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44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3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44화
44. 늴리리야 니나노!
간다!
다다다. 휘익.
막 지나가는 고트라의 후미로 뛰어들며 반지의 마법을 시전했다.
“디그! 디그!”
두두두두두-
달리는 고트라의 발밑으로 1미터 정도의 땅이 푹 꺼졌다. 앞만 보고 달리는 놈이 발밑의 사정을 알 리 없으니 고꾸라지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
-키히히힝!
푹! 털썩. 털썩.
두 마리가 중심을 잃고 쓰러지자 미처 피하지 못한 한 마리가 더 휩쓸려 쓰러졌다. 나머지는 후위에 벌어진 일은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앞으로만 달렸다.
이놈들은 대체 왜? 어디로 가는지 잠시 궁금했다.
그러자 어디선가 포효와 함께 시커먼 그림자가 마지막으로 쓰러진 고트라를 덮쳤다.
한 마리는 고트라의 목을 물었고, 한 마리는 으르릉대며 나를 견제하고 있었다.
흐흐! 큰뿔표범이었군!
60레벨 대의 얘네도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마에 50센티 정도의 큰 뿔이 달려있다.
이 던전에는 유난히 뿔 달린 애들이 많은 듯하다. 그것도 쌍 뿔이 아닌 외 뿔들이.
큰뿔표범은 표범 이마에 뿔 하나 달렸다고 보면 된다. 덩치는 고트라와 비슷한 수준이니 표범의 두세 배 정도일거다.
얘도 뿔과 이빨, 발톱 등이 유용하고 가죽은 아름다워 아주 고가에 거래된다. 밍크코트는 저리 가라니까.
칠성둔형을 펼치며 날 경계하고 있는 큰뿔표범을 덮쳤다. 쓰러진 고트라는 나중이다. 위협이 될 만한 놈부터 처치하는 것 기본이고.
크와아앙!
놈 역시 피하지 않고 정면 대결이다.
이런 강직한 놈이 있나!
포효와 함께 날 향해 뛰어올랐다. 칠성둔형을 펼쳐 냄새나는 입을 피하며 배 밑으로 파고들어 배에 쌍 장을 가볍게 붙이고 알려줬다.
“만강장卍剛掌!”
-꺄앙!
놈은 내장이 곤죽이 되며 처량한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이번엔 고트라의 목에 입을 박고 있는 놈이다. 놈이 이상을 느끼고 입을 떼려 할 때 난 이미 놈의 뒤통수에 손바닥을 붙이고 있었다.
“이게 만강장이라고!”
-끄르륵!
가볍게 두 마리를 처리하고 일어서 절뚝거리는 고트라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서걱! 서걱!
서걱!
큰뿔표범에게 목을 물려 숨을 헐떡이는 마지막 고트라에게도 안식을 선물했다.
“이제 끝났으니 전부 이쪽으로 와!”
지켜보고 있던 일행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괴물 처음 보는 사람 있잖아. 어서 와. 앞으로 놈들을 상대하려면 어떻게 생긴 놈인지 구경이라도 해야 할 것 아냐? 란매, 오늘은 여기에서 숙영할 테니 근처에 마차 좀 꺼내 줘. 쟤들 구경 끝나면 사체는 아공간 주머니에 수납해두고.”
“충!”
“예, 가가.”
수란이 근처에다 말 없는 마차 두 대를 꺼냈다. 한대는 음식과 조리기구 등이 들었고, 다른 한 대는 침구 등의 장비가 실려 있었다.
마차 두 대를 한쪽에 나란히 두고 앞쪽에 불을 피웠다. 야간에 불을 피우는 것의 위험도는 반반이라 피우는 쪽을 택한 거다. 날씨도 조금 쌀쌀했고.
기성이가 구경하다 말고 얼른 달려와 도왔다. 확실히 원섭이는 머리가 모자란 지 눈치가 없었다. 아직도 구경하느라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기성이는 낭인 출신이라 숙영지를 만드는 일에 능숙했다. 솔직히 나보다 나아 나중에는 내가 돕는 쪽이었다.
“원섭이 저놈은 참...기성아, 쟤 원래 저러냐?”
“죄송합니다, 방주님. 불러올까요?”
“아냐, 냅둬. 얘가 눈치가 없으니 앞으로 니가 고생이겠다.”
“흐흐! 원섭이가 좀 그런데 애는 착한 앱니다.”
“쯧! 사파놈이 착하면 얼마나 착하다고. 근데 너희들은 이전부터 알던 사이냐?”
기성이 머리를 긁적이며 쑥스럽다는 듯이 대답했다.
“낭인 시절 얼굴만 익혔다가 사황단에 와서 친해졌습니다. 알고 보니 옆 동네에 살았더군요.”
“어휴!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 되네. 너나 원섭인 무표정이 제일 나은 것 같다. 뭔가 감정만 담기면 무섭게 변하니. 원!”
“죄, 죄송합니다.”
“니가 죄송할 일은 아니고. 근데 너희들은 내가 어렵지 않냐? 내가 볼 땐 별로 어려워하는 것 같지는 않더라.”
“예, 저도 그게 이상합니다. 다른 천주님들은 멀리서 뵈어도 긴장되어 기합이 들어가는데 말입니다.”
“뭐야, 그럼 내가 다른 천주들보다 존재감이 흐리다는 말이야?”
농담에 기성이가 화들짝 놀라며 변명했다.
“아, 아닙니다. 방주님. 그런 뜻이 아니고 이상하게 방주님은 앞에선 무장해제 되는 기분입니다. 아마 그래서 그렇게 보였나 봅니다.”
무슨 말인지 난 알 것 같다. 일단 난 현대인이기 때문에 권위를 세울 줄 모른다. 지구에선 기성이보다도 못한 신세였으니까.
솔직히 지금도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아 매일, 매일이 어색했다.
또 하나, 무림이란 세계로 이동되어 그야말로 난 쩌리가 되었다.
지구에서보다 못한.
오죽하면 막내 사제에게 1년간이나 능욕을 당했을까.
그게 바로 몇 달 전이다.
그러니 아직 내겐 쩌리의 향기가 나고 있는 거다. 그 향기를 기성이와 원섭이가 맡은 것이고
아무리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해도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바뀌어 가는 과정에 있는 거다. 그렇다고 지금의 내가 싫은 것도 아니고.
“그래, 실수만 하지 않으면 된다. 저기 가서 양두마의 다리 한 짝만 떼어와라.”
“충!”
“그 ‘충’ 소리는 그만 하고. 너 진짜 나한테 충성할 생각이냐? 아니면 하지 마라. 차라리 다른 소리로 복명 하는 게 나아.”
“충!”
어! 분명히 하지 말라고 했는데 또 했다. 나하고 장난칠 군번은 아니라서 눈을 게슴츠레 뜨고 쳐다보며 물었다.
왜 괜히 뻘쭘할 때 확인하고 싶은 거 있지 않냐. 지금이 그때다.
“너 지금 개기는 거지?”
“아닙니다, 충!”
“쓰벌! 알았어. 빨리 다리나 떼어 와.”
“충!”
뛰어가는 기성의 뒷모습을 쳐다보는데 괜히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무래도 오늘 밤 각성환단 한 알을 쓰게 될 것 같다.
흐흐흐! 늴리리야 니나노!
근데 왜 웃음이 멈추지 않지?
기성이 원섭과 함께 고트라의 넓적다리 한 짝을 들고 왔다.
“방주님, 가져왔습니다.”
“누가 고기 바를 줄 알아?”
“제가 할 줄 압니다. 방주님.”
뜻밖에 손을 든 사람은 원섭이었다. 이 자식 덩치가 괜히 있는 게 아닌가 보다.
“어! 그럼 원섭이가 구워 먹기 좋게 발라봐.”
“......이, 이걸 먹는 겁니까?”
원섭이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또 감정이 담겨 무서운 표정으로.
수란과 혜 누이는 이미 몬스터 고기를 먹어봐서 아무렇지도 않았고, 여자 호위들은 호기심이 더 강한 듯했다.
기성이는 충성까지 맹세한지라 될 대로 되라 하는 심정으로 눈을 꼭 감고 있었고.
“일단 먹어보고 나서 말해. 돈 주고도 못 먹는 거니까. 어서 썰어서 구워.”
“추, 충!”
보통 육류의 경우 피를 빼지 않으면 노린내가 나서 먹기 어렵다. 그러나 고트라의 고기는 다르다.
피의 무슨 성분인가가 고기의 육질을 한층 부드럽게 해주며, 풍미를 높여 준다고 한다.
솔직히 지구에선 비싸서 먹어볼 기회가 없어 확신하진 못하지만.
지글지글.
고소한 냄새를 솔솔 풍기며 맛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기 굽는 소리는 언제 어디서든 진리인 듯하다.
모두 침을 꼴딱꼴딱 넘기지만 선뜻 젓가락을 들이대지는 못하고 있었다.
수란과 혜 누이는 내가 먼저 손대지 않아 기다리는 중이고, 호위들은 머릿속에서 호기심과 꺼림칙함이 치열하게 전투 중인 듯 했다.
어차피 내가 시작해야 할 일이라 잘 구워진 한 점을 집어 들었다.
우걱우걱.
어라! 이 맛은!
말고기가 아니었다. 소고기도 아니었고. 투 뿔 한우는 먹어보지 못해 맛을 모르지만, 그 이상이 아닐까 싶었다.
고소하고 향긋하고 부드럽고 또 무슨 단어 없나?
얼굴이 맛을 표현했는지 사방에서 젓가락이 날아들었다. 그리곤 모두 나와 같은 얼굴이 되었다.
침묵 속의 먹방이 시작되었고, 반 각도 되지 않아 다리 한 짝이 뼈만 남았다. 고트라의 다리 한 짝은 못 돼도 20킬로는 될 거다.
뼈를 빼고 고기만 10킬로 정도.
근으로 따지면 대략 17근이다.
고깃집 인분으로 따지면 50인분이고.
그중 1/3은 원섭이가 먹었다. 못내 아쉬워하는 것 같아 혹시나 해서 물어봤다.
“원섭아, 더 먹을래?”
“어휴! 방주님. 이젠 배가 터질 것 같습니다.”
“가가. 저도 그래요.”
“그럼 치우는 건 여자들이 수고해줘.”
“예, 가가.”
“충!”
짐 마차가 두 대라 여자, 남자 나누어 자기로 했다.
“불침번은 한 시진씩 서기로 하지. 처음은 나와 기성이, 두 번째는 원섭이와 홍련이, 세 번째는 영화와 미방이, 마지막은 란매와 혜 누이가 수고해줘.”
기성이 손사레를 치며 말했다.
“어휴! 어떻게 불침번까지 방주님과 마나님들께 서게 하겠습니까? 저희가 알아서 서겠습니다.”
“그래, 마음은 고맙다. 한데 여기서 니들 믿고 편히 잘 수 있을 듯하냐? 좀 더 경험이 쌓이면 제발 서달라고 부탁해도 안 설 거니까 당분간은 시키는 대로 해. 다들 알았어?”
“그래도 어찌...”
“까불지 말고. 모두 알겠지?”
“......충!”
그렇게 해서 기성이와 1번 초를 서게 되었다. 모두 잠든 것을 확인하고 왔다 갔다 하는 기성을 불렀다.
“정신없게 돌아다니지 말고 이리 와봐.”
“예, 방주님.”
쭈뼛거리며 내가 가리키는 앞자리에 앉았다.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우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기성아, 딱 하나만 말할 테니 잘 들어라.”
“예, 방주님.”
“앞으로 네가 무슨 짓을 해도 좋은데 배신만 하지 마라. 약속할래?”
“충!”
벌떡 일어나 오체복지하고 복명하는 기성이다.
“자신 있는 거지?”
“충!”
각성환단을 꺼내 눈앞에 들어 보이며 물었다.
“나를 믿을 수 있지?”
“예, 방주님.”
무슨 약인지 모르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기성에게 각성환단을 건넸다.
지구에서라면 충성이라는 것은 믿지 않았겠지만 그런 면에선 아직 순수한 동네가 무림 세계다.
또 믿지 않아봐야 내 손해니까 그냥 믿어보는 수밖에.
“꼭꼭 씹어 먹어라. 사황련주도 먹지 못하는 아주 귀한 거니까.”
“.......바, 방주님.”
호두알만 한 각성환단을 받아들고 감격에 겨워 울먹이는데 마치 흉신악찰이 울부짖는 듯한 표정이다.
“말했지. 너흰 얼굴에 감정을 나타내지 말라고. 무서우니까 진정하고 어서 약이나 먹어.”
“충!”
기성은 각성환단이 독약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는 듯이 바로 입에 넣었다.
쏙!
꿀꺽!
사르륵 녹아 목으로 넘어가자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만 쳐다본다. 이제 어떻게 하냐는 듯이.
“임마, 기다려 봐. 곧 소식이 올 테니까.”
“충!”
화악!
말이 끝나자마자 빛무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곤 곧 사라졌다.
“이게 무슨.......”
신비한 일이 벌어지자 놀라는 기성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 깨울 생각이 아니면 조용히 해라. 그리고 조용히 말해봐. ‘상태창!’ 하고.”
“충! 상태창! 헉!”
“이놈이! 조용히 하라니까!”
“예, 충!”
[연재]던전 in 무림 44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야우사, 2021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전재 또는 무단복제 할 경우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ISBN 979-11-6600-480-3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