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절대무적 62화
무료소설 처음부터 절대무적: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0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처음부터 절대무적 62화
62화. 남자의 능력
반 가주가 계약서를 앞으로 끌어다 놓으며 말했다.
“한 장주님, 수결하기 전에 한 가지만 더 질문하겠어요?”
“얼마든지요.”
“장주님은 이번 표국사업의 성공을 확신하시는 듯한데 어떻게 그럴 수 있죠?”
“당연히 확신합니다. 가주님 같으면 확신 없이 이런 식의 선투자를 할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 거죠?”
“그건 아주 간단합니다.”
정말 간단했다. 물류의 성공여부는 신속함에 달려 있다. 시대적 특성을 고려해 한 가지 더 추가한다면 위험대책 정도일 것이다. 그 두 가지만 해결할 수 있다면 실패할 리가 없는 것이다.
반 가주에게 내 계획의 일부를 설명했다.
“여러분들의 가문이나 문파는 짧게는 몇 십 년, 길게는 백 년 이상을 이어 왔습니다.”
“그게 이번 일과 무슨 상관이죠?”
“상관있습니다. 여러분은 최소한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런데요?”
“잘 알고 있는 만큼 신속, 정확하게 배송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당연히 위험확률도 확연히 적겠지요.”
“그렇지만 성 밖으로 나가면 그런 이점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요?”
맞다. 다른 전국구 표국들이 그렇게 운영한다. 일단 표행을 꾸리면 배송지까지 책임지는 방식이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인원도 많이 필요하다. 후발주자인 내가 똑같이 해선 승산이 없었다.
“예, 하지만 가주님들이 협조해 주시면 그럴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성의 경계에서 넘겨받아 자신의 성내만 책임져 주시면 되니까 말입니다.”
“아! 성내의 물류는 그대로 소화하고, 성 밖은 다른 분께 인계한다는 뜻이군요.”
반 가주도 머리가 나쁜 여자는 아니라 바로 깨달았다. 그러자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돈이 될 것 같았고, 이제 내 목적이 정말 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더 자세한 얘기는 수결을 찍은 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제부턴 진짜 영업비밀이니까 말입니다. 어떻습니까?”
사실은 그게 다였다. 하나 더 있다면 녹림이나 수적 토벌정도였다.
“예, 찍을 게요. 사실 달리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닌데 괜한 억지를 부렸어요. 진심으로 사과할게요.”
“아닙니다. 계약만 잘 이행해 주신다면 전 상관없습니다.”
“호호! 그럼 부탁드려볼까요?”
반 가주가 섬섬옥수를 들어 먹을 묻힌 후 계약서에 수결했다.
척.
바로 목함을 열어 공진단을 꺼내 반 가주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꼭꼭 씹어 드십시오.”
“고마워요. 그런데 정말 여기서도 괜찮나요?”
“설마 제가 이 귀한 영단을 망치기라도 하겠습니까? 반 가주께선 지금부턴 저를 믿고 시키는 대로 따라 주시면 됩니다. 먼저 가부좌를 하고 영단을 씹어 드십시오.”
“그럼 한 장주님만 믿겠어요.”
반 가주는 다시 뺏어가기라도 할까봐 얼른 입에 넣고 씹기 시작했다.
오물오물.
반 가주의 등 뒤로 돌아가 명문혈에 장을 대고 삼키기를 기다렸다. 공진단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지만 전부 필요한 요식행위였다.
꿀꺽.
반 가주에게 전음을 보내며 백호기를 흘려 넣었다.
-편안한 마음으로 제가 유도하는 대로 운기하십시오.
츠츠츠츠.
그 후로는 일사천리였다.
퍽. 퍽.
아무런 고통 없이 생사현관을 뚫고 나서 다시 전음을 보냈다.
-이제 손을 뗄 테니 십이주천을 해 보십시오.
반 가주는 아무런 통증 없이 타통 되자 믿기지 않는 듯 전음을 보내왔다.
-정말 생사현관이 타통된 건가요?
-어허! 운기에 집중하십시오!
-........
손을 떼고 잠시 지켜보다 밖으로 나왔다. 나와는 달리 십이주천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밖에서 한 시진 정도 기다리자 반 가주가 나왔다. 나를 발견한 반 가주는 버선발로 달려와 덥석 안기며 말했다. 삼십대의 농염한 육향이 화악 풍겨왔다.
“한 장주님! 정말 고마워요.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당황해 밀어 내려다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발견하고 살며시 안아주었다. 그동안의 고생으로 설움이 복받친 것이다.
물론 생사현관 타통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 명의 고수가 문파의 위상을 결정짓는 무림에서 절정고수의 존재는 상징적인 의미가 컸다.
“험험! 앞으로 좋은 관계를 지속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남이 볼까 두렵습니다. 그만 진정하시지요.”
“이런! 죄송합니다. 너무 감격해서 그만.......”
“하하! 아닙니다. 축하드립니다, 반 가주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 장주님.”
반 가주를 시작으로 나머지 일곱 명도 수결을 받고 생사현관을 타통해 줬다. 모두 눈물을 뚝뚝 흘리며 감사하며 계약을 반드시 지킬 것을 맹세했다.
‘그건 봐야 아는 거지.’
원래 사람은 똥 싸기 전이랑 싸고 난 후는 다른 법이다. 앞으로 더욱 감시의 눈을 늦추지 않을 생각이다.
천하제일표국과 여덟 명의 지부장이 탄생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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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권무적 형님!”
“앞으로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형님 인사 받으십시오!”
내 앞에 큰 절을 올리는 놈들은 남궁세가를 제외한 나머지 백호대원들이다. 천하제일표국의 지부장들이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아 백호대원들이 도착했다.
약속대로 내가 운영하는 만월루로 데려가 한 턱 쏘기로 했다. 그런데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술상을 앞에 놓고 일제히 저 지랄들이다.
이 일의 원흉이 분명할 남궁진을 쳐다보며 물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남궁진이 별 일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형님, 전 대원들이 하도 묻기에 사실대로 말했을 뿐입니다.”
“무슨 사실을?”
“글쎄, 우리 작은 형수님과 형님 사이를 궁금해 하기에 있는 대로 말했을 뿐입니다.”
“작은 형수?”
“지봉 남궁화 대공녀님 말씀입니다, 형님.”
하긴 남궁세가가 아닌 백호대원들은 남궁과 내 사이를 모른다. 아니 막연한 감은 있겠지만 확신하진 못했다.
그런데 남궁진은 한 술 더 떠, 남궁화 뿐만 아니라 소림성녀 주혜승이 큰형수라고 떠들어 댄 거다.
‘당연히 난리 났겠지. 오봉 중에 두 명을 꿀꺽 했으니.’
그 결과 지금의 웃지 못 할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하! 여러분,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오. 어서 일어나지 못하겠소!”
마음에 없는 말이지만 예의상 해봤다. 스스로 원해 동생 하겠다는 데 굳이 말릴 내가 아니다. 동생이면 공짜로 마음대로 부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
금의옥검이 고개를 들고 경외의 시선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아닙니다, 형님. 허락하지 않으면 일어서지 않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형님. 허락해주십시오.”
놈의 말에 다른 놈들도 따라 복창했다. 마치 황제에게 윤허해 달라며 머리를 조아리는 신하들 같았다.
‘하아! 딴 놈들이야 그렇다고 쳐도 저 놈까지 그럴 줄은?’
재벌 이세 금의옥검말이다. 대륙 삼대 부자의 아들놈이 뭐가 아쉬워 동생을 자처한단 말인가? 모르긴 몰라도 이미 삼처사첩 이상을 거느리고 있을 놈이었다.
이해가 가지 않아 남궁진에게 전음으로 물었다.
-진 아우, 다른 애들은 그렇다 쳐도 금의옥검까지 왜 저러는 건데? 쟨 나보다 여자도 많을 것 아냐?
-흐흐! 형님, 양이 문젭니까? 두 분 형수님은 자그마치 오봉중의 두 분이 아니십니까? 그것도 무봉武鳳과 지봉이십니다. 무와 지를 한 손에 거머쥐셨으니 세상의 그 어느 사내가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어차피 허락하실 것, 기분 좋게 허락하시죠?
딱히 부와 명예가 능력의 척도는 아닌가보다. 뭐 그렇다면 술 한 잔 진하게 사고 평생 부려먹으면 그만이다.
“하하하! 좋네! 이렇게 듬직한 아우님들을 얻었으니 이보다 기쁜 날이 어디 있겠나? 자. 오늘은 모두 코가 삐뚤어지게 마셔 보세!”
“하하! 감사합니다, 형님. 부디 소제들에게 이봉을 얻은 비법을 전수해 주시기 바랍니다.”
‘비법? 그런 게 있으면 제발 나 좀 가르쳐 줘라, 이놈들아!’
나 역시 음마의 도움이 없었다면 꿈도 꾸지 못했을 일이니까 말이다. 그래도 호기롭게 잔을 들고 외쳤다. 비법쯤이야 적당히 각색하면 되니까.
“하하! 좋네! 자, 건배!”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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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대원들을 동생삼고 나서는 특별히 할 일이 없었다. 장원일은 남궁이 알아서 했고, 백호대원들은 기꺼이 돕고 나섰다. 혹시 소개라도 받을까 해서였지만 나로서는 반가운 일이었다.
마냥 무림맹의 연락만 기다리기 지루해 상 장로와 함께 철산장을 조사해보기로 했다. 무림에 건너와 최초로 받은 육감이라 끝을 보고 싶었다.
개봉 철산장 開封 鐵山莊
그래서 먼저 무혈음마의 목적지인 철산장 근처에 와있었다. 탐문수사결과 철산장은 말 그대로 광물을 취급하는 상단이었다.
한동안 철산장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지켜보던 상 장로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장주, 별 다른 이상은 없어 뵈오만?”
‘어휴! 도대체가 학습능력이라곤 찾아보려야 볼 수가 없군. 내가 사람을 잘 못 골랐나봐.’
세상에 겉으로 드러내놓고 수상한 짓을 벌이는 놈은 없다. 겉으론 평범하거나 선한 탈을 쓴 놈이 뒤가 더 구린 법이다. 그런 간단한 이치도 몰랐으니 무림공적이 된 것이고.
“상 장로,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상 장로께서는 내면을 파악하는 심안을 좀 더 길러야 할 것 같소이다.”
“그럼 장주께서는 뭔가 수상한 점이 보이기라도 한단 말이오?”
거기다 내 딴엔 충고라고 한 마디 하면 바로 발끈한다.
‘어휴! 이런 노인네들을 믿고 일을 벌였을 혈왕만 불쌍하지.’
그래도 위험한 일이라 혹시 혈왕의 무공을 사용할 경우를 대비해 데려온 거다. 지난번처럼 망이라도 보라고 말이다.
상 장로와 말을 더 섞어봐야 입만 아플 것 같아 철산장으로 시선을 돌린 순간 짜증이 확 솟구쳤다.
“저, 저! 어휴! 아! 진짜 사람들이 왜 다 이 모양이야!”
“장주, 무슨 일이십니까?”
“상 장로, 저기 지금 철산장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보입니까?”
“예, 스님들 아닙니까?”
정문으로 잘 차려입은 자의 극진한 안내를 받으며 들어가는 중들은 내가 아는 사람들이었다. 바로 소림사의 십팔나한 중의 세 명이었으니까.
“하! 그러니까 말입니다. 아니 비밀리에 조사한다고 하더니 저렇게 버젓이 들어가서 도대체 뭘 조사하겠다는 겁니까?”
“저들이 누군데 그러십니까?”
“소림의 십팔나한입니다. 앞 장 선자를 보아하니 철산장의 인물인 듯 한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안내까지 받아가며 들어가는지.”
조사의 기본도 모르는 소림의 처사에 분노를 넘어 실망을 느꼈다.
“그들도 생각하는 바가 있겠지요.”
덤덤히 대답하는 상 장로의 말에 완전히 빡치고 말았다.
“아니! 생각은 무슨 생각이요!”
“아니, 장주님, 소림사 스님들이 잘 못한 걸 가지고 왜 저한테 화를 내십니까?”
“그걸! 말이.......휴우! 됐습니다. 괜히 상 장로에게 화를 내서 미안합니다. 그만 가서 쉬다 밤이 되면 들어가 봅시다.”
아무래도 더 있다간 제 명대로 못살 것 같았다.
“예, 장주님. 그런데 지난번처럼 또 그러지는 마십시오.”
“예, 예. 이번엔 튀면 튄다고 반드시 말할 테니 걱정 마십시오.”
“꼭 그러셔야 합니다.”
돌아오는 내내 상 장로를 그냥 돌려보낼까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다.
‘그래도 망은 잘 보니까........’