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64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0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64화
64화. 후회하느니 일단 털고 보자(1)
댕! 댕! 댕!
예상대로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요란한 종소리와 함께 대부분의 전각에 불이 환히 밝혀지며 사람들이 몰려나왔다.
웅성웅성
와글와글
우르르 몰려나온 사람들은 손에 횃불과 등불을 들고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딱히 급박해 보이지는 않았다.
‘흐흐! 찾는 시늉을 해서 일송 스님을 돌아오게 만들겠다는 것이군.’
소림 십팔나한에게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밤에 자리를 비웠다고 문책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렇게 소란을 떨면 알아서 돌아갈 수밖에 없을 테니 제법 잔머리를 굴렸다.
‘흐흐! 제법 머리는 썼다만 진짜 상대는 땡중들이 아니지.’
높은 곳에서 전체를 조망하며 살피기를 얼마. 일단의 무리가 은밀히 움직이는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가벼운 발걸음과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보아 무인이 틀림없었다.
‘내가 찾는 건 저놈들이지!’
그들은 창고가 아닌 내원 쪽의 전각으로 향하고 있었다.
은밀히 뒤를 쫓아가는데 처마에 납죽 엎드려 있는 상 장로가 보였다. 갑작스런 소란에 황급히 몸을 숨긴 듯했다.
놀라지 않게 살짝 기척을 내며 전음을 보냈다.
-상 장로, 조용히 따라오시오.
-장주님, 갑자기 무슨 일입니까?
-혹시 성동격서라고 아시오?
-그야 동쪽을.......
-맞소. 그런 거요.
-그럼 저 소란은 장주님께서 일부러?
무인들이 들어간 내원이 전각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맞소. 아무래도 저 전각이 수상한데 혹시 장로께서 이미 살펴본 곳이오?
-아직 입니다. 이제 막 조사하려던 차에 갑작스런 소란으로 이렇게.......
-상 장로, 내 장로께 하나 궁금한 것이 있소만?
-험! 장주, 대답하기 곤란한 것은 묻지 말아 주십시오.
-알겠소. 그런데 이전에 말이오. 무적권왕과 개방이 사이가 좋지 않았었소?
-글쎄요. 저희와 좋은 관계를 가진 문파가 거의 없었던 것만은 확실합니다.
하긴 관계가 좋았다면 무림공적이 되진 않았을 것이다. 또 원래 맞은 놈은 기억해도 때린 놈은 잊어버리는 법이고.
개방이 십 년 전부터 변했다는 소리에 내가 너무 민감해 앞서나간 듯했다.
상 장로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전각 안에 들어갔던 무인들이 다시 나왔다. 별 이상을 발견하지 못한 듯, 다시 한 번 잠금장치들을 확인하고 돌아갔다.
슬슬 움직일 준비를 하며 상 장로에게 지시했다.
-상 장로, 부탁하오.
-알겠습니다.
놈들이 완전히 멀어지기를 기다려 전각으로 접근했다.
푸슉. 푸슉.
털썩. 털썩.
전각을 지키는 두 명의 경비는 지풍을 쏘아 수혈을 짚었다. 전각의 입구에는 육중한 자물쇠들이 주렁주렁 걸려 있었다. 쓰러진 경비의 몸을 뒤졌지만 열쇠는 없었다. 경비를 벽에 기대 세워놓고 자물쇠를 살폈다.
‘까짓 거 열면 되지.’
크기만 컸지 알고 보면 지극히 간단한 구조. 현대의 자물쇠에 비하면 그야말로 기초중의 기초였다. 그 정도는 얇은 나뭇가지 하나로 충분했다.
철컥.
문을 열고 재빠르게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살폈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으로 시야확보는 충분했다.
‘헉! 이게 다 뭐야?’
전각 안은 창고로 개조되어 있었고, 수많은 항아리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마치 언젠가 보았던 된장명인의 장독 같았다. 크기는 조금 작았지만.
‘설마 이게 전부 장독은 아닐 테고? 어디? 다른 곳은?’
드르륵.
긴 회랑을 지나가며 각 방을 전부 살폈지만 거의 모든 방들이 항아리로 가득했다.
‘회색과 검정색 항아리라?’
두 가지 색의 항아리로 보아 내용물이 서로 다른 것 같았다. 우선 검정색 항아리를 열어보았다.
‘응? 이게 뭐지?’
검정항아리 안에는 누런 액체가 반 정도 들어 있었다. 살짝 찍어 냄새를 맡아 봤지만 알 수가 없었다.
‘끈적거리네? 근데 어디서 맡아 본 냄새 같은데?’
하지만 한 번도 보지 못한 액체를 기억해 낼 수는 없었다. 그럴만한 상황도 아니었고.
‘어디 다른 항아리는?’
회색항아리가 있는 방으로 이동해 하나를 열어 보았다. 회백색 가루가 가득 담겨 있었다.
‘이건 또 무슨 가루지?’
마약이나 밀가루처럼 고운 입자는 아니었다. 이 역시 내가 처음 보는 것이었다.
‘혹시 상 장로라면?’
집단지성의 힘을 빌어볼 생각이다. 입구로 달려가 망을 보는 상 장로에게 전음을 보냈다.
-상 장로, 이것 좀 봐 주시오.
휘릭. 척.
-무슨 일입니까? 장주.
-이것들이 뭔지 아십니까?
상 장로가 회색항아리 안을 살펴보았다. 고개를 갸웃하며 손으로 찍어 냄새를 맡고 입에 대 본다.
-모르겠습니다. 장주.
그래 하나는 모를 수도 있다. 나보다 오래 살았다고 반드시 더 많이 아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서 검정항아리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 다시 물었다.
-그럼 이건 알아보겠소?
역시 냄새도 맡고 맛도 보았지만 모르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장주.
누군가 사람이 세 명이면 그 중에 한 명은 스승이 있다고 했다. 그 말도 꼭 믿을 만한 말은 아닌 것 같다.
‘집단지성은 쥐뿔!’
뭔가 찾아낸 것 같은데 내용을 모르니 답답했다. 하지만 둘이 아무리 머리를 맞대봐야 모르는 건 모르는 거다.
‘일단 챙겨서 떠나자.’
회백색 돌가루를 주머니에 담으며 상 장로에게 검정항아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하나만 들고 따라오시오.
-항아리 째로 말입니까?
뭔가 불만 있는 목소리지만 무시했다.
-그럼 안에 있는 액체를 어떻게 옮길 생각이시오?
-끄응!
-자! 들키기 전에 어서 뜹시다.
철산장을 벗어나 객잔에 돌아가는 도중, 머리가 복잡했다.
‘오밤중에 들고나가 이게 뭐냐고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인데. 쩝!’
막상 가지고는 왔지만 처리방법이 난감했던 것이다.
‘날이 밝으면 놈들도 알게 될 텐데?’
경비가 깨어나면 침입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건 별로 문제는 아닌데.’
의심받는 것은 일송 스님 일행의 몫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이 부근에서 내용물의 정체를 알아보기도 어려웠다. 내가 범인이라고 떠들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
‘일단 천하제일장으로 돌아갈까?’
소림이 가깝지만 같이 일할 사람들이 아니었다. 이번 일로 확실히 깨달았다.
그렇다고 천하제일장으로 가려니 왠지 찝찝했다. 마치 똥 싸고 밑 닦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딱 하나였다. 보물을 알아보지 못하고 놓쳤을 때. 돈이 되는 물건인데 몰라서 날려버린 기분? 바로 그랬다.
‘더욱이 이렇게 된 이상 놈들은 서둘러 운송할 것이 분명할 테고.’
그럼 난 완전히 닭 쫓던 개가 되는 거다. 특히 귀한 물건으로 판명되면 나중에 몇 날 며칠을 잠도 자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생각이 그런 쪽으로 흐르자 이젠 항아리들이 내 것처럼 느껴졌다. 내 껄 남에게 뺏기는 기분 말이다.
‘그럴 수는 없지!’
옆에서 항아리를 들고 달리는 상 장로에게 말했다.
“상 장로, 항아리는 날 주시오.”
“고맙지만 괜찮습니다, 장주.”
오해를 한 듯해 걸음을 멈춰 서서 말했다.
“항아리는 날 주고 상 장로께서는 천하제일장으로 가주시오.”
상 장로가 옆에 멈춰 서 물었다.
“예?”
“지금 즉시 천하제일장으로 달려가 백호대 전부를 이끌고 돌아와 주시오.”
“지금.......말입니까?”
떨떠름한 표정의 상 장로에게 몇 가지 당부를 더 했다.
“상 장로, 놈들이 내일이라도 항아리를 옮길 지도 모르니 서둘러야 합니다. 그리고 오는 길에 성의 경계에........”
“그럼 장주님과 연락은 어떻게 합니까?”
“그건 만일 이동하게 될 경우 제가 표식을 남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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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장로를 보내고 낮에는 철산장의 주위를 맴돌고 밤에는 잠복했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하더니 여기까지 와서도 이 짓을 해야 하니. 원! 새벽이슬 맞는 것도 팔자에 있나 봐.’
담 넘는 일이나 잠복근무. 한국에서도 자주 하던 일이었다.
아무튼 철산장은 다음날 한 번 발칵 뒤집혔는데 아직 일송 스님 일행은 머물고 있었다.
‘그나마 뻔뻔하기는 한가보네.’
덕분에 낮에는 얼마간의 시간을 낼 수 있었다. 스님들이 머무는 한 낮에 물건을 운송하기는 어려울 테니까 말이다.
중간에 한 번 일송 스님과 연락을 할까 하다 그만두었다. 괜히 만나서 복장만 터지느니 지금의 역할이나마 해줬으면 해서였다.
오늘로 벌써 이틀 째 새벽이슬을 맞고 있지만 아직 특별한 움직임은 없었다. 빤히 지켜보는 것 외엔 할 일이 없는 잠복근무라 이것저것 생각이 많았다.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오늘 알게 된 물건의 정체였다.
‘알고 보니 염초와 유황이었단 말이지.’
낮 동안 은밀히 알아본 결과 항아리 속의 물건은 염초와 유황이었다. 실물은 본 적이 없지만 그것들이 쓰이는 용도 정도는 알았다.
‘무림에 화약이라니.’
처음에는 사기도 이런 개사기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니었다. 무협지에 벽력탄이라는 화탄을 만드는 문파가 종종 등장하니까.
‘벽력탄은 대량 살상 무긴데.’
설마 놈들이 터널을 뚫거나 돌을 캐는데 사용하려 준비하진 않았을 거다. 목적은 살상용임에는 틀림없었다.
‘만일 놈들이 무림정복을 꿈꾼다면 무림대회가 적기였을 텐데?’
비천이라는 비밀단체가 나쁜 놈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해선지 무림대회 폭파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설마 마교를 치려고? 에이! 그건 아니지.’
확실치는 않아도 마교와 맞장을 뜰 능력은 안 될 듯했다. 최소한 마교를 치려면 전 무림이 뭉쳐야 하니까 말이다. 그 정도 능력이 있다면 숨어서 화약 따위의 꼼수나 부리지는 않을 거다.
‘하아!’
화약의 용도는 분명한데 그 이상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어! 벌써?’
삼경쯤 되었을 때였다. 아직 소림의 스님들이 머무는 중인데도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단의 마차가 나타나 항아리들을 싣기 시작했다.
마차는 전부 백 여 대나 되어 아무리 조심해도 소리가 나기 마련이었다. 주의는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스님들에게 약이라도 먹였나?’
아무래도 그런 듯했다. 놈들은 빠른 속도로 마차를 채워나갔다. 채워진 마차는 호위무사와 함께 장원 밖으로 이동했다.
백여 대의 마차가 철산장을 떠나는데 한 시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일단 마차 행렬의 뒤를 쫒긴 했지만 걱정이 태산이었다.
‘큰 일 났네? 상 장로는 아직 장원에 도착도 못했을 텐데.’
호위무사만 해도 백여 명은 되어 보여, 자칫하다간 지켜보기만 해야 할 지도 몰랐다. 아무리 내가 난 놈이라도 해도, 혼자서는 마차 백 대를 강탈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 부지런히 표식을 남기며 마차행렬의 뒤를 쫒았다.
‘이러다가 갈라지기라도 하면?’
반드시 모두 한 곳으로 간다는 보장은 없었다. 두 군데 또는 그 이상으로 나뉠 수도 있었다.
‘제기랄!’
꼭 안 좋은 예감은 들어맞는 법이다. 말이 씨가 된 건지, 입방정을 떨어서 인지는 몰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행렬이 나뉘어졌다.
갈림길이 나오자 서른 대의 마차가 분리되어 다른 방향으로 나갔다.
‘할 수 없지. 많은 쪽을 따라가자.’
당연한 판단이고 올바른 판단이었다. 다행히 목적지가 두 군데였는지 더 이상 갈라지지는 않았다. 일주일이 걸려 마차행렬은 하남성의 성도省都인 정주鄭州에 도착했다.
‘지금쯤 상 장로가 출발해야 하는데.’
마차행렬이 더딘 덕에 잘하면 하남성을 벗어나기 전에 만날 수 있을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