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115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2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115화
115화. 연기파 배우들
척하면 착이라고 밖에서 듣고 있던 소림이 득달같이 달려와 물었다.
“가가! 무슨 일이에요?”
“주매! 그날 후개에게.......아니오. 주매에게 그런 불쾌한 일을 다시 떠올리게 할 수는 없소. 어서 특감단을 소집하시오. 특감단의 첫 번째 임무는 개방 장원을 수색해 숨어 있는 후개를 찾는 일이오!”
소림은 후개라는 말이 나오자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가가, 취팔개 장로님이 혹시 그 일로 사과하러 오신 건가요? 그렇다면 대리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라고 전해주세요. 본인이 직접 찾아와 석고대죄라도 하지 않는 이상 용서할 생각이 전혀 없으니까요. 단지 저뿐이 아니라 소림과 사부님도 모욕한 일이니까요.”
옆에 있는데 나보고 전해 달라는 소림이다. 이건 돌려치기라는 아주 고급수법이었다.
아무튼 난 소림의 천연덕스러운 연기에 내심 깜짝 놀랐다. 나날이 발전하고는 있었지만 성장 속도가 너무 빨랐다.
‘허어! 서당 개 삼년이라더니 이젠 애드리브도 칠 줄 아네.’
이런 애드리브는 잘 받아줘야 점점 발전한다. 주연급 배우 하나 육성한다는 기분으로 받아줬다.
“주매! 하지만 죄는 미워해도 사람을 미워해선 안 되지. 또 막말로 취팔개 장로야 무슨 죄가 있겠어? 반반한 거지새끼 하나 주워 키웠더니 배은망덕한 짓을 벌이고 도망친 것일 수도 있잖아?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전에 단정 짓는 것은 옳지 않아.”
알겠지만 난 죄도 미워하고, 죄 지은 놈은 더 미워한다. 법은 용서해도 난 절대 용서하지 않았다. 그런 놈이 할 말은 아니지만 난 떳떳하게 할 수 있었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니까 말이다.
취팔개도 장로씩이나 되는 놈이었다. 소림과 내 수작은 빤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후개가 벌인 짓이 사실이라는 생각이 들어 감히 대꾸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가가! 그런 금수보다 못한 놈이 저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파랗게 질린 얼굴에 눈물이 그렁그렁해 몸까지 파르르 떠는 소림이다. 보는 사람의 연민과 분노를 일으키게 할 정도로 완벽한 연기였다. 완전히 역할에 몰입한 거다.
‘빠졌네, 빠졌어!’
떨고 있는 소림을 끌어당겨 안아주며 취팔개에게 말했다.
“취팔개 장로. 보셨듯이 이젠 그냥 지나갈 수 없는 사안입니다. 주매가 참는다고 해도 황보 부인과 황보 세가에서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 정말 개방 장원에 후개를 숨겨 놓지 않았는지 확인해 보는 방법밖에는 없을 듯합니다. 전 지금 즉시 맹주에게 보고하겠습니다.”
“하, 한 단주. 정말 그렇게까지 해야 하겠나? 정녕 개방과 척을 질 생각인가?”
“척이라고 하셨소이까? 그럼 개방은 그런 후안무치하고 파렴치한 개새끼를 감싸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정말 전 무림과 척이라도 질 생각입니까? 도대체 천하제일방의 의기는 다 어디다 팔아먹은 겁니까? 마음대로 하십시오!”
뚜벅뚜벅.
한바탕 쏟아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각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맹주에게 이르러 가는 거다.
물론 특감단의 업무는 선결사항이지만 일을 크게 만들려면 먼저 알려야 했다. 그래야 각각의 반응을 지켜 볼 수 있으니까.
이미 전각 앞에는 굳은 표정의 단원들이 모여 있었다. 그렇게 큰 소리로 떠들었는데 안 모이면 단원으로서 실격이다.
그런데 이렇게 다 모아놓고 보니 기분이 묘했다. 구파와 세가의 차기 문주거나 이미 가주가 된 놈들도 있었다.
예외라면 여자들인 소림과 남궁, 황보 부인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녀들이라고 해서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흙수저는 아니었다. 그들도 엄연히 로열패밀리의 일원이었다.
‘이 새끼들 전부 엄친아잖아!’
정확히는 세상을 움직이는 상위 1%의 인간들이었다. 그리고 늦어도 20년 후는 이놈들이 세상의 주인공이 될 것이 분명하고.
‘다 때려치우고 얘들이나 조교해?’
얘들만 내 맘대로 조종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무림정복이었다.
‘비록 반쪽짜리긴 해도 말이야.’
물론 마교와 사파가 남아있긴 해도 아무래도 선택지의 하나로 남겨둬야 할 듯했다. 선택지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이런 애들 가지고 무림맹도 접수하지 못하면 나가 죽어야지.’
무림맹의 최고 권력기구인 장로원도 엄밀히 말해서는 얘들 똘마니였다. 얘들은 무림맹에서 찾아보기 힘든 순혈의 직계들이니까 말이다.
‘암! 난 더 당당하게 나가도 돼.’
생각해보니 무림맹주나 군사, 정보각주를 어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걔들보다 정말 어려운 사람이 장로원의 장로들이니까. 이미 최상층의 취팔개를 씹었는데 아랫것들을 이제와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솔직히 별 생각 없이 들이댔는데 생각보다 꿀 보직 인걸?’
날 특검단주에 앉힌 세 노인네가 알면 땅을 치고 후회하겠지만 이미 늦었다. 이미 차지한 자리를 내 놓을 나는 절대 아니니까.
우선 격앙된 표정으로 얘들을 쳐다보며 명령을 내렸다.
“단원여러분! 들어서 알겠지만 발족식 후 첫 임무는 파렴치한 옥안개에 대한 조사가 될 것이오. 그리 알고 발족식 준비에 만전을 기해주시오. 이상!”
개방 장원에 후개도 없는데 당장 찾아갈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시간을 주고 지켜보면 놈들이 무엇을 숨기는지 알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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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알 수가 없단 말이야?’
맹주에게 이르고 나왔지만 왠지 찝찝한 기분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도대체 맹주가 어떤 놈인지를 이번에도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맹주는 내 보고를 듣고는 아주 전형적인 말만 내뱉었다.
-그래도 개방인데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떤가?
보고를 받고 꺼낸 첫마디였다. 그래서 피를 토하며 정의사회구현을 외쳤더니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증인까지 있다면 나도 더 말릴 수는 없구먼 그려.
제가 황희 정승도 아니면서 말이다. 우유부단에 무사안일, 복지부동의 화신 같은 태도였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맹주상에 특화된 놈이거나 그냥 줏대 없는 놈이라는 뜻인데........그도 저도 아니면 정말 무서운 놈이고.’
그 정도는 자신마저 속일 수 있는 단계로 바로 나와 동급이다. 무조건 피해야 할 상대였다. 그런데 그런 놈은 세상에 나밖에 또 있을 수가 없다.
‘그러니 환장하겠다는 거지.’
놈이 지나가는 무사 1이라면 신경도 쓰지 않을 거다. 그런데 놈은 명목상이나마 무림맹주가 아닌가?
그것도 혈왕지겁 이후 10년간 자리를 지킨 장수 맹주였다. 반드시 뭔가 있을 텐데 그걸 모르겠는 거다. 상대방에 대해 잘 모를 때 가장 불안하고 초조한 법이라 찝찝한 것이고.
“이놈! 네 놈이 감히!”
풀리지 않는 의문을 갖고 특검단으로 돌아오는데 난데없이 고함소리와 함께 흉맹한 장풍이 날아왔다. 생각에서 깨어나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지척에 이르고 있었다.
부와앙!
백호강기가 있어 웬만하면 몸으로 때우려 했는데 상대가 황보 노인이었다. 더구나 장풍의 기세가 워낙 흉흉하고 강맹해 급히 권을 뻗어 막았다.
“백호출동!”
콰앙!
턱턱턱!
전력을 기울이지 못해 세 걸음이나 뒤로 물러나서야 간신히 멈췄다. 하지만 상대가 상대인지라 역공을 취할 수는 없었다.
‘갑자기 노망이라도 들었느냐?’는 표정으로 쳐다볼 수밖에. 다행히 노망은 아니었는지 황보 노인네도 재차 공격해 오지는 않았다.
대신 빨개진 얼굴로 사지를 부들부들 떨며 소리쳤다.
“이놈! 네놈을 믿었거늘! 그런데 네놈이 어떻게!”
“제발 문장을 완성해 주십시오. 그래야 알아들을 것 아닙니까?”
“이놈아! 네가 그 애를.......아니 우리 황보세가를 망신을 시켜도 유분수지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이냐!”
‘아하! 황보 부인.’
갑자기 황보 노인네가 발광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사실 발광도 아니고 저 노인네도 원하는 것이 있어 연기하는 중이다.
‘당사자는 아무 말도 안하는데 왜 삼자가 나서서는. 쯧!’
후개를 파렴치한으로 모는 일은 황보 부인의 동의를 얻은 일이었다. 또한 실제로 벌어진 일이었고.
그럼에도 황보 노인네가 모른 척 꼬장을 부리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내가 동네방네 떠들고 다녀 혼사길 막았다고 우기고 싶은 거지. 그러니까 니가 책임져라 이 말이 하고 싶은 것이고. 제길, 떡 줄 년은 생각도 안는데.......’
시대가 시대인 만큼 황보 노인이 까라면 황보진진도 어쩔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난 이 시대 사람이 아니라 준다고 덥석 받을 수는 없었다.
물론 싫다는 것은 아니다. 말했듯이 힘닿는 대로 엮어갈 생각이니까. 그런데 최소한 서로가 애틋한 감정은 있어야 하는 거다.
‘받아봐야 무슨 재미가 있겠어? 의무적인 생산 활동이 되는 거지.’
한마디로 마구로는 싫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노인네가 아무리 억지를 부려봐야 황보진진이 원하지 않는 한 소용없었다.
그렇다고 이런 구구절절한 얘기를 대로에서 할 수도 없는 일.
“죄송합니다, 제가 부족해 황보 부단주의 청정을 훼손시켰습니다. 이런 곳에서 떠들 일이 아닌 것 같으니 일단 안으로 들어가시죠.”
“그럼 네놈의 잘못을 인정한다는 말이냐!”
황보 노인네는 조금도 양보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아예 이 자리에서 못이라도 박을 생각인 모양이었다.
안되겠다 싶어 정색을 하고 전음을 보냈다.
-어르신, 계속 이렇게 나오실 것입니까? 나머지는 당사자들이 알아서 할 테니 그만 하시죠. 자꾸 이러시면 그나마 있는 정도 떨어지겠습니다.
-이놈아! 그러기에 준다고 할 때 ‘황공합니다.’ 했으면 되는 일 아니냐? 진정한 사내대장부라면 여인네의 아픔은 감싸 안아줄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야.
노인네는 돌싱이라 내가 거부하는지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참나! 한번 실패한 것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닙니다. 정작 당사자는 조금의 관심도 없는데 괜히 어르신만 안달하시니까 저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이놈아, 여자도 많은 놈이 어찌 그리 둔감한고. 척 보면 모르겠느냐? 진진이가 뭐가 아쉬워 네놈 밑에서 일하겠느냐? 그 아이가 본가로 돌아오고 십년이 지나도록 요즘처럼 환히 웃는 것을 난 본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그 문제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말입니까?
-아니면? 내가 미쳤다고 쥐뿔도 없는 네놈에게 억지까지 쓰겠느냐?
-알겠습니다. 그 문제는 이제 제게 맡기시고 그만 들어가시죠. 더 있어봐야 창피만 늘 뿐입니다.
노인네가 주변을 둘러보는 것으로 보아 잘 해결된 듯했다. 그래도 확답을 받고 싶은지 발길을 돌리며 한마디 했다.
-믿어도 되는 거지?
-영웅은 호색이라고 했습니다.
-그래. 네놈이 영웅은 아니어도 호색은 틀림없지. 이놈아!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 온지나 알아. 중원제일화를 손에 넣었으니.
십년 전의 얘기다. 물론 그동안 미모가 빛을 바래지는 않았지만 고슴도치도 제 새끼가 제일 예쁜 법이다.
‘쩝! 일주일에 하루는 쉬어야 하는데.......’
벌써 여섯 명이다. 아무리 시대와 문화의 축복을 받고 있어도 조금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어째 이번엔 피골이 상접해 죽는 것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