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97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7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97화
97화. 생명의 은인 놀이
일행은 상 장로의 사자후에 내상을 입은 척 진기를 다스리고 있었다.
상 장로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객잔을 둘러보고 날 보며 말했다.
“수미야, 혈향이 가득한 곳에서 식사를 할 수는 없겠구나. 무량수불!”
“사부님, 그럼 자리를 옮길까요?”
“그렇게 하자꾸나. 마침 부상당한 아이도 치료할 겸 그의 집으로 가자꾸나.”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모두 한 편이다. 분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아무도 말리지는 않았다.
“예, 스승님.”
정신을 잃은 척 하고 있는 제갈청천을 들어 업고 광견에게 말했다.
“일단 이 자는 데려갈 테니 두 사람 사이의 은원은 정식으로 제갈세가에 배첩을 넣고 다투시오.”
“안 돼! 그런 식으로 그 놈을 데려갈 수는 없어요!”
제갈청천 들으라는 최소한의 반항이다.
“허면 우리를 막아야 할 것이오.”
대답도 듣지 않고 객잔을 벗어났다. 상 장로는 느긋이 뒷짐을 진채 따라오고 있었다.
“잠깐만!”
등 뒤에서 광견이 부르는 소리에 멈춰 섰다. 혹시 놈이 볼까봐 돌아서며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
“정말 한 번 해보자는 것이오?”
“아니에요. 오늘은 그냥 보내주겠어요. 하지만 제갈세가에 생사장生死章은 지금 전달하겠어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으음! 그것까지는 말릴 수 없구려. 어서 써 주시오.”
광견은 재빨리 생사장을 적어 제갈청천의 품에 집어넣었다. 이 생사장이 바로 나에게는 제갈세가의 출입증과 마찬가지였다. 지금부터 제갈청천을 이용해 세가의 파진법을 알아낼 생각이었다.
생사장까지 챙긴 후, 객잔을 벗어나 경공을 펼쳐 제갈세가로 달렸다. 대문 앞에 멈춰서 제갈청청을 깨우며 말했다.
찰싹찰싹.
“가주! 정신 차리시오. 제갈세가엔 절진이 설치되어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고 들었소. 당신이 정신 차리고 안내하시든지 곤란하면 우린 그만 가보리다.”
“........”
제갈청천은 바로 일어나진 않았다. 아마 머릿속으로 오늘 벌어진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무림맹의 가주에게 알리는 순간 그의 미래는 끝이 난다. 또한 알리지 않을 경우에는 제갈세가가 박살날 것이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그건 놈의 문제고 난 말을 마치고 놈을 대문 앞에 내려놓고 뒤돌아섰다. 이래야 놈이 애가 달아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질 테니까 말이다.
상 장로에게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사부님, 가시지요. 아무래도 오늘은 노숙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허허! 도사가 노숙하면 또 어떠냐. 바람 피할 곳이라도 찾으려면 서두르자꾸나.”
이 양반도 나와 붙어 다니더니 연기에 물이 올랐다. 진짜 전직 도사가 아닐까 할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저벅저벅.
미처 세 걸음도 걷기 전에 제갈청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양자 장문인, 누추하지만 오늘은 본가에서 쉬어가도록 하시지요.”
내심 웃음이 나왔지만 정색한 뒤, 돌아보며 물었다.
“흐음! 가주의 부상이 심한데 괜찮겠소?”
제갈청천이 잘려진 팔을 쳐다보며 이를 갈았다.
“으드득! 이 악독한 년들!”
“수미야, 아무래도 우환이 있는 집에 머무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구나. 장주는 몸 조리 잘 하시구려. 인연이 있다면 또 볼 수 있을 것이오. 무량수불!”
상 장로의 말에 실례를 깨달은 제갈청천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아! 생명의 은인에게 이런 실례가. 죄송합니다, 장문인. 워낙 억울할 일을 당해 그만 이성을 잃었습니다. 안내할 테니 안으로 드시죠.”
“허허! 가주께서 정히 그러시다면 오늘 하루만 신세를 지겠소이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본장의 절진은 평소에는 발동되지 않으니 그대로 따라 오시면 됩니다.”
“허허! 그렇소이까? 그럼 염치불구하고 실례하겠소.”
하긴 무인들 외에도 많은 인원이 들락거리는 장원이다. 항상 절진이 발동되어 있다면 번거러울 것이다.
제갈청천은 우리를 가주전으로 안내했다. 부상을 입고 돌아온 대리가주 때문에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하지만 사실을 알릴 수 없는 제갈청천의 단속으로 곧 조용해졌다.
푸짐한 상을 받아 식사를 마치자 붕대를 칭칭 감은 제갈청천이 들어왔다. 평소라면 이미 자리보전하고 누워있어야 할 심각한 부상이다.
그러나 처한 상황이 상황인지라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은 물론 제갈세가 전체가 위험에 빠졌으니까 말이다.
일단 손님된 입장에서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장주의 배려로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소. 감사하오이다.”
상 장로의 공치사를 듣고 제갈청천은 공손한 태도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별 말씀을. 두 분은 저를 구해주신 생명의 은인인데 부족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두 분께선 어디를 가시는 길이신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이번엔 내가 대답했다.
“최근 강호의 정세가 흉흉하다 하여 산문을 나오긴 했지만 특별히 정처를 정한 것은 아니라서........”
여지를 남기자 제갈청천이 덥석 물고 내게 부탁했다. 장문인보다는 제자가 편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외람된 말씀이오나 사람을 구할 때는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지금 본가가 중대한 위기를 맞은 상황인데 달리 도움을 청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혹여 두 분께서 본가를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사례는 절대 박하지 않게 하겠습니다.”
은혜가 아닌 사례라고 했다. 말로 아무리 떠들어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놈이었다. 어려운 부탁은 현금을 놓고 해야만 거절하기 힘든 법이니까.
슬쩍 관심을 표했다.
“혹여 객잔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오?”
“그렇소이다. 객잔에서 벌어진 일은 사실 악독한 사파 요녀의 흉계에 당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요녀는 오히려 본가를 공격하겠다고 이렇게 생사장을 보냈습니다. 기한도 한 달밖에 안 돼 무림맹에 있는 본가의 고수들이 달려올 시간도 안 됩니다. 뭔가 다른 속셈이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사실 부지런히 달리면 시일에 맞출 수 있다. 그래서 한 달이라는 기간을 둔 것이니까.
“허허! 그것 참........”
하지만 제갈청천은 다른 생각이 있는 듯해 일단 말을 아꼈다.
‘설마 우리보고 광견이를 없애달라는 것은 아니겠지?’
그런데 눈치를 보아하니 그 설마가 맞는 듯했다. 놈 역시 정파의 탈을 쓰고 있어 차마 입으로 뱉어내지 못할 뿐이었다.
‘그러면 안 되지. 우리도 사정이 있다고.’
어울리지도 않고 번거롭게 세가에 들어온 이유는 절진 때문이었다. 예상과는 달랐지만 중요한 구역은 또 다를 것이다.
잠입목적이 조사하고 증거를 모으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했다. 샅샅이 조사하기 위해 한 달이라는 시간을 둔 것이고.
그런데 광견이를 처리하면 머무를 구실이 없어진다. 때문에 처음부터 받아들일 수 없는 부탁이었다.
우리 사정을 알 리 없는 제갈청천은 슬슬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창피한 일이지만 현재 본가의 무사만으로는 사황련의 팔천주인 철혈방을 상대할 수 없습니다. 가주를 비롯한 정예무사들이 모두 무림맹에서 활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허! 그거 참으로 곤란하게 되었소이다.”
나도 안타깝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주자 이때라는 듯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두 분이 도와주신다면 어떻게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두 분에 대한 사례는 섭섭지 않게 해 드릴 테니 제발 도와주십시오.”
“허허! 자꾸 사례라고 하시는데 원시천존을 모시는 도사의 입장에선 거북한 소리군요. 그리고 본시 사례를 말할 때는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는 것이 도리인데 가주께서는 그 점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거론하지 않는구려. 무량수불!”
설마 도사라는 놈이 직접 돈 얘기를 꺼낼 줄은 몰랐을 거다.
“예? 아! 실례했습니다. 제가 경황이 없다보니 그만.......”
제갈청천은 너무 당황해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금전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보고는 한결 편해진 표정이었다.
“하하하! 워낙 급한 상황이니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보게 됩니다. 가주.”
니들이 급한 일이니까 액수 생각을 잘 하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명색이 제갈의 피를 이은 놈이다. 섣불리 금액을 말하지는 않았다.
“그, 그럼 도와주실 수는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동도를 걷는 입장에서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만 본파의 사정도 있고 해서........그렇다고 사파의 야욕을 좌시하는 것도 도리는 아닌 듯하고 난감할 뿐입니다.”
헛소리 그만하고 빨리 액수를 말하라는 뜻이다.
“본가를 도와주신다면 감사의 표시로 전진의 영광을 찾는 일에 일만 냥을 기부할 생각입니다.”
마침내 금액을 언급한 제갈청천의 눈에는 다급함과 함께 존경대신 멸시의 빛이 떠올랐다. 놈도 이제야 우릴 양아치로 본 것이다.
‘그 편이 편하지. 제대로 본 것이고. 흐흐흐!’
계속 정의가 어떻고 도리가 어떻고 떠들면 피곤하기만 하고 돈도 안 된다. 물론 돈이 목적은 아니지만 챙길 수 있을 때는 챙기는 것이 내 신조다.
“허허! 이렇게 고마울 때다. 그런데 당연히 금자를 말씀하시는 것이겠지요?”
은자로 치면 십만 냥이다. 가주 대리라 지불 능력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최대금액을 부르는 것이 흥정의 기본이다.
그때부터 지루한 협상이 시작되어 결국 은자 오만 냥에 합의를 봤다. 대신 선금으로 받고나서 움직이기로 했다.
제 돈으로 지불하진 않을 테니 세가의 장부를 조작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러면 그 안에 조사를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놈은 정말 똥줄이 탔던 모양이다. 바로 다음날 돈을 마련해왔다.
“자! 여기 천하전장의 은자 오만 냥짜리 전표입니다. 성의로 알고 넣어두십시오.”
“허허! 이 많은 돈을 벌써 준비하셨소?”
“오래 끌 일이 아니잖습니까?”
“알겠소이다. 그럼 잠시 전장에 좀 다녀와야겠습니다.”
확인은 상인의 미덕이다. 제갈청천도 이젠 당연시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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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세가의 장원은 외원外苑과 내원內苑으로 나뉘어 있었다. 제갈청천은 외원은 자유로이 돌아다녀도 되나 내원에는 절진이 펼쳐져 있다고 했다.
당연히 조사해야 할 곳은 내원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파진법이 필요했고.
천하전장에서 전표가 진품이라는 것을 확인한 난 바로 세가로 돌아왔다. 제갈청천은 마치 죽은 조상이 돌아오기라도 한 듯이 반갑게 맞아줬다.
“어서 오십시오, 수미자 대협. 무사들을 대기시켜 놓았으니 언제든 말씀만 하십시오.”
말이 그렇지 지금 당장 가자고 조르고 있는 거다.
‘흐흐흐! 가긴 어딜 가? 네 임무는 딱 여기까지야, 인마.’
정색을 하고 말했다.
“어허! 큰 일 날 소리. 가주는 말을 조심하시오.”
“수미자 대협,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갈청천은 딴 소리라도 할까봐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가주께서는 대 전진파가 기껏 여인 둘을 암습한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 생각이시오. 이번일은 어디까지나 은밀하게 행해져야 할 일. 도움도 되지 않는 무사들을 데려갈 수는 없소. 나와 사부님을 믿지 못하겠다면 가주나 따라 오시오.”
그제야 안도한 제갈청천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방조자가 있을 수도 있는데 두 분만으로 괜찮겠습니까?”
“객잔에서 그 여인들을 겪어보지 않았습니까? 무사들이 도움이 되겠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저만 따라가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언제 출발하실 생각이신지요?”
“쇠뿔도 단 김에 빼라 했으니 바로 출발합시다.”
“지금 말입니까?”
“그렇소. 사부님과 기다리고 있을 테니 어서 준비하고 오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