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78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1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78화
78화. 괜히 사파가 아니었다
놈들의 앞에는 오랜만에 보는 살벌한 광견이가 서 있었다. 철혈사신의 홍일점 주작이 무언가를 부지런히 적고 있는 옆에는 난처해 어쩔 줄 몰라 하는 검후가 있었다.
기가 막혔지만 대충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좀 더 정확한 사정을 파악하기 위해 말없이 지켜보기로 했다. 호검대는 광견이가 아니라도 손을 봐 줄 생각이었으니까.
그리고 사실 잘잘못을 떠나, 이런 때는 무조건 광견이 편을 들어야 원만한 애정생활이 유지되는 법이다.
“방주님, 다 적었습니다.”
주작이 건네준 문서를 쓱 읽어 본 광견이는 손짓으로 청룡을 불렀다. 그에게 문서를 건네고 호검대 대장을 가리키며 차가운 어투로 지시했다.
“한 자도 빼지 말고 똑똑히 읽어주고 즉시 저 새끼들 집으로 보내.”
“예, 방주님.”
청룡이 호검대 앞에 서서 우렁찬 목소리로 문서를 읽어 내려갔다.
“호검대장 임종헌 이하 호검대원 18명은.......”
청룡이 문서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난 입을 쩍 벌리고 감탄하며 광견이를 다시 봤다. 그동안 내게 보였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광견이와 철혈방을 보았으니까.
‘야, 이거 보통이 아니네! 사파가 괜히 사파가 아니었어. 역시 칼 든 강도가 맞았어.’
사건의 내용은 간단했다. 왠지 모르지만 호검대가 철혈방을 무시했고 칼도 먼저 뽑은 모양이다. 하지만 잘해야 일류정도의 실력으로 절정이상의 다섯 명을 상대할 순 없었을 것이다.
곧바로 보이는 것처럼 떡이 되게 쥐어터지고 포로로 잡혔다. 그리고 광견이는 강호의 법도대로 놈들에게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문서는 한마디로 삼 개월 후까지 몸값과 함께 정중한 사과를 하라는 협박장이었다. 기한 내 요구사항을 이행하지 못하면 철혈방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 호검대 전원의 목을 베고 쳐들어가겠다고 했다.
호검대의 집안은 지역의 유지거나 중소문파에 불과했다. 사황련의 중추세력 중의 하나인 철혈방과는 급이 다를 터. 인질들의 몸값을 지불하지 않을 수는 없게 된 것이다.
‘몸값이 무려 십만 냥!’
전부 합해서 십만 냥도 아니었다. 대주와 부대주는 각각 십만 냥, 나머지 대원들은 각 삼 만에서 칠 만까지의 차등을 두었다.
‘여우같은 년. 틀림없이 지불능력까지 고려했을 거야.’
결국 최대한 받을 수 있는 만큼의 몸값을 챙기겠다는 뜻이었다. 사소한 시비 하나로 일거에 백만 냥을 꿀꺽하려는 심히 사파다우면서도 깔끔한 일 처리방식이었다.
‘짝! 짝! 짝!’
광견이의 일 처리에 내심 박수를 보냈다. 나도 그 이상의 결과를 얻진 못할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아무리 병신들이라도 철혈방에 대적할 수 없다는 정도는 알 텐데?’
아무리 검후의 사생팬들이라도 철혈방과 광견이에 대해서는 들어봤을 거다. 자신들과는 급이 다른 상대라는 정도는 알고 있을 터. 먼저 검을 뽑을 정도로 어리석진 않을 것이다.
‘도대체 무슨 수를 쓴 거지?’
그렇다면 광견이가 수작을 부렸다는 뜻이다. 호검대가 먼저 달려들게 끔.
풀리지 않는 의문은 나중에 물어볼 생각이다.
“철혈사신은 놈들을 가둬라!”
“예, 방주.”
철혈사신이 호검대를 감금시키러 끌고 간 뒤 광견이에게 다가갔다.
나를 발견한 광견이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환한 미소로 맞아 주었다.
“왔어?”
“무슨 일이야?”
“별 거 아냐. 마침 잘 왔어. 그렇지 않아도 한 장주와 할 얘기가 있었거든.”
대청으로 올라가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
“뭔데.”
광견이 맞은편에 앉으며 뻘쭘히 서 있는 검후에게 말했다.
“연매도 이리 앉아.”
“예, 언니.”
검후가 광견이 옆에 다소곳이 앉자, 광견이 입을 열었다.
“오늘 금의장주와 나눈 말 비밀로 하자고 했지만 연매도 아는 게 좋다고 생각해 말해줬어.”
벌써 벌어진 일로 화를 내는 것은 현명한 대응이 아니다. 벌은 나중에 밤에 주면 된다.
“뭐, 임 방주 생각이 그렇다면 할 수 없지. 그런데?”
“연매도 원칙적으로는 같은 생각이야. 하지만 연매는 혼자 결정할 수는 없는 입장이잖아. 아직 사부님의 생사도 모르고 많지는 않아도 생존자도 있으니까.”
“물론 그렇겠지. 그래서?”
“직접 눈으로 봐놓고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야. 내가 좀 도와줬지.”
“호검대 얘기?”
광견이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나도 곰곰이 생각해보니 보타암이나 연매의 앞날을 위해서는 한 방주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연매가 직접 할 수는 없으니 내가 할 수밖에. 덕분에 수고비도 좀 챙길 수 있었고. 연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불만 없지?”
이미 벌어진 일 이제 와서 검후가 불만을 표시할 입장이 아니었다.
“........예.”
광견이는 그에 그치지 않고 검후를 다그쳤다.
“한 장주에게 감사하고.”
“예, 언니. 한 장주님 보타암에 도움을 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광견이 덕에 계획보다 일은 빨리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인사를 받을 때는 아니었다.
“아직 돈이 오간 것도 아니니 인사를 받기는 이릅니다. 그리고 공짜로 도울 생각은 조금도 없으니까 검후께서도 몇 가지 약속을 해 주셔야 할 것입니다.”
검후가 된 후, 사내에게 이런 식의 말은 처음 들어봤을 것이다. 당황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되물었다.
“......약속이요?”
광견이가 멍석을 깔아 준 자리였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으로 검후를 끌어들이기만 하면 된다.
“무리한 약속은 아닙니다. 결국 보타암의 원수를 갚는 일이 될 테니까 말입니다.”
“보타암의 원수를 갚는 일이라고요?”
“예, 전 지금 팽가나 보타암을 공격한 흉수를 쫓고 있습니다. 우연히 흉수들이 어떤 비밀세력에 속했다는 단서를 입수했고 금의장에도 그 때문에 온 것이지요. 제 요구사항은 검후께서도 비밀세력을 상대하는 데 힘을 보태주셨으면 하는 겁니다.”
“정말 그런 일이라면 오히려 제가 부탁해야지 거절할 이유가 없습니다. 비록 보잘 것 없는 실력이지만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천하의 검후를 보잘 것 없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전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정도면 무림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고심하는 대협의 풍모를 확실히 보였을 거다. 그래서 그런지 검후의 시선에도 조금은 변화가 생겼다.
이제 능력을 보여주고 나면 조금 무리한 부탁을 해도 들어줄 것이다. 확률은 적지만 보타암이 망했다고 검후가 첩자가 아니란 보장은 없는 법. 백호안으로 시험은 해 봐야했으니까.
일단 검후와는 얘기가 끝나 궁금증을 풀기 위해 광견이에게 물었다.
“근데 무슨 수를 쓴 거야?”
“뭘?”
“호검대가 먼저 검을 뽑게 만든 수작 말이야.”
“아! 그거? 내가 아니라 청룡과 백호가 한 거야. 연매도 조금 도왔고.”
“검후가?”
검후가 도왔다는 말은 뜻밖이었다. 깜짝 놀라며 검후를 쳐다보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정말이네!’
그렇다면 아까 안절부절 하던 모습도 연기였다는 뜻이다. 인형처럼 답답하게만 보였던 검후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어 마음 든든했다.
‘얘도 생각보다 쓸 만한 걸?’
광견이는 시시각각 변하는 내 표정이 재미있는지 깔깔 웃으며 설명했다.
“호호호! 뭘 그리 놀래? 연매가 나를 만나로 왔다고 말을 안 해서 여기가 어딘지 몰랐던 거지. 나도 숨어 있었으니까. 그러는 사이 청룡과 백호가 걔네들 질투심을 건드렸으니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던 거야.”
“참! 돈 벌기 쉽네. 너 금방 부자 되겠다.”
“호호! 지금도 먹고 살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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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금의장에 생색내려면 이쯤이 좋겠다. 이곳에 매복하기로 하자.”
저녁 식사를 마치고 일행을 데리고 금의장 정문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갔다. 우리 일행에는 당연히 검후도 포함되어 있었다.
일행은 정문이 보이는 높은 나무위에 일제히 신형을 감췄다. 이곳에 매복해서 놈들을 맞이할 계획이었다.
광견이 나무 위에서 사방을 둘러보며 물었다.
“그런데 놈들이 다른 쪽으로 오면?”
“그리로 가면 되지.”
“참나! 그것도 계획이라고.”
“더 좋은 계획 있으면 말해봐. 그렇게 할게.”
“시간도 없는데 그냥 하지 뭐.”
피식 실소를 흘리며 일행에게 다시 한 번 작전을 설명했다.
“상 장로와 철혈사신은 피리 부는 놈을 맡아, 제압을 최우선으로 하되 시간이 걸릴 듯하면 모두 추살해. 시간을 다투는 일이니까 절대 망설이면 안 돼.”
“예, 장주님.”
“임 방주와 검후께서는 나와 함께 반혼인을 처리하도록 하지. 퇴로를 봉쇄하고 가능한 수급을 베도록 해. 전부 오십구나 되니까 되도록 일 검에 끝내야 해.”
“알았어.”
“예, 장주님.”
검후도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아직은 복수심에 불타는 모습이지만 그래도 완전히 믿지는 않는다.
그렇게 지루한 매복은 시작되었고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 나야 매복에 이골이 난 사람이지만 일행은 그렇지 못해 좀이 쑤시는 모양이었다.
일행의 집중력이 떨어질 무렵 기다리던 기척이 들리기 시작했다. 재빨리 귀식대법을 펼치며 일행에게 전음을 보냈다.
-왔다. 전부 기척을 죽이고 신호를 기다려.
휘릭. 휘리릭.
옷자락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며 어둠 속으로 시커먼 그림자가 금의장을 향해 밀려오고 있었다.
‘생각보다 수가 많은데? 작전을 변경해야 할지도.’
금의장의 정문도 상하지 않게 하려는 데 예상보다 복면인 수가 많았다. 선두의 반혼인을 제외하고도 백여 명은 더 되는 듯했다.
아마 공격은 반혼인에게 맡기고 나머지 복면인은 피리 부는 놈의 경호 인력 같았다.
경호를 하는 놈이 받는 놈보다 무공이 고강할 것은 당연한 일. 상 장로와 철혈사신만으로는 빠른 제압이 어려울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다시 일행에게 전음을 보냈다.
-작전을 변경할 테니 일단 놈들을 전부 통과시켜. 우리는 퇴로를 차단하고 복면인을 먼저 처리한다.
이미 내공을 빨아먹은 반혼인은 더 이상 공포의 존재가 아니었다. 지금 금의장에는 황산도 있고 형산도 있어 피해 없이 막아낼 수 있었다.
휙! 휙!
복면인들은 경공을 펼치며 빠르게 매복지점을 통과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쾅! 우지끈!
화악!
미리 준비하고 있어 금의장 전체에 불이 환하게 밝혀졌다. 그리고 무사들이 우르르 몰려나오고 있었다.
휙! 휙!
마지막 복면인이 매복지점을 통과하는 것을 지켜보고, 놈의 뒤로 날아 내리며 지풍을 쏘아 마혈을 제압했다.
-공격!
핑! 퍽!
털썩!
나머지도 일제히 공격에 나서 복면인의 후미를 제압해 나갔다. 제압한 복면인은 멀리서 대기하고 있는 금의장 무사들이 뇌옥으로 운반할 것이라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놈들의 뒤꽁무니를 따라가며 연신 지풍을 날렸다.
핑! 핑! 핑!
털썩! 털썩! 털썩!
십여 명의 복면인이 더 제압되자 놈들도 이변을 눈치 채고 반격에 나섰다.
“후미에 적이다! 막아라!”
챙! 챙!
펑! 펑!
곧 검광과 장력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일행은 모두 절정이상의 고수. 척살보다는 제압을 목적으로 상대했다.
하지만 그건 내 오산이었다. 복면인들의 실력이 전과는 달랐다. 일수에 제압은커녕 철혈사신의 경우 수적 우세에 밀려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전부 살수를 펼쳐!”
챙!
나도 검을 빼들고 현천삼검을 펼치며 복면인들 사이로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