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75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5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75화
75화. 무림 아이돌
“저 여인이 검후라면 사내들은 강호에서 호검대護劍隊로 불리는 자들일 것입니다.”
“호검대?”
“예, 한 마디로 쓰레기들입니다. 검후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그저 눈이라도 한 번 마주치길 바라는 놈들이니까 말입니다. 강호에서도 조롱삼아 붙여준 이름인데 그걸 자랑스러워하며 대주와 부대주까지 정한 놈들입니다.”
철혈사신 중에 가장 입이 무거운 청룡이었다. 그가 이 정도로 말할 정도면 세간의 평판을 알 만 했다.
“그럼 검후 옆에 좌우로 앉은 놈들이 대주와 부대주겠군.”
“아마 그럴 겁니다.”
“쯧! 그럼 병풍보다는 검후란 년이 더 나쁜 년이네.”
십년 정도 광견이를 모신 철혈사신은 이 정도 욕에는 조금도 놀라지 않는다. 하지만 내 말 뜻은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이다.
“예? 그게 무슨.”
“저 년이 고고한 척 혼자 다하며 곁을 내주고 있는 거잖아. 놈들도 비빌 언덕이 있어서 비비는 거야. 검후라는 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까 저러는 거라고. 알고 보면 저 년도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는 거라고. 사람들이 여신처럼 떠 받들어 주는 것을.”
보타암의 이름도 적은 것이 아니고 검후는 초절정고수라고 했다. 정말 싫었으면 강제라도 해산 시켰을 것이다. 함께 다니지도 않았을 테고.
‘쯧쯧! 검후라는 년이 저 따위니 보타암이 멸문 당해도 싸지. 아무튼 정파라는 것들은 보면 볼수록 문제가 많아.’
정나미와 함께 관심도 뚝 떨어졌다. 이전에 된장녀니 김치녀니 하는 년들이 딱 저랬다. 저런 애는 고쳐서 쓰려면 손이 많이 간다. 걸레는 빨아도 걸레라고 근본은 변하지도 않을 테고.
그래도 황산파에는 흥미가 있어 계속 주시하며 살폈다. 대화는 황산일룡이 합당한 이유를 대며 검후를 설득하고 있었다. 차츰 검후도 황산일룡의 논리에 설득되고 있었다.
‘저 년! 저거 완전히 백여우네.’
하지만 순진한 황산일룡을 몰라도 난 알 수 있었다. 검후 년이 개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것을. 검후는 자신의 미모와 명성을 이용해 황산일룡을 조종하려 하고 있었다.
‘응? 저년은 또 뭐야?’
힐끔힐끔 그 쪽을 쳐다보다 황산옥봉과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는 오라비와 검후와의 대화에는 흥미가 없어보였다. 따분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다 나와 딱 마주친 것이다.
그런데 살포시 미소 지으며 고개까지 까딱거리는 게 아닌가.
‘날 알아? 설마 유혹?’
그럴 리는 없었다. 내가 개성 있게 생기기는 했어도 한 눈에 젊은 처녀를 뿅 가게 만들 외모는 절대 아니다.
‘아줌마라면 또 모르지?’
젊은 처녀와 아줌마는 남자를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다르니까 말이다. 아무튼 난 수신修身은 하는 편이라 이런 일로 오해는 하지 않는다.
혹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렇다면?’
씨익.
알다시피 오는 여자 막는 놈도 아니다. 그래서 같이 씩 웃어줬다. 솔직히 황산파에 대한 호기심 반, 장난 반이었다.
그런데.
‘어라? 얼굴을 붉혀?’
검후가 있는 자리는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다. 그곳에서 날 힐끗 거리며 얼굴을 붉히는 여자. 일반적인 사고를 가진 애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지 않아!’
자칫 하다는 탈이 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그렇지 않아도 검후의 병풍들 중에 우리를 힐끔 거리는 놈들도 있었다. 황산옥봉의 맞은편에 있어 표정의 변화를 발견했던 거다.
그때 광견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벌써 먹고 있었어? 기다리지.”
“아니, 지금 막 나왔어. 어서 먹자.”
주작과 함께 우리 자리로 걸어오고 있는 그녀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광견이 앞에서 딴 여자와 수작을 피우다 걸리면 죽은 목숨이다. 나 말고 여자가 말이다.
“뭐야, 벌써 반은 먹었구먼.”
“모자라면 더 시키면 되지. 어서 앉아. 주작이도 앉고.”
검후에게서 신경을 끄고 다시 식사에 열중했다. 광견이의 성격을 잘 아는 나로서는 괜히 황산파나 검후와 엮이는 일은 피하고 싶었다.
‘광견이 인관관계야 빤할 테니까.’
엮이면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일 것이 분명했다. 아무리 객잔풍운을 원해도 내가 나쁜 놈이 되는 쪽은 사양이었다.
하지만 안 좋은 예감은 항상 맞는 법이다. 합비에만 있어서 광견이의 무림에서의 지위를 간과했던 것이고.
사실 내가 만만하게 봐서 그렇지 철혈방은 사황련의 팔대 중심세력중의 하나였다.
더구나 미모의 독신 여방주.
거기다 좋게 말해 개성 있는 성격. 당연히 널리 알려져 있었다.
사박사박.
경쾌한 발소리와 함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옥 언니가 여기까지 어쩐 일이세요?”
“응? 연매 아냐?”
알고 보니 광견이와 검후는 언니동생 하는 사이였다. 광견이답지 않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검후의 손을 꼭 잡아주고 옆자리에 앉히며 말했다.
“연매, 보타암의 일은 들었어. 가보고 싶었지만 우리 역시 큰일을 치르느라.......”
“괜찮아요, 언니. 철혈방도 습격 받았다면서요? 언니라도 무사하니 다행이에요.”
“나야, 운이 좋았지만. 사부님과는 연락이 닿았어?”
“사천 당문에 계시다고 해서 찾아 나섰는데 다시 연락이 끊겨 걱정하는 중이에요.”
“그래? 하지만 걱정 마. 보연 사태께서는 무사하실 거야. 누가 그분을 해할 수 있겠어?”
“저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이야기의 내용상 도저히 중간에 끼어 들 수가 없었다. 원래 검후가 있던 자리를 보니 황산일룡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새낀 왜 인상을 쓰는 거야? 무림 선배를 봤으면 얼른 달려와 인사는 하지 못할망정.’
내 얼굴에 기분 나쁜 표정이 드러났는지 천룡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정파인은 은연중에 사파를 무시합니다. 특히 방주님과 인사하고 지낼 정도의 인사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저희도 마찬가지고 말입니다.”
그 점은 광견이의 성격상 충분히 이해가 됐다.
“그러면 검후는 뭔데?”
“저도 방주님과 검후가 가까운 사이라는 것은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그래?”
“예, 아우들 표정을 보시고도 모르겠습니까?”
청룡의 말대로 다른 철혈사신들도 입을 쩍 벌린 채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마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듯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두 여자의 대화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옥 언니도 금의장으로 가시는 중이시라고요?”
“응, 연매는 당문으로 가려고?”
“처음에는 그럴 생각이었는데 당문이 멸문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는 앞으로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그래? 그럼 일단 나와 함께 금의장으로 가자. 거기서 사부님의 소식을 알아보면 되잖아.”
“그래도 될까요? 일행이 있으신 것 같은데.......”
말꼬리를 흐리며 날 쳐다보는 검후였다.
‘여우같은 년! 이미 결정해 놓고 어디서 수작을.’
그제야 내가 생각난 듯, 광견이 서둘러 인사를 시켰다.
“연매, 인사 해. 이분은 합비의 천하제일장주이신 일권무적 한 대갑 대협이셔. 한 장주, 연매는 강호에서 검후로 불리는 재녀야. 서로 인사 해.”
“아! 한 대협이셨군요. 전 조비연이라고 해요.”
“한 대갑입니다. 검후를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예의가 대협을 만드니까. 또 광년이의 얼굴도 있어 싫은 티는 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지난 무림대회에서 한 번 뵌 것 같군요. 저야말로 한 대협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렇습니까? 하하! 검후께서 보잘 것 없는 저를 기억해주신다니 영광이로군요.”
사실 내 얼굴과 덩치는 워낙 튀는 편이라 잊기가 어렵다. 그래서 내가 복면을 즐기는 거다.
철혈사신과 상 장로와도 인사가 끝나자 광견이가 물었다.
“한 장주, 금의장까지 연매와 동행했으면 하는데 어때요?”
“상관은 없는데 저들도 함께라면 곤란하지 않겠소? 길을 서둘러야 하니 말이오.”
호검대를 가리키며 말하자 광견이 검후를 쳐다봤다. 어쩌겠냐고 묻는 것이다.
광견의 시선을 받은 검후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천하의 광견이가 다른 사람의 의견을 구했으니까 말이다.
검후가 즉시 대답하지 못하자 광견이 직접 물었다.
“연매, 어떻게 할래?”
“언니, 급하시면 먼저 가세요. 금의장에서 뵈면 되잖아요.”
“그래? 그럼 그렇게 해.”
“그럼 금의장에서 뵈어요. 한 대협도 그때 다시 뵙겠어요.”
“예, 조심하십시오.”
검후가 돌아간 뒤 광견이가 나직히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이젠 그만 둘 수도 없을 테니.......알고 보면 불쌍한 애에요.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무슨 눈?”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잖아. 연매도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야.”
“내가 뭘?”
한 번 더 모르는 척 해봤다.
“아까 호검대를 병풍이라고 했잖아.”
“그럼 좋아서가 아니라면 왜 저러는데?”
광견이가 날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말했다.
“문파를 운영하는 데 돈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 게 누구야? 비구니들이 돈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어? 저 병풍들이 바로 보타암의 돈줄이란 말이야.”
“돈줄이라고?”
“그래, 못 난 놈들이긴 해도 애비들은 꽤 잘 살거든. 모르긴 몰라도 쟤들이 시주하는 돈이 운영비의 절반 이상은 될 걸?”
“허! 세상에 이런 일이!”
검후가 아이돌이라니 놀라 자빠질 일이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니 실패확률이 높은 사업을 운영하는 것보다 훨씬 남는 장사였다. 검후 하나 잘 키우면 운영비의 반이 들어오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검후가 병풍을 물리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세상에 대가없는 공짜는 없는 법이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얘기가 또 다르지.’
검후도 버릴 패가 아니었다. 오히려 손쉽게 영입할 수 있는 기회였다.
운영비 때문에 웃음을 팔지 않아도 될 만한 돈벌이를 만들어주면 되었다. 마침 쫄딱 망해 당장은 큰돈이 필요하지도 않을 테니까.
무림의 아이돌 시스템에 대해서는 대충 알았고 황산파에 대해 궁금해졌다.
“그건 그렇고 황산파는 어때?”
“황산파? 뭐가?”
“본산을 비우고 남을 도우러 갈 만한 전력이 되는 거야?”
“글쎄, 항간에는 남궁을 넘어섰다는 말도 있는데 그래도 나라면 황산이랑 싸우면 싸웠지 남궁과는 안 싸워.”
“왜?”
“이유는 없어. 그냥.”
오랜 세월 지켜온 명성 때문일 수도 있고, 그냥 본능적인 감일 수도 있었다. 어쨌든 황산보다는 남궁에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었다.
‘흐음. 저 놈들도 지켜볼 필요가 있는데?’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라는 바둑 격언이 있다. 내가 산 다음에 상대말을 잡으라는 뜻이다. 아무리 돈이 좋다고 해도 내 집을 비우고 남을 돕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 객잔풍운은 피할 수 있을 듯했다. 서로의 정체를 알고 나서 시비 걸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단지 가끔 보내오는 황산옥봉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광견이의 눈치를 봤다.
‘어쭈! 지가 광견이를 째려보면 어쩌려고? 한 주먹 감도 안 될게.’
아마 광견이가 눈치 채기라도 하면, 왜 광견이라고 불리는지 보여줄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이쯤에서 자리를 파하는 게 좋을 듯했다.
“그만 들어가자고 낼 아침에 악양루나 들렸다가 가자.”
“그, 그럴까?”
최근 자자는 소리만 나오면 얼굴을 붉히며 더듬거리는 광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