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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절대무적 91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7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91화

91화. 십 인의 도둑들

 

상 장로도 벌써 추격자들과 조우했을 텐데 이상하게 주변이 조용했다. 하다못해 병장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사실 그 점이 더 나를 안심하게 만들었다. 상 장로에 대해서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이 맞았으니까.

‘됐다!’

금련이의 내상도 치료하고 자상도 말끔히 아물었다. 전화위복으로 소청단의 약효까지 흡수해, 오히려 부상 전보다 내공도 늘어났다. 아마도 깨어나면 깜짝 놀랄 것이다.

배와 등을 비롯한 보기 흉한 자잘한 자상이 말끔히 치료되자 성숙한 자태가 그대로 드러났다. 깊숙이 파인 쇄골에 우뚝 서 있는 사발모양의 젖가슴이 무방비로 내 눈을 파고들었다.

급박한 상황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한 동안 눈을 뗄 수 없었다. 마른 침이 절로 넘어갔다.

꿀걱!

‘흠! 좋구나.’

그 동안에도 금련이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제 슬슬 깨어날 때도 됐는데? 얘가 혹시?’

자세히 살펴보니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이미 상의탈의는 깨달았을 터, 긴장인지 흥분인지는 모르겠다. 알 필요도 없었고.

‘흐흐흐! 얘도 내숭을 떠네. 이왕 이렇게 된 거 확실하게 서비스나 해주자.’

다시 백호기를 주입하려고 매끄러운 아랫배에 손바닥을 붙였다. 서늘한 피부에 따뜻한 손바닥이 닿자 저도 모르게 움찔 거렸다.

움찔.

‘흐흐흐!’

이미 깨어나 있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쪽팔리지 말라고 전음으로 말했다.

-당황하지 말고 내가 이끄는 대로 가만히 있어.

말을 마치고 백호기를 두 갈래로 나눠 임맥과 독맥으로 보냈다. 정체모를 기운이 자신의 혈맥을 누비자 금련이 당황한 목소리로 전음을 보내왔다.

-뭐, 뭐 하려는 거야?

-어허!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피 같은 소청단 똥으로 만들지 말고.

사실 소청단은 이미 전부 흡수돼 전혀 상관없었다. 하지만 말을 하지 않으면 금련이는 모른다. 기회가 있을 때 생색은 확실히 내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깜짝 놀란 금련이의 전음이 들려왔다.

-무당의 소청단을 내게 먹였다고?

-어허! 고맙다는 인사는 나중에 하고. 지금 생사현관 뚫으려 하는 중이니까 제발 입 좀 닥치고 말 들어.

믿기는 힘들겠지만 생사현관 타통의 중요성을 알고 있을 터다. 더 이상의 전음은 들어오지 않았다.

퍽. 퍽. 퍽.

아무렇지도 않게 생사현관을 뚫어주고 손을 떼며 말했다.

“내가 호법 서고 있을 테니 빨리 운기해라.”

“으, 응? 벌써 다 된 거야?”

당연한 반응이었다. 상체를 부축해 앉히며 말했다.

“운기부터 해봐. 그럼 알거 아냐?”

“아, 알았어.”

“자, 이거라도 입고.”

장삼을 벗어 걸쳐주었다. 금련이는 복잡한 시선으로 올려다보고 장삼을 걸쳤다. 뒤로 돌아서 주변을 경계해주며 호법을 서줬다.

그때 상 장로의 전음이 들렸다.

-험험! 장주, 전부 처리했소이다.

그런데 시기가 미묘했다. 금련이가 옷을 걸치길 기다렸다는 듯이 전음이 들어왔으니까. 노인네가 관음증이라도 있는지 모르겠다.

-언제 왔소?

-자, 장주가 장삼을 벗어 준 다음 이오.

다음에 와서 그걸 어떻게 안다는 건지? 아니면 더듬거리지나 말든지.

-상 장로, 내게 빚 하나 더 진거요?

-.......알겠소이다.

그나마 끝까지 우기지 않는 것을 보면 양심은 있는 모양이다.

-놈들은 어떻게 했소?

-수가 많아서.......그래도 두 놈은 살려 놓았소이다.

-비천이요? 사황련이요?

-심문은 장주님께서 하시는 것이 좋을 듯해 물어보지 않았소이다.

-알겠소이다.

그 동안 금련이가 운공을 마친 듯했다.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한 그녀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금련이의 질문에 설명하기 보다는 내가 궁금한 걸 물었다.

“어때? 내공도 늘었지? 얼마나 늘었냐?”

“으, 응. 한 십년 정도. 그보다 정말 소청단을 먹인 거야?”

“그럼 다 죽어가는 애를 멀쩡하게 치료하고 내공까지 늘리려면 최소한 그 정도는 약은 돼야하지 않겠어?”

“그, 그야 그렇지만. 그런 귀한 영단을 왜 내게?”

“너 같으면 죽어가는 사람보고 그냥 지나가겠냐? 더구나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그나저나 다른 이상은 없지?”

“어? 응. 그런데 날 쫓아온 놈들이 있었는데?”

이제야 생각났다보다. 금련이를 공격한 무리는 비천에 속한 사황련의 변절자들 일 것이다.

“걱정 마. 전부 처리했어. 두 놈은 생포했는데 어떤 놈들이야? 역시 사황련 애들이냐?”

끄덕끄덕.

“맞아. 그런데 그들을 전부 처리했다고? 겨우 둘이서?”

“아니, 상 장로 혼자 했어. 난 널 살려야 했으니까.”

“어떻게 그럴 수가?”

금련이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상 장로를 쳐다봤다. 상 장로는 알쏭달쏭한 미소를 띠우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보면 다른 사람 앞에선 은근히 무게 잡는단 말이야.’

하긴 원래 무뚝뚝한 사람이라 당연한 일일 것이다. 내가 평정심을 해쳐 왔다 갔다 하는 것이고.

“그보다 중요한 게 있잖아. 앞으로 넌 어떻게 할 건데? 놈들이 대놓고 널 없애려고 하는 것으로 보아 련으로 돌아가도 위험할 텐데?”

“휴우! 맞아. 생각보다 간자가 많은 것 같아. 련으로 돌아가지 않고 은밀히 련주와 연락을 취해야겠어. 도와줄 수 있어?”

“련주는 믿을 수 있고?”

“팔천주八天柱 중에 다섯이나 마교 토벌을 외치고 있어. 아직은 련주가 극구 반대해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련주도 오래 버티진 못할 거야.”

팔천주는 사황련의 근간을 떠 받드는 여덟 개의 문파를 말한다. 그 중 하나는 비천에 의해 멸문을 당했다. 나머지 둘 중의 하나는 광견이의 철혈방이었고.

“마교도 비천에게 당했는데 버젓이 그런 소리가 나온다고?”

금련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참나. 그게 마교의 고육지책이라고 하더라. 중원침공을 위한 사전포석이래. 그걸 빌미로 쳐들어 올 작정이라는 거지.”

“말은 되네. 그럼 놈들은 전부 사황련에 들어와 있는 거야?”

“응, 오천주는 정예들을 전부 이끌고 들어와 있어. 무림맹과 연합해 마교를 친다는 빌미로.”

최근의 상황에 비추어 본다면 근거지를 비우고 움직였다는 하나만으로 비천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넌 정보각주라며 대체 그동안 뭘 했냐?”

“내가 뭘! 정보각도 온전히 내게 아닌데 무얼 하란 말이야. 흑!”

악에 받친 듯 쏘아대던 금련이가 눈물을 보였다.

‘이게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쌍팔년도 수법을 쓰는 거야?’

하지만 알고도 당해주는 게 남자의 미덕이다. 그래야 같이 잘 수 있다.

슬쩍 끌어당기며 말했다.

“사정도 모르고 함부로 말해서 미안하다.”

“흑!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금련이도 못이기는 척 품에 안겨 훌쩍였다. 빈약한 옷차림이라 몸의 굴곡이 그대로 느껴졌다. 서러운 듯 흐느끼면서 일부러 더 비벼대는 금련이를 그대로 느끼고 있었다.

이렇게 손발이 잘 맞는 걸 보면 따로 궁합은 볼 필요도 없을 듯했다.

하지만 보고 있던 상 장로는 불편한 모양이다. 헛기침으로 주의를 환기시키며 물었다.

“험! 험! 장주. 심문은 언제 하실 겁니까?”

“어? 아직 있었소? 상 장로는 그래서 아직 혼인을 하지 못한 거요.”

상 장로는 아직 모태솔로 숫총각이었다. 얼굴을 붉히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갑자기 제 혼인 얘기는 왜 꺼내십니까?”

“상 장로의 혼인 얘기가 아니오. 지금 이 상황을 잘 생각해 보시면 알거요. 아무튼 그만 자리를 옮깁시다.”

 

@

 

아무래도 사황련이 있는 남창으로 들어가는 것은 위험해 노숙을 해야 했다. 포로를 심문한 결과 금련이 아는 이상을 밝혀내진 못했다.

타닥타닥.

한밤의 주인공인 모닥불이 타고 있었지만 운치는 하나도 없었다. 금련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멍하니 타오르는 불꽃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일렁이는 불빛에 반사된 얼굴이 아주 예뻤다.

“참 나! 멀쩡한 집 놔두고 이게 무슨 고생이냐? 그나저나 상 장로는 꽤 늦네.”

잠자리는 불편해도 음식은 포기할 수 없어 상 장로가 남창으로 갔다. 배달은 안 되도 방문포장은 가능하니까 말이다.

심란해하는 금련을 달래주려고 말을 걸어도 대꾸가 없다.

“너무 자책하지 마. 옥매도 있고 나도 있으니까.”

그제야 금련의 입이 열렸다.

“.......자책하는 게 아냐.”

“그럼 뭔데?”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오천주을 포섭한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

“정보각도 네게 아니라며?”

“그것도 그렇고.”

“다른 세력에 비해서는 사황련이 이익에 민감하게 움직이지. 네 잘못은 아니야.”

구대문파의 경우는 종교다. 오대세가는 혈연이고. 하지만 사황련의 경우는 이해관계에 따른 연합체이기에 결속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

비천이 제시한 청사진이 사황련보다 매력적이라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고마워.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사황련주을 만나는 일이 급하지만 당장 사황련에 들어가기는 위험하겠지?”

“지금쯤 날 죽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겠지. 그럼 련주를 만나려 한다고 짐작할 테고.”

결국 어렵다는 뜻이었다. 일단 모여 있는 오천주를 떨어뜨려 놔야 했다. 물론 님도 보고 뽕도 딸 작전은 이미 세워져 있었다.

“방법이 있긴 있는데 네가 하려고 할지는 모르겠다.”

“뭔데? 지금 이 상황에 내가 찬밥 더운밥 가릴 것 같아?”

“도둑질인데?”

“뭐? 도대체 무슨 소리야?.......아! 빈집털이! 하지만 그만한 전력을 어디서 구하지? 옥군이는 사천에 가 있어서 철혈방을 움직일 수도 없잖아?”

금련이는 잠시 시간은 걸렸지만 내 계획을 정확히 알아차렸다. 오천주는 정예를 이끌고 사황련에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금은보화를 전부 이고 왔을 리는 없는 법.

깨끗이 털어주고 본거지를 깡그리 불태워 버린다면 돌아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때 각개격파를 하던 사황련주에게 이르던 하면 된다.

두둑한 거마비도 챙기며 놈들을 무너뜨릴 일석이조의 계책이었다.

‘아! 깡그리 태우면 안 되겠군. 조금은 남겨둬야 돌아오겠지.’

그래야 뭐 건질 것이라도 있나 해서 돌아올 것이다.

“흐흐! 그런 일에는 많은 사람이 필요 없는 법이야. 손속에 인정이 없는 똑똑한 놈 열 정도면 충분해.”

“우린 셋밖에 안되는데 지금 열 명을 어디서 맞춰.”

셋으로도 충분한 일이나, 빨리 치고 빠져야 하는 것은 물론 금은보화를 움직여야 했다. 그러려면 최소한 열 명은 필요했다.

“그것도 다 방법이 있지. 우선 오천주 중에 사천하고 가장 가까운 곳이 어디냐?”

“귀주의 금사문金沙門인데 왜?”

“옥매와 연락할 방법은 있지?”

“아! 그렇구나. 전서구를 쓰면 돼.”

“그럼 어서 연락해. 금사문에서 보자고.”

“알았어. 한 달 후에 보자고 할게.”

광견이와 합류한다면 철혈사신과 검후도 함께 올 것이다. 우리 셋까지 더하면 아홉 명이 된다. 절정고수 이상의 아홉 명이 빈집털이를 위해 전국 순회를 나서는 것이다.

 

@

 

한 달 후.

금사문이 있는 귀주성의 금사란 도시에 도착했다. 금사는 사천성과의 경계와도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이다.

청풍루淸風樓

광견이와 만나기로 한 객잔이었다. 이층으로 올라갔더니 광견이가 보였다.

‘저 놈은 누구지?’

철혈사신과 검후도 함께였는데 모르는 사내가 하나 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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