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68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5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68화
68. 썩 꺼져라!
이 자리의 난 엄연히 사황련의 대표이자 천주의 일인이었다.
결코, 팽가의 일개 장로 따위에게 이런 말을 들을 지위가 아니었다.
이는 오대 세가의 사황련에 대한 뿌리 깊은 경시 풍조를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나를 어리다고 무시한 발언이었고.
이런 말을 듣고서도 마냥 웃고만 있을 수 있다면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난 아직 활기 발랄하다 못해 넘치는 놈이었고.
부하들 보기에 쪽팔려서라도 결코 참아서는 안 되는 순간이었다.
급발진에는 급발진으로.
이럴 때일수록 더욱 화려하게 들어 엎어야 하는 법.
탁자를 내리치며 벌떡 일어서 소리쳤다.
쾅!
“뭣이라! 용납하지 못 한다고! 지금 네 놈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제대로 알고 있느냐! 정녕 하북 팽가가 사황련을 우습게보고 있다면 본 방주가 이 자리에서 분명히 약속하지. 사황련은 팽가를 무림에서 지워버릴 것이라고. 뿌리 하나 남기지 않을 때까지 사황련 11만 무인이 아니, 전 사파의 동도가 팽가의 구족은 물론 그 구족까지 찾아내서 씨를 말릴 것이다! 네 이놈! 당장 쳐 죽이기 전에 썩 꺼져 팽가주에게 전하라! 목을 씻고 기다리라고!”
나도 많이 나갔다.
그렇다고 정말 오대 세가와 생사 대전을 벌일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래서 오대 세가가 아닌 팽가로 국한 지었고.
만에 하나라도 농담을 죽자고 받아들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내 말인즉슨, 옆에 병풍 친 얘들한테 지금 나 엄청나게 화났으니까 그만 좀 말려달라는 말이었다.
병신 같은 팽가 장로한테는 한 번씩 주고받았으니 쌤쌤이니 그만 입 닥치고 있으라는 말이었고.
만일 팽가 장로가 알아듣지 못하고 계속 지랄을 떨면 정말 붙어야 했다. 사황련 대표로 한 말은 결코, 가벼울 수 없으니까.
무림에서 밥 벌어먹고 살아가려면 싫어도 해야만 했다.
여기서 숙일 경우, 사황련은 더는 무림 3대 세력이라고 우길 수도 없었다.
뭐, 팽가하고만 붙는다면야. 흐흐흐!
오대 세가 전부 하고도 해볼 만한 전력이었다. 문제는 사황련에는 절대 고수가 부족하다는 점.
그래도 쪽수를 무시할 수는 없는 법. 셋까지라면 이길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 자리에 참석한 면면이 좋지 못했다.
팽 장로와 급이 맞는 황보 장로 역시 다혈질인지 안색이 벌건 채로 화를 삭이는 중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이런 상황에서 제일 먼저 반응하고 수습에 나서야 할, 제갈 세가 대표의 끗발이 너무 낮았다.
무슨 부대장이라는 놈이 할 말이 있는 듯했지만 움찔거리기만 하고 도무지 입을 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모용의 소가주 아들놈은 너무 어렸고, 남궁도 제갈처럼 끗발에서 너무 밀려 발언권이 없어 보였다.
검각의 검후는 세가의 일에 낄 처지가 못 될 테고.
이런, 제길!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하는데.
결국, 믿을 놈이 없어 내가 수습해야 하는데 이미 폭언에 망언까지 한 입장이라 뒤로 물러설 길은 없었다.
시발! 정말 세가 연합을 치려면 제갈부터 쳐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나!
머리 좋은 놈들을 제일 먼저 배제해야 하는 건 당연한 순서였다. 미뤄두면 두고두고 골치 아파지니까.
한데 엉뚱하게 바보 같은 팽가를 먼저 쳐야 하게 생겼다. 힘만 믿고 성질 급한 얘들은 그냥 놔둬도 제풀에 지쳐 쓰러지는데 말이다.
쓰읍! 잘못하면 정말 팽가하고는 맞짱 떠야 하겠는데?
장내의 분위기를 보아하니 뾰족한 수가 없어 보였다. 외통수에 몰렸으니 준비했던 구원 카드를 쓰는 수밖에.
뒤편에서 대기하던 당소려에게 전음을 날렸다.
-이모님, 도와주셔야겠습니다.
-호호호! 왜?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정말 팽가를 지우는 건 어때?
-쩝! 다 아시면서 그러십니다. 더 지체했다간 체면 다 구기겠습니다.
-호호! 알았네. 황 서방, 나한테 빚 하나 진 거네.
-알겠습니다, 이모님.
임시 막사의 장막이 걷히며 당소려가 걸어 들어왔다. 당소려는 장내를 한 번 둘러보고 상큼한 미소를 흘리며 내게 말을 건넸다.
“황 방주님, 팽 장로께서 진심으로 그렇게 말씀하신 건 아닐 겁니다.”
당소려는 내게 정중하게 읍을 해 보인 후, 팽 장로에게 물었다.
“팽 장로님, 분명히 착오가 있었던 것이지요? 아니면 설마 팽가는 산서성을 팽가의 세력권이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면 당문은 황 방주 편에 서게 될 것입니다.”
팽 장로가 나이를 헛먹은 것이 아니라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알 것이다.
만일 여기서 당소려가 내민 손길을 잡지 않으면 사황련은 물론 당문과도 척을 지게 되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다른 세가와도 사이가 벌어져 고립될 수도 있었다. 여기서 팽가를 지지하면 산서를 팽가의 세력으로 인정한 것이 되니까 말이다.
팽 장로의 얼굴이 썩어 들어갔다. 손을 잡긴 잡아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백기 투항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다고 나잇살 먹고 새파랗게 어린놈에게 이놈 저놈 소리까지 들었다.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일 거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를 돕고자 나선 것은 황보 장로였다. 가재는 게 편이고 팔은 안으로 굽는 것처럼.
“소려 아가씨, 그건 팽 장로 개인의 생각이지 팽가의 생각은 아닐 것이오. 그렇지 않소? 팽 장로.”
그런데 배달 사고가 터졌다. 황보 장로의 어시시트는 발 앞에 배달이 아닌 자살골이었다.
팽 장로와 팽가의 권위는 권위대로 깔아뭉갰지만 나와 사황련에 대한 사과는 일절 없는 이도 저도 아닌 변명에 불과했다.
팽 장로는 어이가 없었는지 대답하지 못했다. 이에 팽 장로보다 더욱 당황한 사람은 나와 당소려였다.
참나! 다 된 밥에 재를 뿌려도 유분수지...대체 어떻게 수습을 하라고. 하아!
슬쩍 당소려를 쳐다보니 그녀 역시 곤란한 표정으로 나에게 무언의 질문을 던졌다. 이제 어떡하면 좋으냐고 말이다.
-이모님, 어떻게 좀 해보세요. 전 끼어들 수 없는 입장이잖아요.
-황 서방, 일단 시간을 벌자. 잠시 쉬면서 각자의 태도를 결정하고 다시 대화를 나누자고 할게.
-후유! 알았습니다. 저도 못 이기는 척 따를게요.
-알았어.
당소려가 전음을 마치고 두 장로를 향해 입을 열었다.
“두 분 장로님, 서로 격앙된 상태라 대화를 나누기 적절하지 않은 듯해요. 잠시 쉬었다가 재개하는 것이 좋겠어요. 죄송하지만 황 방주님도 이번엔 제 의견을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서로 협력해도 모자랄 판에 싸우려고 이 자리를 만든 것은 아니니까 말이에요.”
지금까지 가만히 듣고만 있던 검후도 나서며 지원사격을 했다.
“황 방주님만 좋다고 하신다면 그게 좋겠어요. 두 분 장로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정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팽 장로가 황보 장로에게 눈치를 주며 얼른 대답했다.
“그, 그러는 게 좋겠소이다. 황보 장로 생각은 어떻소이까?”
“흠흠! 알겠소이다.”
두 사람이 대답하자 당소려가 내게 물었다.
“황 방주님, 우리에게 잠시 시간을 주시겠어요?”
“알겠소이다.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은 도저히 그냥 지나갈 사안이 아니오. 지금부터 반 시진을 줄 테니 확실한 태도를 표명해야 할 것이오. 그럼 내가 자리를 피해 주겠소이다.”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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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소려가 있으니 세가 연합의 결정은 내게 유리하게 정리될 듯했다. 최악의 경우라도 세가 연합 전체와 싸울 일은 없을 터였다.
흐음! 일단 여기서는 좋게 끝난다고 해도 뒤끝은 남겠지. 이쯤에서 팽가를 미궁에서 쫓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데……. 팽가만 공격하면 내 짓이라는 걸 눈치챌 테니 황보도 같이?
그래도 눈치채겠지만 이곳은 미궁이다. 세가 연합에서 남궁과 황보, 팽가는 마력보유자가 적었다. 세 가문이 합해 100명이 채 안 되었다.
그에 비해 모용 세가와 검각은 각각 100명이나 들어왔다. 당가는 50명이 들어왔고.
본가에 더 있다는 뜻이니 모용과 검각이 마력 보유자의 수가 많다는 말이다.
미궁 밖에서의 전력과 상반되는 현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되지 않는 세 가문을 배제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이곳은 미궁이고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니까.
사체는 몬스터 먹이로 던져주면 무공으로 가해자를 식별하는 일도 불가능했다. 그야말로 완전범죄가 가능한 곳이 미궁이었다. 지구에선 많이 벌어지는 일이었고.
그래, 하자.
뒤끝이 남은 상태에서 나중에 뒤통수를 맞느니 선제공격으로 제거하는 편이 미래를 위해서도 좋았다.
쩝! 내가 언제 이렇게 사악해졌지?
근묵자흑 近墨者黑이라고 했다. 사파물 1년 먹었다고 내 사고방식도 사파인이 다 된 듯했다.
마음의 결정을 내리자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었다. 저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상관없는 일이니까.
마침내 반 시진이 지나 막사로 들어갔다. 뚱한 표정의 황보와 팽가의 장로를 보니 대충 얘기는 끝난 듯했다.
사과를 받아야하는 입장인 내가 먼저 나설 필요는 없었다. 말없이 상석인 내 자리에 앉아 기다렸다.
팽 장로는 당소려가 눈짓으로 재촉하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일어서 포권하며 입을 열었다.
“험험! 황 방주님, 개인의 의견을 마치 가문의 결정인양 말해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드리겠소.”
일반적으로 볼 때 콧대 높은 세가의 장로가 이 정도로 사과했으면 충분했다.
하지만 나와 사황련은 일반적인 상대가 아니었다. 이미 마음속으로 결정한 바도 있었고.
“알겠소이다. 그럼 팽가와의 문제는 다시 언급하지 않겠소이다. 그럼 이제 본련의 방침을 말씀드리겠소. 본련은 이후 하북 팽가와는 그 어떤 교류도 협력도 하지 않을 것을 여러분 앞에 천명하는 바이오. 그리 알고 그만 물러가시오. 그럼, 이만.”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는지 당소려와 팽 장로가 당황해 날 불렀다.
“황 방주!”
“아, 아니! 황 방주!”
내력을 끌어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팽 장로를 향해 말했다.
“팽학도, 당신과는 말을 섞고 싶지 않으니 이 자리에서 손을 쓰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당장 떠나라!”
“황 방주! 말이 지나치지 않소이까!”
스르릉!
아예 끝을 볼 생각으로 검을 뽑아 검 끝을 겨누며 말했다.
“본 방주도 네놈이 경솔한 언사를 용납할 생각이 없다. 당장 떠나지 못할까!”
내가 조금도 물러서지 않자 황보 장로가 팽 장로의 손을 잡아끌었다.
“팽 장로, 일단 물러납시다.”
두 사람의 뒤를 이어 나머지 사람들도 허겁지겁 막사를 떠났다.
“황 서방, 너무 무리하는 것 아냐?”
당소려의 걱정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조금 무리는 했지만 어차피 팽가와 좋은 사이가 되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아예 적으로 규정해 놓으면 뒤통수를 맞지는 않겠지요. 왜 부담되십니까?”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네. 오대 세가는 서로 혈연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잊지 말게. 어느 편도 들기 어렵다는 말일세.”
“알고 있습니다. 당문이 중립을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후우! 난 팽 장로가 저러는 것도 이해는 가네. 저들은 지금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어 조급한 것이네. 던전에 들어올 수 있는 무사를 보유하지 못했거든.”
“알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모용과 검각은 상당한 수를 보유한 듯하더군요. 당문보다도 많은 듯합니다.”
[연재]던전 in 무림 6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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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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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480-3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