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149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1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149화
149화. 대체 누가 두목이야?
-전하, 소현왕비 마마와 무현공주께서 드시옵니다.
“들라 하라.”
스르륵.
왕비와 소림이 들어오다 나를 발견하고 흠칫했다. 소림은 반가움이었고 소현왕비는 낯선 얼굴에 순간 놀란 듯했다. 하지만 들은 얘기가 있었는지 곧 날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허허!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면 곤란하지 않겠소이까. 어서 자리 하구려. 너도 앉거라.”
“예, 전하.”
모두 자리에 앉았지만 선뜻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나도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난처하기만 했다.
‘제기랄! 앞으로 이런 자리는 어떻게든 피해야지!’
먼저 입을 열어야 할 상친왕은 지금의 분위기를 즐기는 듯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상친왕이라는 사람도 참 쪼잔한 인간이네. 왕이면 왕다운 품격을 보여야지 치졸한 복수나 하고.’
정말 소림만 아니라면 박차고 나가고 싶었다. 까짓 왕이라고 해도 안보면 그만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사위사랑은 장모라고 했다. 내 방황하는 눈동자를 소현왕비가 붙들어 주었다.
“자네 별호가 일권무적이라고 한다지? 어디 그 주먹 한 번 보여줄 수 있겠나?”
척.
잘 됐다 싶어 얼른 손을 내밀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왕비마마.”
우람한 내 손을 잡아 본 소현왕비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어머? 손이 크기는 해도 신기하게도 여인네 손처럼 곱고 부드럽구나.”
어디 손 만일까. 탈태환골을 거치며 얼굴이나 전신의 피부 또한 깨끗하고 부드러웠다.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어 씩 웃으며 대답했다.
“타고난 체질인 모양입니다, 왕비마마.”
“자네가 우리 무현공주의 생명을 구해줬다고?”
“예?”
무슨 소린가 싶었는데 다급한 소림의 전음이 날아 들어왔다.
-상공, 부모님에게는 화매와 똑 같이 말했어요.
-설마 똑 같이?
-예, 똑 같이요.........죄송해요.
같이 잔 것 까지 말했냐고 물었는데 그렇다는 말이다.
‘에휴! 얘는 다 좋은데 창의력이 떨어져, 창의력이.’
덕분에 나만 더 난처하게 됐다. 남궁 세가에선 나름 효과를 받지만 이곳은 상친왕부다. 황실과 무림의 법도가 다른 만큼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일이었다.
어쨌든 유일한 우군이 될 지도 모르는 소현왕비를 계속 기다리게 할 수는 없어 얼른 대답했다.
“예, 왕비마마. 우연히 공주마마가 위험에 처한 것을 발견하고 도움을 주게 되었습니다.”
“늦었지만 정말 고맙네. 사정상 무림인으로 만들었지만 험한 곳에서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네. 한데 결국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으니. 자네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 했네 그려.”
“송구합니다, 왕비마마. 공주마마께서는 이미 당당한 무림의 여걸이십니다. 제가 아니었어도 무사히 해결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에휴! 그래봐야 제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하지 않았는가? 이번 기회에 그만 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것이 부모 된 솔직한 심정일세.”
“하하하! 그렇게 되면 무림으로선 큰 손해지만 두 분을 위해서라면 그것도 좋겠지요.”
뭐라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 대충 황희 정승 흉내를 내고 있자 소림이 구원의 손길을 뻗었다.
“아바마마, 어마마마. 손님을 청해놓고 아무 것도 대접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상친왕부의 인심이 고약하다고 할 거예요.”
“어머! 그러고 보니 아무것도 내놓은 것이 없구나. 전하, 간단하게 주안상을 들이겠습니다. 괜찮으시지요?”
“하하! 그렇게 하시구려.”
다행이었다. 모름지기 입에 음식이 들어갈 땐 말 수가 주는 법이니까.
어쨌든 왕과 왕비라서 그런지 남궁 세가 때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 남궁은 부인들이나 가주가 직설적으로 말을 꺼냈다. 그 편이 나도 편했고 말이다.
하지만 상친왕 부부는 정작 관심사인 소림과의 관계는 슬쩍슬쩍 비켜나가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다. 이제나저제나 매 맞은 차례를 기다리는 심정이니까. 그렇다고 내가 먼저 나설 수도 없는 일이었다.
결국 간단한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소림과의 미래에 관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 대신 술자리가 끝나자 상친왕은 나를 따로 남겼다. 상친왕과 방해 없이 독대를 하게 된 것이다.
상친왕이 먼저 입을 열었다.
“마교라는 무림집단을 황군이 공격한 것에 대해 자네 생각은 어떤가?”
처음부터 묵직한 돌직구가 들어와 당황했다. 그렇다고 순진하게 속내를 들어 낼 내가 아니다.
“황제폐하의 의중이 중요하지 제 생각이 중요하겠습니까? 전하.”
“황제폐하의 뜻이라........어째 자네는 황군을 움직인 것이 황제폐하라고 단정하는 듯하구먼?”
‘아니! 이건 또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란 말이야!’
꼭 황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듯이 들려 혼란스러워 되물었다.
“그럼 아니란 말씀이십니까?”
“글쎄.......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일세.”
아직 젊은 양반이 참 답답한 화법을 쓰고 있었다.
“그럼 누가 있어 오십만 황군을 출정시킬 수가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황제폐하의 심기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적어도 세 사람은 있네.”
‘헐! 황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자가 세 명이나 된다니!’
이 또한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어쩌면 그 세 명 중의 하나가 모든 일의 주모자일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역시 황실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예, 그리 많습니까? 그들이 대체 누구누굽니까?”
“먼저 동창제독인 정관태감을 들 수 있겠지. 다음으로 금의위 도독과 오군도독부의 도독이 그럴 수 있음이네. 어쩌면 그 셋이 전부 같은 생각일 수도 있을 테고 말이네.”
전부 한번쯤은 들어본 직책과 단체들이었다.
“한데 아뢰옵기 외람된 말이오나 동창과 금의위는 서로 견제하느라 사이가 좋지 않다고 들었는데 아닙니까?”
“그럴 때도 있었지. 하나 현 동창제독인 정관태감이 누구의 아들인지 안다면 그런 얼빠진 소리는 하지 못했을 걸세.”
얼빠진 놈이라는 소리까지 들었지만 궁금한 게 먼저였다.
“누구의 아들입니까? 전하.”
“정관태감은 환관이 되기 전엔 제갈현덕이라 불렸다네.”
“예! 제갈현덕이라고요!”
얼마나 놀랐는지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서 있었다. 제갈 세가주의 이름이 바로 제갈현승이었으니까 말이다. 좀 더 알아봐야겠지만 아무래도 형제라는 감이 왔던 것이다.
“하하! 그리 놀라는 것을 보니 자네도 그 자를 아는 가보군.”
“죄송합니다.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너무 뜻밖의 말씀이라서 저도 모르게 흥분해서 그만. 실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다시 자리에 앉자 상친왕이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런가? 그럼 이건 또 어떤가?”
“예, 또 뭔가 제가 놀랄 일이라도 있습니까?”
“금의위의 도독 이름이 제갈현기라고 한다네.”
“헉! 제갈현덕이 동창제독이고 제갈현기는 금의위도독이라는 말씀이십니까? 혹시 두 사람이 형제는 아닙니까?”
“왜 아니겠나? 그리고 당대 제갈 세가주의 이름이 제갈현승이라지? 하지만 놀라기는 아직 이르다네.”
상친왕이 말에 딱 감이 왔다.
“설마? 그럼 오군도독도 형제라는 말씀이십니까?”
“형제는 아니지만 그 역시 제갈이라는 성을 쓰고 있다네. 아마 이름이 제갈진한이라고 하던가?”
“아니 그럼 중앙군부는 전부 제갈 씨가 움켜쥐고 있다는 뜻이 아닙니까?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습니까?”
“하하하! 그만큼 제갈 가문에 대한 황제폐하의 신임이 크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안 그런가?”
절대 안 그렇다. 황제가 미친놈이라면 몰라도 병권을 한 가문에 몰아준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더구나 금의위나 동창은 황제의 직속 감찰기관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녔다. 또한 오군도독부는 전군의 병권을 쥔 곳이다. 이들이 딴 마음을 먹는다면 한 순간에 황제가 바뀔 수도 있었다.
달리 말하면 그 자리들이야말로 황제가 신뢰하는 심복중의 심복을 임명한다는 뜻이다. 그러고도 안심하지 못해 서로를 감시하고 견제시키며 충성경쟁을 유도했다.
‘그런 자리를 제갈 세가에게 몰아주다니! 혹시 황제가 정말 제 정신이 아닌 것이 아닐까? 놈들이 이상한 사술로 조종하는 것 아냐?’
이런 사실은 내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다는 뜻이었다. 난 황제가 비천을 만들고 조종하는 최후의 보스라고 생각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거꾸로 비천이 황제를 조종한다고 봐야 하다니.’
그렇다고 상친왕에게 황제가 돌았냐고 물어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너무 중요한 문제라 묻지 않을 수도 없었다.
“상친왕 전하, 불경스러운 일이라는 것은 알지만 혹시나 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무슨 말이기에 그리 어려워하는가?”
입 꼬리를 실룩거리는 것을 보니 내가 난처해하는 이유를 알면서 상황을 즐기는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울컥할 처지가 아니라 최대한 완곡한 표현으로 질문했다.
“전하, 무림에는 정말 이상하고 기이한 사술이 많습니다. 혹여 무림세력이 황실에 잠입해 황제폐하의 눈과 귀를 어지럽힌 것이 아닐까 걱정됩니다.”
“흐음! 그러니까 자네의 말은 제갈 가문이 황제폐하를 미혹에 빠뜨렸다는 뜻인가?”
알면서 왜 묻냐고 빤히 쳐다보며 대답했다. 물론 입에서 나온 말은 공손하게 말이다.
“송구합니다, 전하.”
“흐음.......그럴 수도 있겠지. 하나, 자네의 생각은 황제폐하를 잘 모르기 때문일세. 황제폐하는 야망이 크신 분이시라네. 누군가를 조종하면 조종했지 당할 분이 아니시네.”
단언하듯 말하는 상천왕이었다. 하나 상친왕의 백면서생다운 대답이 답답해 조심스럽게 반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전하. 무림의 괴이하고 악랄한 사술은 무공을 모르는 일반인이 감당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황제 또한 일반인이니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한데 내 말을 들은 상친왕이 돌연 대소를 터뜨리며 즐거워했다.
“하하하! 그거 재미있는 말이군. 황제폐하를 일반인이라. 아주 재미있어.”
‘그런 뜻이 아니잖아!’
상친왕은 주제와는 상관없는 부분을 가지고 즐거워하며 날 난처하게 만들었다.
“저, 전하.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무림의 사술이 그만큼 위험하고 가공하다는 뜻입니다.”
“하하하! 누가 아니라고 했나? 단지 황제폐하를 일반인이라고 한 자네의 말이 재미있었던 것뿐이네.”
“그러니까 그 말이.......”
상친왕의 태도가 답답해 다시 항변하는데 상친왕이 정색을 하며 내 말을 끊고 물었다.
“누가 그러던가? 황제폐하께서 무공을 모르는 백면서생이라고?”
“예!?”
상친왕의 말은 분명히 황제가 무공을 익혔다는 뜻이었다. 너무 놀라 불경이라는 것도 잊은 채 다시 확인했다.
“그럼 황제폐하께서 무공을 익히셨다는 말씀이십니까?”
끄덕끄덕.
“분명히! 아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무공을 익히신 것은 틀림없네. 그것도 보통의 경지는 훨씬 뛰어넘는.”
황제가 무공을 익혔다는 사실은 확실히 이외였다. 또한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고는 말하지만 그건 백면서생인 상친왕이 봤을 때였다.
‘실력이 뛰어나봐야 얼마나 뛰어나겠어? 잘해야 일류나 많이 봐도 절정이상은 아닐 테지.’
때문에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무림에는 그보다 뛰어난 인물이 무수했고 가까이 제갈 세가에만 해도 최소한 열 이상은 될 것이다.
“하지만 전하, 무공을 익혔다고 사술에 당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 경지가 뛰어난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사술을 걸 수가 있습니다.”
“하하하!”
다시 한 번 앙천광소를 터뜨리는 상친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