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128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8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128화
128화. 돈줄을 막아보자
백리산산은 뇌까지 요염한 듯해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도 될 듯했다.
“하하하! 그렇게 되는 것이오? 허면 오늘 백리소저께서 이 한 모를 찾아온 이유를 물어도 되겠소이까?”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아버님이 강권해 찾아온 것은 아니랍니다.”
“날 찾아온 것은 완전히 소저의 뜻이라는 말이오?”
“그렇습니다, 단주.”
자세를 편하게 하고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왜요?”
“예?”
그동안 여유롭던 백리산산의 표정이 잠시 흔들렸다. 왜 왔냐는 질문이 전혀 뜻하지 않은 질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단지 질문하는 시기와 태도를 예상하지 못했나보다.
조금은 거만하고 귀찮은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소저께서 날 찾아 온 이유를 물었소이다만?”
“호호! 실례했어요. 전 단지 최근 위명을 떨치고 계신 특감단의 단주님이 어떤 분이신가 궁금해서 찾아왔습니다. 혹시 제가 잘 못 찾아온 건가요?”
이전에도 말했듯이 질문을 질문으로 되받는 애들은 아주 피곤한 애들이다. 나처럼.
“그래 이젠 궁금증이 풀렸소이까?”
“호호! 조금은요. 하지만 직접 뵙고 나니 또 다른 궁금증이 생기는 것 같네요.”
당당하고 여유 만만한 태도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졌다. 느끼한 시선으로 백리산산의 전신을 훑어 내리며 물었다.
“흐음! 아주 좋은 시도였소. 그리고 이젠 곁에서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도 무럭무럭 생기지는 않았소이까?”
“호호호! 단주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눈썹하나 찡그리지 않고 웃는 얼굴로 대답하기에 이번엔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쩝! 정말 안타깝구려.”
“무엇이 안타깝다는 말씀이신지요?”
“백리소저께서는 절 곁에서 찬찬히 지켜볼 기회가 없을 것 같으니 말이요.”
“왜 제게는 기회가 없을 까요?”
“백리소저는 내가 필요한 사람이 아닌 듯해서 말이오.”
“어머? 무얼 보고 그런 생각을 하신 거죠? 마치 쓸모없는 여자라고 하시는 것 같아 조금 서운하네요.”
딴에는 남심을 훔칠만한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또 평범한 놈이라면 눈이 뒤집힐 만큼 매력적이었고.
하나 내가 누군가?
과거 화류계의 수많은 여인들을 겪어온 내게는 일상처럼 보아온 작업 스킬일 뿐이었다. 척 보니 놀란 척, 서운한 척 하는 말과 몸짓 하나에도 애교가 녹아있는 전부 계산된 행동이었다.
“서운하라고 한 말이니 많이 서운해 하시구려. 한데 나도 백리소저에게 궁금한 점이 한 가지 있소이다만?”
“단주님께서 제게 흥미를 가지시다니 영광이네요. 단주님께서 궁금하신 것이 대체 뭘까요?”
“듣자니 백리소저께서는 아직 미혼이라고 하시던데 왜 혼인하지 않았소이까?”
“어머? 정말 그런 것이 궁금하셨어요. 호호호! 단주님이 제 혼사에 관심을 가져 주시니 왠지 기쁘네요. 그리고 질문에 대답을 하자면 아직 존경할 만 한 분을 만나지 못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크고 맑은 눈동자로 나를 빤히 쳐다보기에 눈을 찡긋해주며 물었다.
“어째 이젠 만났다는 뜻으로 들리오만 내가 착각한 것이오?”
“호호호! 글쎄요. 하지만 무척 흥미로운 분을 발견한 것만은 사실이에요.”
“오호! 누군지 몰라도 부럽구려.”
“호호!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괜히 절 놀리시려는 것 같은데요?”
“하하하! 사내라면 무림제일화의 관심을 받는 자를 어찌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겠소이까? 부디 그 사내와 좋은 관계가 이루어지길 바라겠소이다.”
백리산산은 환한 미소를 띠우고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단주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그렇게 되겠죠. 어쨌든 바쁜 와중에도 소녀에게까지 신경을 써 주시어 감사해요.”
“하하! 아무튼 부친이신 맹주님께서 백리소저를 이해해 주시니 다행이외다.”
“아버님이요? 예, 그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제 편이랍니다.”
맹주 핑계를 대고 있지만 이 시대에는 가당치도 않은 말이었다. 이 정도 자원을 쓰지 않고 있는 것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었다.
‘자신의 야망을 이루어줄 상대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겠지. 맹주는 백리산산이든.’
이 정도로 계산된 행동과 자신에 대한 통제가 가능한 애라면 확고한 목표가 있다는 뜻이다. 맹주와 같은 뜻이던지 개인의 욕망이라든지.
어쨌든 그러고 나서도 몇 마디 더 쓸 데 없는 대화를 나누어 보고 백리산산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
‘확실히 보통내기는 아니야. 얜 아무래도 신녀나금련이 과 같아. 이런 애가 얼굴도 예쁘면 적으로 만들면 무척 곤란한 상대지.’
은연중에 이런 저런 말로 흔들어 봤지만 백리산산은 시종 평정을 잃지 않았다. 막말로 맹주 딸이 심문을 받는 듯한 대접은 받아보지 않았을 텐데도 조금도 기분 나쁜 내색을 보이지 않았다.
나도 외국에 살면서 면전에 대고 웃는 얼굴로 욕을 많이 해봐서 안다. 우리나라 말로 말이다. 외국인인 상대는 표정만 보고 욕인지 모르지만 난 아주 걸쭉하게 욕을 해댔다.
‘소리장도笑裏藏刀라고 하나?’
기분을 내색하지 않는 애들은 대체적으로 위험했다. 자기관리가 잘 되는 애들이라는 뜻이니까. 빈틈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더구나 아직 스물밖에 되지 않은 얘라면 주의해 지켜볼 만한 필요가 있었다.
“하하! 아무튼 오늘은 백리소저를 뵙게 되어 개안한 기분이오. 눈만 호강한 것이 아니라 유익한 시간이 되었소이다. 그럼 이만.”
축객령을 내리자 백리산산은 고혹적인 미소를 띠며 일어나며 말했다.
“호호호! 왠지 가까운 시일 안에 단주님을 또 뵙게 될 것 같네요. 그때는 부디 오늘보다는 친절하게 대해주시길 기대하겠어요. 저도 여자랍니다.”
그런 말 안 해도 얼굴에 여자, 여자라고 쓰여 있었다.
“하하! 기대하겠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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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 부단주가 헐레벌떡 달려와 접객중인 날 찾았다. 급한 일이라 판단해 상대에게 양해를 구하고 나가보았다.
그런데 급하게 찾던 황보 부단주는 막상 내가 나타나자 주저하는 기색으로 보고를 망설이고 있었다.
“황보 부단주, 무슨 일입니까?”
“단주, 그동안 잠잠하던 비천이 다시 움직였습니다.”
그런데 보고를 계속하지 않고 주저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나와 관계가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어딥니까?”
“단주, 이번엔 사황련 소속의 철혈방입니다. 그리고.........”
다시 망설이는 기색에 감이 왔다.
“천하제일장이 공격을 받았습니까?”
내가 대수롭지 않게 질문하자 그제야 제대로 된 보고가 이루어졌다.
“예, 단주. 철혈방과 동시에 공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결과는 양패구상이겠군요?”
바로 지금 같은 때를 대비해 폭약을 묻어 두었으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겉으로 보기에만 양패구상이지 철혈방과 천하제일장의 무사들은 전부 무사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황보 부단주는 깜짝 놀라 물었다.
“예? 어떻게 그걸........혹시 벌써 보고를 받으셨습니까?”
“흐음! 그건 아니오. 아무래도 놈들은 날 무림맹 밖으로 끌어내고 싶어 하는 것 같소이다.”
“단주님을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이죠?”
“이제와 철혈방이나 본장을 칠 이유가 달리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예상 밖의 결과에 놈들도 당황했을 것입니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단원들을 소집할까요?”
“왜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그 문제는 신경 끄시고 가셔서 단원들과 하시던 일이나 하시면 됩니다.”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자 황보 부단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정말 장원에 가보시지 않으실 생각이십니까?”
“다 부서진 장원에 뭐 볼 게 있다고 가겠습니까? 더구나 밖으로 끌어내려는 것을 보면 이곳에 뭔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마침 며칠 전에 장원에 사람을 보냈으니 곧 자세한 소식이 올 것입니다.”
남궁진에게 연락을 했으니 뒤 처리까지 해 놓고 올라올 것이다. 아마 남궁진이라면 광견이와 금련이도 데리고 올 것이다.
‘땅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전각 몇 개 부서졌을 텐데 뭘.’
손해가 정 억울하면 나중에 황산파라도 차지하고 눌러 앉으면 된다. 더구나 놈들의 계획이 무산 된 이상 무림맹 밖으로 나가봐야 건질 것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놈들의 계획대로 움직여주고 싶지 않았다. 기반이 무너졌는데도 무림맹에서 꼼짝 하지 않으면 놈들이 더 당황할 테니까.
‘정보를 차단했으니까 다음은?’
돈줄을 막는 것이 순서였다.
‘흐흐! 군사부 애들은 좀 더 쫄깃하라고 놔두고.’
제갈 군사에게 경고한 바도 있어 현재 군사부는 초비상 상태였다. 때문에 급할 것이 없었다.
똑똑한 놈들이라 사정에 대한 대비는 완벽하게 해 놓았을 것이다. 지금이나 나중에 가나 결과는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그럴 바에는 똥줄이나 타게 놔두는 거지.’
학창시절 벌도 받기 전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가장 고통스럽다. 차라리 받고 나면 후련한 법이다. 놈들에게도 그런 기다림이라는 고통을 선물 하고 싶었다.
부단주인 화산신룡을 불러 명령을 내렸다.
“부단주, 지금부터 일각을 줄 테니 전 단원들에게 출동명령을 내리시오.”
“충! 그런데 이번 목표는 어딥니까?”
“총관부요.”
무림맹의 내정을 책임지는 총관부는 그 규모도 남달랐다. 총관부에 속한 무인만 삼백이 넘었고 일반인까지 포함하면 천명은 족히 되었다. 상시 거주 인구 일만이 넘는 인원의 살림살이라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수익사업이 거의 없음에도 굴러가는 것이 신기하지만 말이야.’
무림맹은 매년 각 문파가 출연한 자금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물론 출연금은 제각각이다.
하지만 구파나 세가 같은 명문대파의 출연금이 칠할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권리를 누리려면 그만큼 책임도 져야 하는 법이니까.
어쨌든 매년 막대한 자금이 움직이는 곳이 무림맹이다. 돈 있는 곳에 비리 있다고 손대는 순간 우수수 먼지가 떨어질 것은 분명했다.
‘일일이 다 건드려 원망을 살 필요는 없지.’
목표는 비천이지 무림맹의 정화가 아니었다. 내 것도 아닌데 욕까지 먹으면서 할 필요가 있는 일도 아니었고.
‘그저 잠시 돈 줄을 막고만 있으면 되는 일이지.’
음모를 꾸미는 데에도 돈이 들어간다. 또 지금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곳도 비천이었고. 그만큼 돈도 많이 쓴다는 뜻이다.
그런데 만일 무림맹의 자금을 비천이 일부라도 사용하고 있었다면 상당히 답답해질 것이다. 그리고 가장 민감한 문제가 돈이고, 돈 문제는 돈이 아니곤 해결되지 않는다.
‘다급해지면 악수를 두는 법이고.’
그때까지만 틀어막고 있으면 된다. 핑계는 수도 없이 널려 있을 터라 미리 준비할 필요도 없었다.
“단주! 모두 집결했습니다.”
어느새 일각이 지났는지 화산신룡이 보고했다.
“좋소! 갑시다.”
@
웅성웅성.
와글와글.
총관부는 무인보다 일반인이 더 많은 곳이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무인은 무식하니까.
‘무식이라기보다는 애초에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지만.’
생각해 보라. 무림인이라면 누구든 처음 무공을 익힐 때 영웅이 되고자 하지 주판알을 튕기려 하는 놈은 없을 것이다.
‘또 원래 한 우물만 파는 놈들은 다른 것엔 약하고.’
현대의 운동선수들을 보면 이해가 쉽다. 일류 선수일수록 다른 부분은 약한 법이다.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고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에도 이럴진대 무림인이야 말해 무얼 할까?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무공에만 매달린 놈들이 바로 무인이다.
‘그것도 뜬 구름 잡는 철학을.’
또 상인을 무시하는 시대적 상황까지 겹쳐 숫자와는 담을 쌓았다. 때문에 무인보다는 일반인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무인 역시 총관부에 근무하는 것을 꺼려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