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49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96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49화
49. 미치고 팔짝뛰겠네
사천에서 당문의 일을 마치고 귀주를 시작으로 순회공연에 나섰다.
귀양 조가에서 부탁한 귀주의 던전은 1성급이 하나, 2성급이 두 개였다.
그 중, 1성급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소멸시켰다. 1성급은 필드형이라 저렙 사냥터로 쓸만했고, 나머지는 별 가치가 없었다.
보상으로 B급 아공간주머니 1개와 2개의 스킬북을 얻었다.
스킬북은 3중첩쉴드와 블링크가 나와 모두 수란에게 주었다. 힐러는 무조건 살려야 하니까.
아공간 주머니는 혜 누이가 가져, 우리 셋은 모두 아공간을 가지게 되었다. 내 반지가 용량이 가장 작았지만.
그렇지만 시간도 별로 걸리지 않았고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단, 한 가지만 빼면.
“방주님, 이제 곧 귀주 땅을 벗어나기 전에 객잔이 있는 마지막 도시입니다. 오늘은 이곳 객잔에서 쉬시고 내일 광서로 넘어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문제는 바로 옆에 착 달라붙어 수행비서라도 되는 양 살갑게 구는 사내 때문이었다.
사내의 이름은 조건양.
절정고수인데다 마력 보유자이기도 한 귀양 조가주의 둘째 아들이었다.
나이는 서른아홉에 덩치도 나만큼 큰 데다, 시커먼 구레나룻까지 기르고 있어 완전 산적이었다. 옷 잘 입고 조금 귀엽게 생긴 산적말이다.
조건양은 귀양 조가에서 지원해준 다섯 명의 절정고수 중의 하나다.
한데 혼자도 아니고 또 다른 혹 덩어리 하나를 달고 나타났다.
아무리 아버지인 가주와 내가 동급이라도 나보다 나이 많은 아들은 불편했다.
한데 그는 나를 깍듯이 상전으로 모시며 마치 입속의 혀처럼 굴었다.
오죽하면 전직이 건달이 아니었나 의심할 정도로 눈치가 비상했다.
객잔 수배 같은 일도 직접 나서 깔끔하게 처리했다.
여자인 수란과 혜 누이가 불편하지 않도록 이것저것 신경 쓰는 폼이 절대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솔직히 귀주의 던전 공략은 조건양 때문에 편했다.
한데 문제는 귀주의 청부가 끝났음에도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또 다른 혹 덩어리도 수란과 혜 누이에게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고.
이건 남매가 가주에게 사주를 받은 거야. 틀림없어!
솔직히 귀양 조가는 복 받은 문파였다. 가주의 자식이 7남 8녀라고 하는데 무려 다섯이나 마력 보유자였다.
장남에 차남, 삼남, 칠남 그리고 셋째 딸까지. 더구나 무공 수준도 칠남만 일류였고 전부 절정이었다. 자식 농사 하나는 잘 지은 조가였다.
그뿐 아니라 귀양 조가에서 일류 39명, 절정 7명의 마력 보유자를 찾을 수 있었다. 아쉽게도 비활성각성자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귀양 조가는 일거에 50명대의 마력 보유자를 보유하게 된 거다.
이들에게 던전 경험도 시켰고, 개방형 던전도 하나 만들어 줬다. 한 마디로 돈 받은 값 이상은 해주었다는 말이다.
앞으로 귀주에 균열이나 던전이 발생해도 큰 위험은 없을 정도로.
그랬으면 이제 바이바이 해야지. 대체 무얼 더 주워 먹겠다고 거머리처럼 따라붙는지 모르겠다. 내가 불편해하는 것을 빤히 알면서도 말이다.
그가 하는 짓에 답이 없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조형, 우리는 그렇게 할 테니 그만 조 소저와 함께 돌아가는 게 어떻겠소? 성의 경계만 넘어가면 남녕파의 고수들이 마중 나와 있을 것이니까 말이오.”
“하하하! 방주님.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하십니까. 전 방주님을 따라 나왔을 때부터 이미 조가 사람이 아닙니다. 방주님 옆에서 뼈를 묻을 생각인데 그런 저를 어디로 가라는 말씀이십니까?”
조건양 여동생 조미미도 거들었다.
“방주님, 저도 마찬가지예요. 이미 아버님께 약속도 했고요. 저 스스로 이제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도 했어요. 아예 태화방의 귀신이 될 각오로 따라나선 거예요.”
“아니, 그러니까 그렇게 일방적으로 말해 봐야...나 참. 이건 뭐 쇠귀에 경을 읽는 것도 아니고. 쩝!”
문제의 혹 덩어리가 조 가주의 셋째 딸 조미미다. 그녀는 십 년 전인 열여섯 살의 나이에 모용세가의 셋째 아들에게 시집갔다.
그런데 혼인한 후, 시댁인 모용세가로 가는 도중, 모종의 이유로 빡쳐서 산동에서 길을 돌렸다고 한다. 남은 길보다 돌아오는 길이 더 먼데도.
그 길로 이혼하고 돌아온 전설의 돌싱이 그녀였다.
그 후로는 외부출입을 삼가던 그녀가 느닷없이 태화방의 귀신이 되겠다니 나로서는 기가 막힐 수밖에. 그것도 아버지인 가주와 다 얘기가 됐다고 하면서.
오라비는 내가 불편했고, 여동생은 수란과 혜 누이가 불편해한다.
그렇다고 남매를 때리거나 억지로 쫓을 수도 없는 일.
이들 남매 때문에 나만 계속 수란과 혜 누이의 눈치를 보게 되고 말이다.
그냥 받아들여?
솔직히 말해 아내들에게 미안해서 그렇지 조가 남매는 지금이나 앞으로도 도움이 될 것은 분명했다.
이들을 받아들이면 귀양 조가는 확실한 내 편이 된다. 당연히 사황련 내에서의 내 위상이 더 높아질 것이고.
그리고 비록 조미미가 돌싱이지만 힘 있는 처가와 아름답고 능력 있는 여인을 얻게 되는 것이다.
아마 딸내미 기죽지 말라고 조가에서 지참금도 더 빵빵하게 싸줄 거다.
한 마디로 내겐 조금의 손해도 없는 입꼬리가 귀에 걸릴만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달리 있었다.
단순히 조미미를 받아들이는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조가 남매를 받아들이는 순간 새로운 인연을 각오해야 한다는 뜻이다.
무림은 삼처사첩 뿐만이 아니라 그 이상도 능력만 된다면 허용되는 세상이다. 지구에서처럼 도덕적 문제로 여론 재판을 받을 일도 없고 오히려 부러워하는 세상이고.
그러니 다른 천주들이라고 가만있을까? 그들에게 아들딸이 없는 것도 아니고, 혹시 없더라도 손주, 손녀에 사돈에 팔촌까지 동원할 것이다. 그것도 없으면 입양이라도 할 테고.
사랑으로 핑계대고 빠져나갈 수도 없다. 이 시대에 사랑으로 혼인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나부터도 수란과 혜 누이와 사랑으로 엮인 사이는 아니었다.
한마디로 천주들의 요구에 거절할 명분이 없다는 거다. 쟤는 되는데 나는 왜 안 되냐면 할 말이 없으니까. 끝내 거부하면 원수 되자는 짓이고.
알다시피 태화방을 제외하면 사황련에는 7천주가 있다. 내가 조미미를 받아들이는 순간, 무조건 7첩은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면 사황련을 내 손에 넣게 되는 것과 다름없었다. 분열되거나 해체될 걱정도 적어지고, 온전히 집중해 세력을 확장할 수도 있다.
이렇듯 순기능도 많아, 나한테는 무조건 좋은 일인데도 각오가 쉽지 않았다.
나를 망설이게 하는 것은 일부일처제 사회에서 교육된 고정관념 1%와 두 아내에 대한 미안함 2%, 9명의 부인과 잘 지낼 수 있나 하는 정력에 대한 걱정이 97%였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 라고 했으니까.
전부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다 이루고도 자칫 집안에서부터 무너질 가능성이 있었다. 그 불씨가 조미미로부터 시작되는 것이고.
하아! 정말 이 남매 때문에 미치고 팔짝 뛰겠네.
“허어! 귀양 조가는 사황련 8천주의 하나 아닙니까? 그런 유서 있는 조가의 영식, 영애가 그리 쉽게 말하는 게 아닙니다. 가문을 생각해야죠.”
“뭐, 아직도 방주님은 우리 남매를 조가 사람이라 생각하시는 것 같으니 시간이 조금 필요하겠군요. 마음 같아선 성이라도 바꾸고 싶은데 원하지 않으실 테니까 말입니다.”
“하아! 제발 그러지 마십시오. 날 귀양 조가와 원수로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하하하! 아무튼, 전 먼저 가서 숙소를 준비할 테니 방주님께선 천천히 오십시오. 그럼! 이럇!”
대꾸도 듣지 않고 박차를 가해 앞으로 달려나가는 조건양이었다.
두두두두!
“방주님, 저도 부인들에게 가 있을게요.”
“잠깐만요, 조 소저!”
날 피해 아내들에게 가려는 조미미를 불러 세웠다. 조미미가 불안한 표정으로 돌아보며 물었다.
“.......왜요?”
가만히 보니 참 예쁘게 생긴 얼굴이었다. 얼굴도 희고 조막만 한데 눈은 크고 콧날이 오뚝했다. 절정고수인 그녀의 몸매는 말할 필요도 없었고.
자세히 살펴본 건 지금이 처음인데 솔직히 미모로는 수란과 혜 누이보다 예뻤다.
그래서 지금까지 일부러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같다.
“.........”
불러놓고 말이 없자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방주님...왜 부르셨는데요?”
“아! 실례했습니다. 뭘 좀 생각하느라...이건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건데 10년간 외부출입을 하지 않으신 조 소저가 밖으로 나선 이유가 궁금합니다.”
조미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한결 편안해진 얼굴은 더 예뻤다.
“휴우! 다행이다. 전 방주님이 쫓아 보내려 부르는 줄 알고....”
“그 생각이라면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한데 조 소저가 쉽게 따르지 않을 것 같아 이유라도 알고 싶어 묻는 겁니다.”
진지한 내 얼굴을 보고 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더는 어영부영 넘어갈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 듯했다.
“휴우! 사실은 아버님과 가문에 미안한 점도 있었고, 이혼녀가 돌아다녀 봐야 이상한 소문만 돌잖아요. 그래서 무공만 팠죠. 따로 할 일이 없었으니까 말이에요. 조금씩 무공이 늘다 보니 재미도 있었어요. 욕심이 나서 가문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제 나이에 절정이 되기는 쉽진 않잖아요? 제가 재능이 있었는지 오빠, 동생보다 더 많은 지원을 받았어요. 그러니까 빚을 갚아야죠. 이혼할 때도 10년간 지원하면서도 한마디도 하지 않던 아버지였어요. 처음으로 제게 부탁하는데 듣지 않을 수가 없었던 거랍니다.”
씁쓸한 표정으로 별 것 아니라는 투로 말하는 조미미에게 말했다.
“하아! 사정을 알고 나니 조 소저에게 뭐라고 말하기 곤란하군요.”
“호호! 조금 그렇죠?”
살포시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하는 그녀에게 더는 할 말이 없었다.
아직은 현대인의 사고방식이 강한 나라면 무슨 그딴 말이 있냐며 화를 내야 했는데도 말이다.
근데 생각해 보니 현대에서도 정략혼은 흔히 벌어지는 일이었다. 나름 효과도 좋은 편이고. 역사가 증명해 준 사실이고.
무림에서도 더하면 더했지 다를 바는 없었다.
일례로 오대세가만 해도 서로 복수의 정략혼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구파의 제자들도 마찬가지였고.
그래서 나도 조미미에게 선뜻 잘못된 사고방식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니까.
아니, 어쩌면 이런 핑계로 하렘을 만들고 싶은 욕망을 감추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열 여자 싫다는 남자 없다고 내가 바로 그놈이니까.
더구나 내가 원한 것도 아니고, 알아서 떠먹여 주는 데 걷어찰 정도로 병신은 아니었다.
결국, 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포지션을 취하고 싶었던 거다.
이미 받아들이기로 결정했기에 당장 말투부터 친절해졌다. 이제부턴 내 여자로 만들기 위해 환심을 사야 하니까.
“조 소저의 사정이 그렇다니 일단 억지로 돌려보내지는 않겠소이다. 나머지는 부인들과 상의해서 최대한 빨리 결정하겠소이다.”
“제 문제를 부인들과 상의하신다고요?”
“뭐, 어쩌겠소. 그래도 현명한 여자들이라 서운해 긴 하겠지만 반대하진 않을 거요. 정히 반대하면 할 수 없지만.”
조미미가 탄성을 터뜨리며 뭔가 깨달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 그렇군요.”
만면에 환한 미소를 띤 그녀의 얼굴이 마치, 9년 면벽 끝에 대오각성한 달마대사처럼 보였다.
마치 각성한 것처럼!
설마 지금 각성하거나 벽을 넘는 건 아니겠지?
가만! 지금 우리 대화 중에 각성할 포인트가 있었나?
[연재]던전 in 무림 4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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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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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480-3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