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65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2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65화
65화. 후회하느니 일단 털고 보자(2)
칠십 대의 마차에 호위까지 포함해 몇 백 명이 움직이는 행렬이다. 뒤를 쫓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충분히 거리를 두고 쫓다보니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저 놈들이!’
멀찍이 행렬을 쫓아 움직이는 일단의 거지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개방 총타가 있는 개봉 근처라 무심코 지나쳤다. 하지만 백여 명의 거지들이 성도인 정주까지 따라 붙었다.
‘결코 우연이 아니지. 어쩐지 호위무사가 적더라니.’
염초와 유황은 관官의 엄격한 관리를 받는 물품이었다. 민간인은 취급이 불가할 뿐 아니라 상당한 고가였다. 마차 수에 비해 호위무사가 적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런 꼼수가 있었던 거다.
‘일이 점점 더 복잡해지는데?’
처음 계획은 산적이나 수적으로 분장해 마차를 탈취할 생각이었다. 절정무사 열 명으로 이루어진 백호대라면 충분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개방이 마차를 호위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일단 개방에도 고수는 있을 테고 성공한다고 해도 뒤탈이 문제였다. 아직 개방은 천하제일방이며 정파의 주축이었으니까.
‘그냥 다 죽이고 뺏어?’
수백 명이 다 죽을 만큼 죄를 지었을 리는 없었다. 꼭 양심에 찔리는 것이 아니라 명분이 없었다. 나 스스로 정한 명분이.
‘일단 목적지를 알아보고 나서 궁리를 해보자.’
가능하면 하남성을 넘기 전에 탈취하는 것이 좋겠지만 먼저 완벽한 계획이 있어야 했다.
‘시간은 충분하니까.’
대 행렬이 움직이는 만큼 속도는 더뎌 잔머리를 굴릴 시간은 있었다.
다시 일주일이 흘렀다. 마차행렬은 낙양에 들어섰는데 목적지가 무림맹이라는 사실밖에는 알지 못했다.
인연의 낙양루에 누워 이리저리 머리를 굴렸다. 무림맹으로 간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어 놀랍지도 않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생겼던 것이다.
‘하지만 왜 이 시기에?’
무림대회가 끝난 시점이라는 점이 날 혼란스럽게 했다.
‘정식으로 무림맹에서 주문한 건가?’
하지만 정파연합인 무림맹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아! 이렇게 답답할 수가.’
제일 좋은 방법은 무림맹에 이르는 거다. 하지만 무림맹도 믿을 수가 없다.
‘가만? 백호대도 믿을 수 없잖아?’
아무래도 일대 일 면담이 필요할 것 같다. 백호안을 시전 해 비천이란 암구호를 대보면 안다. 발작하는 놈은 제압하거나 이용하면 되니까.
별다른 대책 없이 고민에 빠져 있는데 인기척이 났다.
똑똑.
“누구시오?”
스르륵.
대답 없이 문이 열려 잔뜩 긴장해 내공을 끌어올렸다.
“장주님, 접니다.”
사십대 중년 사내가 문을 열고 들어오며 말했다. 낮선 얼굴에 잠시 의아해 했지만 이내 기억을 떠올리곤 반갑게 맞이했다. 상 장로는 화상을 입은 얼굴은 너무 튀기 때문에 무혈음마의 인피면구를 쓰고 있었다.
“아! 상 장로. 어서 오시오. 대원들은?”
“주루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요. 마침 맞게 잘 오셨습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남궁 총관께서 많이 서운해 하셨습니다.”
집 볼 사람은 있어야 해서 남궁을 남겼다. 그 보다는 남궁과 같이 다니면 이목을 집중시켜 불편했다. 특히 이번처럼 비밀을 요하는 일에는 부적합했다.
“할 수 없지요. 쉬지도 못하고 다시 오느라 고생이 많았겠군요?”
“별 말씀을. 그보다 이제 어쩌실 생각이신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상 장로의 말에 더 이상은 모르고 당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깃들어 있었다. 그럼에도 십년 약속이 있어 도망치지는 않을 거다. 그 대신 당할 때 당하더라도 알고 당하고 싶은 거다.
사실 상 장로는 내 작전능력을 전혀 믿지 않는다. 보여준 게 튀는 것 밖에 없어 나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리고 난 지금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처지다. 믿을 수 있는 내 편이 무엇보다 필요했다.
“상 장로, 내 부탁이 하나 있소. 그 후에는 뭐든지 털어 놓고 상의하리다.”
“어차피 십년 종살이를 약속했는데 무슨 상관이요. 무슨 부탁이오, 장주.”
“내가 잠시 상 장로의 내공을 폐쇄하겠소. 아주 잠시면 되오.”
척.
말없이 팔뚝을 내미는 상 장로였다. 마치 네가 준 공력 알아서 하란 듯이.
그렇다고 미안해 할 내가 아니다. 바로 맥문을 잡고 상 장로의 내공을 제어한 뒤. 삼단계 백호안을 시전 했다.
-어흥!
“흡!”
상 장로의 눈알이 뒤집히는 것을 확인하고 예의 암구호를 말했다.
“상 장로, 비천에 대해 아시오?”
멀뚱멀뚱.
‘반반이라고 생각했는데 다행이군!’
즉시 제압한 내공을 풀어주고 잠시 기다리자 제 정신으로 돌아온 상 장로가 노한 목소리로 물었다.
“으음! 장주, 대체 무슨 사술을?”
“사술이 아니니 진정하시오. 일시적으로 심지를 제압하는 기공일 뿐이오. 그것도 내력이 강한 자에겐 통하지도 않소. 지속시간도 보다시피 짧고.”
약간의 진실이 섞여야 신뢰를 주는 법이다. 그래도 노한 표정이 풀어지지 않아 얼른 본론을 꺼냈다.
“상 장로, 사실은 말이오. 아무래도 내가 무림맹이나 개방과......”
무림맹에 간자가 있을 수 있다는 말과 개방과 한 판 붙어야 할지 모른다고 하자 내민 입이 쏙 들어갔다. 상 장로에게 무림맹과 개방은 철천지원수니까.
“그럼 이제 어떡하실 생각이시오, 장주.”
“어떻게 하긴요? 화물을 탈취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상 장로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탈취요? 하지만 수십 대의 마차를 어떻게 옮기실 생각이십니까?”
“다 생각이 있습니다.”
상 장로에게 대략적인 계획을 알려주고, 남궁세가를 제외한 나머지 백호대원들과 일대 일 면담을 가졌다. 그 결과 다행히 비천과 연관 있는 대원은 없었다.
대원들을 모아놓고 일장 연설을 했다. 얘들한텐 개방이나 무림맹을 쏙 빼놓고 비밀세력만 언급했다. 무림전복을 꿈꾸는 비밀세력이 화약을 운반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이다.
아마도 비밀세력을 쳐부수고 무림영웅이 되는 꿈을 꾸고 있으리라. 그러라고 한껏 띄워놨으니까 말이 셀 염려는 없었다.
그랬더니 금의옥검이 존경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형님은 대체 그런 고급정보는 어디서 입수하신 것입니까?”
기다리던 질문이었다. 이 질문이 있어야 대원들이 한 점 의심 없이 내 계획을 따를 테니까.
“진 아우는 알 테지만 난 오랫동안 관직에 있었네. 무림의 일이라 옛 동료들이 도움을 청한 것이라네.”
남궁 진과 세가의 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오! 그럼 형님께선 혹시 금의위錦衣衛나 동창東廠이셨습니까?”
이런 땐 직접적인 대답보다 묘한 염화시중의 미소가 먹히는 법이다.
“후후후! 그건 밝힐 수 없네. 미안하네.”
“아닙니다, 형님.”
이제 대원들은 날 금의위나 동창의 관리였다고 철썩같이 믿을 거다.
알다시피 대원들이 이봉을 얻었다고 대뜸 형님으로 모시겠다는 좀 모자라는 애들이다. 내 과거까지 듣자 더욱 솔깃한 모양이었다.
마지막으로 쐐기를 박았다.
“아우들, 이번 일은 단순히 음적이나 잡는 일이 아니야. 전 무림의 평화와 안녕을 위한 일이라는 것을 명심해서 한 치의 어긋남이 없어야 할 것이네. 알겠나?”
“예, 형님!”
“그럼 오늘은 푹 쉬고 내일부터는 내 지시대로 따라야 하네. 알겠나?”
“예, 형님.”
대원들이 물러가고 금의옥검을 따로 불렀다. 이번 탈취작전에 중요한 임무를 맡아야 했다. 바로 돈 문제다.
안색을 굳히며 금의옥검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장홍 아우, 자네가 꼭 맡아줘야 할 일이 있네. 이번 계획의 성패가 달려 있는 일이라 자네가 아니면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네.”
금의옥검이 감격한 표정으로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
“다름이 아니라........”
금의옥검에게 준비할 것을 지시한 후, 남궁세가 대원들을 불러 따로 지시를 내렸다.
@
다음날.
철산장의 마차 행렬이 낙양을 벗어나기 전, 백호대의 대원들은 저마다의 임무를 안고 먼저 출발했다. 이미 마차의 목적지를 알고 있어 구태여 추적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혹시 변수가 생길까봐 마차는 계속 내가 따라가기로 했다. 상 장로는 대원들과의 연락을 맡아 준비상황을 보고하기로 했다.
화물을 탈취할 곳은 섬서성의 여산驪山이라는 곳으로 성도인 서안西安에 조금 못 미친 곳이다. 마차의 속도로 보아 약 한 달 정도 시간이 있어 준비시간은 충분했다.
재미있는 것은 원거리 호위를 하던 개방도들이 섬서성으로 접어들자 모두 변복을 했다는 점이었다. 아마 이목을 생각한 행동이겠지만 결국은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아무튼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마침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더 이상 마차를 쫓을 의미가 없어 앞질러 여산의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
약속 장소에는 남궁세가의 대원들과 상 장로가 나를 맞았다.
“오셨습니까? 장주!”
“백호대장님을 뵙습니다.”
그간의 수고를 치하하며 지시사항을 점검했다.
“그동안 수고 많았소. 정리는 확실히 했소?”
창궁검대의 부대장이자 백호대원인 남궁인이 대답했다.
“예, 세 개의 산채를 깨끗이 비웠습니다.”
탈취한 화물을 한 번에 옮길 수가 없어 보관 장소가 필요했던 것이다. 절정고수 네 명이면 산적들의 정리는 일도 아니어서 무사히 보관창고를 확보했을 것이다.
“혹시 놈들이 다시 돌아오지는 않겠소?”
“두령을 비롯한 간부들은 모두 처치했고, 나머지는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근거지를 모두 불태워 다시 돌아오진 않을 것입니다.”
“수고했소. 상 장로, 다른 대원들은?”
“모든 준비가 끝나 오늘내로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고 남궁인에게 말했다.
“모두 수고했소. 그럼 지금부터는 남궁대협께서 수고해 주셔야겠소. 매우 중요한 일이니 각별히 신경 써 주시오.”
“알겠습니다, 대주.”
남궁인은 포권을 하고 나머지 남궁대원들을 데리고 맡은 임무를 위해 떠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대원들이 도착했다.
대원들과 함께 이틀간 준비한 것들의 최종점검과 휴식을 취하며 마차 행렬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장주님! 진입했습니다.
상 장로의 전음을 듣고 언덕 아래를 내려 봤다. 뿌연 흙먼지와 함께 마차 행렬이 여산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다그닥다그닥.
마차들은 앞으로 다가올 일을 전혀 짐작도 못한 채 평온하게 이동 중이었다. 하남성에 천외천의 두 곳인 소림과 개방이 있다면, 섬서성에도 화산파와 종남파가 있었다.
특히 이곳 여산은 화산과 종남과도 지척이라 산적이 설칠 환경이 아니었던 것이다. 있어도 극히 소규모의 산적이라 감히 모습도 드러내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니 상단이 안심하고 여유 있게 이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등 뒤에 열을 지어 대기하고 있는 단역들을 쳐다보았다. 모두 관복에 갑주를 입은 군관으로 변장한 단역들이었다.
그 옆으로는 백호대원들이 무혈음마에게 빼앗은 인피면구를 쓰고 금의위 복장으로 변복하고 있었다.
그들을 돌아보며 발사명령을 내렸다.
“발사!”
신호에 맞춰 등 뒤에 도열해 있던 궁수들이 일제히 활시위를 당겼다.
핑! 핑! 핑!
퍼벅. 퍽! 퍽!
수십 발의 화살이 선두마차의 진행로에 꽂히자 말들이 놀라 날뛰기 시작했다.
히히힝!
“마부들은 말을 진정시켜라.”
호위무사들이 마부에게 말을 진정시키라 명령하며 선두로 모여 들었다.
“가자!”
나도 타고 있던 말에 박차를 가하며 소리치며 앞으로 내달렸다.
두두두두두.
금의를 입은 십여 기의 말이 내 뒤를 따라 마차를 향해 달렸다.
챙! 챙! 챙!
철산장의 호위무사들이 검을 뽑아 든 순간, 남궁진이 앞으로 달려 나가며 소리쳤다.
“강호의 야인들은 검을 멈춰라! 북진무사 이세기 대인이시다. 모두 검을 집어넣고 무릎을 꿇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