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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절대무적 107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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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107화

107화. 내가 제일 잘 하는 일

 

“세 분께서는 비밀을 유지하며 혈마인을 조사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죄송한 말씀이지만 혹시 모를 간자를 찾아내셔야 합니다.”

“간자라면? 설마 우리 세가에 간자라도 있다는 말이냐?”

개방과 제갈세가를 의심하는 마당이다. 구파에도 당연히 간자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상식중의 상식인데도 자기네는 아니란다.

‘그놈의 자존심은.’

본인들도 한두 살 먹은 어린애가 아니라 알고 있지만 희망사항을 말해본 것뿐일 것이다. 아니면 늙으면 애가 된다고 하니 정말 어린애가 됐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혹시’ 라고 했습니다. 상대가 오랜 세월에 걸쳐 준비를 했다면 반드시 각 파에 적어도 한두 명의 간자는 심어 두었을 것입니다. 특히 유서 깊은 소림과 남궁, 황보 세가라면 놈들로서도 부담이 될 테니까 말입니다. 제가 놈들이라면 반드시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

늙은이들이 삐칠까봐 니네들이 잘나서 간자도 있는 것이라고 해줬다. 그래야 반발이 덜할 테니까.

내 의도를 깨달은 혜운스님만이 뿌듯해 하는 세 노인네의 모습에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꾹꾹 눌러 참고 있었다.

남궁노괴가 혜운스님과 제갈옥봉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 아이들은 어떻게 할 생각인 것이냐? 네 말대로라면 혜운은 위험하지 않겠느냐?”

“그 문제는 같은 계열이니 소림에서 맡아 줬으면 합니다.”

“흐음. 아무래도 그래야겠지. 그런데 저 아이의 정신을 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게냐?”

“그것도 소림에서 맡아주십시오. 정신을 떠나 중요한 증인입니다. 치료한답시고 섣불리 손대 죽이면 안 됩니다.”

잘못하다간 아무 일도 하지 못할까봐 불안한 황보 노인네도 끼어들었다.

“혈마인은 우리가 한 구씩 맡아 연구하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한 구씩 말입니까?”

“그래, 한 곳에서 연구하는 것 보다 다양한 방법을 실험해 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마음 같아선 다 가지고 가고 싶었을 거다.

“그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그럼 다른 일들은 전부 해결됐으니 제 문제를 빨리 처리해 주십시오.”

“정보 쪽보다는 감찰 쪽으로 알아보도록 하지. 아무래도 그쪽이 제갈세가의 입김이 약하니까 말이야.”

“좋습니다. 최소한 단독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자리여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알았다. 우리 셋이 나서는데 설마 맹주놈이 안 된다고야 하겠느냐. 그 문제는 걱정 말거라.”

세 노인네의 배분과 성격이라면 문제없을 듯했다. 배분도 배분이지만 셋 모두 성격이 보통이 아니니까 말이다.

“알겠습니다. 노파심에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오늘 있었던 일은 절대 비밀입니다.”

미심쩍은 표정이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세 노인네였다.

 

@

 

“쩝! 결국 또 혼자 자야겠네. 주매, 통금이 몇 시라고 했지?”

“호호! 저도 아쉽지만 조금만 참아요. 무림맹에 자리를 얻으면 장원을 나갈 수 있잖아요.”

노인네들을 끌어들이는 바람에 당분간은 남궁 장원에서 머물게 되었다. 소림으로 가자는 걸 극구 사양했기 때문이다. 소림장원으로 들어가면 잠자리뿐만 아니라 먹는 것도 부실해 견딜 수가 없었다.

‘삼대 욕구 중에 하나라도 만족해야지.’

소림장원에서는 성욕과 수면욕을 충족할 수 없었다. 그랬더니 무광이 꼬장을 부려 통금시간을 정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황보 노인과 매일같이 남궁 장원으로 찾아와 노닥거리다 소림을 데리고 돌아갔다.

뭐 정 급하면 낮거리라도 하면 되니까 일단은 참아보기로 했다. 곧 무림맹에 보직을 얻으면 관사가 나올 테고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까 말이다.

“가가, 할아버님들이 찾으시겠어요. 어서 가 봐요.”

“에휴! 어찌 된 노인네들이 잠시도 놔주질 않으니.......쩝! 그래 가자.”

세 노인네들은 오랜만에 할 일이 생기자 살 판 난 듯 아삼륙이 되어 뭉쳐 다니고 있었다.

배분은 남궁과 황보가 한 끗발 위인데 같이 늙어가는 처지라 편히 지내는 듯했다. 물론 그 중심엔 항상 내가 있었고.

나름 조언을 해 주겠다는 깜냥인데 결국은 내 지시를 따르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본인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이미 대청에는 거창하게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소림과 같이 들어오자 황보 노인네가 빈정거리듯이 말했다.

“쯧쯧! 어린놈이 무슨 그리 자주 변소에 가는지 원. 이놈아, 내가 너 만할 때는 이삼 일에 한 번씩밖에 안 갔어. 안 그러냐, 남궁노괴야?”

“헐헐헐! 난 지금도 그래.”

그건 변비거나 오줌소태에 걸린 것이고 전립선의 기능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내가 화장실에 자주가고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따로 있으니까. 아마 그 이유 때문에 시비를 걸고 있겠지만.

“아, 예. 예. 당연히 그러셨겠죠.”

영혼이 1도 없는 대답에도 그저 좋단다. 어떻게 보면 측은하기도 했다.

‘실상 무림최고의 고급인력인데 말이야.’

고령화와 노인 일자리 문제는 현대만의 문제는 아닌듯했다. 그래서 세 노인네도 내 주변을 맴돌고 있지만 말이다. 나와 어울리면서 청춘을 되찾는 기분일 거다.

황보 노인의 곁에 있던 황보진진이 할 말이 있는 얼굴로 날 불렀다. 최근 황보 노인은 올 때마다 황보진진을 동행하고 왔다. 그 이유야 빤하지만 소림이 곁에 있어 주는 밥도 못 먹고 있었다.

“한 장주님.”

“예, 황보 단주.”

“감찰부에 들어가시면 기존의 조직을 운영하실 생각이신가요?”

“아닙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부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혹시 염두에 두고 계신 사람들은 있나요?”

백호대원을 생각하고 있었다. 더불어 남궁과 소림까지. 그런데 황보 진진의 표정을 보니 무언가를 기대하는 얼굴이었다.

“일단은.......혹시 황보 단주께서도 의향이 있으신 겁니까?”

“저라도 괜찮으면 한 장주님께 도움이 되고 싶군요.”

“단주께서 제 밑으로 들어오시겠다는 겁니까? 혹시 황보 어르신이 시켜서라면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니에요. 아시다시피 개점휴업 상태인 척살단주의 직책이 무슨 상관있겠어요. 말단이라도 좋으니 제대로 일다운 일을 해보고 싶을 뿐이에요.”

황보 노인네가 엿 듣고는 가재미눈으로 째려보고 있었다.

“흠!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단주께서 참여해 주신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호호! 고마워요. 한 장주님.”

이번엔 무광스님과 소림이 째려본다.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는 건지. 다 잘난 놈의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난처한 내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이 남궁 노괴가 끼어들었다.

“그럼 이번 기회에 구대문파와 오대세가에서 추천을 받아 꾸며보는 것은 어떠하냐? 그 편이 새로운 조직을 꾸미기도 용이할 것이다.”

역시 늙은 너구리였다. 안됐지만 백호대원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다.

남궁 노괴의 말대로 구파와 세가의 추천을 받으면 양질의 인력은 물론 무림맹에서 반대할 수가 없었다. 실세라고 할 수 있는 장로원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할 테니까.

문제는 장로원에 나를 수장으로 설득하는 것인데 세 노인네들의 배분과 꼬장이라면 어렵지 않을 듯했다.

‘흐흐! 개방엔 후개를 요청해 볼까?’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에 가장 반대가 심할 것은 제갈과 개방일 것이다. 갑자기 개방에 후개를 요구하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졌다.

‘승낙하면 옆에 놓고 괴롭히는 재미도 쏠쏠 하니까.’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고 말이다.

‘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지?’

조직에 들어와야 우릴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세 분 어르신들. 이왕 힘쓰시는 김에 조금 더 힘 좀 써 주셔야겠습니다.”

“뭘 또 바라는 게냐?”

황보 노인네의 말에 정색하고 대답했다.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하는 거다.

“두 가집니다. 하나는 성역 없는 감찰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성역이라? 어디까지를 말하는 게냐?”

워낙 내가 겁 없이 까불어 서 그런지 남궁이 걱정되는 얼굴로 말했다.

“무림맹 전체를 뜻합니다. 사실 감찰이란 그런 것이 아닙니까? 물론 처음에는 구파와 오대세가부터 감찰할 것입니다. 이유는 설명하지 않아도 아시겠지요?”

이렇게 물으면 체면상 모른다고 할 수 없다.

“다른 조직이 반발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뜻이냐?”

“예, 그렇습니다. 동시에 암약하고 있는 간자도 색출하고 말입니다. 뭐든 수신제가가 먼저 아니겠습니까?”

“끄응! 어찌 저런 얼굴을 해가지고 혓바닥은 청산유순지. 아무리 그래도 반발은 피할 수 없을 게다.”

“그럼 가장 치사한 방법으로 엿 먹이면 됩니다. 가령 뇌물이나 횡령, 불륜 등으로 말입니다. 설마하니 거대 무림맹을 움직이는데 이런저런 이권이 개입하지 않았겠습니까?”

정파인에겐 가장 치명적인 도덕성에 흠집을 내겠다는 말이다. 진짜에겐 안 통해도 척하는 애들에겐 백발백중이다.

“그래도 버티면?”

“그럼 좋은 주먹 뒀다 어디에 쓰려고 아끼겠습니까? 힘으로 눌러야지요. 감찰은 정의 아닙니까? 정의. 정의를 구현한다는 대의명분을 세우면 놈들도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또 하나는?”

“같은 맥락입니다. 감찰부를 맹주 직속이 아닌 장로원 직속으로 해 주십시오.”

남궁 노괴가 쓸 데 없는 걱정을 한다는 듯이 말했다.

“난 또 무슨 말이라고. 그거야 당연한 일 아니냐. 맹주에게 무슨 힘이 있다고 맹주 직속으로 하겠느냐.”

무림맹의 현 주소와 구파를 비롯한 명문대파와의 관계를 극명하게 알려주는 발언이었다.

 

@

 

세 노인네가 동분서주하는 가운데 일주일이 흘렀고 마침내 무림맹에 전무후무한 권력을 가진 사정기관이 탄생했다.

특수감찰단.

줄여서 특감단이다. 물론 단주는 나였고. 왠지 특수가 들어가면 위엄이 나는 것 같아 붙인 이름이었다.

물론 이전에도 유사한 감찰기관은 존재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성역 없는 조사권한을 명문화한 사례는 없었다.

그런 기관이 탄생하려면 정당한 근거가 있어야 했다. 근거는 간단했다. 최근 발생하는 혈겁에 무림맹이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한 이유가 방만한 경영이라고 판단한 거다.

물론 억지였지만 멸문당한 아미와 당문, 팽가 등이 강력히 주장하고 나섰다. 나머지 구대문파와 오대세가도 동조했고. 결정적으로 장로원이 나서자 일건 낙착이었다.

대신 막대한 권력이 주어지는 만큼 1년이라는 한시적인 기한이 주어졌다.

‘흐흐! 1년이면 충분하지.’

하지만 좁은 반도국에서 살아온 나의 착각이었다. 사람을 모으는 데만 해도 몇 달씩 걸린다는 것을 깜빡 잊고 있었던 거다.

특감단이 인가되고 제일 먼저 한 일은 무림맹주에게 임명장을 받는 일이었다. 형식적인 일이지만 이런 일일수록 절차는 필요한 법이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놈들의 방해공작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네가 한 단주구먼. 최근 자네 이름을 자주 들었는데 이제야 만나게 되었네 그려.”

“처음 뵙겠습니다. 무림말학 일권무적 한 대갑이 무림맹주를 뵙습니다.”

맹주 인의신검仁義神劍 유제학은 중소문파인 용문방의 방주로 이미 60이 넘었다. 실력보다는 명문대파가 서로 견제하는 바람에 맹주가 된 전형적인 바지사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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