이런 경우는 한 번도 겪지 않았던 나는 당황할 수밖에.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련주를 쳐다보니 겸연쩍은 표정으로 시선을 피했다.
그렇다면 나도 이 결혼에 반댈세! 하고 자리를 박차고 싶었으나 설빙의 미모가 주는 파괴력이 너무 컸다. 무림에서 백마를, 더구나 엘사를 포기하긴 내 의지가 너무 박약했다.
이러다 파토 나는 것 아닌가 싶어 나도 몰래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워, 원칙적이라니 그게 무슨 뜻이오?”
얼굴에서 미소는 지우지 않았지만 차분한 목소리도 대답했다.
“황 방주님, 저희 빙궁에는 오랜 전통이 있습니다. 빙궁주의 부군이라는 자리는 본궁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지윕니다. 그런 중차대한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본궁이 정한 자격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어중이떠중이가 본궁의 모든 것을 지배해서는 안 되잖겠어요? 물론 소녀는 황 방주님의 자격은 차고도 넘친다고 생각한답니다. 그러나 소녀 역시 빙궁의 딸이에요. 저라고 전통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이 아니겠어요? 그러니 소녀를 위해서라도 꼭 부군이 되어 주셨으면 합니다.”
어르고 달래는 화법이란 걸 빤히 알면서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초 소저, 빙궁주의 부군이 빙궁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한다고 했는데 궁주도 따라야 한다는 뜻이오?”
“그렇습니다, 황 방주님. 여필종부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본궁은 부군의 지위를 궁주보다 높이 두고 있습니다. 그러니 당연한 일이 아니겠어요?”
“흐음! 그런 소문이 나지 않았던 걸 보면 부군의 자격을 획득한 사람이 아직은 없었던가 보오.”
“역시 황 방주님은 날카로우시군요. 그래요. 율법이 인정하는 진정한 부군이 되신 분은 나타나지 않았어요. 생식적인 남편이 있었을 뿐이에요.”
어린애도 짐작할 수 있는 것을 날카롭다고 칭찬까지 한다. 얘가 날 완전히 물로 본 듯했다. 그래도 이뻐서 까발리지 않고 어울려 줬다.
“그것참! 귀 궁의 입장에서는 매우 불행한 일이었겠소이다. 궁주께서 가계를 이으려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을 테니까 말이오. 이런저런 위험한 경우도 많이 겪었을 테고.”
“호호! 말씀하시는 것으로 보아, 본 궁의 사정을 대충 알고 계시는군요. 그렇다면 말씀드리기 쉽겠네요. 황 방주님, 다시 한 번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를 위해서라도 부군이 되어주시지 않겠습니까?”
어라?
얘가 정말 몸속에 화를 품고 있는 건 맞는 듯했다. 내숭을 떠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화끈했다. 이렇게 나오면 나도 체면이 있지 못한다고 할 수 있나!
딱 보니까 빙궁도 괴물이나 던전과 관련이 있는 듯했다. 아니면 수십 대가 지나도록 자격을 얻은 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건 말이 안 됐다.
그러다 괴물 전문가라는 내 소문을 들었을 거다. 련주가 주둥이를 털었을 수도 있고.
더구나 나는 젊고 무림 삼대세력인 사황련의 천주였다. 빙궁주의 부군이 되기에 부족한 점이 없었다.
그러니까 그 먼 거리를 엘사, 아니 설빙이가 한걸음에 달려와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는 거다.
뭐, 솔직히 바짓가랑이를 잡진 않았지만……. 흠! 과연 뭘까?
아마도 빙궁의 비약적인 발전을 위한 열쇠이거나 숙원사업일 확률이 높았다. 빙궁을 통째로 걸어야 할 만큼 매우 중요하면서도 꼭 필요한.
막말로 그동안 무림에 화경이 한둘은 아니었을 거다. 빙궁에서도 웬만한 놈에게 부군이 되어달라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런데도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면 던전일 확률이 높았다. 몬스터를 처치하는 정도는 웬만한 고수라면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던전이라면 얘기가 전혀 달랐다. 마력 보유자가 아니라면 화경이 아니라 화경 할아버지가 와도 들어가지 못하니까.
아마 도전자의 대부분은 입구 컷으로 갈려 나갔을 거다.
그래서 역대 빙궁주들은 미약이나 독에 중독된 것으로 위장해 가계를 이었던 거고.
쯧쯧! 불쌍한 련주. 그런 줄도 모르고 짝사랑에 빠져서는……. 흐흐! 그리고 던전이라면 내가 전문이 맞지.
“좋소이다, 초 소저, 하면 본인이 초 소저의 부군이 되기 위해서는 무얼 해야 하는 겁니까?”
“호호호! 역시 황 방주님은 외모만큼이나 화끈하시네요. 소녀 아주 든든하답니다.”
교태를 부려 도망가지 못하게 화룡점정을 찍는다. 나야 애초에 도망칠 생각이 없어 순수하게 즐겼다.
“하하! 내가 좀 그렇소이다! 아무래도 초 소저가 사람 보는 눈이 매우 뛰어난 것 같소이다!”
조금 많이 나갔는지 뜨악한 두 사람이지만 분위기를 깨지는 않았다.
설빙이는 방심하지 않고 마지막으로 메소드 연기를 보였다. 사랑에 빠진 듯한 몽롱한 시선으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황 방주님, 소녀를 데리고 본 궁으로 가셔서 관문에 도전해 주세요. 소녀는 황 방주님만 믿겠습니다.”
역시였고 대충 그럴 것으로 짐작하고 있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 알겠소이다. 초 소저는 본 방주만 믿으시오. 내 멋지게 관문을 돌파하고 부군이 되어주겠소.”
“호호호! 감사합니다, 황 방주님. 그럼 언제 출발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갈 길이 머니 초 소저는 먼저 출발하시오. 난 오태산에 들러 일을 보는 대로 출발하리라. 귀 궁에 도착하기 전에 내가 찾아가겠소.”
“호호! 황 방주님 같으신 분께서 일구이언하실 리는 없으니 소녀는 내일이라도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되도록 빨리 만날 수 있기를 하늘에 기원하겠습니다.”
느닷없이 뒤통수를 맞은 련주가 펄쩍 뛰며 말했다.
“소빙아! 내일이라니! 그건 너무 빠른 것이 아니냐? 며칠 머무르다 황 방주와 함께 떠나는 것이 어떻겠냐?”
“아니에요, 아버지. 부군을 맞이하는 일은 빙궁이 1천 년을 기다려온 숙원사업이에요. 어찌 소녀의 행복을 위해 시간을 허비할 수 있겠어요? 하루라도 빨리 황 방주님께서 부군이 되어주시면 아버지와도 그만큼 빨리 만날 수 있지 않겠어요. 그러니 이번에는 제 뜻에 따라주세요.”
눈물겨운 부녀간의 대화였지만 난 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역시 대륙에 어울리는 대단한 뻥이 난무한다고 말이다.
이 동네는 무슨 천년, 만년이 동네에 굴러다니는 개똥만큼이나 흔했다. 툭하면 만년 설삼이고 천년 하수오였다.
세상에 삼이 어떻게 만 년을 살고 무가 천 년을 썩지 않을까. 그래서 난 뚝 잘라서 만 년이 나오면 백으로 생각하고, 천 년은 오십으로 생각한다. 그러면 대충 맞았다.
아마 빙궁의 보물인 빙정도 만년 빙정이라고 부르는 것 같던데?
아무튼.
자식 이기는 부모 없는 법이다. 더욱이 자식은 대의를 말하고 부친은 사사로운 정에 호소했다. 시작하기도 전에 끝난 게임이었다.
대충 부녀간의 대화가 결론이 난 것 같아 끼어들었다. 빙궁에 가기 전에 한 가지는 확인하고 싶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설빙이의 마력 스탯 40은 몬스터를 처치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수치였다.
그렇다면 당연히 확인해야지!
내 예상대로라면 빙궁 무인의 상당한 수가 마력 보유자일 수도 있었다. 그럼 빙궁의 부군이 되면 순간 완전히 땡잡는 거다.
내 예상은 이렇다. 소궁주의 호위부대라면 빙궁의 정예라고 할 수 있었다. 던전이나 몬스터가 비밀이라고 해도 그만큼 빙궁의 비밀에 접했을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고 기대하는 점은 빙궁은 옥화교 만큼이나 여자 궁도가 많은 곳이다.
만일 내 짐작이 맞는다면 수백 명의 병력을 한꺼번에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꿩 먹고 알 먹기 정도가 아니지. 일타쌍피도 아닌 무려 일타삼피니까. 흐흐흐!
엘사 설빙이는 물론이고 빙궁과 함께 최하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의 마력 보유자를 얻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