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63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2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63화
63화. 경쟁자?
밤이 되길 기다려 상 장로와 함께 철산장의 담을 넘었다. 겉으로 상가를 표방하는 만큼 경비의 질은 높지 않았지만 웬만한 경비로는 나와 상 장로를 발견할 수도 없었다.
휙! 휙!
척! 척!
‘제길! 얘들은 집이 커도 너무 크단 말이야?’
그만큼 잠입과 수색에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일단 가장 큰 전각의 지붕위에 올랐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불이 훤히 밝혀진 곳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곳에서 은밀한 일이 벌어지진 않을 것 같았다.
-상 장로는 이곳을 지켜보며 기다리십시오. 전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번엔 꼭입니다?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휘익! 펄럭!
상 장로를 지붕위에 남겨두고 장원 깊숙한 곳으로 이동했다. 확실히 안으로 갈수록 경비의 질이 높아져 한껏 기대도 부풀었다.
‘이곳도 아니고.’
불이 켜진 곳을 중심으로 청력을 집중해 살피며 조금씩 내원으로 들어갔다.
-장주, 갑자기 소림사에선 무슨 일이오?
‘응? 소림!’
마침내 원하던 것을 찾아낸 것 같아, 전각 위에 납작 엎드려 청력을 기울였다.
일단 장주라고 부른 것으로 보아 철산장주를 의미하며 상대는 외부인이었다.
외부인의 질문에 장주로 짐작되는 자가 답답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천패사자님이 모르는 일을 낸들 알 수 있겠소? 혹시 비천 삼호님의 연락이 없는 것과 상관있는 것은 아니오?
‘천패 사자? 비천 삼호? 흐흐! 역시 이곳과 상관이 있었어.’
당연한 일이지만 실제로 확인하자 흥분되었다. 끊어진 단서가 다시 연결되었으니까.
철산장주의 질문에 천패사자라 불린 자가 대답했다.
-그 일은 지금 천天에서 조사 중이오. 흔적이 낙양에서 끊긴 것을 확인하고, 의심 가는 자를 찾은 것 같으니 곧 알 수 있을 것이오.
‘어라? 어떻게 날 찾았지? 아! 남궁!’
나야 아직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남궁은 달랐다. 남궁이 누군지는 몰라도 그녀의 미모만으로 소문이 나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같은 시기에 머물렀고, 무혈음마의 행태를 알고 있다면 쉽게 한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남궁의 실력으로 무혈음마를 제압하지 못하니 동반자나 방조자를 찾았을 것이고. 그러면 나를 찾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을 거다.
철산장주가 다시 천패사자에게 물었다.
-그럼 혹시 소림에서 비천 삼호님을? 그래서 본장에 찾아온 것이 아니오?
-당시 낙양루에 소림의 인물은 없었소. 그 문제는 곧 알게 될 테니 일단은 평범하게 접대하며 조심스럽게 알아보시오.
낙양루까지 언급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날 찾아낸 듯싶었다.
‘조금 서둘러야겠는데?’
나 하나가 목표라면 상관없는데 천하제일장이 공격받게 되면 곤란했다. 애써 모은 낭인들이 전력이 되기도 전에 희생당할 테니까.
‘어떻게 모았는데.’
마침 백호대가 장원에 있어 약간의 전력 상승만 시켜도 웬만한 습격은 막아낼 것이다. 나와 상 장로라는 변수가 있으니까.
대처방안을 생각하는 사이 장주가 천패사자에게 물었다.
-그럼 오늘 운송은 어떻게?
-그들도 특별한 용무가 없다면 오래 머물 지는 못할 것이오. 며칠 내로 돌아갈 테니 일단은 그들이 돌아갈 때까지 당분간 연기하는 것이 좋겠소.
-알겠소이다. 천에는 천패사자께서 본장의 사정을 잘 설명해 주시기 바라오.
-알겠소.
놈들의 대화를 들으며 기척을 내어보았다.
핑! 핑!
갑자기 두 줄기의 지풍이 날 노리고 날아들었다. 찰나의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결론은 튼튼한 몸뚱이를 믿어 보자였다.
‘흡!’
재빨리 무공총요에서 배운 귀식대법龜息大法을 시전하며 지풍이 날아오는 곳에 백호기를 둘렀다.
퍼석. 퍼석.
지풍은 지붕을 뚫고 가슴과 배에 적중했다.
퍽. 퍽.
‘으음!’
약간의 충격은 느껴졌지만 강화된 백호강기는 무난히 지풍을 받아냈다. 더 이상의 공격은 날아오지 않았다.
내심 가슴을 쓸어내린 난 여차하면 튈 준비를 하고 실내의 상황에 귀를 기울였다.
-천패사자님, 무슨 일이오?
-으음! 내가 착각한 듯하오. 천에는 내가 보고할 테니 장주는 지시대로 행동하시오.
-알겠소이다.
‘다행이군!’
천패사자는 자신의 무공에 자부심이 대단한 듯 다시 확인하진 않았다.
스르륵.
문이 열리며 장주와 천패사자가 방을 벗어나는 듯해, 나도 얼른 근처로 신형을 날려 숨었다. 나라면 절대 지붕 위를 확인할 테니까.
휘리릭.
척! 척!
‘휴!’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지붕위에 두 개의 신형이 나타났다. 오십대의 사내와 복면을 쓴 사내였다. 아마도 복면인이 천패사자라는 놈일 것이다.
대화로 상대를 안심시킨 뒤, 확인하러 올라온 것이 틀림없었다.
복면인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흐음! 이상하군!”
“천패사자께서 착각하신 듯하오.”
“아무래도 그런 듯하오. 장주도 매사에 조심하기 바라오.”
“여부가 있겠소.”
“그럼 다시 연락하리라.”
척. 휙.
천패사자가 허공으로 사라지자 철산장주가 다시 지붕 위를 살펴보고 몸을 날렸다.
‘어떻게 해야 하나? 그래 먼저 움직이는 놈부터.’
나 역시 천패사자가 떠난 방향으로 신형을 날렸다. 천패사자와 운송할 물건. 당장 움직이지 않는 물건은 나중에 찾아보면 된다.
휙!
-상 장로, 창고를 위주로 수상한 물건이 있는지 살펴보시오.
물론 상 장로에게 전음을 날리는 것도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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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거리를 유지하며 천패사자를 쫓기 일각 여. 개봉 주변을 빙빙 돌던 천패사자가 멈춘 곳은 커다란 장원이었다. 철산장과는 불과 몇 백 장 떨어지지 않은 곳을 빙 돌아 왔던 것이다.
다시 한 번 주변을 둘러 본 천패사자는 복면을 벗어 품에 넣고, 아무렇지도 않게 장원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런데 장원에 걸린 현판을 본 순간 난 경악하며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저긴!”
천하제일방天下第一幇.
바로 개방을 지칭하는 명칭이었다. 개방 총타가 개봉에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버젓이 장원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거지들이 무슨 장원에 총타를 차려?’
보통 무협지에는 개방 총타는 허름한 관제묘로 묘사되어 있었다.
‘들어가 말아?’
개방 총타는 여태 잠입했던 곳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최악의 경우를 생각한다면 말아야 하는데.......가만! 그러고 보니 어디서 본 체형인데?’
사진에 버금가는 기억력으로 놈을 찾아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내가 만난 개방 문도는 몇 명 되지 않았으니까.
‘낙양루에서 후개와 같이 있던 재수 없는 개방 장로잖아! 어쩐지 맘에 안 드는 놈들이더니. 가만!’
개방 장로가 천패사자라면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었다.
‘단순히 변절자라면 상관없지만 혹시?’
개방 전체가 비밀세력의 일원일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진 못했다. 아니 내 머릿속에는 이미 그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이게 다 후개 놈 때문이지.’
물론 내 선입견과 뒤끝 때문이지만 충분히 설득력은 있었다. 개방이 변질된 것은 이미 확인된 사항이니까. 그렇다고 내가 개방을 욕할 입장은 아니었다.
‘내가 정의의 사도도 아니잖아?’
사실 비밀세력이나 개방이 무슨 짓을 하던 나와는 별 상관이 없었다. 그들의 목표 역시 나와 크게 다를 것이 없으니까 말이다.
오히려 어떻게 보면 우린 같은 목표를 갖은 경쟁자였다. 목표가 같은 만큼 결국은 부딪히겠지만 당장은 이용하는 편이 이익이었다.
‘날 방해하거나 건들지 않는다면 말이야.’
그렇다면 더 이상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일단 개방장로가 비밀세력의 사자라는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커다란 소득이니까.
‘그만 철산장으로 돌아가자.’
수색하기 편한 철산장에는 운송을 연기한 물건이 있었다. 지금은 그걸 확인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절대 개방이라 쫄은 것은 아니었다.
휙. 휙.
한 달음에 철산장으로 돌아와 다시 지붕을 타며 상 장로를 찾았다. 멀리 내원 쪽 전각위에 인영이 보였다.
‘응?’
상 장로라는 생각에 몸을 날리려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멈췄다. 달빛을 받은 인형의 머리가 반짝였던 것이다. 상 장로는 비록 색은 바랬지만 풍성한 모발을 자랑했다.
‘참 나! 도대체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군인들이 괜히 야간침투 때 위장크림을 바르는 게 아니다. 사람의 피부에서 흐르는 개기름이 달빛에 반짝이기 때문이다.
얼굴도 그런데 원래 반짝이는 스님의 머리통은 어떨까? 주변의 기척이 없어 천만다행이었다.
‘복면이라도 쓰든지.’
안력을 돋워 살펴보니 아는 얼굴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발각되기 전에 얼른 전음을 보냈다.
-일송 스님, 잠입했다고 동네방네 선전하고 다니실 생각이십니까?
움찔!
갑자기 날아 온 전음에 일송 스님은 화들짝 놀라 주변을 살폈다.
-쉿! 천하제일장주 일권무적입니다. 뒤편에 보이는 전각 위입니다. 일단 엎드리십시오. 머리는 들지 마시고.
엎드린다고 머리통을 가릴 순 없겠지만 임시방편이었다. 전음을 들은 일송 스님은 깨달은 바가 있는지 바로 납작 엎드렸다.
다시 전음을 보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자네는 여기 어쩐 일인가?
되묻는 것을 보니 아직 철산장에 대한 정보가 나한테 나온 것임을 모르는 듯했다.
‘하긴! 내 얘길 듣고 조사한다고 말하지는 않았겠지.’
방장이 숨긴 일을 내가 먼저 말할 수도 없어 대충 둘러대었다.
-철산장에서 수상한 화물을 운송한다는 정보를 입수해 확인하고자 잠입했습니다.
-수상한 화물이라고 했나? 그게 어디 있나?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일송 스님은 철산장엔 무슨 일로?
-나, 나도 사부님께서 이곳을 조사하라는 명령을 받았네.
-그런데 사형님들께선 어쩌시고 스님 혼자 나와 계신 겁니까?
-봤.......나?
안내까지 받아가며 정문으로 들어간 스님들이다. 철산장에 소림 스님들이 방문한 건 아마 동네 사람들 전부가 알거다.
-예, 세 분이서 당당하게 정문으로 들어가시더군요.
-사형들께서 주위를 끄는 동안 내가 조사하는 중이네.
비꼰다는 것을 아예 모르는지 태연히 대답하는 일송 스님이다.
‘참 나! 감시당하는 줄도 모르는 주제에 퍽이나 주의를 끌겠군.’
-일송 스님, 아무래도 빨리 돌아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우연히 장주의 얘기를 들었는데 스님 일행을 지켜보라고 지시했습니다. 아마 운이 좋았던 모양인데, 스님이 거처에 없는 것이 밝혀지면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질 것입니다.
-설마! 감쪽같이 속이고 빠져 나와 발각될 일은 없을 거네.
이렇게 순진한 스님들과는 두 번 다시 같이 일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아! 그렇게 하면 되겠군.’
일송 스님을 설득하길 포기하고 전음을 보냈다.
-그럼 각자 조심해서 살펴보기로 하죠. 전 그만 다른 곳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렇게 하겠나? 아무쪼록 조심하시게. 아미타불!
-예, 스님께도 부처님이 함께 하시길 빌겠습니다. 그럼 이만.
다른 전각으로 이동해 일송 스님을 주시했다.
‘흐흐! 스님이 미끼가 되어 주셔야겠습니다.’
일일이 넓은 장원에서 어떤 물건인지도 모르는 화물을 찾아야 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 잔머리를 써야 했다.
그런데 마침 한심한 일송 스님을 보니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감시자들은 곧 일송 스님이 거처에 없다는 것을 알아차릴 것이다. 곧바로 찾아 나설 테고 얼마 걸리지 않아 발각될 거다.
‘그러면 혹시 모르니까 운송할 물건을 확인해 보겠지?’
그때 뒤를 쫓으면 된다. 그러면 일일이 찾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