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117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3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117화
117화. 내가 한 일은 남에게 미루자
못 마땅한 얼굴로 소림에게 뭐라 하려는 취팔개는 고리눈을 뜬 무광 스님과 눈이 마주치곤 찔끔해 앞장섰다.
‘과연 소림이야! 취팔개를 끌고 들어가다니.’
내 기대에 완벽히 부흥하는 소림이었다. 제가 직접 찾지 않고 취팔개로 하여금 찾게 하려는 것이다. 그래야 효과가 더 크니까.
시키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응용할 정도까지 발전한 것이다.
‘역시 무공만 문일지십이 아니야.’
천재는 뭘 해도 천재인가보다. 이젠 잔머리도 나에 필적할 만큼 돌아가는 소림이다. 남궁이 이 모습을 봤다면 지봉 자리를 뺏길까봐 조바심을 내었을 것이다.
저런 애가 어쩌다 나 같은 놈에게 걸려 사기까지 배우게 됐는지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스르륵.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취팔개였다. 알다시피 실내연무장은 대부분 석실로 만들어 어두웠다.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보라는 듯이 육중한 실내연무장의 문을 열었다.
화륵!
석문이 열리고 불을 밝히자 실내연습장의 내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취팔개가 앞장 서 들어가며 말했다.
“자! 얼마든지 살펴봐라! 어디 옥안개의 흐........헉!”
의기양양하게 떠들던 취팔개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말을 잇지 못했다.
“꺅!”
“꺄악!”
취팔개의 뒤를 따르던 소림과 황보진진이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 전장에서는 눈 하나 깜짝 않고 목을 베던 두 여자의 내숭이지만 효과는 컸다. 상황에 맞게 어울리는 소리가 있으니까 말이다.
두 여자의 비명소리에 모든 사람의 시선이 실내연무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목불인견의 참상을 목격하고 인상을 찡그렸다.
연무장 구석에 있는 돌 침상에는 한 여인이 처참한 몰골로 쇠사슬에 묶여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정신이 나간 듯 입으로는 침을 질질 흘리며 연신 불안한 시선으로 사방을 둘러보며 떨고 있었다.
여인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였는데 잔혹하게도 유방까지 잘려있었다. 더구나 전신은 채찍으로 고문을 당한 듯 백옥 같은 살결을 빨간 채찍 자국이 구렁이처럼 감고 있었다.
누가 봐도 변태한테 걸려 모진 수모를 겪으며 능욕을 당한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은 모두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고.
“헉! 세상에! 이런 천인공노할 짓을.”
“대체 이곳에선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기에.”
“이런! 날 벼락 맞을 놈을!”
사정을 모르는 단원들이 고개를 돌리며 모두 잔인한 행동을 비난했다.
‘딸꾹!’
왠지 내 욕을 하는 것 같아 딸꾹질이 나오려 했다. 간신히 삼키고 단원들을 밀치며 안으로 들어갔다. 얼른 장삼을 벗어 황보진진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황보 부단주, 성녀! 어서 이것을!”
“예, 단주!”
황보진진과 소림이 얼른 여자에게 다가가 장삼으로 나신을 덮어주었다. 여자를 부축하던 황보진진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헉! 이 여자는 독심미호 제갈옥봉!”
역시 생각대로 황보진진은 동년배라 얼굴을 알아보았다.
“독심미호! 제갈 군사의.......”
웅성웅성.
제갈옥봉의 이름을 아는 사람들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웅성거렸다.
“황보 부단주, 그 여인이 독심미호 제갈옥봉이 틀림없소이까?”
“예, 단주. 이 여자는 독심미호 제갈옥봉이 확실해요. 과거에 몇 번 만난 적이 있어 확실히 기억하고 있어요.”
그러자 이번엔 모두의 시선이 취팔개를 향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빈 허공을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 사실 취팔개는 연무장에 들어와 처음 그녀를 발견한 순간부터 정신이 나가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웅성거리자 정신을 차렸지만 그는 아직도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아니 후개의 일과는 별개로 절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제 내게 경고를 받은 후,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철저히 점검하고 단속했을 테니까.
하지만 누가 있어 감히 개방의 삼엄한 경계를 뚫고 이런 짓을 벌일 수 있단 말인가? 경계 역시 개방의 책임인 바, 범인을 찾지 못하는 한 꼼짝없이 누명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취팔개는 맹렬히 고개를 저으며 정신이 나간 듯 중얼거렸다.
“아니야! 이럴 리가 없어. 이건 음모야!”
“갈! 이렇게 명백한 증거가 눈앞에 있는데도 아직도 옥안개를 옹호한단 말이오? 설마 개방이 알고서도 방조했단 뜻이오?”
생쥐에 물릴까봐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줬다. 백호기가 섞인 일갈에 취팔개는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사람들의 적의에 찬 시선이 자신에게 몰려 있자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리고 해답은 내가 한 말속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 옥안개! 설마 그놈이 이렇게 천인공노할 짓을 벌일 줄이야. 이 일은 모두 옥안개의 짓이오. 지금 이 순간부터 옥안개는 더 이상 개방의 제자가 아니오. 개방 역시 책임을 느끼고 그놈을 추포하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오.”
기다렸다는 듯이 단원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특감단은 들어라! 지금 이 순간부터 개방 장원을 봉쇄하고 옥안개를 수색하라. 개방도 역시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단 한 명도 장원을 벗어날 수 없으며 수색에 최대한 협조하라! 취팔개 장로를 비롯, 모든 개방의 간부들 역시 혐의를 벗기 전까지는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오! 이건 협조 요청이 아닌 명령이오!”
사실상의 감금명령이었다.
“충!”
일사불란하게 큰 소리로 대답하는 단원들과는 달리 개방도들은 침묵을 지켰다. 그 꼴을 가만 보고 있을 내가 아니다.
“취팔개 장로! 어째서 개방도는 대답이 없는 것이오. 정녕 수사에 협조할 생각이 있긴 있는 것이오?”
“하지만 장원을 봉쇄하는 것은........”
“갈! 장로는 지금 이의를 제기할 입장이 아니란 것을 모르시오!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듯한데 꼭 뜨거운 맛을 보아야만 깨달을 수 있단 말이오? 분명이 말하겠소. 요청이 아닌 명령이고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강제로 집행할 것이오!”
“........”
그래도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는 듯 입을 꾹 다물었다. 그렇다면 내가 한 말이 있어 끝까지 가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늘 목적은 끝을 보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개방을 망신주고 제갈 세가를 끌어 들여 어떻게 나올 것인가 살피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뭐, 서로 관계가 있을 테니 별일이야 있겠냐마는.’
제갈과 개방은 자신들이 벌인 일이 아니라 조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도 보는 눈이 있기 때문에 제갈 세가 입장에선 뭔가 행동을 취해야만 했다. 그걸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고.
아무튼 중재가 필요할 때라 남궁 노괴에게 전음을 보냈다. 세 노인네 중에 그나마 머리가 도는 양반이니까 말이다.
-어르신 구경 잘 하셨으니 이젠 나설 땝니다.
-흐흐! 전부 네 놈의 작품이렸다?
-알면 다치십니다. 그보다 안 나설 겁니까?
-흐흐! 네놈이 설치는 꼴을 더 구경하고 싶다마는 내막이 궁금해 나서야겠구나. 나중에 자세히 얘기해 주어야 한다.
-알았습니다.
대답을 듣고 나자 남궁 노괴가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취팔개 장로, 개방 장원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닐세. 허니 개방은 수사에 적극 협조해 혐의를 벗어야 할 걸세.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를 반드시 색출하게. 그렇게 못하면 저 친구들이 가만있지 않을게야.”
슬쩍 옥안개 사건과 관련 있는 무광과 황보 노인네를 가리키는 남궁 노괴였다.
“네 놈과 개방의 행동을 지켜보겠다, 취팔개.”
“소승도 일단은 특감반의 조사를 기다려보지. 하지만 만족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아미타불!”
두 노인네의 적절한 협박이 가해지자 취팔개는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알겠소이다, 한 단주. 개방은 단주의 지휘를 받아 범인 색출에 최대한 협조하겠소.”
“좋소! 화산신검 부단주는 즉시 맹주부에 보고해 개방 장원을 봉쇄할 무력부대를 배치하라. 황보 부단주는 이 사실을 군사부에 알리고 제갈 군사를 모셔오라!”
“충!”
병력이 없어 직접 봉쇄하지 못하자 취팔개는 안도하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없는 범인을 잡으려 부하들을 고생시킬 내가 아니었다. 솔직히 봉쇄를 할 필요도 없었고.
‘범인은 잡는 게 아니고 만드는 것이거든.’
과거 경찰 재직 중 가장 많아 보고 배운 일이 바로 그것이다. 필요할 때 잡아놓은 후개를 풀어 놓으면 일건 낙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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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을 중인환시리에 개망신을 준 뒤, 전각으로 돌아와 단원들에게 각자 분타주 급인 오결五結 제자 이상을 취조하라고 지시했다.
오만五萬의 방도幇徒를 가진 개방이다. 당연히 간부의 수도 많은데 현재 간부의 칠할 정도가 무림맹에 와 있었다. 그들을 심문하는 데만도 얼마가 걸릴지 모른다.
하지만 조금도 서두를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심문이 목적은 아니었다. 특히 잘못해 비천이라는 말을 내뱉기라도 하면 바로 죽어버린다. 자칫 우리가 심문 중에 죽인 것으로 되어 곤란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할 일이 없어 특감단 전각에 뭉개고 있던 세 노인네 중 남궁 노괴가 물었다.
“심문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어떻게 할 생각이냐?”
“어차피 이놈들은 올챙입니다. 비천을 떠올려도 죽지 않을 정도의 인물을 잡기 전에는 심문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보다 정신 사납게 여기서 뭉개지 말고 혈마인이나 연구해 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마교나 사황련보다 늦어서야 되겠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그쪽에 공부가 있는 놈을 기다리는 중이다. 괜히 말 돌리지 말고 네 생각을 말해 보거라.”
“쩝! 상대를 모르는데 무슨 생각이 있겠습니까? 지금처럼 이곳저곳 쑤시다 걸리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단 제갈 군사를 만나본 다음에 천천히 생각해 보려 합니다.”
황보 노인이 바짝 다가앉으며 관심을 보였다.
“흐흐! 그럼 다음은 군사부인 게냐?”
“군사부와 원한이라도 있습니까?”
“원한은 무슨.”
표정을 보니 말과는 달리 사연이 있어 보인다. 이런 때 뭐냐고 물어보면 옳다 싶어 한나절은 떠들 것이다.
“군사부 보다는 제갈 군사에게 관심이 있습니다. 제가 가장 의심하는 자라면 당연히 그와 개방방주니까 말입니다.”
“그 놈이 설사 비천의 인물이라고 해도 쉽게 정체를 드러낼까?”
현 제갈 세가의 가주이자 무림맹의 군사인 신산수神算手 제갈유諸葛裕는 오늘날의 무림맹을 만든 놈이었다. 좋은 뜻이 아닌 이류들의 놀이터로 전락시킨 놈이라는 뜻이다.
두 번 정도 놈과 만났지만 깊은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나보다 똑똑한 놈과는 길게 얘기를 나누지 않는다.’는 신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대해야 할 때였다. 몇 마디 나눠보고 안되겠다 싶으면 억지로 나갈 생각이고 말이다.
그전에 놈에 대한 사전지식이 필요해 노인네들에게 물었다.
“어르신들, 제갈 군사는 한마디로 어떤 놈입니까?”
“제갈유? 재수 없는 놈이지.”
남궁 노괴의 즉답에 황보 노인이 보탰다.
“싸가지도 없고.”
“아미타불!”
이건 당연히 동의한다는 아미타불이었다. 두 노인네의 말에 무광 스님이 격렬하게 끄덕이고 있었으니까.
‘어라? 무림맹의 군사라는 놈이 재수 없고 싸가지 없다? 뭔가 이상한데?’
군사라면 구파와 오대세가의 위상과 전력을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쉬운 일이 많은 것은 놈이지 구파나 세가가 아니고 말이다. 그런데도 평판이 그렇다는 것은 뭔가 의도된 이미지란 뜻이었다.
‘하지만 왜?’
이미지 세탁을 한다면 일반적으로 좋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러 나쁘게 보여서 좋은 일은 하나도 없으니까 말이다.
‘새끼, 원래 성격이 그런 것 아냐? 자식 놈을 보면 그럴 수도 있는데........’
하지만 그런 성격을 가진 놈에게 군사를 맡기지는 않을 것이다. 맹주가 맡기고 싶어도 장로원에서 반대할 테니 말이다.
‘그럼 장로원에 대한 정치는 잘 했다는 얘긴데.......이 노인네들은 왜 이런 소리를 하는 걸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치에 맞지 않아 골치가 아파왔다.
‘에이! 만나보면 알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