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73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99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73화
73. 먼저 말해 버려?
2차 관문을 향해 움직이며 생각했다.
아무래도 전개를 보아하니 2차 관문도 수수께끼 같은데? 가만 스핑크스의 두 번째 수수께끼가 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공부는 못했어도 그나마 상식은 있어 다행이었으나 그마저도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대충 두세 가지가 떠오르기는 하는데……. 어차피 문제를 내면 그중에 하나는 걸리지 않겠어?
기억으로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가 높은 난이도의 문제는 아니었다. 시간만 충분하면 누구나 풀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돌대가리가 시간을 얼마 주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였다. 1차 관문은 겨우 일 분이었다. 2차는 더 짧을 수도 있었고.
승연 누이의 뒤를 바짝 쫓아가는 수란을 쳐다봤다. 내가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수수께끼의 숨은 인재를 믿어볼 수밖에.
“가가, 이제 진을 벗어나요. 2차 관문은 진을 벗어나면 만나게 되나 봐요.”
“그래? 수고했어. 모두 끝까지 집중해서 진을 벗어나라!”
“충!”
승연 누이를 선두로 일행은 차례차례 진을 벗어났다. 바로 눈앞에 피라미드가 웅장하게 버티고 서 있었다.
“우와! 가가, 이게 전부 무덤이에요?”
아내들의 질문에 자세히 묻지 말라는 뜻으로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물어봐야 할 말도 없으니까.
“그렇다네. 나도 가보지 못해 자세히는 몰라.”
“지난번에 본 신전하고는 또 다르네요?”
“뭘, 쓸데없기는 신전이나 무덤이나 마찬가지지. 그건 그렇고 관문은 뭔데 나타나지 않는 거야?”
크허헝!
휘릭.
말이 씨가 된다고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시커먼 물체가 포효를 터뜨리며 떨어져 내렸다.
“조심해!”
일행에게 경고하며 안력을 집중해 살펴봤다. 사자 몸통에 아름다운 여자의 얼굴, 등에 날개가 달렸고 꼬리는 뱀의 머리가 달린 괴물.
스핑크스잖아?
아무래도 2차 관문인 듯싶었다. 1차 관문은 석상, 2차는 실물이 등장하는 시나리오인가 싶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선 말이 씨가 되는 것이 좋았다.
“모두 경계하고 지켜만 봐!”
“예, 가가.”
“충!”
턱.
과연 스핑크스는 우리 앞에 내려 바로 공격하진 않았다. 그 대신 빨간 입술을 열어 말을 했다.
[이번에도 60을 세겠다. 오전에는 컸다가 정오에는 다시 작아지고 오후에는 다시 커지다가 밤에 사라지는 것은? 하나. 둘. 셋......]
석상과 관계가 있는지 우릴 알고 있었다. 더구나 학습 능력도 있어 수를 세기 전에 문제부터 냈다.
스핑크스가 문제를 내자 이번에는 일행의 시선이 수란에게 향했다. 사람의 마음은 이렇게 간사하다고 생각하며 눈으로 물었다. 난 이 문제 아는데 너도 아냐고?
일행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수란은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귀여운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한 삼 초 정도.
정확한 시간 배분이었다. 그 사이 일행은 기대, 흥분, 존경, 안타까움, 실망 등등의 다양한 표정을 수란에게 선물했다.
일행의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을 즐기던 수란은 드디어 알아냈다는 듯이 활짝 웃으며 탄성을 터뜨렸다.
“아!”
수란이 던진 떡밥을 일행들이 달려가 덥석 물었다.
“큰 언니, 알았어요? 뭐예요?”
“언니 대단해요!”
“역시 큰 주모님이십니다!”
확실히 수란이 어리긴 해도 심리에 밝았다. 그러니까 혜 누이를 비롯한 아내들이 큰 언니로 모시면서 쩔쩔매는 거다. 보기와는 달리 아주 영악한 애였다.
이번에도 정답을 바로 말하지 않고 관심이란 관심은 다 받으며 즐기고 있다. 숫자는 아직 스물도 안 셌으니까 여유까지 부리며.
처음엔 수란이 나이가 가장 어려서 걱정 많이 했지만 이젠 믿음직한 큰 언니가 된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흐흐! 내가 확 먼저 말해버려?
그럼 난 바로 좀팽이 되는 거다. 질투에 눈먼 못난 남편이 되는 거고.
수란이 충분히 즐긴 것 같아 이젠 끝내자고 말을 걸었다. 어느새 숫자는 40을 넘어가고 있었다.
“란 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현기증 날 것 같으니까 그만 정답을 말해줘.”
수란이 바로 둘러싼 동생들에게서 빠져나와 스핑크스를 향해 말했다. 얘가 또 낄끼빠빠라서 더 예쁘다.
“호호! 예, 가가. 정답은 그림자에요. 맞죠?”
[.......맞다. 너희들은 왕의 무덤에 들어갈 자격이 있다.]
슬쩍 시무룩한 표정의 스핑크스의 정보를 읽었다. 얼굴은 미녀지만 몸통이나 꼬리에 달린 뱀의 머리를 보면 정나미가 뚝 떨어진다. 혹시 적으로 만날 수도 있어 정보를 확인한 거다.
호오! 레벨이 200이 넘네. 나도 아직 교만 떨 때는 아니군.
[그럼 너희들의 무운을 빌겠다.]
일행에게 짧은 응원을 남기고 스핑크스는 날아올랐다. 까마득한 피라미드 너머로 한 점이 되어 사라졌다.
1차 관문의 스핑크스 석상은 등장과 퇴장이 박진감 있어 존재감이 있었다. 그에 비해 2차 관문의 스핑크스는 등장과 퇴장은 초라하기만 했다.
어쨌든 2차 관문도 통과한 것 같았다. 눈앞에 거대한 피라미드의 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아무래도 이번 던전은 진법과는 별 관계가 없을 듯해 앞으로 나서며 일행에게 경고했다.
“자, 모두 조심해서 안으로 들어가자. 승연 누이는 내 옆에 바짝 붙고. 앞으로 뭐가 나올지 모르니까 절대 긴장을 늦추지 마.”
“예, 가가.”
“충!”
커다란 입구를 지나자 넓은 공동이 나왔다. 영화에서 본 피라미드는 무척 복잡하고 많은 석실이 미로처럼 얽혀 있었다. 한데 이곳은 광장과도 같은 넓은 공동이었다.
천정은 너무 높아 그 끝이 보이지 않는 듯했다. 마치 피라미드 전체가 커다란 공간을 가두기 위한 구조물 같았다.
피라미드의 꼭짓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개방되어 있는지 그곳으로 빛이 들어오고 있어 내부는 대낮처럼 밝았다.
이런 분위기에선 절대 유령이나 망령이 있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흐음! 피라미드라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을 텐데.
미이라.
미이라를 빼놓으면 피라미드의 존재 의미가 없었다.
또 망령과 가장 어울릴법한 것이 미이라였고. 그래서 들어오기 전부터 미이라와 싸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 있는 거야?
공동이라고 완전히 텅 비어 있지는 않았다. 가운데는 비었어도 벽 쪽으로는 각종 구조물과 석상 등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럴 땐 구조물을 건드리거나 피 또는 특별한 물건이 매개체가 되어 기관을 움직인다. 그러면 반드시 미이라가 튀어나올 것이고.
다 미이라관련 영화에서 봤다. 재수 좋으면 톰 형이 나올 수도.
“승연 누이, 이 안에 뭔가 기관이나 진법이 설치되어 있나 살펴봐 줘.”
“알았어요, 가가.”
“황 서방, 인원을 나눌까?”
당소려의 제안에 고개를 저었다. 공포 영화를 보면 꼭 떨어져 사달이 나더라.
“아닙니다, 이모님. 기관이 있어 우릴 갈라놓을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르르 몰려다녀야 안전합니다.”
“서너 명씩 나눠서 다니면 괜찮지 않을까? 우리 애들 실력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안 그래?”
“모래괴물은 말할 것도 없고 2차 관문에 나타났던 괴물도 존재감이 없어서 그렇지 여기 있는 누구보다 강한 년이었습니다.”
“그, 그런가? 그렇게 안 보이는데 강했어?”
“예, 다른 괴물에 비해서 몸집이 작고 미인의 얼굴을 하고 있어서 그렇게 보였지 최소한 서너 명이 달려들어야 간신히 상대할 정도였습니다.”
“그, 그렇군. 알겠네. 자네 말대로 하지.”
어쩌면 내가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지나치게 조심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보다는 나았다.
일행은 승연 누이를 앞세우고 벽면에 붙어 이것저것 건들어 보았다. 특별한 힌트가 없을 때는 무대포가 최고니까.
그리고 마침내 누군가 무언가를 건드린 듯 공동에 변화가 일어났다.
덜컥!
그그긍! 스르륵.
무언가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기관이 작동하며 공동 중앙이 네 조각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역시 내 선견지명은! 나눠 있으면 떨어질 뻔했잖아!
자뻑도 좋으나 일행에게 경고하는 걸 잊을 수는 없는 법.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소리쳤다.
“모두 조심하고 떨어지지 마!”
갈라진 틈 사이로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승연 누이, 알 수 있겠어?”
승연 누이는 기관을 찾지 못한 책임감을 느끼는지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살펴 볼게요!”
“일단 아래로 내려가긴 해야 할 것 같아. 누이, 시간이 걸려도 좋으니 천천히 살펴 봐.”
“예, 가가.”
나도 곁에서 함께 살펴봤다. 신기하게 네 쪽으로 나누어진 공동에 전부 같은 계단이 있다는 점이다.
대략 스무 개쯤 되는 계단은 전부 한 곳으로 이어져 있었고, 그 끝에는 첨탑 같은 구조물이 연결되어 있었다.
경신술을 사용하면 밟지 않고 넘을 수 있겠지만 기관을 생각해야 했다.
“연 누이, 어때? 뭐 좀 알아냈어?”
내가 아직도 한국 사람은 틀림없는 듯했다. 천천히 생각하라고 한 놈이 1분도 되지 않아 재촉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직 정체성을 잃지 않을 것을 기뻐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
일행의 벙찐 시선을 마주하고 반성하며 말했다.
“아냐, 연 누이. 천천히 살펴 봐.”
“예, 잠깐만요.”
자꾸 말 시키지 말라는 것 같아 입을 꾹 다물고 지켜봤다. 난 아무리 봐도 평범한 계단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일각 정도 꼼꼼히 살펴본 승연 누이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가가, 사상을 기반으로 한 기관이 틀림없어요.”
흥분한 목소리로 보아 실마리를 찾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네 개의 계단을 동시에 밟아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다시 공동이 닫힐 거예요.”
“네 개를 동시에 밟는다고?”
“예, 동서남북 네 군데 있는 계단을 제가 알려주는 대로 동시에 밟아야 해요.”
“.......이 계단만이 아니라 공동에 나타난 계단 전부라고?”
“예, 동서남북 네 군데 계단이요.”
제기랄! 네 부분으로 갈라진 곳으로 나눠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이렇게 되면 한곳에 뭉쳐있던 것이 병신 짓이 되고 말았다.
얼굴이 달아올랐지만 아닌 척 하고 지시했다.
“전부 열세 명이니까 세 명씩 나누고 연 누이가 알려주면 되겠네.”
“예, 가가.”
세 명씩 나눈 결과 은미령과 갈화연, 승연 누이가 나와 한 조가 되어 동쪽 계단을 맡았다.
수란은 남자 호위 둘과 서쪽을, 혜 누이는 여자 호위 둘과 남쪽을 맡았다. 북쪽의 계단은 왕소소와 당소려 남은 여자 호위인 소빙빙이 함께 했다.
“가가, 서쪽은 준비됐어요!”
“남쪽도 준비 끝났어요!”
“황 서방, 북쪽도 되었네.”
수란의 보고를 시작으로 혜 누이와 당소려도 준비가 끝났다고 알려왔다.
“알았어. 다들 잠시 기다리고 있어!”
각 조는 맡은 계단 앞에 서서 승연 누이의 지시를 기다렸다. 승연 누이를 보며 말했다.
“우리도 준비됐으니까 이제 누이가 지시해.”
“예, 가가. 모두 준비됐으면 제가 지시하는 대로 움직여 주세요! 동 2, 서 3, 남 2, 북 5예요. 동시에 밟아야 하니까 서로 확인하며 밟아주세요!”
각각 거리가 다른 계단을 밟으려면 경공으로 높게 도약해 동시에 떨어져야 했다.
“알았어. 자, 그럼 모두 셋에 경공을 사용해 도약하는 거야. 떨어지는 속도를 조절해서 전부 내 발에 맞춰줘.”
“예, 가가!”
“알았네!”
“준비! 하나, 둘, 셋!”
휘릭. 척.
계단을 밟았음에도 변화는 없었다. 성공이란 뜻이다. 모두 절정고수 반열에 올라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였다.
“다음은 동 7, 서 5, 남 6, 북 2예요! 준비하세요!”
그렇게 세 번을 밟아 무사히 첨탑 앞에 도착했다.
[연재]던전 in 무림 7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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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207-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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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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