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131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4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131화
131화. 손대지 않고 코를 풀자
결국 백리산산은 원하는 바를 전부 이루고 돌아갔다. 내가 일방적으로 당했지만 실상 그렇게만 생각할 일은 아니었다.
‘어린애 기분 맞춰주고 얻을 건 다 얻었으면 됐지, 뭐. 흐흐흐.’
앞으로 백리산산은 제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일할 것이다. 나대신 귀찮은 일을 맡아줄 똘똘한 애하나 고용했다고 생각하면 되는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날 맹주로 만들어 준다잖아.’
솔직히 스무 살짜리가 대단한 기반을 쌓았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않는다. 그래도 상당한 기간을 준비했다면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나에게는 그것도 도움이 된다.
‘더구나 예쁘고 돈도 있잖아.’
소림과 남궁에게 걸려서 그렇지 내가 당장 손해 볼 일은 하나도 없었다. 신뢰문제야 남녀관계로 발전하고 나면 자연히 해결될 일이고. 그런 이유로 백리산산에게 당해준 것이다.
그 결과 그녀는 지금 내 집무실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산더미 같은 서류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마침 한 무더기의 서류 더미가 한쪽으로 사라지며 백리산산이 고개를 들었다. 빤히 쳐다보고 있는 날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단주, 맹주부에대한 보고서는 거의 사실과 다름이 없어요. 한데 하필이면 이 보고서를 제일 먼저 준 단주의 저의가 실로 궁금하네요?”
그녀가 지금까지 살필 서류는 이 총관이 작성한 맹주부에 흘러들어간 의심스러운 자금에 관한 보고서였다.
그걸 몰라서 묻느냐는 듯이 되물었다.
“맹주부나 장로원 역시 감찰의 대상인 바. 소저가 특감단의 일을 하게 된 이상 수신제가修身齊家가 먼저 아니겠소?”
탁.
백리산산이 보고 있던 서류를 덮으며 배 째라는 듯이 말했다.
“좋아요. 여기 의심스럽다고 적힌 부분은 전부 사실이에요. 그러니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좋소. 소저가 바로 인정하니 우리 사이에도 조금은 신뢰가 쌓이는 것 같소이다. 하지만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듯하오만?”
매 분기에 거의 백만 냥 정도의 거액이 정처 없이 사용되었다. 물론 품위유지비나 기밀활동비 등의 명목이 달렸지만 말이다. 그런 돈은 전부 비자금이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아는 나였다.
당황할 만한 얘기에도 백리산산은 태연했다. 오히려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리며 되물었다.
“호호호! 설명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단! 단주님이 책임지실 준비만 되어 있다면 말이에요.”
“맹주부의 비자금을 어째서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오. 우매한 한 모는 소저의 말을 이해하기 어렵구려.”
“호호호! 그럼 제 입으로 밑천을 다 드러내라고 하시면서 아무런 책임도지지 않으시겠다는 건가요?”
“소저의 밑천? 그 많은 돈을 맹주가 아니라 백리 소저가 사용했다는 말이오.”
“아니면 어리고 여린 소녀가 어찌 미래를 준비할 수 있었을 까요?”
“그럼 맹주가 어리고 여린 소녀가 그 많은 돈을 사용하게 내버려 두었다는 말이오? 그 말은 조금 믿기 어렵지 않소?”
백리산산은 깔깔깔 웃으며 태연히 대답했다.
“호호호! 물론 그럴 리가요. 아버님은 당신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시겠죠.”
“허어!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아버지의 뒤통수를 쳤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거요. 대체 이렇게 태연하고 당당할 수 있는 이유가 뭐요?”
“결국은 아버님과 가문을 위하는 일이 될 테니까요. 그런 확신이 있는데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지 않아요?”
“아무튼 대단한 자신감이오.”
“호호! 고마워요. 단주님. 그럼 이젠 어떻게 하실 건가요?”
분명히 비꼬는 어조였지만 생글생글 웃으며 칭찬으로 받아들이는 그녀였다. 솔직히 난 웃는 얼굴에 침 뱉는 사람인데 차마 다음 말을 꺼내기가 무서웠다.
‘나중을 생각하면 표면으로 드러내게 할 수도 없고. 쩝! 그렇다고 분명한 비리사실을 모른 척 할 수도 없으니.......여우같은 년.’
백리산산의 능력이라면 감추려고 하면 얼마든지 감출 수 있을 터였다. 그런데 일체의 변명도 없이 일부러 인정해 날 곤란하게 만들었다. 그리곤 공을 나한테 떠 넘겨 버린 것이다. 자신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쩝! 일단 들어나 봅시다. 대체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호호! 그 말씀은 책임지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건가요?”
백리산산은 뭐 하나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이 기어코 약속을 받아내려 했다. 이쯤에서 한 번 딴지를 걸어줘야 했다.
“그 질문에는 실물을 보지 않고는 결정할 수는 없을 것 같소. 소저가 내게 아무 곳에도 쓸 데 없는 쓰레기를 처분하기 곤란해 떠넘기는 것일 수도 있지 않소?”
한 마디로 네 능력을 못 믿겠다는 말이었다. 상당히 자존심이 상할 법한 말인데도 백리산산은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
‘도대체 얜 속에 뭐가 들어있기에. 혹시 반로환동한 애늙은이 아냐?’
아무리 흔들어 봐도 시종일관 여유와 미소를 잃지 않아 도무지 스무 살로 믿기지가 않았다.
“어머! 그럼 쓸 만하면 받아들이겠다는 말씀이시네요. 호호호! 고마워요.”
이렇게 나오면 나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래 그 돈으로 백리소저가 준비한 것은 무엇이오?”
“한 가지에요. 다른 것도 있지만 그건 공식적인 일이라 비자금을 만들 필요가 없으니까요.”
자신이 만든 결과물에 자신이 있는지 아예 다 까놓겠다고 하는 백리산산이다.
“일단 비자금 문제를 들어봅시다.”
“단주님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눈을 반짝이며 어디 한 번 맞춰보라고 되묻는 백리산산이다.
‘그럼 그렇지. 이년이 바로 말해줄 리가 없지. 마지막으로 간을 보겠다는 뜻이겠지.’
내 태도에 따라 앞으로의 제 역할을 가늠하려는 듯했다. 단순함 무공바보면 제 역할이 커질 것이고, 너구리면 축소될 것이니까.
그녀의 입장에서라면 무공바보 쪽을 원하겠지만 이미 나를 상대해봤다. 이미 절반은 포기한 상태지만 그래도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헛된 꿈을 버리라고 말뚝을 박았다. 맹주를 만들어 주는 것은 고맙지만 그 이상의 역할을 사양이니까. 난 누구의 꼭두각시가 될 생각은 조금도 없는 사람이다.
“만일 정보조직이 아니라면 소저에게 실망할 것이오.”
“호호호! 역시.”
다시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지만 한 순간 실망하는 표정을 감추진 못했다.
“한데 무림맹의 정보각과는 별도의 조직이오? 정보각을 이용하는 것도 어렵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오.”
“맹주를 허수아비로 만드는 것은 비단 장로원뿐만이 아니에요. 군사부나 정보각 역시 큰 역할을 하고 있어요.”
천하제일인이 맹주라도 돈줄을 틀어막고 정보를 통제한다면 허수아비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맹주가 되려면 어느 정도는 홀로서기가 필요했다.
무공과 돈, 세력 그 어느 것 하나도 부족해서는 말발이 서지 않는다. 때문에 나도 여기저기 손을 뻗치는 것이고. 하다못해 스무 살짜리에 휘둘리면서도 냉정하게 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일 것이오. 비천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소저가 영향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오. 그렇다고 보고만 있었을 리는 없고. 어떻소?”
“예, 다행히 외부 정보는 정보각의 도움을 받고 전 내부정보에 주력했어요. 제 적은 마교나 사황련이 아니라 무림맹이니까 말이에요.”
“그랬군. 어쩐지 소림이나 아미에서 일어난 일을 자세히 알고 있다 했더니.”
“호호! 맞아요. 구파나 세가에서 벌어지는 일은 한 눈에 파악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비천에 대해서는 몰랐다?”
“물론 맹 내에 암중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은 알았어요. 하지만 단주님께서도 알다시피 그들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에요. 그 중심에 과거 오대세가의 하나였던 제갈세가가 있었고요. 당연히 그들의 목적도 나와 같다고 생각했지 뭐예요. 설마 무림정복을 꿈꿀 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 부분은 분명한 제 실책이에요.”
그 문제는 누구나 같은 실수를 했을 것이다. 설마 정파의 명문대파가 혈겁을 일으킬 것으로 생각할 사람은 없으니까.
“개방과 황산파도 마찬가지요?”
“예, 그 두 곳도 충분한 이유가 있으니까요.”
“그들이 손을 잡고 있는 것도 눈치 채지 못했소?”
“세력 간의 합종연횡은 늘 있는 일이잖아요. 더구나 단일 세력으로 무림맹을 차지하는 일은 불가능하니 연합했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그들과의 연합을 고려해 봤지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에 포기 했죠.”
백번 맞는 말이었다. 구파나 세가와 연합한다면 실컷 이용만 당하고 결국은 버림받게 될 테니까 말이다.
“좋소! 대충 견적이 나오는 구려. 나머지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었소.”
“금수저 연합이 있으면 당연히 흙수저 연합도 있지 않겠어요? 명문대파의 갑질 덕에 회유는 어렵지 않았어요.”
“일류고수의 수는?”
흙수저 연합에 절정고수는 찾아보기 어려울 터였다.
“오백은 넘어요. 절정이상도 삼십은 되고 말이에요.”
“오백이라.......”
잠시 생각이 많아졌다. 백리산산이 말한 숫자는 많다면 많은 수고 적다면 적은 수였다. 그래봐야 절정고수 이상의 부족으로 구파의 한 세력에도 당하지 못할 전력이었지만.
‘하지만 내가 들어가면 달라지지.’
상 장로와 내가 합류하는 것만으로도 구파의 하나와는 능히 자웅을 결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오백의 절정고수를 찍어낸다면?.......흐흐흐! 가능할 수도 있겠는데?’
마교는 몰라도 정파 내 단일 세력으로는 최고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최절정 이상인데.’
각 문파의 뒷방 늙은이들은 충분히 걸림돌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비천이 드러났기 때문에 아주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
그들의 수를 줄이면 된다. 뒷방만 차고 있는 늙은이들에게 무림인으로서 마지막 봉사의 기회를 주고 장렬히 전사시키는 방법이 있었다. 바로 손안대고 코 푸는 차도살인지계借刀殺人之計가 떠올랐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내 입이 열리기만 빤히 쳐다보는 백리산산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좋소! 맹주부에 대한 자금지원을 두 배로 늘리겠소.”
“호호호! 감사해요. 단주님.”
“언제 그들을 볼 수 있겠소?”
“군사부를 정리하시면요.”
“아직도 더 시험해 보고 싶은 게요?”
“옛말에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고 했으니까요.”
아직은 공짜로 던져 주기는 싫은 모양이었다.
‘하긴 도장도 찍기 전이니까.’
그 정도는 이해하기로 했다.
“그럼 군사부는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겠소. 고견이 있다면 들려주시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했으니 성동격서聲東擊西가 좋겠네요.”
“성동격서라?”
“전쟁은 남의 집에서 해야지 성과가 크고 져도 피해가 적은 법입니다.”
대충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흐음! 융중산에는 한 번 갔었는데 아무런 성과도 없었소만?”
“벌써요? 알고 봤더니 단주님은 보통 바쁘신 분이 아니시네요.”
“사실은.......”
제갈세가에서의 일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그랬더니 백리산산은 깔깔 웃으며 제갈세가의 멸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담았다.
“호호호! 그렇다면 이번에는 아예 갈아엎어 버리세요. 그래도 안 나오면 할 수 없는 일이구요. 하지만 제갈세가가 받는 충격은 보통이 아닐 거예요.”
맞는 말이지만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아직 제갈세가를 멸문시킬 만한 명분이 없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내가 없는 동안에 군사부에서 반격할 수 있다는 점이오.”
“호호! 구파나 세가와 친한 분이 괜한 엄살을 떠시네요. 그리고 또 황산파와 개방이 무너진 지금 당장은 비천이 맹을 공격하기는 어렵지 않겠어요? 단주님이 조금 부지런히 움직이시면 되지 않겠어요?”
그녀의 말대로 장로원을 움직이면 지금의 증거만으로도 명분이야 충분히 만들 수 있었다. 한데 너무 나대면 구파나 세가도 나를 견제할 것이 틀림없었다. 또 내가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하는 것도 싫었고.
‘쩝! 그래도 별 수 없나? 그냥 입에 넣어주는 떡이나 받아먹었으면 좋겠는데.......’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아무래도 이번엔 발로 뛰어야 할 것 같았다.
“좋소! 소저는 즉시 군사부에 대한 특감이 있을 것이라고 소문을 내 주시오. 난 장로원에 다녀오는 즉시 제갈세가로 떠날 것이니. 그동안 총관부에 대한 감찰도 부탁하오.”
“호호! 맡겨만 주시면 최선을 다해 보좌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