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151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6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151화
151화. 동상각몽同床各夢
북적북적.
와글와글.
소림, 남궁을 데리고 다시 찾은 황보 세가는 회합을 앞두고 구파의 장문인 일행으로 북적대고 있었다. 장문인이 움직이면 기본적으로 백 단위의 문도들이 함께 하니까 말이다.
‘비밀리에 모여달라고 했건만.’
시절이 하수상한 시기라서 더 많은 수가 움직인 모양이었다. 결국 장문인들의 회합 역시 황군의 귀에도 들어갈 것이 분명했다.
‘첫 회합의 내용도 전부 알려진다고 봐야겠어. 오히려 잘 된 일일 수도.’
장문인들의 회합에서 아무런 결론도 도출해내지 못할 것이 분명하니까 말이다. 비천은 안심하고 계획을 실행해 나갈 것이다. 그로 인해 한 두 문파는 희생당하겠지만 내 탓은 아니었다.
‘부하들을 미리 빼길 정말 잘했군.’
물론 구파 장문인 일행을 전부 수용하지 못할 황보 세가는 아니다. 그래도 오백이라는 숫자는 결코 작지 않은 인원이었다. 무림맹 오개 단의 무인들이 빠진 것만으로도 한결 수월할 것은 분명했다.
우리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황보진진이 마중 나왔다.
“어서 오세요, 총대장님.”
“준비하느라 황보 단주가 고생이 많소이다.”
“별 말씀을. 총대장님이 돌아오셨다는 연락을 받고 세 분 어르신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렇소? 한데 세가와 구파의 장문인들은 모두 도착 했소?”
“오늘 청성 장문인이 늦게 도착하실 예정이라 회합은 내일 갖기로 했습니다.”
사천성이 거리가 가장 먼만큼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다행이 나도 시간을 맞춰 온 모양이었다.
“그럼 맹주 일행도 도착했소이까?”
“예, 며칠 전에 도착하셔서 지금은 백리 소저와 함께 계십니다. 맹주님께 먼저 들리시겠습니까?”
“아무래도 그래야 하지 않겠소? 세 분 어르신께는 잘 말씀드려 주시오.”
“예, 그럼 맹주님 처소로 안내하겠습니다.”
황보 진진의 뒤를 따라 맹주가 머무는 곳으로 갔다. 내가 가진 정식 직함은 무림맹의 특감단장이고, 혈왕유전 회수대의 총대장이다.
사회생활을 잘 하려면 순서를 잘 지켜 머리를 숙여야 하는 법. 가뜩이나 시기와 질시를 한 눈에 받고 있는데 건방지다는 소리까지 들을 필요는 없었다.
‘더구나 장문인들이 전부 있는 곳에서 말이야.’
그들 역시 천둥벌거숭이 같은 내게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을 터였다. 어찌되었건 아직은 그들의 입김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이다.
‘심심해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올 세 늙은이 때문에 괜히 책을 잡힐 필요는 없지.’
맹주는 나 혼자 만날 생각이었다. 황보진진이 돌아가는 길에 같이 가도록 소림과 남궁에게 말했다.
“두 사람은 이제 황보 단주를 돕도록 하시오.”
“예, 총대장님.”
세 사람을 보내고 맹주가 머물고 있는 전각으로 들어갔다. 미리 언질을 받았는지 백리산산과 맹주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 동안 수고했네.”
“충! 단원들의 도움으로 맹주의 명을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하하하! 한 단주가 그런 말을 할 줄이야. 그건 그렇고 산산에게 얘기는 들었네만 젊은 사람이 너무 생각이 많은 것 아닌가? 한 단주도 들었겠지만 황군은 무림맹을 지나쳐 지금 황도로 복귀하고 있다네.”
맹주 역시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듯했다. 백리산산이 필시 알아듣게 설명했을 텐데도 이런 말이나 하고 있었다. 그런 사람에게 입 아프게 떠들어봐야 의심만 살 뿐이다.
더구나 필요한 것은 무림맹의 무인이지 맹주가 아니었다. 무인들은 이미 이곳에 전부 모여 있어 입 아프게 떠들 필요가 없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그럼 이번 기회에 비천에 대한 대책이나 강구하도록 하면 되겠습니다.”
“그래야겠지. 그런데 혈왕유전은 가짜가 확실한 것 인가?”
눈을 반짝이며 묻는 모습이 스스로 확인해 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장문인 회합에서 멀뚱히 한 쪽에 찌그러져 있을 맹주의 모습이 그려졌다.
‘쯧쯧! 장로들에게도 쩔쩔 매는 주제에 장문인들을 어떻게 상대하려고.’
물론 입에서 나온 말은 달랐다.
“회합에서 모두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으니 맹주님께서도 직접 확인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럼 전 물러가보겠습니다.”
맹주를 만나고 바로 세 늙은이들을 만나러 갔다. 이들도 마찬가지라 간단히 안부만 묻고 돌아왔다.
‘마교 애들이나 만나봐야겠어.’
현재는 그나마 말이 통하는 애들이 마교와 사황련이었다. 객잔에는 마교의 인물들과 사황련의 광견이와 금련이 있었다.
인사를 나누고 앉아 먼저 금련에게 물었다.
“련주는?”
“황보 세가에 계시는데 만나지 못했나 보네요. 그렇지 않아도 련주님께서 총대장님이 돌아오시면 알려 달라 하셨어요.”
“그럼 돌아가서 만나면 되겠군. 나중에 반 각주와 임 방주가 안내 좀 해 주시오.”
“물론이에요.”
금련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천무학 소교주가 말을 걸었다.
“한 단주, 황군이 무림맹을 지나쳤다는 소식은 들었소이까?”
“쩝! 그래서 더 골치 아프게 됐소이다. 아무래도 내일 장문인 회합에선 소교주도 별다른 말씀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소이다. 괜히 입만 아플 테니 말이오.”
“으음! 역시 한 단주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시는 구려. 내가 보기에도 아직 장문인들은 강 건너 불구경을 하는 것 같소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나서야 움직인다면 그만큼 피해가 클 텐데 말이오.”
듣고 있던 천마신녀가 조심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한 단주님이 나서도 어려울 것 같은가요?”
“지금 내 입장이 묘해서 말이오. 아마 내일 회합에서 말한다 해도 괜한 쓸 데 없는 견제만 받을 것 같소이다. 소교주나 사황련주가 거들고 나서면 분위기는 더 이상해 질 것이고 말이오.”
일단 장문이나 세가주는 무림맹이 주도한다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아직 무림의 주인은 자신들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나를 용인해주긴 했어도 더 이상 설치는 것은 원치 않을 테지.’
동년배인 후기지수들을 제치고 내가 부각되는 것도 신경이 쓰일 것이다. 더구나 난 이렇다 할 사문도 배경도 없었다. 때문에 그들이 눈엔 난 그저 천둥벌거숭이에 하룻강아지일 뿐이다.
‘그런데 마교와 사황련이 적극 날 지지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는 득보다는 실이 너무 컸다. 아무리 답답해도 나중을 위해서라면 지금은 입 꾹 다물고 얌전히 있어야 했다.
내 말을 들은 소교주가 매우 안타깝다는 듯이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장문인들이 무림을 위한 한 단주의 의기를 몰라주니 안타까울 뿐이외다. 하지만 영웅에겐 항상 시기와 질투가 따르는 법이외다. 너무 마음 쓰지 않는 것이 좋겠소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결과가 말해 줄 테니 말이오.”
‘이 자식이 날 놀리는 것은 아닐 텐데?’
소교주가 갑자기 내 얼굴에 금칠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내 속을 훤히 아는 금련이와 광견이가 비웃는 것 같아 얼굴이 화끈 거렸다.
“험험! 한데 신교에는 황실에 대한 정보가 없소이까? 내 듣기로는 황제가 최소한 화경의 고수라고 하더이다. 혹시 두 분도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오?”
“황제가 화경의 고수란 말이오?”
“황제가요?”
깜짝 놀라는 소교주와 신녀를 보니 알지 못했나 보다.
“그렇소. 나도 이번에 알게 되었소.”
“으음! 실로 놀라운 일임에는 틀림없소이다. 하지만 황제의 무공수위는 이번 사태와는 별로 상관이 없지 않소이까?”
‘나참! 마교 소교주라는 놈도 이렇게 물러 터졌으니.......쩝!’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 대가리를 잡는 것인데 왜 상관이 없겠는가? 구중궁궐이란 말처럼 황궁에는 삼엄한 경비가 겹겹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잠입하는 일만도 어려운 일이 분명했다.
그런데 암살 대상의 무공이 높다면 운 좋게 잠입해도 성공시키기 어렵다. 만일 일 수에 성공하지 못하고 손속이라도 나누게 되면 발각되어 역으로 위험해 질 테고 말이다.
‘그렇다고 명색이 암살하러 가며 주렁주렁 달고 갈 수도 없는 일이고.’
쉬운 길을 놔두고 험난한 길을 걸을 생각을 하니 골치만 아팠다.
“아무튼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봅시다. 하지만 반격을 위한 준비는 해야 하는 법이 아니겠소? 귀교에서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소이까?”
“황군이 회군하는 대로 교주께서 일천의 정예를 선발해 친히 이끌고 오실 것이외다.”
고수가 많은 마교에서도 강자들로만 구성된 일천의 정예라면 큰 전력이었다. 아무리 수를 무시할 수 없다고 해도 군인이 마교의 정예무사를 당하진 못할 테니까.
‘최소한 일당백은 된다고 보면 될 테지.’
구파와 사황련의 도움만 얻어낸다면 오십만 황군과 전면전을 벌여도 밀리지 않을 것이다. 내가 가진 오백의 절정무사들이 있으니까 말이다.
“오오! 소교주의 말씀이야말로 정말로 힘이 되는 구려. 한데 천 명이나 되는 대군이 움직이게 되면 황군의 눈을 피하기 어려울 텐데 무슨 대책이라도 있소이까?”
설마 무식하게 일천의 무사를 데리고 나 보라는 듯이 이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열 명 단위로 이동해 무림맹에서 집결하도록 했소이다. 한 장주께서 본교의 무인들이 머물 수 있도록 맹주께 미리 일러 주시기 바라오.”
“하하! 그야 여부가 있겠소이까. 마침 빈 장원도 많으니 불편하지 않게 해 드리겠소이다.”
마교 소교주와의 대화에서 그나마 숨통을 틔우고 황보 세가로 돌아왔다. 밤이 늦었지만 광견이와 금련이 사황련주에게 안내 해 줬다.
드디어 첫 만남을 가진 사황련주 사마혁은 70대 노인이라고 들었다. 막상 만나고보니 주름 하나 없이 팽팽한 얼굴의 중년이었다.
‘얘도 보아하니 탈태환골 했군!’
덩치는 나보다야 못하지만 나름 기골이 장대해 머리보다는 힘을 믿는 전형적인 무인처럼 보였다. 하나 깊숙한 눈동자엔 현기가 서려 있어 허투루 볼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사람일수록 더 조심해야지. 사황련주는 홀짝으로 딴 게 아닐 테니까.’
바지사장인 무림맹주와는 달이 사마혁은 사황련의 실질적인 주인이었다. 비천이 사황련의 팔천주 중의 오천주를 회유했어도 마음대로 하지 못했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런 사람이 머리가 없을 리가 없었다.
사마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손을 내밀며 반갑게 말을 건넸다.
“어서 오게. 한 단주. 그동안 말로만 들었는데 직접 만나보니 강호의 소문이 절대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겠군.”
“감사합니다, 사마련주님. 무림말학의 초청에 응해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하하하! 한 단주 덕에 그 쥐새끼 같은 놈들의 정체를 알게 됐지 않은가? 우리 사황련은 은원을 모르는 파렴치한 단체가 아닐세.”
“하하! 누가 사황련을 비웃을 수 있겠습니까? 아무튼 먼 길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공치사는 그만 하기로 하고 반 각주에게 듣기로는 상황이 좋지 않다고 들었네.”
“예, 사실은.........”
장문인들과 황군, 황실, 마교에 대한 얘기를 간략하게 해 주었다. 듣고 난 사마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군. 아무튼 정파 놈들은...한데 자네가 마교와도 친분이 있다니 놀라운 일이군. 아니, 우리 정보각주와 철혈방주를 여자로 바꾼 사람이니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닌 겐가?”
“우연히 천 소교주와 엮였을 뿐입니다.”
광견과 금련이 제 입으로 털어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증거로 지금 둘 다 얼굴을 붉히고 몸 둘 바를 몰라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사황련주가 눈치로 때려잡은 것이 틀림없었다.
‘멧돼지의 탈을 쓴 여우가 틀림없어.’
하지만 알다시피 난 이런 인간을 좋아한다. 얘기가 통하니까.
“그럼 한 단주는 황군의 다음 목표는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화산이 될 것입니다.”
“화산이라.......그렇군. 그렇다면 제대로 된 회합은 그 후에나 이루어지겠군.”
“예, 내일 힘을 뺄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알겠네. 그렇게 하지. 그럼 내일 회합에서 보기로 하지. 상황을 지켜보고 다시 얘기하세.”
“예, 련주님. 편히 쉬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