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77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1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77화
77. 소개시켜 주십시오
내가 순순히 동의하자 의외였는지 련주가 다시 물었다.
“그래도 되겠나?”
“예, 널리 퍼져야 하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단지 보안을 유지하려는 이유는 구파나 마교, 세가에 비해 본 련의 전력이 열세여서 조금이라도 늦춰야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무서워 우리까지 미룰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와 천주들의 생각도 마찬가질세. 그래도 가능한 유출 시기를 늦춰볼 테니 너무 걱정하지는 말게.”
“예, 그 문제는 련주님과 천주님들께 맡기겠습니다.”
련주는 감격한 듯이 내 손을 꼭 잡고 말했다.
“하하! 걱정하지 말게. 나도 열심히 익혀 자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겠네.”
“지금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사실 난 자네에게 서운한 점이 있다네.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다 지쳐 이렇게 노구를 끌고 찾아오게 된 것이라네.”
“쩝! 련주님도 아시다시피 지금은 이곳을 비울 수가 없어서…….”
서운하다는 말에 이제야 련주가 찾아온 진짜 목적을 알 것 같았다. 사황련 7천주 중에 련주와는 아직 남남이었다.
하필이면 처음 들린 곳이 련주의 만사방이었고, 그때는 미쳐 나와의 혼인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7 천주와의 혼인동맹은 그다음 들린 조가에서부터 시작되었으니까.
그리고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내가 먼저 찾아가 여자를 달라고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따라서 나 역시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대충 이곳 일이 정리되면 찾아뵐 생각이었습니다.”
“하하! 자네가 그럴 것 같아서 내 이번에 오는 길에 데리고 왔다네. 내 자식 자랑하는 팔불출은 아니네만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걸세. 어때 만나볼 텐가?”
“하하하! 영광입니다, 련주님. 당연히 만나보겠습니다. 적당한 자리를 만들어 소개해주십시오.”
“하하, 오늘 저녁 식사에 데리고 오지.”
“알겠습니다, 련주님.”
마침 지필묵이 준비되어 마력 심법을 작성했다. 아마 기다리고 있다가 대화가 마무리되자 들고 들어온 듯싶었다.
호흡의 서는 이미 뇌리에 새겨진 기억이라 그대로 적기만 하면 되었다.
“자, 우선 한 부를 드릴 테니 필사해 다른 천주님들에게도 전해주십시오.”
“오, 이건가? 정말 수고 많았네. 황 방주의 수고를 사황련은 영원히 기억하겠네. 그런데 이 심법의 이름은 무엇이라고 하면 좋겠나? 따로 이름이 없다면 자네 이름을 따서 대정심법大正心法이 어떻겠나? 정파 냄새가 조금 나지만 뭐 어떤가?”
처음에는 사양하려고 했다. 한데 생각해 보니 ‘호흡의 서’보다 훨씬 나았다. 내 이름인 대정大正도 심법 이름으로 그럴듯했고. 련주의 말대로 정파 냄새가 조금이 아니라 매우 심하게 났지만 말이다.
“괜찮겠네요. 설마 심법 이름 가지고 정파에서 시비를 걸진 않을 테니까 말입니다.”
“시비를 걸면 또 어떤가. 이젠 자네 말대로 정, 사, 마의 구분 따윈 없어질 테니까 말일세. ‘신무림을 선도하는 사황련의 기저엔 대정심법이 있다!’ 어떤가?”
“흐흐! 과연 선출직 련주님다운 언변이십니다. 저야 당연히 좋습니다.”
그렇게 해서 무림 최초의 마력 심법은 대정 심법이 되었다.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그길로 대정 심법 두 부를 더 필사해 한 부는 태화방에 전하라는 전갈과 함께 독고 검문 태원 지부로 보냈다.
안에는 염 총관과 철웅에게 유출방지를 신신당부하는 서찰을 함께 넣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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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또 어떤 미녀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만찬장에 들어섰다.
솔직히 열 여자 마다하는 놈 없다고 한 번에 여섯을 얻는 순간 다 포기하고 즐기게 되었다.
이번에 만화방의 여식을 들이면 아내가 전부 아홉이 된다. 이왕 이렇게 되면 열을 채워 십인십색十人十色이란 말을 몸과 마음으로 느껴보고 싶기도 했다. 처음에 앓는 소리를 한 건 다 엄살이었다.
흐흐! 이젠 에너자이저가 형님이라고 할 정도니까.
이제 화경이 되어 정력에도 전혀 문제없었다.
내공은 곧 정력.
끊이지 않는 내공에 끊이지 않는 정력은 같은 말이다.
어? 없네?
만찬장에 날 기다리고 있어야 할 여자가 없었다. 련주 혼자 덩그러니 앉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급격히 실망하는 내 모습을 보고 련주가 껄껄 웃었다.
“하하하! 그렇게까지 실망하면 내가 뭐가 되나? 여자는 준비하는 시간이 조금 필요한 법일세. 어서 앉게.”
멋쩍은 얼굴로 자리에 앉으며 은근하게 물었다.
“하하! 제가 그랬습니까? 그런데 련주님과는 어떤 관계인지?”
손녀나 조카손녀 정도가 분명할 텐데 련주가 얼굴을 붉히며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쩝! 부끄럽네만 소빙小氷은 내 막내딸이네.”
“예?”
처음에는 잘못 들었나 싶었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무림에는 일흔 살 노인네가 열여섯 꽃망울도 덜 핀 신부를 얻기도 했다.
그리고.
조금 전에 말했듯이 내공이 곧 정력이고 늙은이는 전부 고수였다. 일흔 살 노인네가 아이를 낳아도 축하를 받으면 받지 욕은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더구나 련주가 지금 육십 대 후반이라 사십 대 후반에 낳았다는 뜻. 스무 살 딸이 있다고 절대 창피할 일이 아니었다. 마흔 살 넘어 늦둥이 보는 건 한국에도 흔한 일이니까.
재빨리 안면을 바꾸며 말했다.
“존경스럽습니다, 련주님! 역시 사황련의 련주는 아무나 하는 것은 절대 아닌 모양입니다.”
“그, 그런가? 허허허허!”
너털웃음으로 어물쩍거리는 것을 보면 아직 뭔가 남은 모양이다. 생각해 보니 련주에게 결혼 적령기의 딸이 있다는 소릴 듣지 못한 것 같았다.
뭔가 냄새가 났다. 아주 달콤한.
“뭔가 막내 따님을 얻게 된 숨은 사연이라도 있으신 모양입니다?”
“쩝! 어차피 사위 될 사람이니까 솔직하게 말하겠네. 소빙이가 내 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소빙과 그녀의 모친밖에는 없네. 이젠 자네도 알게 되었지만 말일세. 소빙은 모친의 성을 쓰고 모친과 함께 지내고 있다네.”
“아아! 그랬군요. 혹시 어떤 사연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이야기가 조금 길어지네만 짧게 하도록 하지. 자네도 소빙에 대해서는 들어봤을 걸세?”
“제가요? 처음 듣는데요?”
련주가 호탕하게 웃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하하하! 자네 혹시 천외일미天外一美라고 들어는 봤나?”
“천외일미라면 설산 빙궁氷宮의……. 아! 그럼 혹시……?”
그 순간 난 입이 떡 벌어졌다. 그리고 곧 터지려는 웃음을 참느라 속으로 애국가를 불렀다.
으하하하! 전화위복이라더니! 내가 오늘이 있으려고 피라미드에서 그런 수모를 당했구나!
되는 놈은 되고 자다가도 떡이 떨어진다더니 복이 넝쿨째로 굴러들어왔으니까 말이다.
항간에 도는 소문으론 천외일미는 인세의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더욱이 그녀는 설산 빙궁이라는 먹음직스러운 지참금까지 가지고 있었다.
중원에 무림오화가 있다면 새외에는 천외일미가 있다는 말이 있다. 천외일미는 새외塞外 제일의 미녀를 칭하는 말이고, 자긍심 높은 중원인은 원래 새외일미塞外一美라고 했다.
무림오화가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 마교, 사황련 등의 삼대세력에서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새외일미는 새외 사대세력 중에서 나왔다.
한데 지금의 새외일미는 너무 아름다워 자긍심도 버리고 하늘 밖의 미인이라며 천외일미라고 불렀다.
그리고 천외일미 초설빙楚雪氷은 새외 사대세력의 하나인 설산 빙궁의 소궁주였다. 나머지 새외 사대세력은 대막 광풍사狂風沙, 서장 포달랍궁布達拉宮, 운남 오독곡五毒谷을 말했다.
무신론자인 내가 속으로 부처에서 알라까지 찾아가며 신에게 감사하고 있을 때 련주의 묵직한 목소리가 나를 일깨웠다.
“자네, 너무 티나네?”
“.......그럴 리가요……? 많이 났습니까?”
“많이 났네.”
지금의 궁주가 모친이고 전대 새외일미였다. 그런데 련주와 응응해서 설빙을 낳았다는 말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련주는 사람이 좋았지 얼굴이 좋지는 않았으니까.
더구나 빙궁이 정사지간의 문파라고 해도 전통적으로 정파와 가까운 문파였다. 만사방이라는 사파와의 연결고리가 쉽게 상상되지 않았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근데 련주께선 어떻게 그런 세기의 연담緣談을 만드신 겁니까?”
“쩝……! 그게 말일세. 하룻밤 인연이었네. 젊은 날의.”
련주가 매우 난처한 표정으로 더는 말하고 싶지 않은지 말을 끊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 감추면 더 알고 싶은 법이다.
그래서 화경에 이른 성능 좋은 뇌로 수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했다. 그리고 모친과 부친의 얼굴을 대입해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혹시 미약이나 독으로 인해……?”
“어험……! 내, 내가 쓴 것이 아니네! 절대로!”
움찔하며 눈에 띄게 당황하는 련주를 보고 확신할 수 있었다. 아마 련주의 말은 사실일 것이다.
만일 련주가 독이나 미약을 사용했다면 사생결단을 냈을 테니까. 아니라도 빙궁과는 지금까지 척을 졌을 터였다.
“어쨌든,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련주님이 장모님을……?”
끄덕끄덕.
련주는 정곡을 찔렸는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련주는 무척 창피한 듯했지만 내 생각은 전혀 달랐다.
“와아! 정말 대박도 그런 대박을……. 존경스럽습니다, 장인어른!”
“험험! 쑥스러우니 그만하게.”
“그럼 그 후로는 장모님과는 어떻게?”
이젠 장인장모가 입에 붙은 듯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련주는 미련과 아쉬움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도 대답했다.
“후우! 그 후로 두 번 정도 무림맹에서 만나기는 했네만 대화도 나누지 못하고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했다네.”
“쩝! 안타까운 일이군요. 그렇다면 나중에 사황련에서 혼인식을 올리며 자연스럽게 장모님을 초대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중원의 풍습은 처가에서 먼저 식을 올리고 신부와 함께 친가로 돌아갔다. 그러니까 궁주가 참석하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과연 참석할까?”
“제가 장모님을 틀림없이 참석하시게 만들겠습니다. 다만 그 후의 일은 장인어른이 알아서 하셔야 합니다.”
“참석만 한다면야. 고맙네, 황 서방!”
련주가 내 손을 꼭 잡았다. 사실 고맙기로 따지면 내가 더 한데도 말이다.
장인과 사위가 돈독한 정을 나누고 있는데 맑고 고운 음색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말씀을 그리 재밌게 나누시느라 제가 들어오는 것도 모르시나요?”
음성이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다 돌처럼 굳었다. 또 입을 헤 벌리고서.
헉! 배, 백마다! 아니, 엘사다!
빙궁이 자리한 대설산大雪山은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 부근이었다. 그래서 혹시나 기대했는데 역시나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엘사가 만찬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왜 그녀를 천외일미라고 하는지는 보는 순간 알았다. 부인 중에 갈화연이 무림오화중의 한 명이었으나 확실히 미모로는 한 수 아래였다.
꼭 십인십색이 아니어도 괜찮을 듯……. 설빙이 혼자 두 명분은 충분할 테니까. 흐흐흐!
[연재]던전 in 무림 7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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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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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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