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72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58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72화
72. .......맞았다
사실 준비라고 해봐야 마음의 준비밖에는 없었다.
무림은 지구의 헌터처럼 갑옷이나 무장도 하지 않았고 지금은 포션 등도 없었다. 그냥 자신의 독문 병기를 꽉 움켜쥐는 정도였다.
우리는 오리 새끼들처럼 일렬로 서서 승연 누이의 걸음을 쫓아 던전으로 향했다. 무사히 던전 입구에 도착해 히든 던전에 입장했다.
쑤우욱.
입구를 통과하자 드넓은 모래사막이 나타났다. 설정에 충실 하느라 햇볕은 쨍쨍 내리쬐어 후끈후끈했다.
“윽! 더워!”
“꺄악! 가가, 온통 모래투성이에요?”
“사막이야. 저기 보이는 커다란 석조 건물이 왕의 무덤이고. 더워 죽겠으니 빨리 이동하자고.”
사실 난 별로 덥지 않았다. 금강불괴가 되면서 한서불침寒暑不侵까지는 아니라도 비슷한 경지가 된 듯했다. 다 일행을 위해서 한 립서비스였다.
출발하기 전에 실험할 것이 있어 일행을 불러 모았다. 새로운 능력을 얻었으면 써먹어야 하니까.
“잠깐 이리 모여봐!”
“예, 가가.”
“충!”
의아한 표정으로 내 주위로 모인 일행과 시선을 마주치며 말했다.
“모두 양손을 앞으로 내밀어.”
“예? 양손은 왜요?”
“충!”
“충!”
아내들은 의문을 품고 되물었으나 남녀 호위들은 두 말없이 양손을 내밀었다. 호위보다 못한 가족이라니.
서운한 마음을 감추며 설명했다.
“내게 우리 편의 전투력을 올려주는 능력이 있는데 그걸 사용하기 위해서는 특수한 문장을 새겨야 해.”
“아! 여기요!”
그제야 모두 양손을 내밀었다. 초반엔 자주 사용했는데 최근에는 일행의 능력이 일취월장하는 바람에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한 번만 새겨 놓으면 언제 어디서든 빠르게 버프를 걸어 줄 수 있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새겨두려 했다.
한 사람 한 사람 손등을 잡고 공방일체 버프 문양을 새겼다. 문장은 직관적인 것이 좋다고 생각해 공격 버프는 작은 검을 방어 버프는 방패 문양을 선택해 새겼다.
새기는 과정은 간단했다. 머릿속에 문장을 선택해 손을 잡으면 청녹색의 빛이 발하며 양손 엄지와 검지 사이에 검과 방패 문장이 새겨졌다.
“어때 아파?”
“충! 아닙니다. 하나도 아프지 않습니다. 근데 이게 답니까?”
“그래, 지금은 아무 효과도 없지만 필요하면 백 장안에선 언제든지 발휘시킬 수 있어. 니들 실력이면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진 않겠지만 보험이라고 생각해 둬.”
“충! 감사합니다, 방주님!”
“자! 차례대로 줄 서서 손 내밀어.”
“예, 가가. 여기요.”
나머지 일행에게도 전부 문장을 각인한 후 일제히 경신술을 펼쳐 눈앞에 보이는 피라미드를 향해 달렸다.
어느 정도 열기는 내공으로 저항할 수 있으나 오랜 시간 노출되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휙! 휙! 휙!
“어라! 이상한데? 방주님, 전혀 거리가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나도 고개를 갸웃하던 참에 기성의 말이 들렸다.
“모두 멈춰!”
일행을 멈춰 세우고 승연 누이를 쳐다보며 물었다.
“승연 누이, 혹시 여기도 진법이 설치된 것 아냐?”
“잠시만요. 살펴봐야겠어요.”
나도 그랬지만 승연 누이도 설마 모래사막에 진법이 설치되어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한 듯했다.
진법을 설치하려면 반드시 기물器物이 필요했다. 한데 이곳은 모래와 사구沙丘밖에 없었다.
혹시? 사구?
“승연 누이, 혹시 모르니까 사구를 잘 살펴봐?”
“사구를요?”
“전부 모래뿐이라 기물로 쓸게 사구밖에 없잖아.”
“그럴 수도 있겠군요.”
내 생각이 그럴듯했는지 승연 누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한데 사구를 기물로 쓸 정도면 엄청나게 규모가 큰 진법이다. 지상에서 눈으로 확인하기는 어려울 터였다.
“승연 누이, 확인하려면 공중에서 봐야 할 테니까 내가 올려줄게.”
“예, 가가. 부탁할게요.”
경신술이 발달한 무림이라 이런 점은 편했다. 돌멩이 몇 개만 있으면 수백 장 허공으로 띄울 수도 있으니까.
한데 지금은 하찮은 돌멩이가 없었다. 뻘쭘해 있는 내게 당소려가 피식거리며 무한비도를 꺼내 보였다.
“황 서방, 내가 하지.”
“쩝! 그럼 부탁합니다, 이모님.”
“황 서방, 어느 정도 높이로 해야 하나?”
“대략 백 장 이상이면 될 듯합니다.”
백 장이면 30미터였다. 그 정도 높이면 전체를 조망할 수 있었다. 고개를 끄덕인 당소려가 승연 누이에게 말했다.
“넷째는 준비됐으면 시작해라.”
“예, 이모님. 준비됐습니다. 차앗! ”
승연 누이가 독문 경공인 청해비연의 수법으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차핫!”
누이가 정점에 달하기 전에 당소려의 입에서도 기합 소리와 함께 무한비도가 날았다.
슉!
“이얍!”
탁!
승연 누이는 무한 비도를 밟고 다시 솟구쳤다. 그런 일을 반복하길 수차례. 목표인 백 장 위의 허공에 오를 수 있었다.
슈슉! 슈슈슈슉!
그때부터 당소려의 무한 비도가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공중에서 체류할 시간을 벌기 위해 수십 자루의 비도가 허공을 수놓으며 날아갔다.
거의 반 각 정도 계속 비도를 날린 당소려의 안색에 피로감이 올라올 때쯤 승연 누이의 오케이 사인이 났다.
그렇다고 아직 끝난 것은 아니었다. 떨어지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두어 차례는 더 비도가 필요했으니까.
휘익! 턱.
무사히 착지한 승연 누이가 흥분한 채로 말했다.
“가가, 가가의 예상이 맞았어요. 대풍운만상진大風雲萬象陳이라는 고급 진법이 주변 전역에 걸쳐 설치되어 있었어요.”
꽤 있어 보이는 이름의 진법이지만 난 진법의 이름 따위는 궁금하지 않았다.
“누이, 파훼법은?”
“조금 복잡하지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무슨 뜻이야?”
“중간중간 변화에 대처해야 한다는 말이에요.”
“어쨌든 파훼할 수는 있다는 말이지?”
“예, 할 수 있어요.”
큰 가슴을 쭉 내밀며 어필하는데 내가 어찌 믿지 않을 수 없으랴.
“흐흐! 우린 승연 누이만 믿을게.”
“동생, 힘내!”
“잘 부탁해요, 언니!”
“넷째 사모님만 믿습니다!”
모두의 응원을 받은 승연 누이가 앞장섰다. 일행은 혹시라도 놓칠세라 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갔고.
열세 명이나 되는 인원이 한 줄로 움직여야 해서 무척 조심스러웠다. 특히 모래 위라서 자칫 앞 사람이 남긴 발자국이 흐트러질까 봐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래도 일행은 착실히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사막의 거센 모래바람이 불어오기 전까지는.
휘이잉! 휘류류류!
음산한 소리와 함께 불어오는 모래바람에 일행의 주의가 흐트러질 때였다. 승연 누이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일행에게 경고했다.
“조금만 더 가면 1차 관문이 나오니까 모두 앞 사람 발자국에만 집중해요!”
“충!”
“예, 언니!”
찔끔한 일행이 정신을 차리고 다시 걸음을 옮기려 할 때였다.
스스슥. 스스슥.
괴상한 소리가 들려왔고 지면도 움직이는 듯했다. 맨 뒤에 서 있던 당소려가 당황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화, 황 서방! 저기 좀 봐? 땅이 움직이고 있어! 저게 대체 뭔가?”
당소려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과연 모래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 모습이 꼭 밑에서 거대한 것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혹시! 샌드웜?
일행은 몰라도 난 안다. 샌드웜이라고 사막에 사는 거대 몬스터가 있다는 사실을.
갯지렁이라는 이름과 달리 전혀 지렁이 같지 않은 몬스터로 길이가 무려 100미터가 넘었다. 톱니가 달린 지름 수십 미터에 달하는 입을 벌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재앙급 몬스터였다.
체급이 워낙 달라 병장기를 이용한 공격은 먹히지도 않았다. 더구나 샌드웜은 지표면으론 거의 나오지 않아 상대하기도 어려웠다.
유일한 공략방법은 체내에 들어가 내부에서 공격해야 했다. 그러자면 지독한 산성 물질을 견뎌내야 했고.
어떻게 알고 내가 금강불괴를 얻자마자 이런 맞춤 시련을 내보내냐?
하지만 금강불괴가 만능은 아니었고 견딜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래도 일행 중에서는 나밖에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없었다.
“후우! 승연 누이, 내가 놈을 막을 테니 일행들을 데리고 어서 1차 관문인가로 달려가!”
그그긍! 스스슥!
한데 내 말이 끝나자마자 지축을 흔드는 소리와 함께 눈앞의 지면이 들썩이며 무언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설마 샌드웜이 두 마리?
그래도 놈이 모습을 드러내 준다면 고마운 일이었다.
“모두 전투 준비!”
그그긍. 촤르르!
한데 모래를 뚫고 올라온 것은 거대한 석상이었다. 자세히 보니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형상이었고.
“스핑크스!”
눈앞엔 거대한 스핑크스의 석상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돌덩이가 말을 했다.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선 내가 내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
어라? 이건 많이 보던 전갠데?
스핑크스의 목소리가 나한테만 들리는 건 아닌지 모두의 시선이 어떻게 하냐며 나를 향했다.
척 봐도 다가오는 샌드웜과 관계가 있을 듯해 일행을 대표해서 스핑크스에게 물었다.
“문제를 맞추면 샌드웜이 공격하지 않는가?”
한데 스핑크스는 사오정이었다. 아니면 프로그래밍 된 말만 하는지 제 할 말만 했다.
[남은 시간은 1분이다. 60을 헤아릴 동안에 정답을 풀지 못하면 너희를 공격할 것이다. 하나. 둘. 셋…….]
“그럼 빨리 문제부터 내라고! 문제도 안 주고 시간을 재면 어떡해!”
[문제는 아침에는 네 발로, 점심에는 두 발로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것은 무엇인가? 다. 다섯. 여섯. 일곱…….]
역시 내가 아는 전개대로였다.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일행을 둘러보았다. 벌써 문제를 골똘히 생각하는 중이었다.
흐흐! 10초 남기고 풀어야지.
땅굴로 무너진 위신을 세울 찬스였다. 아는 자의 여유를 누리며 일행을 지켜보는데 수란이가 번쩍 손을 들고 말했다.
“가가, 제가 풀어도 되는 거예요?”
“어? 어……. 근데 너 정말 정답을 알아?”
수란의 말에 하도 당황해 말까지 떨렸다. 스핑크스는 이제 겨우 열을 세고 있었다. 정말 정답을 안다면 난 어쩌냐?
수란은 내 마음도 모르고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확신하는 어조로 대답했다.
“답은 사람이에요. 어릴 때는 네발이고 젊어서는 두 발, 늙으면 지팡이를 짚게 되니 세 발이잖아요.”
헉! 제기랄!
“아! 맞다! 역시 주모님이십니다!”
“아! 그러네. 수란이 말이 맞네!”
“호호! 역시 큰 언니!”
일행이 확인사살까지 했다. 뻘쭘해진 난 아무렇지도 않은 듯 표정 관리를 하며 수란에게 말했다.
“수란아, 맞는 것 같으니까 네가 대답해.”
“예, 가가. 석상님! 정답은 사람이에요. 맞죠?”
[.......맞았다. 그럼 2차 관문에서 보자.]
스핑크스는 그 말과 함께 얼굴을 붉히며 다시 모래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그긍!
“가가, 정말 모래괴물이 사라졌어요.”
“어! 정말이네! 큰 언니가 정답을 맞추니까 사라졌어!”
스핑크스와 함께 우릴 향해 다가오던 샌드웜도 사라졌다. 그러나 이제 겨우 1차 관문이었다. 얼마나 더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2차가 있는 것은 확실했다.
“자, 2차 관문이 있다니까 어서 가보자고! 승연 누이, 계속 부탁해!”
“예, 가가.”
[연재]던전 in 무림 72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야우사,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480-3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