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154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7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154화
154화. 가지를 쳐야 나무가 보인다
말소리를 낮춰 두 사람에게 당장 필요한 계획을 설명했다. 지금 하려는 일은 다른 장문인들이라면 손사래를 치며 질색할 일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라면 개의치 않고 동조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들 역시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을 테니까. 원래 동류同流는 한 눈에 알아보는 법이다.
과연 두 사람은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사황련주는 기발한 생각이라며 무릎을 탁 치며 동의했다.
“좋은 생각이네. 그렇게 되면 정파 놈들도 더는 망설이고 있을 수 없을 테지.”
“그래서 말인데 사황련에선 얼마나 내 놓으시겠습니까?”
“어느 정도 수준이면 만족하는가?”
“두 분은 장문인회합 때문에 참가할 수 없으니 사황련에서는 최소한 초절정 이상으로 네 분만 지원해주십시오? 신교는 당연히 이곳에 오신 십대봉공 네 분을 모두 빌려 주셔야 합니다.”
“알겠소이다. 봉공들도 한 단주를 좋게 보고 있으니 문제없을 것이오.”
소교주가 흔쾌히 승낙하자 사황련주도 껄껄 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
“하하하! 자네는 내 밑천을 탈탈 털어내라고 하는군. 지금 사황련에는 그만한 전력이 없다는 사실을 빤히 알면서도 그런 요구를 하다니. 결국 나보고 쉬고 계신 분들에게 손을 내밀라는 말이군. 이제 보니 아주 고약한 친구로구먼.”
“하하! 한 번 말씀드려보십시오. 오히려 그 분들이 더 즐거워하실 것입니다.”
“그럴 수도 있겠군. 나도 함께 하고 싶지만 이곳에 있어야 하니 자네만 믿겠네.”
“한데 한 단주가 자리를 비우면 말이 나오지 않겠소이까? 이번 회합도 실질적으로는 한 단주가 주도한 것이 아니오?”
“그건 문제없습니다. 마침 이곳에 맹주가 와 계시니 복귀명령을 받아내면 그만이오. 본인은 엄연히 무림맹 소속이니까 말이오.”
“하하하! 그도 그렇구려.”
비천의 음모로 오천주가 배신한 사황련이나 총단까지 포기한 마교였다. 정파와는 달리 비천과 황실에 대한 분노와 적대심이 깊어 대화는 발전적일 수밖에 없었다.
자연히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적극적인 대처 방안이 세워졌다. 결과 존폐의 사활이 걸린 만큼 두 세력은 총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했다.
밤이 깊어 사황련주, 소교주와 헤어져 내 거처로 돌아왔더니 세 늙은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남궁 노괴가 보자마자 툴툴거리며 한 마디 했다.
“네놈은 어딜 그렇게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는 게냐?”
말이 거칠었지만 늙은이들의 반갑다는 나름의 표현이었다. 각 파의 대책회의에 바쁠 텐데 이렇게 몰려온 것을 보면 내게 묻고 싶은 말이 있는 듯했다.
“아니, 어르신들은 문파는 어쩌시고 이곳에 모여 계시는 것입니까?”
“이게 다 네놈 때문이 아니더냐. 어디 네놈이 장문인들이 모인 자리라고 그렇게 조용히 있을 놈이었더냐? 입을 꾹 다물고 있기에 또 뭔 꿍꿍이속이 있나 궁금해서 들려봤다.”
황보 노인도 거들고 나섰다.
“아무렴! 내가 쭉 살펴봤는데 혼자 실쭉실쭉 정신 나간 놈처럼 웃다간 또, 갑자기 정색하고 정말 가관이 아니더구나.”
“아미타불!”
자기도 봤다는 아미타불이다. 세 늙은이들은 회의 내내 내 표정의 변화만 살펴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참나! 말씀대로 제가 낄 자리가 아니라 그랬습니다. 헤실헤실 웃었던 건 갑자기 화매와 주매가 생각나서 그랬고, 정색한 건 황보 어르신과 눈이 마주쳐 찔려서 그런 것 아닙니까? 괜히 엄한 사람 잡을 생각마시고 방장님의 생각이나 알려 주십시오. 역시 소림은 봉문 쪽인가요?”
남궁과 황보는 이미 뜻을 함께 하기로 밝혔으니 남은 곳은 소림뿐이었다. 각 자의 문파에서 장로들과 문파의 입장을 의논하고 있었을 것이다. 결론은 나지 않았더라도 기본적인 방침은 정해져 있을 것이다.
무광스님이 찔끔하며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도 방장이 네 놈을 보자고 하더구나.”
“저를요?”
“그래, 네놈한테 할 말이 있는가 보지.”
솔직히 소림방장이 내게 자문을 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무림맹에서 명성을 쌓았다고는 해도 이들에게는 하찮은 일이었다. 무림맹주도 서동 취급하는 사람들이 구파의 장문인이니까 말이다.
‘뭐지? 상친왕부에 다녀온 것 때문인가?’
가보면 알 일이고 소림의 분위기도 파악할 겸, 두말 않고 일어섰다.
“알겠습니다, 가시죠?”
내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을 것이 많았던 세 늙은이들이다. 오밤중에 가자고 하니 벙 찐 얼굴로 쳐다보며 물었다.
“지금 간다고?”
“왜 벌써 주무십니까?”
“그건 아니지만.......”
“대 소림사 방장님이 부르셨는데 무림말학이 오래 기다리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어서 일어나시죠. 무광 스님.”
다시 한 번 재촉하자 마땅치 않은 표정으로 일어서는 무광 스님이었다. 함께 갈 생각은 없는지 그대로 퍼질러 앉은 남궁 노괴가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는 여기서 기다리마.”
“제가 언제 돌아올 줄 알고 기다리겠다고 하십니까? 그러지 말고 내일 찾아뵙겠으니 그만 돌아가 주무십시오.”
“아니다. 매일 자는 잠 하루쯤 늦게 잔다고 별 일이야 생기겠느냐? 둘이 여기서 한 잔 하며 기다리고 있겠다.”
“참나! 어르신도. 주인도 없는 방에서 두 분이 뭘 하시겠다는 겁니까? 그리고 자꾸 그럴수록 증손자를 안아 볼 날은 점점 멀어진다는 사실은 모르십니까? 알만한 분들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이놈이! 왜 이렇게 우릴 쫓지 못해서 안달이야? 손자야 네놈이 딴 짓만 하고 돌아다지지 않았으면 벌써 열은 생겼겠다. 잔말 말고 어서 다녀오지 못해!”
“자꾸 그러시다가는 정말 화매에게 미움 받으실 겁니다. 전 이제 모릅니다.”
세 늙은이들 놀리는 재미가 워낙 쏠쏠해 쉽게 포기하지는 못할 것 같다. 소림장원으로 가는 길 내내 입을 다물고 있자 무광스님이 물었다.
“왜 아무것도 묻지 않는 게냐?”
“무광스님은 아십니까?”
“아미타불!”
자기도 모른다는 아미타불이다.
“그래서 묻지 않는 겁니다.”
“아미타불!”
너 잘났다는 아미타불이다. 소림장원에 도착했을 때, 무아성승은 장로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무광 스님이 내가 찾아온 것을 알리자 장로들이 밖으로 물러나왔다.
돌아가는 그들의 표정은 상당히 어두워 보였다. 그들과 인사를 나누고 방장스님의 방으로 들어갔다. 조금 전까지 무거운 분위기였을 텐데도 날 보자 인자한 미소로 맞아주었다.
역시 상대하기 껄끄러운 방장 스님이지만 그럴수록 웃는 낯을 보여야 했다.
“찾으셨습니까? 방장 스님.”
“그래, 앉게.”
무광스님과 내가 자리에 앉자 방장 스님이 먼저 말을 꺼냈다.
“오늘 회의에선 상당히 실망한 듯하더군.”
“사실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대충 그렇게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랬었군. 아미타불.”
방장 스님의 아미타불만큼은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뭐야? 사람을 불러 놓고.’
방장 스님은 내가 먼저 입을 열기를 바라는지 눈을 지그시 감고 입을 다물었다. 이런 사람 앞에 먼저 말해봐야 속만 드러내는 꼴이라 나도 말을 아낄 생각이었다.
‘흐흐! 오늘은 방장스님 뜻대로는 안 될 겁니다.’
이왕이면 길 떠나기 전에 소림을 회유했으면 했다. 실제로 필요한 전력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무림에서 차지하는 소림의 영향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내가 조른다고 결정될 일은 아니었다. 빤한 속내를 내 보이느니 입 다물고 있는 편이 도움이 될 듯했다.
결국 나도 입을 다물 자 정작 답답한 사람은 무광스님이었다.
“너희들 정말 그렇게 입 다물고 있을 거야? 사람을 불렀으면 용건을 말해야지. 그렇게 꾹 입을 다물 생각이었으면 왜 날 귀찮게 한 거야?”
먼저 방장에게 심통을 부린 무광스님이 날보고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네놈도 마찬가지야! 어른이 입을 다문 이유를 알면 먼저 물어보기라도 해야 할 것 아니냐!”
무아성승이 방장이기는 해도 무광스님의 사제였다. 거침없기로 유명한 무광스님이 다른 문도들이 없는 곳에서 마저 예의를 차리지는 않았다.
“상친왕부에 들렸다 들었네.”
‘역시!’
날 부른 이유는 예상대로 소림 때문이었다.
“예, 주매의 본가가 상친왕부라는 것을 이번에 알았습니다.”
“상친왕께선 정이 많은 분이시라 이번 일로 걱정이 많으시더군. 내게도 연통을 주셨더군.”
“그래서 소림사는 확실히 봉문 쪽으로 기운 것입니까?”
최대한 자연스럽게 질문했지만 소림방장은 답하지 않았다.
“상친왕께서 은거를 권했다고 들었네. 자네는 흔쾌히 승낙했고. 은거에 필요한 자금까지 듬뿍 얻어 나왔다고 하니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하네.”
“예, 은거를 하긴 할 생각입니다.”
약속대로 은거를 하긴 할 거다.
‘한 오십년 정도 후에 말이지.’
눈치가 비상한 방장이 이번에는 알아차리지 못한 듯 엉뚱한 제안을 해왔다.
“그래서 말인데 본 산에 두 사람이 머물 거처를 마련해줄까 하네만. 비천이나 황실의 추적을 피하려면 그만한 버팀 막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허어! 지들도 봉문을 생각하는 주제에 보호해 주겠다니. 대체 말이야 된장이야!’
하도 기가 막혀 무광스님을 쳐다봤다.
“아미타불!”
나도 할 말 없다는 아미타불이다. 무광스님 역시 내 은거 이야기는 지금 처음으로 듣는 듯했다. 새파랗게 젊은 놈에게 은거를 권하는 방장을 호전적인 성향의 무광스님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하하! 배려의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집은 제 집이 편한 법이지요. 제 거처는 제가 마련할 생각입니다. 이미 생각해 둔 곳도 있고 말입니다.”
나도 남들에게 쪽 팔리지 않을 정도로 큰 집을 지을 생각이다. 이미 땅도 봐 두었고 설계도와 업자까지 구했다. 공짜라고 해도 중들과 살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다.
완곡한 거절의 말에 방장은 나직이 한 숨을 쉬며 말했다.
“역시 자네는 당장 은거할 생각은 없었구먼.”
“예, 상친왕께서도 바쁘셔서 그랬는지 언제라고 하시지는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원래 도망치는 성격이 아니라서 말입니다. 일단 해 볼 때까지는 해보고 정 안되면 그때 은거할 생각입니다.”
“그렇군! 자네야 고강한 무공으로 피할 수 있을 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도망칠 수도 없을 것이네. 무림에는 피바람이 불고 많은 희생이 따를 것이야. 그렇지 않은가?”
나 하나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진 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또 다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나서는 일에 실패했다고 내가 책임질 일도 아니고 말이다.
잘난 인간들이 흔히 말하는 대를 위해 소를 어쩌고 하며 책임을 강조하려는 모양인데 씨도 안 먹힐 소리였다.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하는 것이지 남이 대신 져 주는 것이 아니다.
지도자입네 하면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권위의식의 발로였다. 그러려면 책임질 일 자체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먼저였다.
일이 벌어지도록 방관한 뒤 나서, 상대도 원하지 않는 책임을 지겠다며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하는 것이 더 문제였다.
내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지 방장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 이제 낼 모레 하는 인간이 그동안의 사고방식을 포기하진 않을 테니까 말이다. 내 생각이 맞는 다는 확신이 있는 것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