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118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5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118화
118화. 육감은 자주 바뀌는 것
독심미호 제갈옥봉의 신병을 확보해 특감단의 전각으로 데려와 보호했다. 난 옆에 두고 내가 눈으로 봐야 안심하는 사람이다. 지금은 황보진진이 자진해 간호를 하며 지키고 있었다.
‘뭐, 있던 자리에 다시 데려온 것이지만 세상은 전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거니까.’
전각으로 돌아와 즉시 제갈세가의 가주이자 군사부의 수장인 제갈유에게 막내 딸내미의 소식을 전했다.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길길이 날뛸 리는 없을 테고.......’
현대에서는 늦둥이를 그것도 딸을 얻었다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애지중지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시대는 딸에 대한 감정이 조금 달랐다.
‘특히 있는 집 놈들은.’
개중에 그렇지 않은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정략의 도구정도의 느낌이다. 더구나 군사쯤이나 되는 놈이니 헐레벌떡 달려오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겉으로는 냉정한 척 해도 감정적인 동요는 있겠지?’
놈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생각을 하니 심장이 쫄깃해졌다.
‘어쩌면 흑막의 주인일지도 모르는 놈이니까. 아니라고 해도 최소한 심장부 깊숙한 곳에는 있을 테고.’
과연 제갈유는 내 예상을 실망시키지 않고 저녁 느지막이 홀로 특감단을 찾아왔다. 놈이 비천이라면 일련의 사건들이 나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나 또한 놈이 모든 것을 꾸몄다고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고.
사실 놈으로서도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오고 싶지 않은 길이지만 세간의 이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왔을 지도 모르고.
결국 어느 하나가 가면을 벗지 않는 이상 대화는 겉돌 수밖에 없었다. 놈은 그 안에서 뭔가를 찾으려 애를 쓸 테고.
“어서 오십시오. 제갈 군사님.”
“연락 감사합니다. 일찍 왔어야 했지만 업무를 마치고 오느라 이제야.......”
일단 놈은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는 군사다운 모습을 연기하고 있었다.
‘호오! 그렇게 나오시겠다.’
연기라면 나 역시 조금도 질 생각이 없다. 빤빤히 고개를 쳐들고 태연하게 얘기했다.
“영애의 불행한 소식을 전하게 되어 유감입니다. 일단 급한 치료는 마쳤지만 한계 이상의 수치와 고문으로 인해 정신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단주와 특감단 덕분에 목숨을 구한 것만으로도 다행입니다. 하지만 개방의 후개가 그런 일을 벌였다니.......”
말꼬리를 흐리며 날 쳐다보는 시선이 차갑다. 꼭 네가 벌인 일이 아니냐고 묻는 듯 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치 사람의 속은 아무도 모르는 법입니다. 영애는 일단 안정을 취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탭니다. 각별히 신경 써서 돌봐주셔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영애께서 정신을 차려야 옥안개를 응징할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태연하게 약을 팔았다. 병 주고 약 주는 꼴이라 아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일 거다. 어쩌면 속으로 이를 갈고 있을 지도. 하지만 놈 역시 표정은 한 점의 변화도 없었다.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한데 지난번엔 시간이 없어 여쭈지 못했는데 한 가지 알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제갈유는 제 딸이 미쳤다는 데도 화제를 돌렸다.
“군사께서 궁금하시면 알려드려야지요? 그래 무엇을 알고 싶으신 것입니까?”
“지난번 특감단원들이 위험하다면서 단주께서 후개를 비롯한 일부 단원들과 함께 마중을 나가지 않았습니까?”
고개를 갸웃하다 간신히 기억한 것처럼 대답했다.
“아! 그러고 보니 그런 일이 있었던 것도 같군요. 그런데 군사께서 그 일이 무엇 때문에 궁금하신지요?”
“그때 단주께서는 처음에는 사천의 점창으로 가신다고 들었는데 갑자기 진로를 바꿔 곤륜에 들리셨더군요.”
머리 좋은 놈들은 듣는 사람 감질나라고 꼭 한 번에 묻질 않는다. 저도 말하면서 다음에 할 말을 정리하고 그동안 듣는 놈은 답답해 환장하는 아주 좋은 수법이다.
그럴 때는 느긋이 기다리면 단답형의 대답이 최고의 응대법이다. 부연설명을 하다보면 제풀에 허점을 만들게 되니까 말이다.
“그렇소이다.”
“혹시 진로를 변경한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감이었소이다.”
“예? 방금 무어라 하셨습니까?”
잘 못 들은 게 아니라 부연설명을 유도하는 질문이다. 놈의 뜻대로 해 줄 내가 아니다.
“감이라고 했습니다.”
“감이라면.......혹시? 육감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렇소이다.”
그리고 입을 꾹 닫자 일순이지만 놈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발견했다. 놈 역시 내가 제대로 대답하지 않을 것이라고 깨달은 거다.
“사천까지 당도해 진로를 바꾼다? 지척인 점창에 들리는 것이 보통일진데 단주께서는 감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가보군요.”
“그런 편입니다.”
“호오! 그렇다면 또 한........”
또 다른 질문을 하려는 제갈유의 말을 끊었다. 계속 끌려다는 것은 내 성질에 맞지 않으니까. 정색하고 제갈유를 불렀다.
“제갈 군사님.”
“예, 단주님.”
“내가 군사의 부하였습니까?”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
“아니면 내가 죄를 지은 죄인입니까?”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정말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제갈유였다.
‘남궁 노괴가 왜 재수 없다고 했는지 이제야 확실히 알겠군!’
빤질빤질한 낯짝을 한 대 갈겨주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억눌렀다. 다 귀찮다는 듯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후우! 됐습니다. 군사께서는 이제 그만 영애나 데리고 가 보십시오.”
“실례를 범했다면 용서해 주십시오. 전 그냥 군사로서의 호기심으로 물었던 것입니다. 마침 당시 아미가 신비세력의 공격으로 멸문을 당했으니까 말입니다.”
제갈유는 이대로 끝내기가 아쉬운 모양이었다. 아미를 언급하며 대화를 유도하기에 못 이기는 척 응해줬다.
“그래서요?”
“아미와 점창은 같은 사천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신비세력의 다음 목표는 점창이 유력하지 않겠습니까?”
“그럴 수도 있겠군요.”
“설마 특감단주께서 신비세력이 두려워 발걸음을 돌리지는 않았을 테고.......새로운 정보라도 얻으신 것입니까?”
“이보시오, 제갈 군사님.”
“예, 한 단주님.”
또 조금 전과 비슷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번에는 내가 변화를 줄 생각이다.
“특감단의 업무가 무엇입니까?”
“갑자기 그건 왜?”
“아니, 그럼 군사부에서 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도대체 단주께서 무슨 의도로 질문하시는지를 전 모르겠군요.”
“만약 점창이 공격당하는 일이 벌어진다고 하면 그걸 막아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고 맹주와 군사란 말입니다. 난 본연의 임무를 게을리 해 신비세력의 공격을 막지 못하는 무림맹의 조직을 감찰하는 것이 임무고 말입니다. 그런 내가 왜 점창에 가겠소이까?”
“그럼 단주의 눈앞에서 공격당해도 업무가 아니니 방관하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마도. 하지만 벌어지지 않은 일을 가지고 함부로 말씀하지는 마십시오. 결과적으로 점창은 무사했고 단원들 역시 무사히 도착하지 않았습니까. 군사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정도면 내 감도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하하하! 그도 그렇습니다. 단주님의 육감은 절대 무시해선 안 될 것 같습니다. 오늘은 바쁘신 붙잡고 실례가 많았습니다. 시간도 늦었으니 이만 딸아이를 데리고 가야겠습니다.”
“부디 영애를 잘 치료해 꼭 제 정신을 찾도록 해 주시오. 그 길이 영애가 당한 치욕을 갚는 길이니까 말입니다.”
제갈유가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하며 말했다.
“단주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끝까지 예의를 잃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태도에 빈정 상했다. 결국 나가는 놈의 뒤통수에 대고 한마디 했다.
“아! 방금 내 감이 또 발동하는 군요.”
“예? 이번엔 뭐라고 합니까?”
“이것 참! 그럴 리가 없는데 감이 그렇다고 하니 무시할 수는 없겠습니다.”
“무슨 일인데 그러십니까?”
“글쎄, 가장 먼저 군사부를 조사하라고 그러는 군요. 군사님의 가내에 우환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조만간 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준비 철저히 해 두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이런! 단주님의 감이라면 틀림없겠지요. 빨리 돌아가 소홀한 것이 없나 살펴야겠습니다.”
제갈유는 날 향해 씩 웃어주고 돌아갔다.
‘이기고도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뭘까?’
정확히 말하면 오늘은 무승부였다. 근데 마지막에 울컥해 하지 않아도 좋을 말을 했다. 괜히 놈에게 시간만 벌어준 기분이 들었다.
‘쩝! 그래도 감은 자주 바뀌는 거니까.’
반드시 군사부를 먼저 조사할 필요는 없었다.
‘아무렴! 내가 언제부터 뱉은 말에 책임을 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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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무림맹에 뻗친 비천의 마수를 묶어두고 싶었다. 그 중 하나인 개방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것은 성공했다.
‘군사부도 예고를 했으니까 당분간 준비 때문이라도 꼼짝 못하겠지? 그럼 다음은?’
당연히 정보각이었다. 손발을 묶어 놓으면 뭔가 반응이 나올 테니까.
그런데 문제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발생했다. 소림이 헐레벌떡 달려와 다짜고짜 내 손을 잡아끌며 말했다.
“가가! 큰일 났어요. 어서 소림 장원으로 가봐야 해요.”
강호에서 성녀라는 소리를 듣는 소림이다. 그런 애가 경거망동하며 떠드는 대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주매, 무슨 일인데 그렇게 호들갑을 떨어? 사정을 말해야 나도 알지.”
“혜, 혜운 스님이 사라졌어요.”
혜운 스님은 아미 혈겁과 제갈옥봉의 관계를 증언해 줄 유일한 증인이었다. 때문에 현재 소림에서 보호 중이었다.
그런데 말도 없이 사라지다니. 불길한 예감이 먼저 들었다.
“뭐라고! 주매, 자세히 설명해 봐.”
“아침 공양에 참석하지 않아 찾아가봤더니 아무도 없었어요. 아무리 찾아봐도 어제 이후로 본 사람도 없고요.”
“도대체 어떻게.......아니다. 일단 가보는 게 먼저다. 어서 가자.”
“예, 가가.”
짜증이 났지만 소림에게 화를 낼 일이 아니었다. 일단 자세한 사정을 알아보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 먼저였다.
소림 장원으로 뛰어가며 전음으로 물었다.
-혜운 스님이 사라진 것에 대해선 소림에선 얼마나 알고 있지?
-무광 할아버지와 혜운 스님을 보호하던 네 명의 사형들 말고는 알지 못해요.
-사형들은 무사하고?
-예, 그래서 더 이상해요. 혹시 자발적으로 사라진 것이 아닐까요?
-글쎄. 그럴 수도 있겠지.
소림의 말만으로는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지만 납치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감히 태산북두인 소림 장원에 침입해, 절정고수 네 명이 지키는 혜운 스님을 쥐도 새도 모르게 납치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상 장로도 개방에 잠입해 제갈옥봉을 심어놨으니까 전혀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지.’
그래도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다른 가능성도 생각해 봐야했다. 최근 혜운 스님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사람은 소림이었다.
-주매, 혹시 최근에 이상한 점은 없었어? 뭔가 우울해 한다거나 아니면 불안해한다든지 말이야.
커다란 사건을 겪은 후이기에 현대에는 흔한 병중의 하나인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왔을 수도 있다. 만일 그렇다면 스스로 몸을 감추거나 최악의 판단을 할 수도 있었다.
-아니요. 어제만 해도 후개와 독심미호의 일을 전해 듣고 가가에게 감탄하던 걸요. 스님이라 말로 하지만 못해도 속이 후련해 보였어요.
-그랬어? 한데 아미에는 연락했어?
-예, 혜운 스님에 대해서는 아미에도 단정斷情 장로님밖에 알지 못해요. 이미 찾아가 뵈었는데 전혀 모르고 계셨어요. 지금 단정 장로님은 소림 장원에 와계셔요. 그분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세요.
당연한 일이다. 대제자인 혜운 스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아미파는 앞으로 힘든 길을 걸어야 했다. 정예는 모두 죽고 현재 아미 장원에 있는 제자들은 이류들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