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67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7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67화
67화. 누가 친구 아니랄까봐
광견이가 어울리지 않게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사실 련으로 보낸 포로들에게서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어. 아는 것이 거의 없거나 정말 독한 놈이라는 거지. 우리 정보각주가 보통 독한 년이 아니거든.”
“그럼 포로들은 다 자살했어?”
“그렇지 뭐. 아무튼 남은 두 놈에게도 별 희망은 갖고 있지 않아. 그래서 너를 데려가는 것이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말이야.”
“그래? 그렇다면 나도 쉽지 않겠는 걸?”
“왜 너답지 않게 갑자기 약한 소리야?”
약한 소리가 아니라 자기가 속한 단체의 이름도 모르는 놈은 소용이 없었다. 멀뚱멀뚱 ‘그게 뭔데?’ 할 테니까 말이다.
“나 다운 게 뭔지는 몰라도 한 번 실험해 봐서 하는 얘기야. 지위가 너무 낮은 놈에겐 효과가 없더라고.”
“어? 그 복면인들과 또 만났어? 그런 거지?”
나도 모르게 한 말 실수를 잡고 늘어지는 광견이다. 하지만 전혀 당황하지 않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아니. 내가 잡아간 놈도 있잖아.”
“아! 그랬나? 어쨌든 한 번 시도는 해봐. 네 말대로 밑져야 본전이니까.”
“그래. 대신 놈과 단 둘이 있게 해줘야 해.”
“왜? 우리가 참관해야지.”
“야, 넌 네 밑천 다 까고 다니냐?”
“새끼, 쫀쫀하기는.”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철혈각이라고 쓰인 전각에 이르렀다. 이곳이 광견이의 집무실인 듯했다.
철혈각에는 일남 이녀가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내가 들어서자 이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녀가 대화를 멈추고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누군데 날 보고 피해?’
눈으로 물었지만 광견이는 알려줄 생각이 없었다. 별 일 아니라는 듯이 날 의아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이십대 후반의 여자에게 소개했다.
“이분은 천하제일장주이신 한 대갑 대협이셔. 포로를 심문하기 위해 모셔왔어.”
한 걸음 앞에 나서 포권하며 인사를 건넸다.
“처음 뵙겠습니다. 일권무적 한 대갑입니다.”
“호오! 바로 소호의 영웅으로 위맹이 쟁쟁한 한 대협이셨군요. 반가워요. 소수옥녀 반 금련이에요.”
이름과 별호에 걸 맞는 미모의 소유자였다.
광견이가 한 마디 더 보탰다.
“사황련의 정보각주이기도 하지.”
“어머! 얘는 부끄럽게........”
말과는 달리 반 금련은 전혀 부끄러워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부심을 가진 것 같아 입술에 침을 바르고 말했다.
“하하! 대단하십니다. 젊은 나이에 그런 중책을 맡으셨다니 존경스럽습니다.”
“호호! 그래도 어찌 신비세력을 일 권으로 물리치신 한 대협만 하겠어요. 과찬이세요.”
‘어라? 이거 조롱하는 거 맞지?’
금련이 웃는 내 얼굴에 침을 탁 뱉었다. 얘는 내가 속 좁은 대협이라는 걸 아직 잘 모르는 듯했다. 사황련의 정보각이 생각보다는 정보능력이 떨어진다는 증거였다.
그렇다고 즉각 반응하면 금련이가 이기는 거다. 사람 좋은 얼굴로 말했다.
“하하! 아름다운 외모만큼이나 날카로운 구공을 지니셨군요. 서로 얼굴에 금칠은 그만하고 볼 일이나 보기로 하죠?”
금련이는 고개를 갸웃하며 광견이를 보며 말했다.
“볼 일이라니?”
“응, 한 장주가 포로를 심문해 보기로 했어. 뭐 별다른 방법이 없으니 지푸라기라도 잡아봐야지.”
“하지만 외부인에게........”
광견이가 금련의 말을 끊었다.
“잊었어? 그때 한 장주가 도와줬으니 외부인이라고 볼 수는 없지. 그리고 사실 너도 달리 방법이 있는 건 아니잖아?”
금련이는 못 마땅한 시선으로 날 아래위로 훑어보며 말했다.
“흐음! 그렇다고는 해도 이 사람이 알아낼 수 있을까?”
“듣자하니 그쪽이라고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닌데 밑져야 본전이 아닙니까?”
결국 금련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두 여자는 날 뇌옥으로 안내했다.
“그건 안 돼요.”
“그럼 나도 안 합니다.”
“왜 못 보여 준다는 거죠? 사술이라도 쓰실 건가요?”
“사술이든 뭐든 내가 알아서 합니다. 사황련에선 설마 남의 무공도 훔쳐보고 그럽니까?”
뇌옥 앞에서 한 차례 실랑이를 벌였지만 결국 혼자 들어갈 수 있었다.
솔직히 무림맹에도 간자가 있는 듯한데 사황련이라고 믿을 순 없었다. 그리고 복면인이 비천이 아닐 수도 있는 일이다.
‘어쩌면 사황련 자체가 비천일 수도 있고.’
아무튼 비천의 존재는 확신이 없는 자에겐 밝힐 수 없었다.
포로에게 백호안을 시전하고 심문하려는데 밖에서 두 여자의 말소리가 들렸다.
-야, 저 새끼 정체가 뭐야?
-호호! 정보각주인 네가 모르는 걸 내가 어떻게 알아?
-애새끼 정말 재수 없네.
-이년아, 너도 만만치 않아. 그리고 저 새낀 정파의 탈을 쓴 양아치야. 정파인으로 생각하고 상대하면 오히려 네가 당해.
-아무튼 저 새끼에 대해 자세히 조사해봐야 할 것 같아. 갑자기 나타나 두각을 나타내는 애들은 다 뭔가 있는 놈들이니까 말이야.
‘지금 저것들이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지? 유유상종이라더니.......쯧쯧!’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금련이도 광견이와 같은 과임이 틀림없었다.
포로 중에 한 놈에게 먼저 신분을 물었다. 은패사자銀牌使者 휘하 은패 삼호라고 실토했다.
‘우두머리가 은패사자였군. 그렇다면 이놈들도 비천이라는 비밀세력이라는 말인데?’
확인 차 비천이라는 암구호를 대자 바로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맛이 간 놈은 놔두고 다른 놈에게 질문했다.
“네놈들이 철혈방을 공격한 목적은?”
“폭렬문주 하후청의 딸 납치.”
폭렬문주라는 말에 감이 딱 왔다.
‘폭렬문주? 뭔가 이번 화약운송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은데?’
“왜 납치하려 했지?”
“모른다.”
“그럼 딸이 누군데?”
“하후영영.”
“알았다. 쉬어라.”
심문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자 초롱초롱한 네 개의 눈동자가 날 반겼다. 알아낸 것이 있으면 어서 말하라는 은근한 압박이었다.
“은패 삼호, 육호래. 우두머리가 은패사자였고.”
“그리고?”
“거품 물고 쓰러져서 더는 몰라.”
후다닥.
말이 끝나자마자 금련이가 뇌옥으로 뛰어 들어갔다.
멀뚱히 서 있는 광견에게 물었다.
“넌 안가 봐도 돼?”
“내가 가서 뭐하겠어? 그건 그렇고 더 알아낸 것은 없어?”
“놀라지 않는 것을 보니 은패사자까지는 알아냈나보네?”
“응.”
“단체 이름은?”
“아직.........”
아직 비천의 존재는 모르는 듯했다.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광견이에게 슬쩍 물어봤다.
“쟤들이 공격한 이유는 알아냈어?”
“대충은.”
“그럼 하나만 묻자. 하후영영이 누구냐? 아니 아직 니네 집에 있냐?”
“응? 아, 아니. 지금은 없어.”
광견이 같은 애가 또 거짓말은 서툴다. 그래서 절대 나한테 이길 수가 없는 거다.
“있구먼. 아까 걔냐? 나 들어올 때 있던 애?”
“아! 진짜 없다니까! 새끼가 속고만 살았나. 사람이 말을 하면 믿을 줄도 알아야지.”
아예 확인 시켜주는 광견이었다. 하후영영를 납치하려 했던 것으로 보아 최소한 광견이는 비천과 관련이 없는 듯했다.
그렇다면 철혈방도 보험으로 들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입이 걸레라 그렇지 실력은 진짜니까.
“흐흐! 그래 알았다. 근데 만일 아직 있다거나 다시 올 계획이라면 조심해라.”
“뭘 조심해?”
“쟤들이 한 번 실패했다고 그만 둘 애들은 아닌 것 같아서 말이야. 다시 올 때는 전보다는 센 애들이 올 것 아냐?”
“호호! 우리 철혈방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은 아니거든. 너나 조심해.”
“그래서 말인데.......우리 공동대응 하는 게 어때? 놈들이 습격하면 바로 도울 수 있도록 말이야. 거리도 가까우니까 비상 신호체계를 만들어 두면 좋잖아.”
광견이 눈을 가늘게 뜨고 의심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너 또 무슨 사고치고 돌아다닌 거냐? 쟤들하고 또 붙었냐?”
“뭐, 그런 건 아닌데. 날 싫어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아서.”
“호호! 딱 봐도 사고 쳤네. 이번엔 어딘데?”
“몰라. 싫으면 말고.”
뇌옥에서 올라오던 금련이 끼어들었다.
“한 장주님, 잠깐 얘기 좀 해요.”
“아는 건 전부 말했습니다만?”
“이미 영영이에 대해 아시는 것 같아 하는 말이에요.”
“아! 아까 그 여자분?”
“알려져선 안 되는 일이에요.”
짐작으로 찍어봤는데 뜻밖에도 깨끗이 인정하는 금련이었다. 뭔가 수작이 있는 것이 분명해 뚱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서 살인멸구라도 하시려고?”
“호호! 설마요. 우린 정파 애들처럼 뒤에 숨어서 그런 짓은 하지 않아요. 그냥 쫓아가서 때려 부수지.”
내가 아는 바로는 사실이었다. 사파라기보다는 패도覇道에 가까운 곳이 사황련이었다. 때문에 나도 그다지 반감이 없었던 것이고.
두 여자와 자리를 옮겨 대화를 시작했다. 먼저 금련이가 입을 떼었다.
“한 장주님은 다른 정파인과는 달리 유연한 사고를 가졌다고 들었어요.”
언뜻 들으면 칭찬 같지만 사실은 기회주의자라고 욕하는 거다.
“시비거실 생각으로 대화를 나누자고 한 건 아니겠지요?”
“호호! 물론이에요. 이미 영영이에 대해서도 알고 계시고, 소호의 일로 보아 복면인과 한 패는 아니라고 믿어요. 그래서 말인데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어떨까요?”
“글쎄요, 그쪽을 아직 믿을 수도 없고, 내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가진 것 같지도 않은데요?”
“그럼 한 장주께서는 그런 정보를 가졌다는 말인가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얄미워 죽겠는 모양이다. 하지만 궁금한 건 저쪽이지 내가 아니다.
“한 장주님은 신비세력을 너무 가볍게 보시는 것 같군요. 은패사자라면 그 위에 금패나 천패가 있을 거예요. 그런데 중간 정도의 은패사자가 백여 명의 일류고수를 휘하에 거느렸다면 보통 전력이 아니에요. 절대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는 말이에요.”
맞는 말이다. 그 정도 전력은 구팔일방이나 오대세가 정도일 거다.
“좋소. 그럼 나도 정보각주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영영이라는 아가씨에 대한 정보는 어디서 새어 나갔을까요?”
“휴우! 저희도 조사 중이에요.”
“아마 철저하게 조사해야 할 겁니다. 등 뒤에서 맞는 칼이 제일 아픈 법이니까.”
“알고 있어요.”
그 후로도 대화를 나눴지만 별 다른 성과는 없었다. 아직 서로를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만 철혈방과 비상시 서로 돕기로 한 것이 유일한 성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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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남궁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수련중인 날 찾아왔다.
“화매, 무슨 일인데 그래?”
“가가! 큰 일 났어요. 하북 팽가와 석가장, 보타암寶陀庵이 무너졌어요.”
팽가는 오대세가고 보타암은 전통적으로 검후劍后를 배출하는 명가였다. 석가장은 중원 제일 부호로 알려진 곳이고 말이다. 세 곳 모두 쉽게 무너질 곳이 아니었다. 드디어 대륙에 풍운이 일어나는 모양이다.
“무슨 일로?”
“아직 모르겠어요.”
“화매는 어떻게 알았어?”
“세가에서 연락이 왔어요.”
“누구 짓인지도 모르고?”
“예, 아직.”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비천하고 폭약이었다.
“혹시 폭약에 당했다는 말은 없었어?”
“그런 말은 없었는데 자세한 건 아직 몰라요.”
“세가에서는 어떻게 하신다는 데?”
“일단 무림맹에서 조사단을 파견한다고 하네요. 그 후의 일은 따로 상의할 것 같아요.”
“그럼 일단은 지켜보자. 너무 걱정하지 말고.”
“예, 가가.”
당장 우리가 할 일은 없었다. 낄 자리도 아니었고. 사태의 추이를 살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