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14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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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4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148화
148화. 처갓집 담도 넘어야하는 신세
‘뭐야? 직접 찾아오지 않고.’
상친왕부로 간 남궁이 소식을 보내왔다. 한데 서찰의 내용이 이상했다. 황보 세가 근처의 객잔으로 은밀하게 나와 달라는 내용이었다.
‘혹시?’
처음에는 남궁을 사칭한 누군가의 함정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봤다.
‘아니야, 설마.’
비록 서찰의 내용은 이상했지만 필체는 확실히 남궁이었다. 최근 이런 저런 일로 너무 생각이 많아 의심부터하게 된 듯했다.
‘가보면 알 일인데 뭘 그리 고민부터 하는지.’
의심을 지우고 은밀히 세가를 벗어나 약속한 객점으로 달려갔다.
‘이층 두 번째 방이라고 했지?’
객잔에 잠입해 알려준 방을 찾았다. 방안을 살피니 한 사람의 기척이 있었다.
스르륵.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삿갓을 쓴 여인이 홀로 앉아있었다. 인기척을 듣고 벌떡 일어나며 안겨왔다.
“상공.”
비록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이미 몇 번이고 안았던 육체다. 한 눈에 남궁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꼭 안아주며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화매, 무슨 일이기에 방안에서까지 삿갓을 쓰고 있는 거야? 세가로 오지 않고 은밀히 와 달라는 건 또 뭐고? 그리고 주매는 어쩌고 혼자 온 거야?”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 남궁이 품에서 벗어나며 대답했다.
“상공, 상친왕 전하의 말씀을 전하러 왔어요.”
“상친왕의 전언이라고?”
“예, 상친왕께선 상공을 뵙고 싶어 해요.”
움찔.
“날 보자고! 왜?”
언젠가는 보긴 봐야 하는 사람이지만 막상 보자니까 움찔했다. 아마 남의 귀한 딸내미를 훔쳐간 놈이라면 자연스러운 반응일거다. 절대 계급에 쫀 건 아니다.
“호호! 뭘 그렇게 놀래요. 저희 아버님에겐 당당하시더니. 설마 상친왕 전하가 두려운 거예요?”
“두렵기는.......그냥 찔려서 그렇지. 한데 왜 보자는 건데?”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마 최근에 벌어진 일련의 사태 때문인 듯해요. 제가 보기엔 현재 상친왕부의 사정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어요. 또 상공을 비밀리에 모시고 오라는 것을 보아도 무림의 일과도 관련이 있을 듯해요.”
“화매, 설마 상친왕부가 비천과 관계있는 것은 아니겠지?”
“설마요?”
남궁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미쳤냐는 듯이 쳐다봤다. 하지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법이라고 했다.
“절대 아니라고는 할 수 없지. 비천에서 날 유인하기 위한 함정일수도 있어.”
“그건 상공의 지나친 비약인 것 같은데요? 상친왕 전하께서는 주 언니와 제가 말씀드리기 전까지는 상공에 대해 전혀 모르고 계셨거든요. 제가 보기엔 아마 부마가 될 사람의 얼굴을 보고 싶어 하는 아버지의 얼굴 같았으니까 말이에요.”
“그, 그랬어?”
“예, 상친왕 전하께선 처음엔 소림 방장님을 청해 상의하려고 하셨는데 언니가 상공의 얘기를 꺼내 상공에 대해 알게 된 거예요.”
“어떻게 말했기에 소림방장 대신에 날 보자고 한 거야?”
“앞으로 무림의 미래를 짊어질 인재라고 했죠. 소림사와 남궁 세가는 물론 사황련의 전폭적인 지지도 받고 있다고 말이에요.”
면전에서 대놓고 띄워주니 나도 조금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 그래? 그렇다면 가 봐야 하긴 하는데........”
“장문인 회합 때문에 망설이시나요?”
“응, 아무래도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아서 말이야. 내가 불러놓고 자리를 비우는 것도 좀 그렇잖아?”
“말을 타지 않고 경공으로 서두르면 맞출 수 없을까요?”
확실히 말보다는 경공이 빠르다. 하지만 장거리의 경우는 달랐다. 나야 화경에 올라 끊임없이 내력을 사용할 수 있지만 남궁의 경우는 힘든 여정이 될 것이다.
‘황실의 정보를 얻는 일 역시 장문인 회합만큼 중요하지. 내가 조금 돕는 다면 맞출 수도 있겠는 걸?’
그리고 사실 첫 번째 장문인 회합에서 내가 원하는 결론을 도출하기는 어려웠다. 황군에게 피해를 당한 문파가 나와야만 제대로 된 회의를 할 수 있을 터였다.
“좋아. 만나러 가자.”
“예, 상공.”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부하들에게 지시 좀 하고 올게.”
“그러세요.”
맹으로 돌아가 백리산산과 상 장로에게 부재중에 해야 할 일들을 지시했다. 또 신녀가 머무는 객잔으로 가 신녀와 소교주, 광견이와 금련에게 잠시 자리를 비울 것을 알리고 영하성의 상친왕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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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을 출발한지 일주일 만에 영하성의 상친왕부가 있는 은천에 도착했다. 남궁과 따로 방을 썼다면 더 빨리 도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불만은 조금도 없었다.
영하성은 북쪽으로 몽골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곳이었다. 때문인지 성 밖은 물론 성 내에도 중무장한 군사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상친왕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높은 담장을 쳐다보며 남궁에게 말을 걸었다.
“화매, 어때 분위기가 흉흉한데 국경도시는 원래 그런 거야?”
“저도 잘 모르지만 최근 몽골군의 도발이 늘어서 그렇다고 들었어요.”
“흐음! 그렇다면 친왕부의 경계도 삼엄하겠군.”
“예, 하지만 상공께서 걱정하실 정도의 무인이 있겠어요?”
첫째 부인의 집에 처음으로 인사 가는데 정문으로 떳떳하게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비밀리에 찾아오라고 했으니 담을 넘어야 했다.
‘하긴, 소림을 훔친 도둑놈이나 마찬가지니까 오히려 담을 넘는 것이 어울리겠군.’
담을 넘을 장소를 물색한 뒤,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 남궁과 함께 담을 넘었다. 남궁의 안내로 바로 침소가 있는 내원으로 향했다.
내원을 앞에 두자 남궁이 전음을 보내왔다.
-상공, 너무 빨리 와서 깜짝 놀라겠네요. 주 언니부터 만나실래요?
-아냐, 매도 먼저 맞는 것이 좋다고 했어. 바로 상친왕 전하부터 보자고.
-예, 따라 오세요.
-아니, 화매는 정문으로 들어가. 난 따로 상친왕을 만나러 갈게.
-호호! 경호무인을 시험하시게요?
남궁이 내 의도를 알아채고 물었다.
-응, 군부 무인들의 실력 좀 구경하게.
또 상친왕과의 첫 만남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싶었다. 그래야 좀 더 당당하게 대화할 분위기가 만들어 질 테니까 말이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는 실력행사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지.’
남궁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호호. 화경에 오른 상공을 막을 사람이 이곳에 있겠어요? 뒷일을 생각해서 상친왕 전하를 너무 놀라게 하지는 마세요.
-흐흐. 당연하지.
말을 마치고 땅을 박차고 시커먼 어둠 속으로 몸을 날렸다.
턱.
휘리릭.
남궁이 알려준 전각의 지붕에 올라 인기척을 살폈다. 침실 주위로 많은 인기척이 느껴졌다.
‘으음! 확실히 경비 스케일이 다르군!’
침실주변으로 국한해 어림잡아도 백여 명은 되었다. 명문대파의 장문인도 이 정도 수의 근접경호는 본 적이 없었다. 물론 그 중에는 움직이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이 경호무인으로 보이는 느린 호흡들이었다.
‘아직 잠자리에 들지는 않은 것 같은데. 응?’
찌릿.
갑자기 대부분의 경호무인들이 날선 예기를 뿜어내며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남궁이 들어온 모양이군.’
모두 움직여도 꼼짝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네 명이 상친왕의 최 근접 경호를 맡았을 것이다. 이들의 이목까지 속이고 등장했을 때, 상천왕의 당황한 표정이 기대되었다.
‘흐흐흐! 저 사람이 상천왕인가 보군.’
침실 탁자에 앉아 무언가 골똘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십대 중년인이 보였다. 상당히 잘 생긴 얼굴 어딘가에 소림의 모습이 보였다.
스륵.
그의 등 뒤 일장 정도 떨어진 곳에 떨어져 내려 포권 하며 입을 열었다. 차마 나도 상친왕에겐 허세를 떨 수 없었다.
“무림필부 한 대갑이 상친왕 전하를 뵈옵니다.”
슈슉! 슈슈슉!
쐐액. 쐐애액!
사방에서 살기가 담긴 네 줄기의 날카로운 예기가 전신을 노리고 날아 들었다. 네 명의 근접경호가 깜짝 놀라 공격해 온 것이다. 많은 수련이 있었던 듯 네 명의 합격은 절묘했다.
‘하지만 상대가 나쁜 걸 어떻게 하나. 흐흐! 이 정도쯤이야!’
가만히 선 채로 백호강기와 호신강기를 동시에 일으켰다. 내가 방어하지 않고 그대로 있자 오히려 상친왕이 당황한 모양이다.
“멈춰라!”
뒤늦게 상친왕이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지만 이미 네 명의 공격은 내 몸에 닿고 있었다. 아니 호신강기에 부딪히고 있었다.
펑! 퍼버벙!
“큭!”
네 명은 반탄력을 이기지 못하고 짧은 신음과 함께 일장정도 밀려나며 비틀 거렸다. 얼른 자세를 바로 잡았지만 상친왕의 명령이 있었기에 다시 공격하진 않았다.
상친왕은 멀쩡한 나를 보고도 생각보다 놀라지 않고 담담한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내가 청한 자다. 자리로 돌아가라!”
“충!”
휙. 휙휙!
네 명이 한 목소리로 대답하고 본래의 자리로 몸을 날렸다. 상친왕과 시선이 마주치자 한 무릎을 꿇고 읍揖을 하며 인사했다.
“무림의 필부 한 대갑이 상친왕 전하를 뵙습니다.”
“자네가 강호에서 일권무적으로 불리는 한 대갑이라는 무인인가?”
상친왕에게 ‘네 놈!’ 소리를 듣지 않은 것만으로도 일단은 성공이었다. 내심 날 위해 별호까지 대며 열심히 약을 팔았을 소림과 남궁을 칭찬하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상친왕 전하. 전하의 부름을 받고 한 걸음에 달려왔습니다.”
“호오! 예상보다 빨리 왔군.”
“전하의 하명인데 어찌 지체할 수 있겠습니까? 밤을 낯 삼아 쉬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나 역시 과거 사회생활 좀 했던 사람이라 입에 발린 말이 술술 잘 나왔다.
“흐음........”
날 살피는 시간인 듯해 천천히 보라고 가만있었다. 내 얼굴이 젊은 여자한테는 인기 없어도 부모들에게는 자신 있으니까.
‘암! 부모들은 능력 있는 놈이 육체마저 장군감이라면 얼굴은 상관하지 않으니까.’
잠시 시간이 흐르고 이곳저곳 충분히 살펴 본 상친왕이 입을 열었다.
“일어나게.”
“감사합니다, 상친왕 전하!”
“자리에 앉도록 하게.”
의자를 가리키며 상친왕이 밖을 향해 말했다.
“왕비와 무현공주를 들라 하라! 밖에 있는 남궁의 여식도 들라하고.”
-충!
지시를 마친 상친왕은 아직도 앉지 않고 서 있는 내게 다시 자리를 권했다.
“자네도 앉게.”
“어찌 감히 제가 먼저 앉겠습니까? 먼저 자리하시면 저도 앉겠습니다.”
평소 하지 않아 그렇지 내 아부실력은 하늘도 감동시킨다. 가벼운 한마디에도 상친왕은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하하! 무림인은 예의가 없다고 들었는데 그도 아닌가 보군. 그만 앉게.”
“예, 전하.”
자리에 앉는데 문 밖에서 남궁의 도착을 알렸다.
-전하, 남궁화 소저입니다.
“들라하라.”
-예, 전하.
스르륵.
문이 열리고 남궁이 들어와 상친왕에게 날아갈 듯이 대례를 올리며 인사했다.
“남궁화가 상친왕 전하를 뵈옵니다.”
“그래, 너도 이리 앉거라.”
“예, 전하.”
‘쩝! 하필이면.’
상친왕이 가리킨 자리는 공교롭게도 내 옆자리였다. 둘째부인과 나란히 앉아 첫째부인의 부모를 만나야 할 모양이었다.
여러모로 어색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입을 열었다.
“외람된 말씀이오나 전하, 어찌 은밀히 찾아오라 하신 것입니까?”
“그 얘기는 잠시 뒤로 미루는 것이 좋겠군.”
시時도 내 편이 아닌지 마침 밖에서 왕비와 소림의 도착을 알렸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