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130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0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130화
130화. 휘둘리는 심정
“험험! 나를 돕는 대가로 백리소저께서 바라는 것은 무엇이요?”
“어머! 또 서운한 말씀을 하시네.......설마하니 소녀가 불손한 생각을 가지고 단주님을 돕겠다고 하겠어요?”
코맹맹이 소리에 교태가 뚝뚝 떨어지는 모습을 보니 더욱 신뢰가 가지 않았다. 실제로 지나가는 개도 안 믿을 소리였고.
“정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말이오?”
“정말 이렇게도 소녀의 진심을 몰라주시니 너무 섭섭해요.”
백리산산의 금방이라도 눈물을 뚝뚝 떨어뜨릴 것 같은 표정에 피식 실소를 흘리며 말했다.
“백리 소저. 일을 시켰으면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오. 하지만 난 공짜를 좋아하니까 정말 원하는 것이 없다면 그렇게 할 것이오. 그러니 나중에 후회하기 싫거든 잘 생각해서 대답해 보시오.”
백리 산산이 잠시 빤히 쳐다봤다. 나도 정색하고 마주 보자 그녀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쳇! 너무 티 났나요?”
백리산산이 본심을 드러내자 일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요염한 여인에서 스무 살이란 나이에 걸맞게 생기발랄하고 맹랑한 소녀로 변신했다. 그래서 심쿵했지만.
“무척.”
“그래도 대가라는 말은 싫어요. 대신 제가 이번 일을 잘 처리하면 상으로 특감단에 넣어 주시는 건 어때요?”
결국 본론을 말했지만 뜻밖의 요구여서 되물었다.
“특감단에 말이오?”
“예, 앞으로도 사찰을 하다보면 장부나 문서를 뒤져야 하는 일이 많지 않겠어요? 이번 기회에 그쪽의 전문가도 한 명 고용하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
“그럼 백리 소저가 전문가라는 뜻이오?”
“그거야 이번 일을 맡겨보면 자연히 아시게 될 것 아닌가요?”
맡기겠다고 한 적은 없는데 백리산산은 확정된 분위기로 몰고 갔다.
“아직 맡기겠다고 한 적은 없소이다만?”
“단주님께선 쉬운 길을 두고 구태여 어려운 길로 갈 사람이 아닐 텐데요?”
“어째 나보다 더 날 잘 아시는 듯하구려?”
핀잔에도 불구하고 백리산산은 짜랑하게 교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호호호! 그것도 제 능력 중의 하나에요. 허면, 제 말이 틀렸나요?”
“좋소! 이번 일은 백리소저에게 맡기겠소. 그러나 그 전에 한 가지 솔직하게 말해 줄 것이 있소.”
채 질문을 마치기도 전에 백리산산은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제가 왜 단주님에게 접근하느냐는 말인가요?”
“쩝! 그렇소이다.”
“호호! 말 자른 건 미안해요. 하지만 너무 빤한 질문이잖아요.”
“그렇다고 칩시다. 그런데 대답은 하지 않을 생각이오?”
“강한 남자에게 끌리는 건 여자의 본성이 아닌가요? 저도 여자이니까요.”
아주 날 들었다 놨다 하는 백리산산이다. 싫지 않은 말이지만 원하는 대답은 아니었다.
“이제 말장난은 그만하는 것이 어떻겠소? 안 그러면 나도 장난으로 대할 수밖에 없으니까.”
“쳇! 대부분 이정도면 끝났는데 단주님은 좀 다르네요. 하지만 강한 남자에게 끌린다는 말은 사실이에요. 한 가지 더 붙이자면 명문대파 출신이 아니면서도 후기지수 중에 최고라는 칠룡보다 강하다는 점일 거예요.”
말 중에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명문 출신이 아니라서? 빵빵한 배경이 있는 편이 더 좋지 않소?”
“호호호! 보통은요. 하지만 전 명문대파의 안주인보다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싶거든요. 그 꿈은 명문대파 출신으로는 불가능하죠.”
“설마 사문을 배신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꿈이라도 되오?”
“비슷해요. 배신까진 않더라도 사문을 우선시해서는 안 되니까요.”
“마치 진정한 무림맹주라도 되고 싶어 하는 것 같구려.”
짝짝짝!
“호호호! 맞아요!”
느닷없이 백리산산은 박수를 치며 깔깔거렸다. 돌변한 태도에 정신이상을 의심해 보는데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제겐 무공에 대한 재능이 별로 없어요. 할 수 없이 제 꿈을 대신 이루어질 사람을 찾는 수밖에요. 단주님이 가장 유력한 후보라서 관심을 갖는 것이고요.”
말을 마친 백리산산은 그래서 뭐가 잘못됐냐는 듯이 당당한 표정을 날 쳐다봤다.
“아버님이 이미 맹주지 않소? 맹주를 바꿔볼 생각은 하지 않았소? 그 편이 빠를 텐데.”
백리산산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아버님을 제 입으로 평가하는 것은 불경한 일이지만 아닌 것은 아니에요. 본인 생각은 다른 듯하지만 제가 볼 때 아버님은 딱 지금 정도의 그릇이에요.”
불경이라면서 할 말은 다 하는 백리산산이다.
“백리소저는 상당히 냉정하구려.”
“인정에 얽매여서 이루어 질만한 꿈이 절대 아니니까요.”
정색하고 말하는 폼이 아무래도 진심인 모양이다. 작고 어린 여자애치고는 원대한 꿈을 가진 그녀였다. 하지만 이상만 가지고 이룰 수 있는 꿈은 아니다.
“진정한 맹주가 되려면 무공 외에도 많은 것이 필요할 텐데 그에 대한 준비는 하고 있소?”
“호호! 돈과 세력을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전 이미 꽤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답니다.”
“호오! 어째 나하기에 달렸다는 말씀처럼 들리는 구려. 자신은 있소?”
“글쎄요. 일단 특감단에 넣어주세요. 좀 더 서로를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하하!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란 소리구려. 뭐 좋소이다. 백리소저가 비천의 인물이 아니라는 확신만 생긴다면 그렇게 하겠소이다.”
비천을 꺼내며 그녀의 표정 변화를 살폈다. 비천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급격히 밝아진 그녀의 표정이 날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뭐야? 왜 좋아하는 거야?’
비천으로 인해 가뜩이나 바닥을 기고 있던 무림맹에 대한 평판은 이제 땅속을 파고 들어간 상황이다. 맹주의 딸로서나, 맹주를 꿈꾸는 야심녀로서도 불편해야 정상이었다.
또한 비천의 인물이라면 당황하진 않더라도 절대 좋아할 리는 없었다. 최대한 티내지 않도록 조심할 테니까.
하지만 백리산산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반응을 보였다.
“호호! 무림에는 불행한 일이나 비천이라는 암중세력의 등장은 제겐 둘도 없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그런 제가 비천의 인물이라뇨? 어떻게 해야 결백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내게 방법이 있소. 그런데 둘 도 없는 기회라니 무슨 뜻이오?”
“무공에 돈과 재력을 다 갖췄다고 해도 존경받는 무림맹주는 될 수 없겠죠. 명성과 신망이라는 것은 단기간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한데 마침 암중세력이 무림을 위협하고 있으니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기회잖아요.”
“비천이 그리 만만한 단체는 아니라고 생각하오만.”
“지금도 잘 하고 계시잖아요. 이미 맹 내에서는 단주님의 일권무적이라는 광오한 별호를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더구나........”
백리산산이 새침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며 잠시 말을 멈췄다.
‘이게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칭찬 같은데 칭찬으로 들리지 않는 것이 꼭 철부지 어린애한테 휘둘리는 것 같아서였다. 찝찝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더구나?”
“더구나 단주님은 소림성녀와 지봉 남궁화 소저까지 얻으셔 시기와 질시를 한 몸에 받고 계시구요. 거기에 저까지 얻고 비천을 멸망시킨다면 단주님이 싫다고 해도 사람들이 맹주로 모시려 할 걸요? 물론 제가 아는 단주님이라면 싫다고 할 리도 없을 테지만 말이에요. 제 말이 틀렸나요?”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다. 나 역시 맹주를 시켜준다면 거절하기는커녕 지금이라도 당장 덥석 받아들일 터였다.
아무튼 그녀의 말을 듣다보니 너무 쉬워 금방이라도 맹주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쩝! 달콤한 말이구려.”
“호호! 달콤한 미래지요.”
“비천을 소저의 말대로 간단히 상대할 수만 있다면 말이오.”
백리산산이 다시 까르르 웃으며 말했다.
“호호호! 설마 전부 공짜로 얻으실 생각이세요? 최소한의 노력은 하셔야죠. 안 그러면 맹주가 아니라 도둑놈이죠.”
도둑놈 소리까지 들었으니 못할 말은 없었다.
“그 최소한의 노력이라는 것이 최소한이 아닐듯해서 말이오. 혹시 비천에 대한 대책을 세워 둔 건 없소이까? 이것저것 준비한 것이 많다면 비천이라는 변수에 대한 대책도 있을 법한데 말이오.”
“준비한 건 많은데 딱 하나가 부족해요.”
“하나?”
“네, 비천을 멸망시킬 절대고수를 아직 구하지 못했어요.”
“쩝!”
맞는 말이지만 이 역시 말장난에 불과했다. 스무 살짜리 어린애한테 사기당하고 나니 입맛이 썼다. 착잡해 하는 날 보며 백리산산은 뻔뻔한 얼굴을 들이대며 말했다.
“말했잖아요. 전 무공에 별로 소질이 없다고. 그럼 저한테 뭘 원하셨는데요? 아니 막말로 무공으로 말하는 무림에서 다른 대책이 있기나 하겠어요?”
또 맞는 말이라 대꾸할 말도 없었다. 백리산산에게 그럴만한 무공이 있다면 지금 내게와 웃음을 팔고 있진 않을 테니까 말이다.
‘새로운 유형의 강적이군.’
말로 날 갖고 노는 애는 처음 만났다. 스무 살이라는 나이를 생각하면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애였다.
“좋소이다. 한 가지 시험만 통과하면 당장이라도 특감단으로 차출하겠소.”
“시험이라면 비천의 간자가 아니라는 증명을 말하는 건가요?”
“그렇소.”
“다른 단원들도 전부 거친 시험인가요? 아니면 저만 특별히 받아야 하는 시험인가요?”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전부다 받았소.”
비천이라는 단어를 대는 간이 시험으로 말이다. 하지만 백리산산의 경우는 그것으론 부족했다.
‘맹주의 딸에 무림제일화라는 명성, 더구나 똑똑하기까지 하다면 비천에서도 중히 쓰이겠지. 최소한 백호안 이 단계는 써야.......’
그런데 뜻밖의 말이 백리산산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지금까지 비천이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데도 부족한가요? 혹시 시험을 핑계로 저한테 음탕한 짓이라도 하려는 수작 아네요?”
“헉! 그걸 어떻게!”
너무 놀라 나도 모르는 사이 헛소리가 튀어나왔다. 듣기에 따라서는 정말 수작을 부리려 했다는 것으로 들릴 수도 있었다.
영악한 백리산산이 놓칠 리가 없었다. 누가 덮치기라도 한 듯 한껏 몸을 움츠리며 말했다.
“어머! 정말 그럴 생각이었어요?”
“험험! 그런 뜻이 아니잖소! 대체 비천이라는 단어에 반응한다는 것은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이오?”
급히 화제를 돌렸지만 당할 그녀가 아니었다.
“그런 뜻이 아니면 무슨 뜻인데요? 단주님이 그런 분이실 줄은 정말 몰랐어요. 실망이에요.”
실망이라고 말하는 년이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생각 같아선 커다란 눈에 주먹을 꽃아 넣고 싶었다.
“휴우! 그만 합시다. 정말 궁금해서 묻는 것이니 대답해 주시오. 대체 어떻게 안 거요?”
백리산산이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호호호! 단주님이 정보각과 총관부에서 사람들 모아놓고 비천이라고 떠드셨잖아요. 사람들은 픽픽 쓰러졌고. 그런데 소림과 아미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더군요. 그래서 혹시나 해서 말해본 건데 사실이었군요.”
“하아! 나 참!”
결국 내 입으로 알려줬다는 뜻이었다. 내내 휘둘리다보니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실수를 했다.
역시 여자와 어린애, 노인네를 조심하라는 말이 맞았다. 짜증나게 굴어 한방 치고 싶어도 참아야 하니까 말이다. 그러다 이런 실수도 하게 되는 법이고.
“근데 단주님, 다른 방법은 또 뭐예요? 저도 궁금해서 그런데 알려주시면 안 되나요?”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것도 정도가 있다. 그리고 뭐가 예쁘다고 알려줄까?
당하고만 있으려니 짜증이 났다. 알다시피 난 뒤끝이 있는 놈이니까. 음침한 웃음을 흘리며 혀로 입술을 쓱 핥고 나서 말했다.
“흐흐흐! 정말 알고 싶소이까? 원한다면 알려 줄 수도 있소이다.”
“호호호! 예. 알고 싶어요. 어서 알려 주세요.”
눈을 찡긋하며 가슴까지 앞으로 내미는 백리산산이다. 내가 애를 잘 몰라도 한 참 모르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