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8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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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7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82화
82화. 길가다 만난 놈
“상 장로, 마교도 중원에 분타가 있습니까?”
“장주, 신강은 물자가 부족한 척박한 땅입니다. 그 정도의 세력을 유지하려면 당연히 중원에서 필요한 물자를 구해야 했을 겁니다. 그러자면 중원에도 거점이 필요할 것이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무슨 마교 침공을 걱정한답니까? 벌써 침공해 있구먼.”
“그러니까 비밀 분타라 하지 않습니까? 만일 그마저도 인정하지 않는다면 마교도 살기 위해 죽기로 달려들 테니 무림맹이나 사황련에서도 피치 못할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갑자기 상 장로와 마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금의장을 나와 악양을 지나면서 들은 소문이 있었다.
이번엔 마교의 중원 분타 네 곳이 동시에 공격을 받아 괴멸 당했다는 것이다. 또한 중원삼대 상단의 하나인 천마상단 역시 공격을 받고 회생불가능의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그동안 무림맹과 사황련을 공격하던 비밀세력이 갑자기 노선을 바꿔 마교를 공격한 것이다. 정해진 순서일지는 몰라도 난 조금 이상했다.
‘너무 급하잖아?’
아무튼 이번일로 무림에는 구구한 억측이 난무하고 있었다. 혹자는 그동안 공격을 받은 무림맹이나 사황련의 보복이라는 설도 있었고, 혹자는 조심스럽게 암중세력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었다.
그러나 하나로 입을 모은 것은 이젠 마교의 중원진출을 저지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범인이 누구든 마교가 커다란 피해를 입은 것은 사실이니까 말이다.
나야 당연히 암중세력의 소행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문제는 그들이 성급하게 마교를 친 이유를 모르겠다는 점이었다.
‘조금 더 정, 사파의 힘을 빼고 수작을 부릴 줄 알았는데.’
아무튼 이번 일로 똥줄이 타는 곳은 정파와 사파였다. 마교의 침공에도 대비해야 하고, 암중세력과도 싸워야 했으니까 말이다.
‘더욱 큰 문제는 본산을 떠날 수가 없다는 것이겠지.’
마교든 암중세력이든 단일 문파로 상대하기는 벅찬 것이 현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사파는 전력을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 누구도 본산을 비우고 싶진 않을 테니까.
‘설마 이 모든 것을 마교가 꾸민 것은 아니겠지?’
충분히 가능성은 있는 추리지만 개방이나 황산, 제갈이 걸렸다. 그 세 문파가 마교와 손을 잡는 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니까.
‘결국 암중세력이 뭔가 사정이 생겨 일을 서두르고 있다는 뜻인데.’
그 이유를 짐작할 수가 없었다.
‘설마 나 때문에는 아닐 테고.’
내게 직접적인 피해를 본 것은 화약재료와 철혈방, 금의장에 대한 공격이 실패했다는 정도였다. 황산파의 일은 아직 알려지지도 않았을 테고, 철혈방의 비중은 그리 큰 편이 아니었다.
‘금의장의 경우 대외적으로는 형산파의 공이 제일 컸으니까.’
알다시피 내 잘난 맛에 살긴 해도 과대평가는 하지 않는다. 나를 객관적으로 알아야 잘 난 척도 할 수 있는 거니까.
‘암! 나 때문에 놈들이 서둘렀다는 착각은 곤란하지.’
그래서 놈들의 의도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무림에는 나보다 똑똑한 놈들이 많을 테니 알아서 잘들 할 테지. 어쨌든 무림맹이나 사황련의 다음 행보를 지켜보면 대충은 알 수 있을 것이고.’
그때까지는 내 할 일만 하면 되었다. 개싸움이 끝날 무렵 내가 짠하고 나타나는 방법도 있으니까.
상 장로와 부지런히 말을 달려 보름 만에 호북성의 성도인 무한武漢에 도착했다. 황산까지는 아직 절반의 여정이 남았지만 그동안 쉬지 않고 달려 무한에서 푹 쉬며 피로를 풀 생각이었다.
무한에서 제일 큰 태화객잔에 방을 정하고 오랜만에 따뜻한 물로 피로를 풀었다.
꼬르륵.
그동안 육포와 건량으로 끼니를 때워서인지 뱃속이 난리를 부렸다.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상 장로와 만나기로 한 주루로 내려갔다.
‘응?’
먼저 내려와 음식을 시켜 놓고 있는 상 장로의 모습이 이상했다. 밖으로 기세를 흘리고 있진 않지만 경직된 태도가 심상치 않았다.
‘설마 상 장로가 긴장하고 있는 거야?’
화경에 이른 상 장로가 긴장하게 만든 상대가 궁금해 졌다. 상 장로의 시선을 따라 가보니 멀지 않은 곳에 삼남일녀가 자리하고 있었다.
내 또래의 남녀와 상 장로 또래의 노인네 둘이었다.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삼남일녀가 평범하게 보이진 않았다. 그렇다고 무지막지한 기세를 발하지도 않았지만.
어쨌든 상 장로는 그들을 신경 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연유를 모르는 난 태연하게 상 장로 앞에 앉으며 조용히 물었다.
“무슨 일이오?”
대답은 전음으로 들어왔다.
-장주, 마교 놈들입니다.
말로만 듣던 마교의 인물을 처음 보는 거였다. 내심 깜짝 놀랐지만 고개를 돌리는 우를 범하진 않았다.
-마교? 등 뒤의 삼남일녀를 말하는 것이오?
-예, 그렇습니다.
-젊은 남녀는 모르는 아이들입니다만 십대봉공인 검마와 비마와 함께 있는 것으로 보아 평범한 놈들은 아닐 것입니다.
-그들을 아시오?
-십년 전 검을 맞댄 적이 있습니다. 두 명이라면 저도 장담할 수 없는 상대입니다.
마교 십대봉공 역시 대를 물려받는 명호였다. 각각이 명문대파의 문주급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한 마디로 아주 센 놈들이라는 뜻이다.
-저들이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은?
-아마도 중원 분타가 무너졌다는 소문이 사실인 듯합니다. 그 정도의 일이 아니면 저들이 직접 움직였을 리가 없습니다.
단일 세력으론 최대 방파가 마교다. 그곳에 머리 쓰는 놈이 없을 리가 없었다. 뭔가 이상한 점을 느꼈을 테고, 중원침공을 하더라도 사실을 확인할 필요는 있었을 것이다.
‘마교 역시 십년 전의 일로 중원진출이 만만치도 않을 테고.’
아무튼 모든 일이 기승전 혈왕지겁이었다.
‘확실히 무적권왕이 난 놈은 난 놈이야.’
그러고 보니 상 장로가 긴장한 이유는 과거의 인연 때문인 듯했다. 아무리 상대가 마교의 인물이라고 해도 싸움도 걸지 않았는데 긴장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상 장로, 놈들이 시비 걸지 않는 이상 모른 척 합시다. 지금 너무 경직되어 있는 듯하오.
-휴우. 알겠습니다. 과거의 일이 떠올라 그만 흥분한 모양입니다.
전음을 풀고 식사를 하며 가볍게 반주를 마셨다. 하지만 내 신경은 온통 삼남일녀에게 쏠려 있었다. 이제와 객잔풍운을 일으키고 싶어서가 아니라 마교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가서 말이나 걸어 볼까?’
수많은 무협지에 단골로 나오는 마교다. 그곳에 나오는 마교는 딱 두 가지 형태였다.
‘모 아니면 도였지.’
어떤 책에서는 피와 율법에 미친 악마로 그려지고 어떤 책은 주인공이다. 그 중간은 아예 없었다. 그러니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새끼 먼저 말을 걸어주면 좀 좋아?’
저쪽은 일행 중에 여자가 있어 먼저 말 걸기가 어려웠다. 자칫 난봉꾼으로 몰려 객잔풍운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그 쪽이라고 상 장로의 기도를 눈치 채지 못할 리 없었다. 현 무림에서 화경을 접하기는 쉽지 않은 일. 놈들도 궁금하기는 마찬가지 일 것이다.
‘새끼들이 호기심도 없나? 호기심이 없는 놈은 발전가능성이 없다는데. 그렇다면 마교도 별 거 아니라는 말인데?’
쐐액!
그때였다. 마치 내 말을 듣기라도 한 듯 놈들의 자리에서 내 뒤통수를 노리고 무언가 날아왔다.
‘이 새끼들이!’
재수 없게 첫 객잔풍운이 마교놈들과 붙게 생겼다며 다급히 눈앞의 술잔을 집어 암기를 향해 던졌다.
퍽!
벌떡.
번개같이 일어나 놈들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을 하려했다.
“이런 개........”
그런데 날아온 암기를 보는 순간 입을 다물어야 했다. 허공에서 부딪치며 깨진 것은 술잔이었고 술이 담겼는지 향긋한 술 방울이 사방으로 튀었다.
하지만 내 또래의 사내놈이 허공을 향해 가볍게 손짓하자 비산하던 술 방울이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사내놈이 일어서 내게 포권 하며 입을 열었다.
“하하하! 이거 실례가 많았습니다. 형장의 기도가 범상치 않아 술을 한 잔 권하려던 것이 그만. 사과하는 의미로 벌주를 사고 싶은데 거절하지 말아주십시오.”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사과하는 놈의 태도는 당당하면서도 예의발랐다. 그렇게 되니 나만 괜히 설레발을 친 것이 됐다. 사실이기도 했고.
‘제길! 쪽 팔리게.’
이런 때는 보통 허공섭물로 부드럽게 잔을 받고 이러쿵저러쿵 내공대결을 펼쳐 고하를 정하는 것이 무협지의 정석이다.
‘근데 냅다 술상을 엎은 격이니. 쩝!’
그렇다고 멀뚱히 서 있을 수는 없었다. 화를 내든 사과를 받아들이든 선택을 해야 했다. 물론 난 당연히 받아들였다.
놈들의 좌석을 향해 포권 하며 말했다.
“이런! 제가 지나치게 민감했던 모양입니다. 벌주는 제가 사겠습니다.”
“하하! 벌주야 누가 내면 어떻습니까? 이렇게 된 것 합석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좋습니다. 저희가 인원이 적으니 그쪽으로 옮기지요.”
점소이를 불러 음식과 술을 주문하고 자리를 옮겼다. 상 장로는 내키지 않는 듯했지만 상전이 움직이자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왔다.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합비 천하제일장의 장주 일권무적 한 대갑이라고 합니다. 이분은 본 장의 장로원주이십니다.”
“풋!”
거창한 자기소개에 여인이 입을 가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당황한 듯 얼굴을 붉히며 사과했다.
“죄송해요. 너무 인상적인 소개라 그만 실례를 범했습니다.”
선이 곱고 언행에도 기품이 느껴지는 광견이와는 또 다른 매력의 여인이었다.
“하하하! 별 말씀을. 그런데 네 분은 어디에서 오셨는지?”
사내놈이 묘한 웃음을 띠고 대답했다.
“하하! 일권무적 한 대협이셨군요. 실례했습니다. 전 고금무적문의 소문주인 천무학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내자와 두 호법 어르신과 함께 강호를 유람중입니다.”
‘어쭈? 이 놈 봐라?’
애초에 ‘나 마교요.’ 라고 할 것을 기대하진 않았다. 하지만 천하제일을 고금무적으로 받아치는 것을 보니 꽁생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문주? 그럼 혹시 마교의 소교주?’
이름이야 가명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십대봉공을 호위로 둘 정도면 천마교주 말고는 신녀와 소교주 정도일 테니까.
일단 입에 침을 발랐다. 제 부인 예쁘다고 해주는데 싫어할 놈은 없으니까. 그리고 실제로도 예뻤다.
“하하! 이렇듯 아름다운 부인과 함께 유람을 다니는 천형이 부럽군요.”
순간 검마와 비마의 눈썹이 살짝 찌그러졌다. 때문에 천무학이 소교주라는 의심은 더욱 짙어졌다.
‘지들 소교주와 맞먹는 것이 마음에 안 든다 이거지? 흐흐흐!’
천무학의 부인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감사해요, 한 장주님. 전 방 부인이라고 불러주세요.”
“자, 인사는 그만 됐으니 앉으시지요. 한 장주.”
“그럽시다, 천 소문주. 한 잔 받으시오.”
술잔을 따르면서 또 놈이 내공으로 장난을 치면 어떻게 하나 내심 긴장했다. 알다시피 난 아직 내공을 정밀하게 다루지 못하니까 말이다.
다행히 천문학은 다시 장난치지는 않았다. 대신 술잔을 따르며 질문을 던졌다.
“합비에 계신 한 장주께서는 이곳에는 무슨 일이십니까?”
“이곳에 볼일이 아니라 돌아가는 중입니다. 그런데 고금무적문은 어디에 있습니까?”
“하하! 변방에 있어 말씀드려도 잘 모르실겁니다. 천하제일장과는 달리 거창한 곳도 아니고.”
“본장을 아십니까?”
“하하! 어찌 한 장주님을 모를 수 있겠습니까? 철혈방과 금의장에서 큰 활약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라? 금의장의 일도 알아?’
처음엔 단순히 예의로 말하는 줄 알았다. 만일 상 장로의 말이 없었으면 비천의 일원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마교의 정보력이 대단하다는 것이겠지? 그런데도 비천의 공격에 당했다는 것은?’
비천의 정보력이 한 수 위란 뜻이다. 아니면 알면서도 당할 정도로 강하다는 뜻이고. 둘 다 내겐 별로 좋은 정보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