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77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0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77화
77화. 장사꾼은 안다
그 후로는 구태여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어쨌든 시작은 공격하는 놈이 해야 하는 법. 목적지를 확인하기 위해 멀찍이 떨어져 느긋하게 뒤를 따랐다.
놈들의 배가 장사에 정박하는 것까지 확인하고 금의장으로 말 머리를 돌렸다. 금의장까지는 멀지 않은 길이라 느긋하게 움직여 저녁쯤에 도착했다.
금의장 역시 대단한 규모였지만 이제 더 이상 크기 문제로 놀라지 않을 생각이다. 대신 나중에 이 넓은 땅에 제일 큰 집을 지을 생각이다.
나와 광견이가 문지기에게 배첩을 보내자 얼마 지나지 않아 금의옥검이 버선발로 달려 나왔다.
금의옥검은 나보다 먼저 광견이에게 포권하며 인사했다.
“금의옥검 심장홍이 철혈방의 임 방주님을 뵙습니다. 본장의 구명을 위해 멀리서 찾아와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무림의 짬밥이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나한테 형님 하는 놈도 일단은 철혈방주가 먼저였던 것이다.
광견이도 마주 포권하며 말했다. 이럴 때 보면 어엿한 문파의 수장같이 보인다.
“별 말씀을. 그런 인사라면 한 장주에게 하세요. 모두 한 장주의 생각이었으니까 말이에요.”
“하하! 형님께서 그러셨습니까? 감사합니다, 형님. 어서 안으로 드시죠. 소제가 안내하겠습니다.”
금의옥검의 눈이 반짝하며 날 쳐다봤다. 놈도 광견이와 나 사이의 야릇한 분위기를 감 잡은 듯했다. 나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이 확연히 느껴졌다.
금의옥검은 우리를 내원으로 안내했다. 화려한 전각 하나를 통째로 내 주며 말했다.
“형님, 일단 오늘은 임 방주님 일행과 이곳에서 여장을 풀고 편히 쉬십시오. 아버님께는 내일 찾아뵙도록 전하겠습니다.”
광견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파격적인 대우라는 느낌을 받았다. 금의장주라면 명문대파의 문주급 이상이니까 말이다.
“자네 춘부장께서 우릴 직접 찾아오신다고? 그럴 수야 있나. 우리가 찾아 뵐 수 있게 내일 자네가 안내해 주게.”
“하하! 그래도 되겠습니까? 임 방주님.”
“한 장주님 말씀이 옳아요. 저희가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광견이와 일행들이 먼저 방으로 들어가자 금의옥검은 내 소매를 잡아끌었다.
“형님, 임 방주마저.......정말 존경합니다. 평생 충성하겠습니다.”
“짜식. 존경은 무슨.......그것보다 대책은 세워놓은 거야?”
“형산파와 황산파가 정예들을 보내와 일단은 한 숨 돌렸습니다만 저희도 무사들을 최대한 모으는 중입니다.”
“황산파도 벌써 도착했어? 문주 아들놈이랑 딸내미는 검후랑 같이 동정호에 있던데?”
“황산파의 장로원주가 황산이십팔숙二十八叔과 함께 먼저 와 있습니다.”
이십팔수가 나이가 들면 이십팔숙이 되는 거다. 황산파의 현역 최정예가 그들이었고. 결국 전력의 팔 할 정도를 투입했다고 볼 수 있었다.
“형산파는?”
“문주님이 직접 일대제자들을 이끌고 내려 오셨습니다.”
“나머지는 본산에 남았고?”
“예, 형님.”
“그래도 문주가 직접 오다니 꽤 신경을 쓰나 보네?”
“실은 형산파 문주님과 저희 아버님은 막역한 사이십니다.”
그렇다고 해도 상당한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다. 자칫 일대제자들을 모두 잃을 수도 있는 일이니까.
‘물론 절대 그렇게 생각하진 않겠지만.’
대부분의 문파들은 다른 문파가 당했어도 재수가 없거나 실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들은 다르다고 생각하는 자존심 하나로 사는 놈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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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금의옥검은 우릴 내원 본청으로 안내했다. 장주의 접견실에는 두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십대 초반과 오십대 중후반의 사내는 상당히 닮아 있었다.
‘장주와 아들 중의 하나겠지.’
그 중 나이 많은 사람이 벌떡 일어나 반갑게 맞아 주었다.
“어서 오십시오. 한 장주님, 임 방주님.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본장의 위기를 모른 척 않고 달려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장주인 심 대인입니다.”
대인배 할 때 대인이 아니라 진짜 이름이 대인이었다. 금의옥검에게 미리 들어 고개를 갸웃하지 않고 넘어갔다.
옆에 있던 사내도 마주 포권하며 이름을 밝혔다.
“첫째 아들인 심장대라고 합니다. 두 분의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나도 두 사람에게 마주 포권하며 입에 꿀을 발랐다.
“별 말씀을. 우형 된 도리로 어찌 아우 집의 우환을 모른 척 할 수 있겠습니까? 부디 늦게 왔다고 꾸짖지나 말아주십시오.”
“장주님의 환대에 감사드려요.”
광견이의 간단한 인사가 끝나자 심 장주가 자리를 권했다.
“하하! 두 분이 와주셔서 마음이 든든합니다. 어서 자리에 앉으십시오.”
마주 앉자 금의옥검은 제 아비 등 뒤로 가서 섰다. 아직 앉을 만한 짬밥이 되지 못하나보다.
그렇다면 금의옥검과의 친분 때문에 우릴 환영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분에 넘치게 환대하는 이유는 하나 밖에 없지. 흐흐흐!’
금의장은 무가가 아닌 상단이다. 그것도 대륙 삼대상단의 하나다. 상인인 장주가 무인처럼 자존심 때문에 상대방을 경시할 리가 없었다.
석가장도 무너졌고 팽가, 당가가 속절없이 무너졌다. 금의장주 정도라면 이러한 사안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확실히 꿰고 있었다. 쓸데없는 자존심 때문에 상대를 경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형산파나 황산파가 전력을 기울여도 쉽지 않다는 정도는 이미 깨닫고 있었을 것이다.
‘아까 철혈방주인 광견이보다 날 먼저 불렀지.’
사회적 지위를 무시하고 내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는 것은 그만큼 나를 중시한다는 뜻이었다.
‘금의옥검에게 들었겠지.’
규모가 크든 작든 놈들의 습격을 막아낸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심 장주는 이번의 위기를 넘기려면 반드시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얘기는 쉽겠는 걸?’
무림인과의 대화는 답답하지만 상인과의 대화는 단순 명료했다. 처음 기 싸움만 무사히 넘기면 그다음은 일사천리다. 서로가 원하는 것이 빤하니까 말이다.
자리에 앉아 먼저 말하라고 입을 다물었다. 광견이도 내가 가만히 있자 먼저 나서지 않았다.
아쉬운 놈인 심 장주가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리며 말문을 열었다.
“하하! 한 대협, 이곳까지 오는 데 불편은 없으셨는지요?”
“장주님, 아우도 지켜보고 있는데 길게 끌지 마시죠. 저는 막고 장주님은 절 돕고. 어떻습니까?”
내가 얻을 것은 돈 밖에 없어 까놓고 말했다. 솔직히 놈들은 오늘 내일 습격할 것이 빤하고, 내가 수작을 부려놔 힘 안들이고 막을 수 있었다.
괜히 시간을 길게 끌어봐야 자칫 죽 쒀서 개주는 꼴이 될 수도 있었다.
장주는 여전히 미소를 띤 채 대답했다.
“하하! 젊으신 분이라 그런지 화통하시군요. 저야 신뢰를 바탕으로 사는 몸이라 한 번 내뱉은 말은 지킬 수밖에 없지요.”
넌 네가 할 말을 책임질 수 있냐는 뜻이다. 장주보다 더 크게 웃으며 물었다.
“하하하! 장주님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심 장주는 질문을 질문으로 받았다.
“한 대협께선 형산과 황산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나도 다시 질문으로 대답했다.
“팽가와 당문이 제 집에서 쓰러졌습니다. 장주님은 그들이 형산과 황산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대협은 막을 수 있다는 뜻이군요?”
“그거야 지켜보시면 자연히 알게 될 일이고. 어쨌든 더 이상의 지원군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 아닙니까?”
심 장주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아마 뻥카일 것이다.
“과연 그럴까요?”
“무엇이 되었든 효율문제를 떠나서도 저보다는 비쌀 듯합니다만?”
심 장주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
“하하! 과연 소림과 남궁의 장중보옥을 한 손에 취했다는 말이 사실인 듯합니다. 그럼 제가 어떻게 도우면 되겠습니까?”
“이번 사건으로 멸문당한 문파가 하나 있습니다. 금의장이 문파를 재건할 수 있게 도와주시고 지속적인 지원을 부탁합니다.”
“한 문파의 재건을 말입니까? 더욱이 지속적인 지원이라면.......혹시 한 대협과 친밀한 관계라도?”
광견이 때문에 순화시켜 한 말이지만 결국 니 여자라도 있냐는 말이다. 그리고 관련이 있다면 기꺼이 투자하겠다는 의미가 깔려 있었다.
“뭐, 사람의 앞일은 모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딱히 생각이 있어 한 말은 아니었는데 심 장주는 달리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하하! 좋습니다. 이제야 좀 안심이 되는 군요. 그런데 한 대협께서는 특별한 계획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심 장주에게 절대 비밀로 할 것을 약속받고 계획을 설명했다.
“사실은........”
완강에서 놈들에게 수작을 벌여 놓은 것을 말하자 심 장주는 박장대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하하하! 이것 참! 하루 이틀만 시간을 끌걸 그랬습니다. 그런데 한 대협께선 절 만나지 못했다면 어쩌실 생각이셨습니까?”
“어떻게든 만났을 겁니다. 원래 남에게 양보하는 성격도 아니고, 노력의 대가는 반드시 받아야 하는 주의라서 말입니다.”
“하하하! 그 말씀을 들으니 더욱 안심이 됩니다. 그럼 완강에서 놈들과 우연히 마주치지 않았다면?”
“그건 영업비밀입니다. 아직 만금장도 남아 있지 않습니까?”
“하하! 그렇군요. 아무튼 잘 오셨습니다. 그럼 저는 한 대협만 믿고 말씀하신대로 편안히 있겠습니다.”
한 가지 잊고 있던 일이 떠올라 장주에게 질문했다.
“그런데 장주님, 어느 문파를 도와야 하는지는 묻지 않으십니까?”
“보타암이 아닙니까? 제가 잘 못 알았다면 알려주시지요.”
광견이 정말이냐는 시선을 날 쳐다봤다. 고개를 끄떡여주고 대답했다.
“이거 장주님의 혜안에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군요. 여기 임 방주님과 검후와는 각별한 사이니 잘 부탁드립니다.”
“보타암이라면 저희도 믿지는 장사는 아니지요. 본장의 도움으로 보타암이 과거의 명성을 재현할 수 있다면 저희들도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제 큰 아들놈이 주관하도록 하겠습니다.”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큰 아들이면 차기 장주다. 이보다 더 확실한 지원을 없을 것이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당분간 검후에게는 비밀을 지켜주십시오. 그 전에 해결할 문제들이 남아서 그럽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시시콜콜한 얘기를 몇 마디 더 나누고 일어섰다. 대청을 벗어나자 광견이가 고리눈을 뜨고 물었다.
“설마 너 딴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여자의 감은 무시하지 못하는 법. 하지만 이번은 정말 아니었다.
“당연하지. 검후와 보타암이 필요한 것뿐이야. 네 얼굴도 세워주고.”
“무슨 생각인데?”
“보타암도 바뀔 때가 된 거야. 검후도 힘들어 한다며? 언제까지 코 묻은 돈으로 문파를 운영하겠어. 쫄딱 망한 지금이 그 기회라고.”
“하지만 오랜 세월 전해진 관습인데 쉽게 바꿀 수 있을까?”
“그러니까 지금이 기회야.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지.”
“휴우! 난 모르겠어. 네가 알아서 해.”
내가 알아서 할 일이 아니다. 물가에는 끌고 가도 물을 마시게는 못하니까.
저녁때쯤 금의장에 도착한 검후가 바로 광견이를 찾아왔다. 아직 내가 끼어 들 때가 아니라 자리를 피해 줬다.
그랬더니 광견이가 덜커덕 검후를 숙소로 받아들였다. 남자 투성이인 호검대와 같은 숙소를 쓸 수 없다는 이유였다.
‘설마 금의장에 숙소가 거기 하나 뿐이야?’
금의장에선 나와 얘기한 것도 있어 검후에게 상당한 예우를 했을 거다. 아니 검후라는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대접했을 터, 불편해 이곳에서 머물겠다는 말은 핑계에 불과했다.
‘며칠뿐이니 상관없으려나.’
어차피 회유할 생각이라 불편해도 참기로 했다. 두 여자끼리 회포를 풀게 하고 상 장로와 매복지점 정찰을 나섰다. 이왕 생색을 내려면 대문하나 건드리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잠깐 자리를 비운사이 광견이가 사고를 쳤다. 정찰을 마치고 돌아온 나를 반기는 것은 처참한 몰골로 무릎을 꿇고 있는 호검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