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134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0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134화
134화. 빤한 전개, 빤한 음모
“부친께서 따로 일러 둔 말은 없었는가?”
“말씀대신에 전해달라는 것은 있었습니다.”
금의옥검은 얼른 꺼내지 못하고 주변의 눈치를 보며 쭈뼛거렸다. 선물로 준 목갑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데 또 뭔가가 있다는 뜻이다. 그것도 남들 앞에서 내놓기에는 곤란한.
하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은 모두 내 사람이나 다름없었다. 뇌물을 받더라도 그들에게 떳떳하고 당연히 받아야 한다. 그래야 다른 놈들도 준비할 테니까.
“괜찮으니 어서 꺼내 보게.”
부스럭.
금의옥검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품속에서 한 권의 서책을 꺼내 건네주었다.
“아버님께서는 이것을 단주님께 전해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응? 이건?’
천하제일장.
겉표지에는 내 장원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고개를 갸웃하며 다음 장을 넘겨보았다. 다음 장에는 천하제일장의 전체적인 조감도鳥瞰圖가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언뜻 보아도 무너진 천하제일장과는 비교도 안 될 규모였다. 장원이 아니라 성城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웅장하고 거대한 규모였다. 남궁세가의 장원보다도 규모가 컸으니까.
팔락팔락.
계속해 책자를 넘기며 살펴보았다. 나머지에는 장원의 각 종 부속건물과 정원 등등의 설계도가 빼꼭히 그려져 있었다.
“오! 이건 장원의 설계도가 아니오?”
“그렇습니다, 단주. 조감도의 지형을 잘 보시지요.”
“지형?”
금의옥검의 말에 첫 장에 그려진 조감도를 다시 보았다. 기암괴석과 울창한 산림으로 이루어진 험난한 산세에 웅장한 장원이 들어서 있었다.
‘응? 어딘가 낯이 익은 산센데?’
확실치는 않지만 본 적이 있는 곳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천하제일장의 자리는 절대 아니라는 뜻이었다.
잘 생각이 나지 않아 고개를 갸웃하자 금의옥검이 알려주었다.
“황산입니다, 단주.”
“아! 황산!”
금의장주의 뜻을 이제야 짐작할 수 있었다. 멸문한 황산파의 자리에 새로 지어주겠다는 뜻이었다. 역시 금의장주는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 정확히 내 의중을 꿰뚫어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긴! 지금의 나한테는 웬만한 것으로 환심을 사기는 어렵지.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정말 과감한 투자야.’
금의장주의 통 큰 배포에는 경외심까지 들었다. 아무리 중원삼대 상단의 주인이라고 해도 결정하기 어려울 정도의 격이 다른 선물이었으니까.
‘이 사람이 도대체 나한테 얼마나 빼어먹으려고.’
받는 것이 있으면 주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이다. 그냥 주는 대로 받기만 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백을 받았으면 최소한 십은 주어야 했다.
“하하하! 이제야 살 집이 생겼구나. 부친께는 곧 삽질을 할 수 있게 만들겠다고 전해주게.”
“하하! 마음에 드시니 다행입니다. 아버님께는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그래. 이번엔 신세졌다고 꼭 전해 드리고.”
“예, 단주.”
상인의 자식인 금의옥검도 내 말을 알아듣고 흡족한 미소로 대답했다.
@
오랜만에 만난 남궁과 뜨거운 밤을 보내고 새벽녘에 잠이 들었다.
쾅쾅!
-단주! 백리산산입니다.
거칠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가냘픈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옆에는 남궁이 잠들어 있는 상황이라 아무리 꿈속에 빠졌어도 잠이 확 달아났다.
‘하인들은 대체 뭘 하고 있기에!’
쾅쾅!
-단주! 백리산산이에요. 급한 일입니다.
확실히 백리산산의 목소리가 맞았다.
‘헉! 얘가 왜 이 시간에?’
문밖의 여인이 백리산산이라는 것을 안 순간 뒷골이 쭈뼛하며 등골이 서늘해져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얼른 잠들어있는 남궁의 눈치를 살폈다. 그녀 역시 소란스런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는 듯 뒤척이고 있었다.
“으음.......가가, 무슨 일이에요?”
“응, 내가 나가서 알아보고 올 게. 피곤할 테니 좀 더 자.”
백리산산은 다행히 안에서 말소리가 들리자 더 이상 문을 두드리지는 않았다.
“여자 같은데 누구에요?”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입고 가볍게 입맞춤을 해주며 대답했다.
쪽!
“나도 잘 몰라. 하녀겠지. 좀 더 자.”
“예. 얼른 나가보세요.”
“응, 별 일 아닐 거야. 걱정 말고 자고 있어.”
남궁이 다시 눈을 감는 것을 확인하고 밖으로 나왔다. 기다리고 있는 백리산산에게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백리 소저. 대체 침실까지 무슨 일이오!”
“좋은 시간 방해한 건 죄송해요. 하지만 너무 급한 일이라.......”
전혀 미안해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더구나 말을 하며 침실 쪽을 힐끔거리기 까지 했다.
‘이게 정말 미쳤나!’
한 소리 하려는데 백리산산이 눈치를 채고 먼저 입을 열었다.
“단주, 산서성 오태산에 혈왕유전血王遺典이 나타났어요. 벌써 수십 명의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해요.”
욱 하려다 혈왕이란 소리에 말이 쏙 들어갔다.
“그게 정말이오?”
혈왕의 비급은 내가 이미 세트로 얻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혈왕유전이 나타났다니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아직 혈왕유전의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함께 나타난 혈왕의 애병인 혈왕갑血王匣은 진품이 틀림없다고 하니 신빙성이 높은 편이죠.”
“혈왕갑?”
“혈왕갑을 모르세요. 혈왕이 늘 끼고 있던 교룡피와 천잠사로 만든 장갑 말이에요.”
“그런 것이라면 혈왕이 죽었을 때 수거하지 않았소?”
“아네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어 이상하게 여겨지던 일이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나타났으니....... 아마 혈왕유전도 진품이기 쉬워요.”
백리산산은 아주 단언하듯이 말했다.
“여기서 이럴 일이 아닌 것 같소이다. 자리를 옮깁시다.”
“예, 그게 좋겠어요. 부단주들께도 연락을 넣었으니 곧 도착할 거예요.”
“그럼 일단 접객청으로 갑시다.”
“예, 단주.”
앞장서 걸어가며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했다.
‘그럼 내가 얻은 건 뭔데? 설마 내가 가짜를 배운 거야?’
하지만 절대 그럴 리는 없었다. 혈왕사노의 한 명인 상 장로가 감격에 겨워 눈물까지 흘린 무공이다.
‘더구나 층층무적공과 첩첩무적권이 아닌 혈왕유전이라니. 설마 무적권왕이 남겼다고 해도 혈왕이란 이름을 붙였겠어? 절대 그럴 인간이 아니지.’
알다시피 작명센스는 허접해도 허세 하나만큼은 쩌는 인간이 무적권왕이었다. 다른 사람이 혈왕이라고 부른다고 자신마저 그렇게 부를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건?’
뭔가 음모의 냄새가 진하게 풍겨왔다.
‘하필이면 상 장로가 없을 때 이런 일이......’
상 장로만 있었으면 간단하게 진실여부를 파악할 수 있었다. 물론 난 합리적인 추리로 아니라고 생각은 하지만 한편으로는 찝찝했다.
더구나 혈왕갑에 대한 이야기는 나도 금시초문이었다. 그 때문에 완전히 가짜라고는 단정할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최대한 빨리 상 장로에게 확인해 보는 수밖에.’
접객실에 자리하고 마주 앉은 백리산산에게 물었다.
“백리소저,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소?”
“예, 단주. 정확히 지금부터 삼일 전에 오태산에서 약초꾼에 의해 발견됐다고 해요. 그러고 나서.......”
백리산산으로부터 들은 얘기는 전형적인 전개였다. 무림인에게 비급의 가치는 절대적인 만큼 절세비급이 나타나면 그를 차지하기 위해 피바람이 불게 된다. 그로인한 혼란 크기는 비급의 가치에 비례하고 말이다.
그런데 혈왕이라면 무림사에 남을 최강의 무인으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당연히 그의 비급이라면 억만금의 가치가 있고 피바람과 혼란의 크기도 역대 급이 될 것이 분명했다.
“소저 생각에는 이 사건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 같소?”
“둘 중 하나겠죠. 비급이 가짜라면 음모일 테고 진짜라면 피 터지는 싸움이 벌어지겠죠. 단주님 역시 참가해야 하고 말이에요.”
“어째서 내가 참가해야 하오?”
“호호! 벌써 저와의 약속을 잊으셨나요? 단주님께서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진정한 맹주가 되는 길도 쉬워지겠죠.”
“무림공적의 무공으로 말이오?”
“호호호! 혈왕이 공적이지 무공이 공적인가요? 또 단주님이 죽은 혈왕의 제자도 아닌데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물론 비급을 지킬 힘이 있어야겠지만 말이에요. 무림인은 혈왕의 비급이라면 천륜도 어길 수 있는 사람들이라 만만치는 않을 거예요.”
백리산산의 말대로 혈왕비급이라면 세가는 물론 구파도 기꺼이 참전할 것이다. 마교나 사황련 역시. 아니 전 무림인이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덤벼들 것이 분명했다.
‘이거 완전히 대형사건인걸? 근데 누가 무슨 의도로 이런 음모를 꾸민 것일까?’
백리산산의 말대로 진위를 떠나 혈왕비급의 출현이 가져올 파장은 대단했다. 그런데 난 왠지 단순히 혼란을 일으킬 의도만은 아닌 것 같았다.
‘시기나 상황으로 보아 비천이 꾸민 음모일 테니까? 설마 놈들의 정체가 드러났기 때문에?’
나로 인해 비천의 이름은 세상으로 나왔다. 하지만 아직 형체도 본거지도 드러나지 않았다. 그런데 지레 겁을 먹고 단순히 쏠린 이목을 돌리기 위해서 라면 말이 안 된다.
‘성동격서!’
혈왕유전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크게 한 방 터뜨리려는 것일 수도 있었다.
‘도대체 그게 뭐냐고!’
최소한 마교나 사황련, 무림맹에 대한 공격 정돈데 전부 말이 안 된다. 칠할 이상을 접수한 사황련을 이제와 구태여 칠 이유는 없었다, 마교는 비천으로서도 부담이 되는 상태일 것이고.
남은 곳은 무림맹인데 실질적인 전력인 구파와 세가의 알맹이가 없어 쳐봐야 별로 얻을 것이 없는 곳이다.
‘쩝! 결국 당한 뒤에야 알 수 있다는 말인가?’
나 혼자 궁리해서 알 수 없는 것은 집단지성의 힘을 빌면 된다. 그 전에 혈왕유전에 대한 대책이 필요했다.
“백리소저, 현재 혈왕유전의 행방을 알고 있소?”
“천리추괴千里醜怪가 마지막 보유자로 알고 있어요. 하루 전에 유전을 얻어 하북으로 넘어간 뒤 소식이 끊겼어요.”
“소식이 끊겨? 수많은 군웅들이 쫓고 있는데 잠적했다는 말이오?”
“별호에서 알 수 있듯이 천리추괴는 경공에 능한 자에요. 하북의 소오태산에서 행적이 끊겼지만 수많은 사람이 찾고 있으니 곧 나타날 것이에요.”
그대로 사라지면 가장 바람직한 일이나 음모라면 반드시 다시 나타날 것이 틀림없었다.
“혈왕유전 쟁탈전에 참가한 명문대파는 어느 곳이오?”
“산서에는 구파나 세가가 없지요. 하북의 경우도 팽가가 멸문한 상태라서........하지만 이제 곧 각 파에도 정보가 들어갈 테니 이런저런 이유를 대고 참가하겠지요.”
“끄응! 맹주님은 어떻게 나올 것 같소?”
“아직 모르세요. 하지만 아마 지금쯤은 알고 계시지 않을까요?”
“그럼 맹주께도 알리지 않고 이곳으로 달려왔단 말이오?”
“호호호! 당연한 일이지 않나요?”
딸내미 나아봐야 다 소용없는 듯했다. 제 남자를 위해 기둥뿌리까지 뽑아올 테니까 말이다.
‘쯧쯧! 이런 년을 낳고도 미역국을 먹었겠지. 아무튼 얘도 빨리 내 여자로 만들어야 하겠어!’
제 남자에게나 잘하는 것이지 남이 되면 골치 아픈 유형이 백리산산과 같은 애였다.
“그럼 맹주나 무림맹은 앞으로 어떻게 나올 것 같소?”
“당연히 참가하겠죠. 무림맹에는 무림의 안녕을 지킨다는 대의명분이 있으니까 말이에요. 아마 맹주님은 대대적인 전력을 동원하려 할 것이에요. 구파나 세가보다 나은 것은 머릿수밖에 없으니까 말이에요.”
“그 전력이란 소저가 말한 전력이겠군?”
“그렇겠죠? 그들이 헛되이 목숨을 잃는다면 단주님의 손해가 크겠네요.”
생글생글 웃으며 마치 남의 일을 말하는 듯한 백리산산이었다.
“나보고 따라 가라?”
“그냥 죽게 놔두든 지요.”
“특감단주인 내가 무슨 명분으로 맹 밖의 일에 나설 수 있겠소?”
“어머! 단주님은 지금까지 명분 있는 일만 해오며 살아오셨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