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85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8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85화
85화. 조심해, 곳간에서 인심 나는 법이야(2)
“그럼 염 소저는 귀교의 분타를 공격한 것이 누구의 소행이라고 생각합니까? 설마 무림맹이나 사황련의 짓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이런 걸 답정너라고 하나? 아무튼 선택지를 줄여 나올 수 있는 답은 하나였다.
“지금 조사 중이라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네요.”
국회의원도 아닌 년이 잘 빠져 나간다. 얘랑은 더 얘기해봐야 건질 것이 없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아직은 서로 신뢰가 없는 사이라 대화가 겉 돌았다.
‘에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솔직히 마교가 뭘 하든, 어떻게 되든 나완 별 상관없었다. 워낙 주변에 사람이 없어 내가 좀 성급했다. 내가 아쉽다고 얘들까지 아쉬운 건 아니니까. 오늘은 안면을 튼 것으로도 충분했다.
그때부턴 마음을 비우고 강호의 정세와 상관없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봐야 네가 잘 났느니 내가 잘 났느니 하는 공치사였지만 말이다.
그러다보니 재미도 없어 술잔을 놓고 일어섰다.
“소교주, 내일 아침 일찍 길을 떠나야 해서 이만 일어서야겠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부인과 함께 합비의 천하제일장에 들려주시오. 거하게 한 잔 사리다.”
“이런! 사정이 그렇다니 아쉽구려. 한 장주. 나중에 꼭 한 번 들리리라.”
“그럼 모두 즐거운 시간이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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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일찍 식사를 마치고 육포와 건량을 준비하고 있는데 천무학이 나타났다.
기특한 놈이라 생각하며 말을 걸었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 배웅이라도 나오셨소?”
“한 장주, 지금 떠나는 길이시오?”
되묻는 천무학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그렇소만 날 배웅 나온 것이 아니었소?”
“한 장주, 바로 천하제일장으로 돌아갈 생각이오?”
자꾸 되묻어 짜증이 났지만 인내심을 발휘하며 물었다.
“소교주, 혹시 밤새 무슨 일이라도 있었소?”
“한 장주, 사실은 어젯밤 황산파가 멸문 당했다는 보고를 받았소. 그래서 우리도 황산으로 가려하는데 동행하지 않겠소?”
천무학의 말을 듣곤 내 귀를 의심했다. 도대체가 말이 되지 않는 소리였다. 비천의 주구 또는 구성원인 황산파가 멸문 당하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소교주, 지금 뭐라 하셨소? 분명히 황산파라고 들은 것이오?”
“확실하오. 때문에 황산에 들러 확인해 볼 생각인 것이오.”
“허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말이 안 된다니 그게 무슨 뜻이오?”
천무학의 질문에 답을 하기 보다는 궁금한 게 먼저였다.
“소교주, 그래 흉수는 밝혀졌소? 누가 황산파를 멸문시켰다고 합니까?”
“글쎄, 아직 밝혀진 게 별로 없어 직접 조사해 볼 생각이오.”
“소교주께서 멸문이라고 했는데 피해는 어느 정도요?”
“대부분의 전각이 파괴되고 시신이 산을 이루고 있다고 들었소.”
“장문인과 제자들은?”
“마침 장문인은 무림맹에 있어 화를 피했다고 하오.”
천무학의 설명을 듣는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응? 장문인이 무림맹에 있었다고?’
장문인이 혼자 무림맹에 갔을 리는 없다. 대부분의 정예들과 동행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금의장에 있었다.
그렇다면 결국 황산파의 정예들은 멀쩡하다는 뜻이었다. 물론 금의장으로 간 정예들은 이미 내 손에 황천길을 걸었지만 말이다. 그건 돌발적인 사건이라 별개였다.
‘금선탈각金蟬脫殼! 이 새끼들이!’
항우에게 포위당한 유방의 고사에서 나온 매미가 허물을 벗는다는 계책이다. 이제는 공격당한 황산파를 신비세력의 일원이라고 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어쩌면 무림맹에?’
지금 다른 문파는 제 앞을 가리느라 무림맹에 까지는 신경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멸문당한 황산파는 전력을 고스란히 보존한 채, 무림맹에 들어가 있을 것이고.
당연히 문주가 있는 황산파의 발언권이 타 문파에 비해 강해질 것은 명약관화한 일. 아무래도 비천이 무림맹을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 움직인 것 같았다.
‘하마터면 나도 큰일 날 뻔 했는데.’
금의장주의 말대로 황산파가 비천의 일원이라고 폭로했다가는 그대로 역습을 맞을 뻔했다.
‘그렇다면 서둘러 출발할 필요는 없다는 말인데.’
내 생각이 길어지자 기다리던 천무학이 다시 물었다.
“한 장주, 어떻게 하시겠소?”
“아, 죄송합니다. 동행하기로 하죠. 저야 어차피 가는 길이었으니 말입니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시오. 서둘러 출발 준비를 하겠소이다.”
“알겠습니다. 천천히 하십시오.”
천무학이 출발준비를 위해 방으로 돌아가자 상 장로가 물었다.
“장주,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글쎄 말이오. 사실 황산파는 내가 먼저 선공을 취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는데 저 모양이니.”
“하지만 조만간 금의장의 일이 알려질 것입니다.”
사실 나도 알려지기 전에 황산파를 멸문시키려던 계획이 틀어져 답답했다. 이젠 꼼짝없이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게 생겼으니까 말이다.
‘무림맹을 업고 날뛰면 대처하기도 곤란하고.’
자칫 무림공적으로 몰릴 수도 있었다. 물론 소림과 남궁이 방패가 되어 주겠지만 말이다.
“그렇겠지요. 혹시 모르니 사황련이나 마교와도 더욱 친해져야겠습니다.”
서두를 필요가 없어지기도 했지만 마교와의 동행은 필요에 의해서 허락한 것이다. 어제는 충분히 대화를 나누지 못했지만 오늘은 다를 것이다.
‘황산파라는 변수가 있으니까.’
출발준비가 끝났는지 천무학이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한 장주, 마차를 준비했으니 함께 갑시다.”
사양할 이유가 없었다.
“그럼 실례하겠소이다.”
천무학을 따라 간 곳엔 화려한 순백의 팔두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휘유! 대단히 화려한 마차로군요. 이렇게 대 놓고 광고하고 다녀도 되는 것이오?”
“하하! 모르시는 말씀. 오히려 이 정도는 되어야 날 파리가 꼬이는 것을 막을 수 있다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마차 안에는 신녀와 방 부인이 타고 있었다. 천무학이 방 부인과 마주 앉자 자연히 신녀와 마주보고 앉게 되었다.
“두 분을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어서 오세요, 한 장주님.”
“아무래도 저희에겐 불편한 자리라 청을 드렸는데 흔쾌히 동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녀가 이상한 소리를 해 뭔 소린가 천무학을 쳐다봤다. 천무학은 멋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하하! 신교인 우리도 용의자 중의 하나가 아니겠소?”
맞는 말이었다. 일반적인 시선으로 보면 첫 번째 용의자는 마교였으니까.
“쩝! 그런 뜻이었구려.”
“하하! 한 장주는 우리를 흉수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 믿어 동행을 제의한 것이니 너무 서운하게는 생각하지 마시오.”
“뭐, 상관없소. 하지만 아직 신교의 소행이 아니라고 할 수 없잖소?”
“설마 한 장주도 우릴 의심하는 것이요?”
“글쎄, 난 흉수가 따로 있다기보다는 왠지 자작극이란 생각이 드는 군요.”
천무학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합당한 이유라도 있소?”
“일단은 살펴봐야 확신할 수 있겠지만 대충은......”
말끝을 흐리자 신녀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저희에게 알려주실 수 없나요?”
“그럴 만한 사이는 아니라고 봅니다.”
신녀가 실망했다는 듯이 말했다.
“한 장주께서는 생각보다는 대범하지 못한 분이시군요.”
예쁜 애들이 늘 써먹는 방법이다. 남자들이 오냐오냐 다 받아 줬으니까 말이다. 이런 애의 공략 법은 이외로 간단했다. 철저한 무관심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주면 된다.
“예, 맞습니다. 염 소저의 생각보다 더하면 더하지 못하지는 않을 겁니다.”
“예? 뭐라고요?”
“뒤끝 있는 놈이라고 했습니다. 제 입에서 원하는 것을 들으려면 먼저 보따리를 풀어 보시죠. 제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공짜로 달라기만 하는 사람입니다.”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방 부인이 나서 화제를 돌리려 했다.
“호호호! 한 장주님은 농도 잘하십니다. 그런데 황산에서 합비까지는 얼마나 걸리나요?”
신녀 공략을 위해서는 방 부인을 최대한 이용해야 했다.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예의바르게 대답했다.
“일주일 정도 걸리지만 신교로 귀환하는 길목에 있습니다. 시간이 되시면 이번 기회에 천하제일장에 들리시는 것은 어떠십니까? 귀환하시면 언제 또 중원에 나올지 기약이 없지 않습니까?”
“어머? 지금 저희를 초대해 주시는 거예요?”
“물론입니다. 신교에 비하면 초하한 곳이겠지만 하룻밤 여독을 푸는 데는 그리 부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호호! 영광이에요. 상공, 한 장주님의 초대를 거절하지는 않으시겠죠?”
“하하! 그럽시다.”
그렇게 신녀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천하제일장 행이 결정되었다.
내가 신녀를 공략하려는 이유는 단순했다. 다른 사람은 모두 내게 호감을 표시하는데 유독 신녀만이 까칠하게 굴기 때문이다.
사실 마교에서 신녀라는 위치는 상징적인 인물일 뿐이었다. 마교가 정교일치라고는 해도 어디까지나 무림의 문파. 신녀는 좋은 말로는 정신적인 지주이고 실제는 허울뿐인 자리였다.
그런데 당대의 천마신녀인 염세화는 조금 특별했다. 바로 그녀가 문주의 친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무학도 감히 그녀를 무시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또 실제로 신녀가 특별히 잘 못한 건 없었다. 마교의 입장에서 원리원칙에 충실한 것뿐이니까 말이다.
‘그 점이 내겐 방해가 되는 것이고.’
그래서 난 황산까지 일주일간의 여정에서 신녀를 철저하게 무시했다. 그렇다고 눈에 띄게 무시하진 않아 천무학을 비롯한 봉공들은 눈치 채지 못했다.
하지만 여자인 신녀와 방 부인은 똑똑히 알고 있었다. 중간에 낀 방 부인만 난처해 죽을 맛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황산에 도착해 은밀히 잠입해 조사를 시작했다. 불에 타고 무너진 전각과 여기저기 나뒹구는 시체들. 마치 폭격이라도 받은 듯한 처참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역시 그렇군.’
그런데 무너져 내린 곳은 평범한 건물들뿐이었다. 중요한 서고나 창고들은 전부 형체도 없이 불에 타서 무너져 터만 남아있었다.
쌓여 있는 시체들도 무공을 익힌 자보다는 일반인이 더 많았다.
‘죽일 놈들!’
정작 정예는 빼돌리고 하급무사나 일반인을 희생시킨 것이 분명했다.
조사를 마치고 황산을 벗어나 합비로 이동했다. 마차 안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아 조용했다. 저마다 조사결과를 곱씹어 보고 있는 듯했다.
그때 난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정보를 토대로 비천의 무림공략법을 유추해보고 있었다.
‘무림맹과 사황련을 상대하는 방법은 알겠는데 마교는? 다른 곳처럼 첩자를 심기도 어려울 텐데?’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사랑도 갈라놓을 수 있는 것이 종교였다. 한두 명이라면 몰라도 세를 일으킬 만한 첩자를 심은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렇다면 첩자가 아닌 다른 방법을 써야했겠지. 뭘까?......아! 그렇군!’
비천의 마교 공략은 단기전이 아닌 장기전이었다. 그리고 이미 실행되고 있었다.
‘천마상단과 중원 분타. 그거였어! 놈들은 마교와는 전쟁대신에 서서히 말려죽일 생각인 거야.’
명실 공히 무림 최대 세력은 마교였다. 규모와 전력 그 모든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곳이다.
하지만 약점도 있었다. 사만이 넘는 천마교도 중에는 무공을 모르는 신도의 수가 더 많다는 점이다. 때문에 척박한 신강에서도 천험의 절지에 자리를 잡았다.
덕분에 적의 공격에 대한 방어는 수월했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약점이 될 수도 있었다. 사만이 넘는 교도들이 사용할 물자의 조달이 문제인 것이다.
이제야 여기저기 흩어진 조각이 하나로 연결되며 머리가 맑아졌다. 아직도 골똘히 생각하는 천무학을 쳐다보며 무심코 입을 열었다.
“소교주, 조심해야겠소. 내 고향에는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으니까 말이오.”
“응? 갑자기 무슨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