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150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2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150화
150화. 장기판의 말
다시 터진 상친왕의 대소를 가만히 지켜보며 생각했다.
‘내 말이 대체 어디가 우스운 건데?’
아무리 생각해도 빵 터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한 참을 시원하게 웃어젖힌 상친왕은 다시 정색하며 물었다.
“자네는 황실 최고의 고수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예?”
“황실 최고수를 맞혀 보라고 했네.”
보통 무협소설을 보면 황궁 제일의 고수는 동창제독이나, 금의위의 도독, 또는 남북 진무사를 꼽는다.
하나 지금 상친왕이 말하는 분위기상 그들을 지칭하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퍼뜩 스치는 생각이 있어 물어보았다.
“설마 황제폐하께서 황실최고의 고수라는 말씀이십니까?”
질문을 하면서도 믿기지 않았는데 상친왕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내가 우연히 아니, 황제폐하께서 일부러 내게 보여주려 했던 것일 테지. 동창제독 제갈현덕이 폐하의 진노를 산 적이 있었네. 삼 장 밖에 있던 그가 폐하의 가벼운 손짓 한 번에 십장은 날아가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네. 황실 최고수로 알려진 동창제독이 말일세.”
“헉! 그 말씀이 사실입니까?”
황궁 제일고수였다면 초절정은 될 터였다. 그런 동창제독을 가벼운 손짓으로 날렸다면 화경은 된다고 봐야 했다.
‘황제가 화경의 고수라니!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그렇다면 제갈 가문이 황제를 조종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물론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황제 쪽으로 무게 추가 기울었다.
‘그렇다면 다시 원점이네. 제길! 대체 나보고 어느 장단에 춤을 추란 말이야.’
혼란스러워하는 내 표정을 본 상친왕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조금 전까지 날 놀리며 재미있어하던 모습이 아니었다. 왠지 그의 목소리가 처량하게 들렸다.
“황제폐하는 본인의 능력을 믿기 때문에 친왕들의 병권도 박탈하지 않으셨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걷어 들일 수 있으니까 말일세.”
처음에 황제를 움직일만한 자들이 있다고 말한 사람이 바로 상친왕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일의 배후에 황제가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종잡을 수 없는 상친왕의 태도에 의중을 확인하고 싶었다.
“으음! 전하께서는 이번 일이 황제폐하의 명령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난 누가 시작했던 결국은 황제폐하의 의도대로 흘러갈 것이라고 하는 걸세.”
살짝 피해가려 해 콕 집어 물었다.
“그럼 그동안 암묵적으로 지켜왔던 불가침을 깨어버린 황제폐하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폐하의 의중을 감히 짐작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네. 총애를 받고 있는 제갈 가문의 세 사람이라도 말일세.”
상친왕이 자조적인 발언에는 황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비쳐 보였다. 언감생심 대항할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아하! 상친왕은 딱 이 정도의 사람이구나. 차라리 내겐 잘 된 일일지도.’
상친왕의 그릇 크기를 알 게 된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너무 큰 기대는 갖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그는 속내를 털어놓고 상의할 인물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그나마 황실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라도 얻을 수 있다는 것으로 만족해야겠어.’
당장이라도 자리를 털고 일어나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소림 방장 대신 날 부른 이유도 들어야 했고 소림에 대한 문제도 결정해야 했다.
“상친왕 전하, 허면 오늘 저를 부르신 이유를 여쭤도 되겠습니까?”
“흐음. 무현공주가 소림에 몸을 두고 있지 않은가? 소나기는 피해가랬다고 했네. 소림사에는 따로 전갈을 넣을 생각이네만 자네에게도 무현공주의 안위를 부탁하고자 함일세.”
“무현공주의 안위라면 저보다는 상친왕 전하께서 보살펴 주시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글쎄, 폐하의 뜻이 무림이 끝이라면 그렇겠지.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라면........”
말끝을 흐리는 상친왕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뭔가 걸리는 것이 있나?’
그 모습이 꼭 다음 목표는 친왕부라는 뜻으로 들렸다.
“지금까지 신경 쓰지 않았는데 갑자기 그런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상친왕 전하의 기우가 아니신지요?”
“그랬으면 더할 나위없는 일이겠지. 하지만 무림인을 둔 부모마음이란 것이 편하지만은 않구먼.”
본질을 회피하는 상친왕에게 더 이상 물어봐야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제가 어떻게 하면 상친왕 전하께서 마음을 놓으시겠습니까?”
“공주와 함께 은거할 수는 없겠나?”
“그렇게 해서 상친왕 전하께서 편해지신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너무 심려 마십시오, 전하!”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은거 하겠다고 했다. 물론 새빨간 거짓말이다. 필요하면 언제나 밥 먹듯이 해왔고 지금이 바로 그때였다.
‘못하겠다고 하면 나나 소림이나 둘 다 곤란해지니까.’
앞으로 상친왕과의 관계도 나빠질 테고 소림은 왕부에서 보내주지 않을 것이다. 몰래 데리고 나가면 상친왕부와는 척을 지는 것이고.
‘어차피 척을 져야 한다면 소림이라도 데리고 가야지.’
관계는 나빠질 대로 나빠지고 소림까지 잃는다면 나만 손해였다. 최소한 하나라도 건져야 본전이었고 그렇다면 당연히 내 여자인 소림이다.
한마디로 소림을 위한 선의의 거짓말인 것이다. 최소한 난 그렇게 생각하고 말했다.
아무튼 내 즉답에 상친왕이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그 역시 무리한 부탁이라고 생각한 듯했다.
“그게 정말인가?”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염려 마십시오.”
덥석.
상친왕은 내 손을 잡고 체면도 잊은 채 연신 고맙다는 말을 연발했다.
“고맙네. 정말 고맙네.”
가는 것이 있으면 와야 하는 법. 부탁이 있다는 듯이 은근한 목소리로 불렀다.
“한데 상친왕 전하.”
“왜 그러나? 할 말이 있으면 어서 해보게.”
“상황이 상황인 만큼 무현공주님을 모시고 조용히 사라지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식은 나중에 어느 정도 윤곽이 보인 후에 올려도 늦지 않을 거야. 두 사람이 살아가는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재물은 당장 준비해 주겠네.”
이런 쪽은 눈치가 비상한 상친왕이었다. 준다는 걸 거절할 내가 아니라 넙죽 받았다.
“감사합니다.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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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친왕부를 떠나 하루를 꼬박 달려 영하성을 벗어났다. 섬서에 들어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관제묘를 찾아 경공을 멈췄다. 양손에 떡이 아닌 양손에 미녀를 안고 뛰었더니 체력의 소모가 상당했다.
“휴우! 오늘은 이곳에서 쉬고 가자.”
“예, 상공.”
노숙할 준비를 하며 소림에게 물었다.
“주매, 당분간 집에 가지 못할 텐데 괜찮겠어?”
“휴우! 여필종부女必從夫라고 했어요. 또 무림인에겐 무림의 방식이 있으니 할 수 없는 일이지요. 상공과 제가 은거를 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잖아요.”
“어쨌든 그 점은 미안해. 근데 상친왕께서 소림방장과 상의할 일이 뭐였을까?”
“상공께 드린 말씀을 보면 아마 방장스님에게도 봉문을 권하지 않았을까 생각되네요.”
황제를 두려워하는 상친왕의 태도로 보아 확실할 듯했다.
“나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어. 과연 소림사에서는 받아들일까?”
“글쎄요. 앞으로의 황군 행보에 달렸을 것 같아요. 황군이 다른 무림의 문파마저 공격한다면 아마도 소림은 봉문을 선택할 거예요. 과거에도 그런 적이 있었으니까 말이에요.”
“내 생각도 비슷해. 대부분의 명문대파는 소나기는 피하자는 식의 선택을 할 테지. 그 선택이 무덤으로 빠져들어 가는 일이라는 것을 모르고 말이야.”
조용히 듣고 있던 남궁 역시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말을 꺼냈다.
“상공의 말씀이 맞아요. 저희 세가도 관과의 친분을 맹신하는 경향이 있어요. 때문에 그릇된 판단을 할까 걱정이에요.”
“걱정 마. 황군이 무림맹을 그대로 지나친다면 첫 번째 목표는 화산이 될 거야. 화산이 무너지고 나면 정신들을 차릴 테니까.”
“상공께서는 어째서 화산이라고 생각하세요? 거리상으로는 종남이 더 가까운 데요.”
“이름값이지. 종남 보다는 화산이 더 유명하고 전력도 강하잖아.”
“그렇다면 더더욱 먼저 종남을 공격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아니지. 황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화산이 먼저야. 처음 공격받는 곳은 설마 하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저항하지 못할 거야. 하지만 두 번째는 다르지.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도 깨문 다잖아.”
남궁은 이해가 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화산과 종남 다음에는 소림이 되겠네요.”
“그렇지. 일단 북경 주변부터 청소한다고 봐야하니까.”
“상공은 앞으로 어쩌실 생각이세요?”
남궁의 질문에 소림이 불안한 시선으로 쳐다봤다. 소림의 손을 꼭 잡아주며 대답했다.
“장문인들이 일찍 정신을 차리면 좋겠지만 기대하기 어려우니 종남까지는 버려야겠지. 하지만 소림까지 무너지면 마교 때와는 달리 충격이 클 거야. 누가 뭐래도 소림은 무림인들에게는 정신적인 지주나 마찬가지니까 말이야. 때문에라도 소림은 지켜야 돼. 무슨 짓을 해서라도 말이야.”
“하지만 가능할까요?”
말했듯이 지금으로서는 힘든 일이다. 신기하게도 정파의 명숙들의 생각은 나와는 온도차가 상당했다. 명숙들은 아직 마교에 대한 공격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알고 보면 지금 나 혼자 바쁘게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중이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사실 난 어떻게 되든 별 상관없는데 말이야. 정작 당사자들은 한가하게 강 건너 불구경이나 하고 있으니 더 답답할 수밖에.’
그 이유는 황군이 마교를 공격하며 혹세무민惑世誣民의 사교를 징치한다는 기치를 내 걸었기 때문이다. 과거 태조 때에도 같은 이유로 마교를 공격한 전력이 있어 방심하고 있는 듯했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충격요법을 쓰려 하는 것이고. 사람은 제 일이 되어야만 진지하게 생각하는 이기적인 동물이니까 말이다.
“다행히 마교가 전력을 보존하고 있고 무림인이 단결할 수만 있다면 승산이 없지는 않지.”
“그렇다고는 해도 힘들고 지루한 싸움이 될 거예요.”
“물론 그렇지. 하지만 가만히 앉아 모든 것을 잃을 수는 없으니까 무조건 해야 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말이야.”
처음에는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했다. 이 시대의 사람들이 상상도 못하는 일을 난 당연하게 벌일 수 있으니까.
‘정 급하면 똘똘한 놈 몇 데리고 황제를 암살하면 끝이라고 생각했었지.’
하지만 이번에 상친왕과의 대화를 통해 황실의 전력이 상상이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천만 해도 만만치 않은 상대인데 황제가 화경의 고수라면 암습도 쉽지 않을 테니까.’
어쨌든 내 방식의 싸움으로 몰고 가려면 황실에 대한 정보가 더 필요했다. 알다시피 난 이겨놓고 하는 싸움을 좋아하니까.
“황제가 주도자든 아니든 무림인의 대대적인 봉기는 결코 반갑지 않을 거야. 최대한 신속하게 진압하려 하겠지만 그 것만 버티면 시간은 우리 편이야. 국경의 부담이 있는 황제는 결국 손을 들어야 할 테니까. 그때까지 과연 한 마음으로 버틸 수 있는 가가 문제겠지만.”
“배신자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인가요?”
남궁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지. 뭉쳐있을 때가 위협이지 흩어지면 낭인에 불과한 것이 무림인이니까. 각 문파를 상대로 끊임없이 회유가 이어질 거야. 그에 응하는 문파들도 나올 테고.”
“그럼 도로 아미타불이잖아요?”
소림의 엉뚱한 말에 씩 웃어주며 대답했다.
“흐흐! 그렇게 되기 전에 끝내야지. 배신자를 막아내기는 불가능하니까. 배신자가 생기기 전에 끝을 보면 돼.”
워낙 자신 있게 말해서인지 소림과 남궁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대신 대책 없는 신뢰를 보냈다.
“상공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야 소첩들은 믿겠어요.”
“그래, 나만 믿어.”
알다시피 대가없는 노동을 극혐하는 나다. 별 상관도 없는 무림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이 한 몸을 바치는데 그만한 대가가 없어서야 되겠나?
‘무림맹주는 기본 옵션이고 말이야. 흐흐흐!’
그러고 보면 이번 상친왕부의 방문이 전혀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두려는 장기판將棋販에 꼭 필요한 말을 하나 발견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