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106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8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106화
106화. 심심한 게 죄다
하지만 지금 급한 것은 제갈옥봉이 아니었다. 야산에 버려두고 온 혈마인 세 놈을 처리해야 했다.
“주매, 혜운스님과의 회포는 천천히 풀기로 하지. 그보다 먼저 처리할 일이 있으니까 무광스님을 이곳으로 모셔와 줘. 가는 길에 남궁장원에 들려 창궁일검 노인네에게도 알려주고. 단 두 분 모두 비밀리에 모셔 와야 해. 물론 혜운스님이나 독심미호에 대해서도 한마디도 뻥끗하면 안 되고.”
말하는 순간 두 노인네는 옳다구나 동네방네 난리를 칠 것이 분명했다. 뭔가 대책을 세우기 전에 알려지는 것은 막아야 했다.
소림이 서운한 기색으로 물었다.
“무광 할아버지와 남궁 할아버지를요?”
“응, 사정은 나중에 말해줄 테니 어서 모셔와. 무림의 명운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서둘러야 해.”
어마어마한 소리에 소림이 입을 떡 벌리며 혜운스님을 쳐다봤다. 혜운스님이 고개를 끄떡이자 그제야 믿기는지 낯빛이 변했다.
‘쩝! 애한테 난 신뢰도가 바닥이군.’
이제야 일의 중대함을 느끼고 허둥지둥 대는 소림을 배웅했다.
“조심해서 다녀와.”
“예, 가가. 빨리 모셔 올게요.”
소림을 배웅하고 난 먼저 혈마인이 있는 곳으로 갔다. 무광스님 등이 오기 전에 이것저것 실험해 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혜운스님이 걱정이 되긴 했지만 추적을 당해도 야산부터 일 것이라 따돌릴 수 있었다.
과연 혈마인은 마지막 명령을 받은 상태로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겉으로 봐선 멀쩡한 놈들이 로봇처럼 서 있으니 괴기하기 까지 했다.
‘이 놈들의 신체는 강기도 막아냈지.’
반혼인과 혈마인은 정신이 없고 조종을 받는 다는 점은 같았다. 다른 점은 혈마인은 무공이 고강해 강기도 막아낸다는 점과 백호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내겐 바람직하진 않지만 혈마인은 음공으로 조종하지 않는다는 증거겠지.’
사실 반혼인은 조종자라는 큰 약점이 있었다. 약점을 알고 있는 음공의 실력자라면 하등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
‘놈들도 약점을 알고 있었던 거야. 약점을 보완한 개체가 혈마인이고.’
반혼인에 비해 한 단계 진화된 괴물이었다. 조종은 당하지만 한 명이 여러 명을 조종할 수도 있고 음공에 영향을 받지도 않았다.
대부분의 약점을 보완한 상태에 방어력도 높였다. 절정이상의 고수를 상대할 병기로 만든 것이 분명했다.
‘쩝! 이런 놈들이 많지는 않겠지만 나도 더 이상 만만하게만은 생각할 수 없겠는걸.’
다른 약점을 발견하지 못하는 이상 정면승부밖에는 없으니까 말이다. 새로운 약점을 찾기 위해선 놈들을 조사해 봐야 했다.
먼저 혈마인의 곁으로 다가가 만져보고 찔러봤다. 촉감은 사람과 똑 같았다. 단지 피부가 서늘했는데 체온이 낮은 건지 산에서 바람을 맞고 서 있어서인지는 확실치 않았다.
“어디 혈도를 제압할 수는 있나 보자.”
눈앞에 서있는 혈마 오호의 마혈을 제압해 봤다.
퍽.
퉁.
혈마 오호는 가만히 있었는데도 내력이 고무막을 두드리기라도 하듯이 튕겨져 나왔다.
‘쩝! 혈도를 제압할 수도 없는 거야?’
약점은커녕 당장 혈마인의 처리도 곤란하게 되었다. 들어서 옮긴다고 해도 눈을 멀뚱멀뚱 뜬 놈들을 운반하기는 찝찝하니까 말이다.
‘잠이라도 재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어디서 관이라도 구해야 하나?’
최후의 방법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혈마인이 스스로 따라오게 만드는 방법이고 말이다. 하지만 쉽게 이놈저놈 따라다닐 리는 없는 법. 마땅한 대책이 없었다.
‘할 수 없지. 어디 몸속이나 한 번 살펴볼까?’
뭐라도 하나 건질 생각으로 온몸에 백호기를 두르고 조심스럽게 혈마 오호의 단전에 손을 댔다. 그전에 워낙 민감한 곳이라 혹시 모를 반격에 대비해야 했다.
‘정말 아무 생각 없는 거야? 위기의식 같은 본능적인 것마저도?’
타인이 단전에 손을 댔는데도 멀뚱멀뚱 허공에 시선을 두고 있는 혈마 오호였다. 괜히 바짝 긴장한 내가 한심해 보일 정도였다.
심기일전하고 서서히 백호기를 불어넣었다.
파지직!
“깜짝이야!”
백호기가 혈마 오호의 몸에 닿자 강한 저항이 일어나며 불꽃이 튀었다. 마치 전기가 합선되며 불꽃이 일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어디 다시.”
파지직! 치직.
다시 저항이 일고 불꽃이 튀었다. 정전기가 오르는 정도의 짜릿함이 느껴졌다.
“이질적인 진기라서 반발하는 건가.”
혹시 몰라 칠, 팔호에게도 실험해 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잠시 뒤로 물러나 어떻게 할지 궁리를 해봤다.
‘확실히 반혼인과는 다른데?’
백호기를 튕겨냈다는 점에서 솔직히 놀랐고 황당했다. 사실 무림에 떨어져 아직까지 잘 살고 있는 이유가 만능에 가까운 백호기 때문이었다. 처음으로 거부당했으니 당황할 수밖에.
‘안 되지. 백호기는 끝까지 만능이어야 해.’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다는 절박함에 다시 손을 뻗었다.
파지지직!
온몸이 저릿해왔지만 꾹 참고 백호기를 밀어 넣었다. 하지만 무형의 보호막에 막히기라도 한 듯 몸속으로 흘러 들어가질 못했다.
‘이런 식으로는 안 되겠다!’
백호기를 불러들이고 내공만으로 부딪혀 보았다.
빠지직!
역시 소용없었다. 손을 떼고 잔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뭔가 방법이 있을 텐데?’
이런저런 방법들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상상력과 지식을 총 동원한 결과 몇 가지 문제점과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다.
우선 반탄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닿는 면적을 최소화해야 했다. 그리고 강한 힘으로 부딪혀 파괴하기 보다는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충격을 주는 방법이어야 했다.
결국 한 곳에 강하고 지속적인 충격을 가하면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충격을 주는 방법도 여러 가지였지만 가장 그럴듯한 방법이 떠올랐다.
“회전력이지. 최소한의 면적을 지속적으로 후벼 파면 제까짓 게 얼마나 버티겠어.”
난 21세기를 살던 사람이다. 무공 보다는 기구나 도구를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레이저가 없으면 드릴이지.”
다시 혈마 오호의 단전에 손바닥을 붙였다. 백호기를 맹렬히 회전시키며 장심을 통해 일점一點에 집중시켰다.
위잉!
파직!
치지지직.
저릿한 감각이 계속됐지만 꿋꿋이 참아가며 공략하기를 일각 여. 드디어 금강석 같던 혈마 오호의 보호막에 흠집이 생겼다.
“됐다!”
한번 흠집이 생기면 다음은 쉽게 풀리는 법이다.
퍽!
흠집 난 곳을 계속 공략하자 과연 좁쌀만 한 구멍이 생겨났고 백호기가 흘러들어갔다. 서서히 체내를 순환시키며 내부를 관조했다.
‘방식은 같은데?’
역시 반혼인과 같이 심장이 느리게 뛰었다. 완전히 죽진 않았다는 뜻이었다. 뇌마저 헤집어 봤지만 그 외에는 특별한 사항을 발견할 수 없었다.
‘약물이나 무공이군.’
반혼인보다 강력해진 이유는 약물에 의한 신체강화나 특수한 무공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상대하기 어려운 놈이라면 한 놈이라도 수를 줄이는 편이 낫겠지?’
관리하기 어려운 포로는 적을수록 좋았다. 혈마 오호의 내공을 삼키기 위해 백호기를 단전으로 보내는 순간 인기척이 느껴졌다.
파공성으로 보아 세 명이고 모두 절정이상의 고수였다. 그렇다면 무광스님 일행이 틀림없었다. 그들에게 내공을 흡수하는 장면을 보였다간 무슨 소릴 들어야 할 지 몰랐다.
‘쩝!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오호의 단전에서 손을 떼는 순간 무광 스님 일행이 등 뒤로 떨어져 내렸다.
“가가, 다녀왔어요.”
소림의 목소리를 들으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무광스님은 보이지 않고 부르지도 않은 황보 노인이 함께 있었다.
“어? 무광스님은 어디 가고 두 분이 오셨습니까?”
“사숙조는 객잔에 남아 혜운사형을 보호하고 계세요. 그래서 황보 할아버지께서 대신 오신 거예요.”
“왜? 내가 대신 와서 불만인 게냐?”
솔직히 불만이 많았다. 무광이나 남궁 노괴는 겪어봐서 어느 정도 비천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황보세가는 아직 몰랐다. 그렇다고 이 자리에서 의심하는 티를 낼 수는 없었다.
“하하! 그럴 리가요. 오히려 태상장로님께서 오셔서 든든하기 그지없습니다.”
“입에 발린 소리는 됐다. 그런데 대체 이놈들은 뭐하는 놈들이냐? 별로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면 정상적인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놈들은 혈마인이라고 부르는데 혜운스님의 말로는 이놈들이 아미를 공격했다고 합니다.”
혈마인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던 남궁 노괴가 물었다.
“흐음! 반혼인과는 또 다른 마물인가?”
“예, 무공도 무공이지만 조종방법이나 방어력이 반혼인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강기 무공으로도 쉽게 처리하기 어렵습니다.”
황보진천이 깜짝 놀라 물었다.
“뭐야? 네놈이 강기를 쓸 줄 안다는 말이냐?”
“뭐 조금 흉내는 낼 줄 압니다.”
“남궁노괴, 정말인가?”
남궁노괴는 득의한 표정으로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렇다는군.”
“저 어르신들. 일단 이놈들을 옮겨야겠습니다. 시간이 꽤 지나 수색대가 올 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더욱 잘 된 일이 아니냐? 놈들까지 잡아가면 더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을 게야.”
여기서 처음부터 설명하기도 싫고 그럴 필요도 없을 것 같아 혈마 오호를 들쳐 업으며 말했다.
“일단 무광스님이 계신 객잔으로 옮겨야겠습니다. 제가 두 분께 드릴말도 있고 하니 자리를 옮겨서 자세한 얘기를 하겠습니다.”
“드릴 말이라.......흐음. 그러자꾸나.”
다행히 꽉 막히고 옹고집을 부리는 노인네는 아니었다.
@
“설마 그럴 리가 있으려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개방이 어찌!”
“네가 뭔가 잘 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
내가 합리적이고 이유 있는 의심에 대해 설명하자 무광, 남궁, 황보 세 노인네가 보인 반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설득하기는 어려운 법. 방법을 달리했다.
그나마 아미혈겁의 당사자인 혜운스님과 제갈옥봉이 있어, 제갈세가에 관해서는 수긍을 하고 있어 다행이었다.
“그러니까 제게 약간의 시간과 기회를 만들어 주십시오. 반드시 더 확실한 증거를 찾아내겠습니다. 물론 그 동안은 함구해 주셔야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무림맹에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했던 것이더냐?”
“예, 어르신. 어르신뿐만 아니라 무광스님이나 황보 태상장로님이 추천해 주시면 어려운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솔직히 아직도 믿기지는 않지만 네 말이 사실일 경우라면 정말 끔찍한 일이다. 개방과 제갈세가가 암중세력의 주구라니.......”
슬슬 떡 밥을 던질 때가 된 것 같아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그야말로 세 분이 나서야 할 때가 아니겠습니까?”
심심해 죽으려고 하는 세 노인네들에게는 가장 먹히는 말이었다. 오죽하면 본산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무림맹에서 뭉그적거리겠는가?
제일 먼저 무광스님이 입질해 왔다. 십년 만에 외출인데 본산에선 귀환령이 떨어졌으니 제일 똥줄이 탔던 거다.
“우리가?”
“솔직히 이런 중차대한 일에 무림에서의 지위나 명망으로 보아서도 세 분 말고 다른 사람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저 역시 세 분이니까 사실대로 말씀드리는 것이고 말입니다.”
어쩔 수 없어 밝히는 것이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이니까. 다음으로 황보 노인이 관심을 보였다.
“그럼 네가 조사를 하는 동안 우린 무얼 하면 되는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